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3
803화. 칠정(七情)
‘머리를 꽤 많이 썼군…….’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이것이 낙옥형이 명색이 인종 도사로서의 마지막 긍지와 오만임을 알았다.
그가 뒤돌아서 촛불을 끄고 장화를 내던지고 막 침상에 오르려는데 두 손이 가슴을 밀어냈다. 낙옥형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 말게…….”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심경은 복잡했다.
낙옥형은 어느새 눈을 뜨고 어둠 속에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참을 서로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허칠안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낙옥형은 말없이 그를 한참 주시하였다. 이윽고 그의 가슴을 밀어내던 손이 무력해졌다.
허칠안은 그녀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그녀는 업화가 몸을 태울 때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그녀는 평소에 결단코 이렇지 않았다.
달갑지 않아 거절하려다가도 맞이하는 이유는, 낙옥형이 그에게 호감이 있고 그를 인정하며 심지어는 도려로 발전하기로 했기 때문일 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 이 쌍수는 기세에 밀려 못 이기는 척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저항하였다.
허칠안이 이불자락을 쥐고 힘껏 터니 와르르 하는 소리 사이로 솜이불이 넓게 깔려 모든 걸 가렸다.
뒤이어 이불 속에서 갑자기 격한 몸부림이 일더니, 잠깐 지속하다가 멈췄다. 그런 뒤 허리띠 하나가 안쪽 솜이불 틈 사이로 내던져졌다.
허리띠가 내던져지면서 이불 속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솜이불이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 뒤 평온해지면서 비단 바지가 내던져졌다.
이내 여인의 사적인 의류를 포함하여 여러 옷가지가 침상 옆 바닥에 흩어졌다.
* * *
반 시진 후, 어둠 속에서 낙옥형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 붙지 말게, 꺼져.”
‘이모, 지금 이건 나한테 뭐가 사전에 악마처럼 미친 듯이 굴고 사후에는 불자처럼 성스러운지 설명해주는 거예요?’
허칠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기름 덩어리처럼 희고 매끄러운 이모의 등에 가슴을 바짝 붙였다.
그의 정고가 마침내 엄청난 만족을 얻었고, 정(情)·욕(欲)의 힘을 미친 듯이 빨아들여 무럭무럭 성장하였다.
그리고 쌍수는 상호 보완적이었다. 낙옥형은 그의 기운을 빌려 업화를 잠재웠으며, 허칠안 역시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그의 단전 기기가 약간 중후해졌다.
3품 이후에 토납은 기기 증가에 이미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
허칠안이 3품에 발을 들인 뒤, 수련 경지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한데 지금 낙옥형과 쌍수하고 나니 그는 수련 경지가 발전할 희망이 보였다.
설령 봉마정이 그의 수련 경지를 제한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풀릴 터였다.
허칠안은 낙옥형의 허리를 감싸고 머리카락 사이의 상쾌한 향기를 맡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계속해서 수련할까요?”
낙옥형은 2품의 거드름을 피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리 가게.”
‘왕비가 거만하다고 말하기는. 너도 그녀보다 나을 게 없거든요…….’
허칠안은 눈썹을 치켜올렸는데 갑자기 어느 연약한 부분이 싸늘해진 듯했다. 낙옥형이 검지(劍指)로 그쪽을 가리켰다.
“자, 자요.”
허칠안은 말없이 뒤로 움츠려 그녀와 멀리 떨어졌다.
두 사람은 더는 교류하지 않고 평온하게 숨을 쉬며 잠들었다.
대략 양주향의 시간이 흐른 뒤 몹시 뜨거운 몸이 다가오더니 낙옥형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업화가 다시 타오르는군…….”
인종의 업화가 골수까지 깊이 파고들었는데 어찌 한두 번으로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허칠안은 장기전을 할 준비를 진작에 마쳤다. 하지만 그는 심보가 뒤틀렸기에, 방금 전 낙옥형의 도도한 태도를 떠올리고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안 되겠습니다. 저 체력이 버티지 못해요. 오늘은 다 수련할 수 없겠어요. 내일 밤에 다시 얘기하시죠.”
낙옥형은 입을 열어 쌍수를 요구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 듯, 매끈하고 보드라운 몸으로 그의 몸을 비비며 유혹했다.
허칠안은 고인 물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양측이 일각을 대치하였다. 낙옥형의 피부는 화끈 달아오르고 얼굴은 취한 것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업화가 타서 괴로웠다.
그녀는 불그스름한 입에서 때때로 느끼하면서도 쉰 음절을 몇 차례 내뱉었다.
“그만해…….”
국사의 목소리가 머리맡에서 들려왔다. 허스키한 가운데 노여움이, 노여움 가운데 유약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이제 예전만큼 썰렁하고 무미건조하지 않았다.
‘강한 여인이야. 반드시 7일 동안 쌍수하면서 정복하고 말겠어…….’
허칠안은 입술을 핥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국사, 제가 우스갯소리를 들려드리지요.”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주 오래전, 이렇게 추운 밤이었습니다. 얼음을 띄운 오매탕이 얼음을 떠나 놀러 나갔어요. 오매탕은 놀다가 자신의 그릇 안 얼음이 녹았다는 걸 알아차렸죠. 그래서 울면서 돌아가 얼음을 찾았습니다. 얼음덩어리가 뭐라고 했는지 맞혀보세요.”
낙옥형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허칠안은 뜸을 들이지 않고 그녀의 귓가에 한 마디 속삭였다.
그는 말을 마친 뒤 기대에 찬 눈으로 낙옥형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낙옥형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면서 잇새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
“허—칠—안—.”
“국사, 농담한 것뿐입니다.”
