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0
800화. 수라장(修羅場)?
“그건 천존 자신만이 알겠지.”
낙옥형이 대답했다.
“그럼 왜 인종 도사가 천종을 물리치면 1품에 충격을 가할 희망이 생기는 겁니까?”
허칠안이 또 물었다.
“기운을 빼앗으니까.”
낙옥형이 말했다.
그녀는 뒤이어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역시나 그저 가망이 있을 뿐이네. 사실 제왕에게 의지하여 국운을 삼키고 내뱉을 수 없다면, 인종이 천종을 물리치고 1품으로 승직하고 싶어도 확률이 크지 않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이영소는 대화를 듣고 있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슴이 뜨거웠다. 두 거물 사이의 대화에서 새어 나오는 정보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가 예전에 접근할 수 없었던 정보였다.
“도존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제가 가리키는 건 천종 도사의 의뭉스러운 실종입니다.”
허칠안은 갑자기 한 마디 내뱉었다.
이영소는 자신의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듯했다. 이 주제가 영향을 미치는 단계가 너무 고차원적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낙옥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가 국사께 말씀드렸던 지하 궁전을 기억하십니까? 벽화와 제가 직접 얻은 단서에 따라 추측해보면 원고 시대의 도문은 오늘날의 무도처럼 왕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도존은 존재하지 않았지요. 이는 도문은 결코 도존이 창시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창시한 건 ‘천지인’ 3종입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이 순간, 이영소는 하마터면 상대방에게 농담하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할 뻔했다.
도존은 도문의 창시자였다. 이는 천지인 3종 고적에 기재되어 있으며, 후대의 각 체계에게 인정받은 지식이었다.
원고 시대에 도문이 왕성했던 건 도존의 공로였다.
이영소는 서겸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선배님,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이영소는 참지 못하고 입을 떼 질문하였다.
* * *
옹주성, 두 동 딸린 저택 안에 피풍의를 걸친 남자가 들어와 곧장 뒤뜰로 갔다. 그는 뜰 안에 있는 승려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나아가 어느 조용한 방에 이르렀다.
방 안에는 3명의 승려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긴 눈썹이 볼까지 늘어져 있고 미간에는 사마귀가 있는 도정 나한, 흉측하기 짝이 없는 얼굴에 매서운 눈빛을 한 수라금강 도범이었다. 그리고 머리카락, 수염, 눈썹이 없는 도난 금강이었다.
“도난 금강, 자네가 우리의 약속을 깼네.”
피풍의를 두른 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전송 법기를 선물한 건 협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용하라는 것이었네. 허나 혼자서 한발 앞서 허칠안을 노렸더군.”
도난 금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협력하지 않는 걸 선택해도 되네만.”
“자네…….”
피풍의를 두른 자는 화를 내며 웃었다.
“버젓한 불문 금강이 말에 신용이 없다니. 지금 자네가 경솔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경계하게 했으니 다시 용기 숙주로 그를 끌어내고 싶어도 말처럼 쉽겠는가?”
이때 도정 나한이 눈을 뜨고, 피풍의를 두른 자를 훑더니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사전에 전송 법기를 도난 사제에게 건넨 게 바로 이걸 노린 거 아닌가? 공명정대한 사람은 뒷말하지 않는 법. 지금 이미 인종 도사 낙옥형이 불자의 비장의 패 중 하나라는 걸 확인했잖나. 게다가 사천감의 손현기도 있지. 상대방의 전력을 이미 대충 파악하였다고. 천기궁은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는가?”
피풍의를 두른 자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헤’ 하고 소리를 냈다. 그는 이제 그전의 화제에 얽매이지 않고 말했다.
“천기궁이 믿을 만한 정보를 쥐었습니다. 한 용기 숙주가 옹주성에 와서 무림대회에 참가한다더군요. 그를 잡으면 허칠안을 꿰어낼 수 있습니다.”
도난 금강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9개 용기 중 하나?”
