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1
801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이 순간 이영소의 머릿속은 온통 ‘불가능’이라는 세 글자로 가득했다.
‘무슨 뜻이지? 뭐가 늙은 소가 파릇파릇한 풀을 먹는다는 거야? 서 부인이 지금 서겸과 낙옥형이 간통했다고 말하는 셈인데…….’
이영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듯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어둡고 불공평한가.
‘서겸이 어째서 낙옥형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이건 불가능한데. 인종 도사가 어째서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한다는 거야……. 도사님, 말 좀 해보세요.’
이영소는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한참 동안 말하는 이가 없는 걸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 부인, 제 생각에는 이 일에는 분명히 오해가 있습니다.”
본래 그는 ‘우리 도문의 도사가 당신 부군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은 지나치게 상대를 모욕하는 듯했다. 그는 서겸을 건드릴 수 없었다.
“자네가 무슨 볼일이 있다고, 썩 꺼지게.”
모남치는 버들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이런 거친 성격과 평범한 자태로 만약 낙옥형이 정말 네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하면 경쟁력이 있겠어? 지금 이렇게 분노하는 게 소위 무능력해서 광분하는 건가?’
이영소는 속으로 비방했다.
그리고 이 순간, 이사형 손현기는 이미 슬그머니 분쟁의 소굴을 떠난 뒤였다.
낙옥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는 폭이 좁고 긴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먹잇감을 잘 지키네, 모남치. 네가 무슨 근거로 내 일에 관여하지? 무슨 근거로 그의 일에 관여하고?”
그녀는 모남치의 오만함으로는 아마 지금까지도 허칠안을 향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허칠안은 얼른 기대감 어린 눈으로 왕비를 쳐다보았다.
……모남치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허칠안이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을 힐끗 살피고선 즉시 눈을 부라렸다.
“자네 아주 득의양양하지?”
‘어? 이건 무슨 전환이야…….’
허칠안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즉시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순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좀 걱정했다.
허칠안은 유사한 아수라장을 겪은 적이 있었다. 임안과 회경 역시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임안은 달래기 쉬웠으며 회경은 또 총명한 여인이었기에 멈추는 순간을 알았다.
게다가 애당초 그가 회경과 임안 사이에 낀 건 본질적으로 자매 둘의 세력다툼이었다. 그때 그는 그저 도구일 뿐이었다.
지금 눈앞의 상황은 달랐다.
다행히 낙옥형이 주도적으로 화력을 감당했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
“애당초 내가 네게 기회를 줬는데 너는 그를 따라 강호를 떠돌지 않겠다고 말했잖아.”
그녀가 한 말은 변명이면서 위협이었다.
낙옥형은 뒷말을 더 하지는 않았으나 모남치가 이해할 거라 믿었다.
어찌 모남치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냉소를 지으며 말할 줄 알았겠는가.
“좋아. 얼마든지 해 봐. 그가 기꺼이 하는지 아닌지 보자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나를 기생집에 팔려고 했어.”
“그럴 리가, 그럴 리가…….”
허칠안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서 부인, 고작 이런 자색으로는 기생집에 팔아도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가 없을걸요…….’
이영소는 옆에서 한 마디 빈정댔다. 그는 남의 재앙을 고소하게 생각하면서도 또 씁쓸하게 서겸을 쳐다보았다.
성자는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미 이해했다. 서 부인의 말이 맞았다. 낙옥형과 서겸의 관계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성자는 예전에 서 부인이 서겸을 비웃었던 일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 자색이 뛰어났으며, 경국지색의 홍안지기였다.
하지만 이영소는 서 부인의 평범한 자색을 떠올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쨌거나 그의 모든 홍안지기는 하나같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이 점은 서겸이 어떻든지 간에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
‘서겸과 낙옥형의 관계는 아마 개인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수련 경지 덕분이겠지. 이건 특수한 사례에 속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서 부인 같은 여인이야말로 서겸과 잘 어울리거든…….’
성자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낙옥형은 침착하게 차를 마시곤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를 내쫓게.”
모남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꺼져야 할 건 너야.”
성자가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는 사이, 갑자기 서겸의 전음이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가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군. 하하, 서겸아, 서겸, 이 늙은이…….’
이영소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남을 가르치려 드는 어조로 전음하였다.
“아주 간단합니다. 이건 그녀들의 성격과 선배님 마음속에서의 무게에 근거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지요. 만약 동방 자매와 문인천유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저는 동방 자매를 향할 것이고, 문인천유가 화를 내며 가게 할 방법을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동방 자매의 상대가 아니고, 자매들은 정적에게 인정사정없이 구니까요. 저는 천유를 보호하는 겁니다.
만약 시행과 동방 자매라면 저는 시행을 향할 거예요. 행아는 가냘프고 민감한 여인이며 달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동방 자매는 상대적으로 달래기 쉽습니다.
낙옥형 도사와 서 부인 사이에서라면 제 제안은 낙옥형을 향하는 겁니다. 그녀의 성격이 더 이상하고 차가워 보이거든요. 그리고 서 부인은 선배님의 부인이니 도망칠 수 없어요. 게다가 도사는 경국지색인데 어찌 서 부인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성자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경험을 전수하였다. 하지만 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후회하였다.
‘내가 왜 서겸을 가르치려 하지? 얼른 국사와 사이가 틀어져야 좋은데.’
‘헛배웠군…….’
허칠안은 전음으로 말했다.
