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99
799화. 모든 변수를 염두하고 있어라
옹주성 북쪽 교외, 청행원(靑杏園)은 공손향양이 한가할 때 같은 부류를 끌어들여 여러 사람이 운동하며 노는 곳으로, 옹주 어느 권역에서는 아주 유명했다.
매번 연회 시간이 되면 이곳에는 고관대작들의 마차가 끊이지 않았다. 옹주성 각종 대형 청루의 유명한 기녀들이 기쁜 마음으로 초청을 받고 와서는 밤새 놀다가 만족하며 갔다.
평소에 청행원은 아주 조용하고 상서로웠다.
청행원은 고상한 운치가 있었다. 매난죽국(梅蘭竹菊)이 심겨 있고 꼬불꼬불한 길이 그윽하게 통했다. 뒷마당에는 온천도 있는데 공손향양 등의 귀인이 열정적으로 청행원을 찾는 진정한 이유였다.
명인의 서화가 걸린 다실 안, 허칠안과 국사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며 경성을 떠난 이래로 벌어진 여러 가지 일과 견문에 관해 얘기했다.
민낯인 낙옥형은 찻잔을 받친 채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들었다.
‘우아하고 도도하다. 미간의 주사는 그녀를 마치 기품 있고 냉엄한 선녀처럼 돋보이게 하는군. 만약 대봉 국사와 2품 도사의 신분을 더 고려한다면, 선녀는 침범할 수 없는 당당한 위엄이 좀 더해지겠지. 이런 여인이 나와 쌍수할 거라고는 아주 상상하기 어려워…….’
베테랑 허칠안은 약간 안절부절못했다.
낙옥형은 그가 만난 여인 중에 외모와 기질이 2위에 해당했다. 어쩔 수 없었다. 모남치가 톱이었다.
몸매라면 시대적 제약으로 인해 허칠안은 핫팬츠를 입은 여우, 엉덩이가 도드라지는 청바지를 입은 회경, 굵은 웨이브 머리를 한 왕비를 볼 수 없었다. 당연히 낙옥형 장포 아래의 핫한 몸매를 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높게 솟은 가슴으로부터 이 여인의 큰 가슴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참, 제가 이미 이영소에게 오라고 했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국사께서 그를 도와 봉인을 풀어주시지요.”
허칠안이 말했다.
“그때 가면 그가 앞으로 7일 동안 모남치를 보호할 수 있겠는가?”
낙옥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제기랄, 정말 8일이 필요하구나. 이모 할 말 있으면 좋게 얘기하세요…….’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낙옥형 역시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은 듯 침묵하였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 발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이영소가 청행원 여종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 들어왔다.
“선배님, 오늘 위험하셨어요. 뜻밖에도 도난 금강을 맞닥…….”
목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이영소는 온몸이 굳은 채로 다실 밖에 서서 낙옥형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편약경홍 완약유룡(*翩若驚鴻 婉若遊龍: 날아오르는 것이 놀란 기러기 같고, 부드러운 것이 승천하는 용 같구나)…….
청순가애 욕거환휴(*淸純可愛 欲拒還休: 청순하고 귀여움에 거부하려다가도 마음이 따라주질 않네)…….
요치방탕 진도중생(*妖治放蕩 顚倒衆生: 요사스러움과 방탕함으로 중생은 어수선해지고)…….
성숙요염 풍정만종(*成熟妖艶 風情蠻種: 성숙과 요염, 갖가지 정취가 느껴지네)…….
그녀는 그렇게 냉담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영소의 머릿속에는 확연히 다른 갖가지 유형이 떠올랐다.
이 여인은 마치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머금은 듯했다. 그녀는 이성을 향한 남자들 마음속의 가장 깊은 갈망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당신이 어떠한 유형을 좋아하든지에 관계없이, 그녀한테서는 이상적인 그 스타일 혹은 그 밖의 여러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다.
이영소는 그녀를 보는 순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중생들 사이에서 인연을 찾아왔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매혹적인 여인이 있었다니…….’
천종 성자는 마음이 떨렸다. 그는 여색에 매혹되어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미모’라는 두 글자가 아니라 ‘매혹’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아름다운 여인은 정말 많고 천종에도 아름다운 미인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묘진의 사부 빙이원군이 바로 그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들이 아름답기는 해도, 이영소가 보기에는 눈앞의 이 여인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았다.