오늘 일을 겪었으니 평범한 용기 숙주로는 더는 허칠안을 낚을 수 없었다.
피풍의를 두른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주께서 제 계획에 찬성하셨고, 이미 신숙(新宿) 스물여덟 중에 창룡성숙(蒼龍星宿)을 보내 돕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면 참 좋겠군.”
수라 금강이 한 마디 거들었다.
* * *
허칠안은 이영소의 질문을 듣더니, 그에게 비밀을 말해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 일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이영소는 천종 성자였으니, 그는 천종의 일부 고적을 접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만약 그가 목적성을 지니고 제대로 찾는다면 어느 정도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는 그가 지하 궁전 주인의 신분을 추리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하여 그는 차분한 어조로 서술했다.
“내가 일찍이 고분에 내려간 적이 있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고증할 수 없더군. 묘의 주인은 도사인데 그가 도겁에 실패한 뒤 남은 잔혼과 옛 몸뚱이로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창조했네. 그 옛 몸뚱이가 내게 말하길 그는 도존이라는 인물을 전혀 알지 못한다더군. 허, 그가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나.”
‘이건…….’
이영소는 듣더니 눈동자가 약간 수축했고, 본능적으로 믿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또 서겸이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도문은 도존이 창시한 게 아니라고? 도존은 나중에 온 자라고?’
이 비밀은 그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낙옥형이 물었다.
“이게 천종의 천존이 사라진 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
“도문의 각 유파가 점점 쇠약해지고 3종은 왕성해졌습니다. 도존 이 초품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져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이 사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허칠안의 말에 낙옥형은 생각에 잠겼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자, 두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담을 나누었다. 이영소는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때로는 낙옥형을 몰래 몇 번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매혹적이고, 보면 볼수록 헤어 나올 수가 없어…….’
그는 그녀를 사모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소위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배필이었으며,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을 사모하고 추앙하는 건 모든 남자의 천성이었다.
“천지인 3종 중, 천종은 혼사에 대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태도를 취하지. 지종 역시 그러하고. 유독 인종은 제자가 도려를 찾도록 북돋는단 말이야……. 그녀는 분명히 도려가 없다. 내게 기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 빌어먹을 매력이 그녀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영소는 자신의 매력에 있어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상대는 버젓한 인종 2품 도사였으니 다른 여인처럼 그렇게 경박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보통 남자는 낙옥형의 눈에 들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서겸은 전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그는 이미 부인이 있었다. 천하의 낙옥형이 부인이 있는 남편과 도려를 맺을 리가 만무했다.
이때 갑자기 다실 안에서 청광이 움직이더니 사람 형체가 두드러졌다.
눈처럼 흰옷을 입은 데다, 이목구비가 평범한 이자는 바로 감정의 이제자 손현기였다.
“오셨군요.”
허칠안이 말했다.
손현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벌려 말을 하려 했다. 그런데 허칠안이 앞다투어 말했다.
“저희 글을 쓰죠.”
이영소가 바로 덧붙였다.
“맞아, 맞아, 글을 쓰세요.”
성자가 보기에, 손현기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건 기분을 단단히 망치는 일이었다.
아무리 담담한 사람이라도 손현기과 함께 3일 이상 있으면 무조건 수련 경지가 망가졌다.
“…….”
손현기는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는 두 사람의 미움을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다른 이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붓을 들어 글을 썼다.
“자네의 전서를 받고 바로 전송해서 왔네. 소라의 위치에 근거하여 이곳을 찾았어.”
‘어째서 지금에서야 온 거야. 시신을 수습하러 온 거니? 역시 이모가 믿을 만해…….’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저는 이미 용기 두 개를 수집했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건 중요한 그 9개의 용기였다.
손현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글을 썼다.
“나 역시 흩어져 있는 용기들을 수집했네. 그 숙주를 사천감으로 가지고 돌아갔으니 자네가 시간 있을 때 경성으로 돌아가 용기를 뽑아내면 되네.”