“어떤 일들은 자네가 알지 못하네. 모남치는 다른 여인과 달라.”
‘뭐가 다르다는 말이야…….’
이영소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서 부인의 이런 자태로 낙옥형 앞에서 이렇게 떳떳하다니. 그녀는 설마 남보다 못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가? 이치를 따지자면, 무릇 수치심이 있는 여인이라면 선녀 같은 정적을 만나면 아무리 화가 나도 어느 정도는 열등감을 느낄 텐데.’
하지만 그는 서 부인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에는 마치 ‘너 이 쓰레기’라는 글자가 적힌 듯했다.
낙옥형은 찻잔을 내려놓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다소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누가 꺼질지 자네 스스로 결정하게.”
‘아, 이거, 어떡하냐. 아니면 같이 남는 건 어때…….’
허칠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흰 여우는 약간 쫄아서 낙옥형을 쳐다보더니 모남치 발 옆으로 뛰어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모, 우리 가요. 그녀는 너무 예뻐요…….”
게다가 그녀는 분위기가 강한 게 딱 보아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이 틀림없었다. 흰 여우는 강자에 관해 날카로운 직감을 지녔다.
이모는 예쁘지도 않고 수련 경지도 없었기에 분명히 이 여인과 싸워서 이기지 못할 터였다.
모남치는 이 말을 듣자 ‘허’하고 소리 내더니 오른쪽 손목을 들었다. 소매가 미끄러지면서 새하얗고 섬세한 손목과 그 염주가 드러났다.
그녀는 시위하듯 낙옥형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염주를 걷었다.
삽시간에 그녀의 용모와 기질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그녀의 둥글고 아름다운 눈은 마치 옅은 호수에 반짝반짝 빛나는 옥석이 스며든 듯 영롱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입술은 불그스레하고 입꼬리는 조각처럼 정교했다. 유혹적인 앵두처럼 남자가 입을 맞추게 유혹하였다.
그녀는 마치 여왕처럼 교만했고 모든 걸 깔보는 자태를 지녔다. 하지만 그녀가 시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그 아름다운 미모로 인해 숱한 미녀들을 내려다볼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름답기도 아름답지만 기질과 풍채가 한 수 위였다. 그림 속 미인 같았다.
“허씨, 누가 가?”
모남치는 교만하게 아래턱을 치켜올렸다.
“…….”
이영소는 마치 조각상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영혼이 안팎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낙옥형을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이는 없다…….’
천종 성자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허(許)와 서(徐)의 발음은 아주 비슷했지만, 이영소는 모남치의 미색에 완전히 빠져 이 단서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게 바로 그녀의 진짜 모습? 이게 바로 서 부인의 진면모인가? 맞다, 서겸은 역용할 수 있지. 나는 왜 평범한 자태의 모습이 바로 그의 진짜 모습이라고 확신했을까? 나는 정말 멍청하다, 정말.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이 있는데 지금껏 제대로 본 적도 없다니…….’
가장 괴로운 점은 그녀가 서겸의 부인이라는 부분이었다.
이 순간 이영소는 자신의 매력에 의심이 생겼다. 그는 과거에 서 부인의 평범한 자태에 기반을 둔 자신감이 깡그리 사라졌다.
‘나는 예전에 서 부인이 나한테 특별한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고, 또 어쩔 수 없고 불만스럽게 인내하였는데…….’
성자는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갑자기 우스운 자식이 알고 보니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허칠안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엄청난 의지로 눈을 떼고 모남치의 손목을 잡아 재빨리 보리수 줄을 다시 채웠다.
“소란 피우지 마세요. 적이 밖에 있는데 이렇게 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비록 망기술은 거리 제약이 있지만 그녀는 만일에 대비하여 팔찌를 반드시 껴야 했다.
그가 그녀에게 팔찌를 다시 채운 순간, 낙옥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라진 모남치가 말했다.
“그럼 자네가 그녀를 보내.”
그녀는 먹잇감을 지키는 어미 고양이 같았다.
허칠안이 막 말을 하려는데 매력이 무쌍한 천종 성자가 돌아서서 가는 게 보였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같았다.
이영소의 제안은 그에게 상당히 좋은 깨달음을 주었다.
‘비록 나와 낙옥형의 쌍수는 거래의 명분이다. 하지만 전에 이해한 바에 따르면 국사는 쌍수를 아주 중시한다. 일단 쌍수를 결정했다는 건 도려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나에 대해 호감이 없다면 절대 나와 쌍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라기에는 또 한 발 부족하다. 이때 만약 내가 그녀를 향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녀의 그 호감을 날리고 말 것이다. 같은 이치로 모남치도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녀의 성격을 이용하면 된다.’
“국사께서는 도겁이 임박했습니다. 지난번에 그녀가 저를 도와 지종 도사를 상대하여 시간을 끌었기에 제가 원경을 죽인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이유로 지종의 타락한 사물(邪物)에 영향을 받았기에 더는 제압할 수 없습니다.”
허칠안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시간이 없어요.”
역시나 본질적으로 선량한 모남치는 잠시 말문이 막히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친한 벗이 천겁으로 죽는 걸 견딜 수 없었으며, 한편으로는 허칠안이 친한 벗과 쌍수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자네는 나를 괴롭힐 줄 알아.”
이때 낙옥형이 허칠안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 나가게. 내가 그녀와 대화할 테니.”
허칠안은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반박하지 않는 걸 보자 말없이 다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