“들어오게!”
허칠안은 적시에 소리를 내어 미색에 빠진 이영소를 현실 세계로 다시 끌어들였다.
허칠안은 이영소의 이상 상태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도 낙옥형을 처음 봤을 때는 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는 이영소보다 좀 나았다. 이로써 국사의 수련 경지가 향상되었으며, 그 업화가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하긴, 그녀가 이맘때 쌍수하러 나를 찾아온 게 바로 업화가 한계점에 도래해서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그의 옆에 앉아 멍하니 낙옥형을 바라보는 이영소를 보았다.
성자는 목청을 가다듬고 정다우면서도 의미심장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했다.
“도우(道友)님, 소직은 천종 성자 이영소입니다. 도우님의 옷차림을 보니 우리 도문 사람인 듯합니다만? 어느 문파 출신이신지 모르겠습니다.”
9주에는 3종을 제외하고도 다른 도문 유파가 존재했다.
상고 시대에는 3종보다 약하지 않고, 심지어는 3종을 뛰어넘은 도문 유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휩쓸려 이 유파들은 쇠약해지거나 멸절하였다. 오늘날 도문의 리더는 ‘천지인’ 3종으로 나머지는 전부 작은 유파였다.
이영소가 보기에 자신은 천종 성자의 신분이니 반드시 이 동문 여인이 괄목상대할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나이를 알아볼 수 없는 이 여인은 눈을 들고 그를 자세히 살폈다.
이영소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고 스스로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랐다. 그런 뒤 그는 서겸 이 노인네가 소개하는 말을 들었다.
“이분은 인종 도사 낙옥형으로 대봉 국사시네.”
이영소는 손을 떠는 바람에 뜨거운 차를 탁자에 쏟았다. 그는 스스로 괜찮다고 여겼지만 표정과 몸이 바로 굳었다. 심지어 그는 방금 문 앞에 있었을 때보다 지금 더 굳었다.
“선, 선, 선…… 선배님, 농담하지 마세요.”
이영소는 혀가 꼬여 완전한 한 마디를 다 내뱉지도 못했다.
그는 서겸이 자신을 놀린다고 의심하여 맞은편 여인의 숨결을 진지하게 느껴보았으나, 그녀는 원신과 분위기가 평범하였다. 사문 어르신을 마주할 때의 그런 압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칠안은 ‘내가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라는 표정으로 그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어, 어쩌면 진짜일지도 몰라……. 서겸은 경성 사람이고, 사천감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적어도 3품이잖아. 이런 신분과 지위로 인종 도사를 안다는 것도, 합, 합리적이지…….’
이영소는 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증명을 요구하는 빛을 담아 낙옥형을 쳐다보았다.
“자네 일은 내가 그에게 들었네. 본래는 자네가 나서서 초원진과 천인 간의 전쟁을 치렀어야 했다고.”
낙옥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애석하군. 반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여 수련 경지는 이미 이묘진이 자네를 뛰어넘었어.”
그녀는 말을 하면서 찻잔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툭……. 찻잔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이영소는 명성이 자자한 검광을 보더니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눈동자가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렀다.
‘이 검의, 정, 정말 인종 도사 낙옥형이구나……. 사문에 떠도는 소문이 맞았어. 인종 도사는 확실히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인이야. 내가 만난 여인 중에 가장 매혹적인 여인이야…….’
이영소는 황급히 일어나서 긴장된 동작으로 어색하게 도례를 갖추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제자 이영소, 도사님을 뵙습니다.”
낙옥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천인 양종은 비록 물과 기름 같지만, 이는 어르신들 사이의 일이니 자네는 너무 구속받을 필요 없네.”
이영소는 그제야 긴장을 확 풀었다. 그는 감히 앉을 엄두도 못 내고 얌전히 옆에 서서 우물쭈물했다.
“국사께서 그의 봉인 해제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이영소는 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참지 못하고 서겸을 쳐다보았다. 이 늙은이는 비록 성격이 이상하고 시건방지긴 했지만 그한테는 그래도 아주 잘했다.
낙옥형은 손가락을 꼽아 검기를 튕겼다. 검기가 순식간에 이영소의 미간을 꿰뚫고 들어갔다.