그 역시 스승의 명을 받들어 용기를 수집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지서 파편이 없었기에 그는 숙주를 사천감으로 데리고 돌아가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손현기는 이 말을 다 쓴 뒤, 비단 주머니에서 서신 뭉치를 꺼내 허칠안 앞에 두었다.
“이건 자네에게 전해달라고 그녀들이 내게 부탁한 것이네.”
이사형은 글로 말했다.
이영소가 고개를 내밀어 보았는데 가장 위에 있는 서신 봉투에 ‘임안’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임안이 누구야?’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허칠안은 이영소가 옆에 있어서 바로 서신 봉투를 뜯지 않았다. 그는 대충 살펴보았다가 서신이 5통 있음을 알아차렸다.
‘임안과 회경 외에 3통은 누가 쓴 거지? 신년과 영월 그리고 저채미? 나를 찾을 수 없으니 이사형을 통해 서신을 전하는구나. 아주 총명해…….’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서신을 품에 넣었다.
뒤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이영소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네는 객잔으로 돌아가 나 대신 그녀를 잘 보살피게. 7일 후에 돌아온다고 그녀에게 알리게.”
“선배님, 요 며칠 내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영소가 물었다.
‘쌍수하려고, 아우님…….’
허칠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와 무관하네.”
그가 막 말을 하던 그때 다실 안에 있던 네 사람이 동시에 입구를 쳐다보았다.
작은 흰 그림자가 스쳐와 문밖에 멈췄다. 곧 앳된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여기예요, 바로 여기…….”
정교하고 깜찍한 흰 여우가 문밖에 서서 고개를 돌려 자신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십여 초 뒤, 숨을 헐떡이는 모남치가 왔다.
‘그녀가 어떻게 온 거지…….’
허칠안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낙옥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온 거예요…….”
허칠안은 황급히 일어났고 말투 역시 조심스러웠다.
모남치는 그를 쳐다보더니 냉소를 지었다.
“내가 말했지, 왜 비밀스럽게 굴면서 객잔에도 돌아오지 않고 내가 자네를 만나지도 못하게 하냐고. 알고 보니 몰래 낙옥형과 붙어먹었던 거였어.”
‘제기랄, 그녀가 나와 국사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지? 옳지 않아…….’
허칠안은 속으로 수없이 빈정대면서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오해했어요. 그런 일 없어요.”
그는 감언이설로 모남치를 속이려 했다. 허칠안은 여전히 그녀가 그와 낙옥형이 쌍수하는 일을 자세히 알 거라고 믿지 않았다.
‘바람피우다가 현장에서 잡힌 것처럼 마음이 켕기는 건 어찌 된 일이지…….’
그는 속으로 묵묵히 구시렁거렸다.
모남치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돌아서서 낙옥형을 쳐다보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원경제와 쌍수하라고 권한 날은 응하지 않더니, 마음에 더 젊은 놈이 생겼네. 어째, 너처럼 마흔 가까이 되는 늙은 소가 파릇파릇한 풀을 뜯으려고? 흥, 너 매달 7일 동안은 업화가 몸을 태우지. 내가 날짜를 아주 잘 알고 있거든. 그가 일전에 네가 근래에 찾아올 거라고 내게 말하더군. 나는 교활한 계략이 있는 줄 딱 알았어.
그 당시 떠봤을 때 그도 말하지 않더군. 오늘 흰 여우더러 이영소의 냄새를 맡아 추격하라고 했고, 허, 네가 여기에 있는 걸 보니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 뭐야.”
‘알고 보니 그녀가 그때 꼬치꼬치 캐물었던 게 이미 갈피를 잡았던 거구나. 역시 여인은 타고난 광대야…….’
허칠안은 무표정으로 입구에 웅크리고 앉은 백희를 훑었다.
흰 여우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아니야, 나와 관계없는 일이야…….’
흰 여우는 속으로 한 마디 변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