다음 순간 이영소의 귓가에 속박이 산산이 부서진 허무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묵었던 그 힘이 되살아났고, 이영소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물결치는 감동이 일었다.
그가 첫 번째로 한 생각은 ‘마침내 성기능 쇠약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였다.
버젓한 4품 원영은 비록 육신이 무사만큼 변태스럽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육신을 온양하고 때를 씻는 방법이 있을 터였다.
이로써 그는 상당 부분에서 허리의 부담을 완화하여 옛것과 새것을 토납할 수 있었다.
그가 두 번째로 한 생각은 ‘나는 역시 사람을 제대로 따랐구나’ 였다.
이영소는 서겸을 따르지 않았다면 진작에 동방 자매한테 잡혔을 테니, 봉인 해제는 기약 없이 아득해질 터였다.
‘이건 내 기회다. 이묘진이 만약 내가 초범경의 선배와 함께 강호를 누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분명히 부러워서 울려고 하겠지…….’
이영소가 끊임없이 속으로 중얼대는데 갑자기 낙옥형이 하는 말이 들렸다.
“오기 전에 사천감에 다녀왔네. 감정이 올해 겨울은 몹시 추우니 모든 변수를 염두해 두라고 말하더군.”
‘모든 변수를 염두하고 있어라……. 감정의 말은 허평봉이 올겨울에 군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나 그가 용기를 수집하지 않았다는 뜻이군! 아닌데!?’
허칠안은 살짝 동요하면서 자신이 한 가지 일을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달았다.
부자 둘은 경성에 있을 때 패를 까고 한바탕 싸웠더랬다.
허칠안은 가까스로 이겼다. 그리고 사람 구실 못하는 자는 기운을 거두는 데 실패하였다.
하여 허칠안의 생각에 사람 구실 못하는 자가 군사를 일으키려면 기운을 도로 거두거나 용기를 수집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사고의 사각지대에 빠진 셈이었다.
허평봉이 500년 전의 그 혈통을 도와 반란을 일으키려면 용기도 그렇고 국운도 그렇고 전부 금상첨화였다. 대봉이 엉망진창이 될수록 그가 반역에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산해관전역에서 그는 대봉의 국운을 훔쳤다. 그는 원경제를 벤 사건에서 성공적으로 용기를 격파했다.
이로 인해 대봉은 쇠약해지면서 내우외환이 잦아졌다.
허평봉은 사실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
‘역시나 연기사답고, 역시나 감정의 대제자다워. 허평봉은 5층에 있어…….’
허칠안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용기를 수집하겠습니다.”
‘또 용기야. 서겸과 감정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군…….’
이영소는 마치 서당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아이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 일 이후에 국사께서는 순조롭게 1품에 들어설 수 있습니까?”
허칠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질문을 던졌다.
‘뭐라고?!’
이영소는 하마터면 자신의 표정을 주체하지 못할 뻔했다.
‘인종 도사 낙옥형이 1품을 돌파하려 한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그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싶었다. 성자가 아는 바에 따르면 인종에서는 지금껏 1품 도사가 나온 적이 없었다. 적어도 역사를 기록한 이래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1품으로 승직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네.”
낙옥형이 침음했다.
“짧으면 석 달, 길면 반년 정도 되어야 나는 천겁을 넘을 자신이 생기네.”
‘한 달에 한 번씩 업화가 몸을 태우니 가장 빨라도 3번이고, 길게는 반년이니 그렇게 되면 6번…….’
허칠안은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고 싶었다.
“천인 간의 전쟁 전에 국사께서 먼저 금련을 도와 타락한 마념을 해결해주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는 정덕이 타락하게끔 밀어붙인 원흉이에요. 대봉의 국력이 쇠약해졌지요. 진북왕의 성안 백성 도살 사건, 나아가 위연의 전사까지 어느 정도는 그가 원인이 됐습니다.”
허칠안은 나지막이 말했다.
낙옥형은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천인 간의 전쟁 후일 수도 있네.”
‘내가 그녀에게 자신이 없다는 데에 화를 내는 건가…….’
허칠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면 제가 수련 경지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왜 천종이 천인 간의 전쟁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천존이 의아하게 사라졌는지 아주 궁금하거든요.”
그는 말을 마치고 국사를 쳐다보면서 미인의 대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