허칠안은 굽힐 수도 펼 수도 있었다.
그는 이에 따라 위에서 덮쳤으나 낙옥형의 격한 반항에 부딪혔다. 냉엄한 미인은 정색한 채 옥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밀쳤다. 매번 허칠안이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그녀에게 밀렸다.
‘그녀가 화났다, 신경질적이야…….’
허칠안은 그녀의 손목을 감은 채 한 차례 잡아끌며 치근거렸다. 낙옥형은 더는 반항하지 않고 토라진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 *
동틀 무렵이 되자, 낙옥형은 장포를 걸친 채 창문을 열고 찬바람이 방 안에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었다. 바람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옷깃을 흩날려 눈처럼 하얀 살이 보일락 말락 했다.
그녀는 동쪽의 희끗희끗한 하늘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낙옥형은 오늘 밤 발생한 모든 일을 회상하니 갑자기 꿈만 같았다.
첫째로 그녀가 떠올린 건 업화를 무너뜨렸다는 기쁨과 도려의 맛을 처음으로 본 감탄과 허전함이었다. 그리고 그녀 마음속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감정이 있었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 보자. 만약 누군가 그녀의 미래 도려가 야경꾼 관아의 그 동라라고 했다면 낙옥형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이렇듯 기묘했다. 그녀의 눈에 후배이자 아이에 불과했던 한 젊은이가 현재 그녀의 도려가 되었다.
“첫째 날 업화가 잠잠해졌나요?”
뒤에서 허칠안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낙옥형이 막 말을 하려던 참에 허리가 두 팔에 에워싸졌다. 그러더니 뜨거운 입맞춤이 목덜미에 퍼부어지며 그칠 줄을 몰랐다…….
그녀는 온몸에 닭살이 돋아서는, 눈썹을 찡그리며 허칠안을 팽개치더니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어젯밤에 간단하게 약속하지 않았는가. 자네와 나 사이는 그저 업화를 잠재우는 데 지나지 않는 거래일 뿐이네.”
‘죽어도 체면은 차리시겠다…….’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국사, 저희 이미 도려입니다.”
낙옥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의 도려는 나 하나밖에 있을 수 없네.”
“…….”
그녀는 이 주제에 더는 얽매이지 않고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자네는 내가 왜 매번 업화가 몸을 태울 때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는지 아는가? 나는 7일 동안 독거 수행해야 했지.”
“원경제가 기회를 노리고 들어올까 봐?”
허칠안이 추측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당시의 업화는 이성을 잃을 정도가 아니었네. 내가 원치 않으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었지. 진정으로 내가 독거 수행한 이유는 칠정이네!”
“칠정?”
허칠안은 반문했다.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악(惡), 욕(欲).”
낙옥형은 천천히 말했다.
“앞으로 7일 동안 나는 칠정에 좌우되어 나 같지 않게 변할 걸세. 심지어 자주 추태를 보일 거야.”
인종의 업화는 본질적으로 칠정육욕(七情六欲)이었다. 허칠안은 아는 듯 모르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날이 밝은 뒤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자네와 약속을 해야겠네.”
낙옥형은 멀리 바라보며 훈계하였다.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네. 이 7일간은 자시에 반드시 내 방으로 와야 하고.”
그녀는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때까지 기다린 뒤, 창문을 닫고 솜이불을 말며 숨을 돌렸다.
허칠안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정신이 아주 또렷하여 장포를 걸치고 침실을 나섰다.
그는 찬바람을 맞으며 동이 트는 아침 햇살 사이를 지나 온천에 이르렀다.
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은 약간 뜨거웠지만 그에게는 딱 좋은 온도였다.
“그녀도 데리고 나와서 목욕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만약 임신하면 어떡하지…….”
허칠안은 따뜻하고 편안한 못에 몸을 담갔다가 갑자기 이 문제가 떠올랐다.
국사는 본래 큰 상어인데 만약 쌍수를 통해 임신한다면 다른 물고기가 몸을 둘 곳이 있을까?
“그녀가 이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은근슬쩍 계산한 건지. 하지만 겉으로는 말하지 않으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허칠안은 좀 좌불안석이 되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뜬금없이 전생의 명대사 한 마디가 스쳤다.
.
그는 출처는 이미 잊었지만, 이렇게 상스러운 대사를 두 평생 기억했다…….
국사가 이런 각오가 있다면 좋을 텐데!
* * *
날이 점점 밝아지자 새빨간 아침 해가 동쪽에서부터 반쯤 떴다.
허칠안은 목욕을 해서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가 온천에서 올라와 옷을 입고 막 장포를 걸치려 할 때였다. 눈앞이 흐려지더니 낙옥형의 형체가 나타났다.
그녀의 표정은 아주 이상했다. 허칠안을 본 순간, 그녀는 안심하면서도 겁이 난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또 화가 난 얼굴이었다.
낙옥형은 버들눈썹을 곤두세우며 화난 얼굴로 말했다.
“어디 갔었지? 왜 내 옆에 있지 않았던 건가?”
허칠안은 망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그녀가 까닭 없이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이내 뭔가 떠오른 듯 한편으로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연 설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몰래 관찰하였다.
“어젯밤에 과도한 노동으로 피곤해서 목욕하러 왔습니다. 국사, 점심 식사 드셨나요?”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낙옥형은 ‘과도한 노동’이라는 말을 듣자 뽀얀 얼굴에 홍조를 띠더니 노발대발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너를 찾아 식사하려던 참이다.”
두 사람은 즉시 돌아와 봄처럼 따뜻한 침실에 이르렀다. 청행원의 여종이 긴 탁자를 옮겨왔는데 위에는 죽, 고기 찐빵, 떡, 유조, 장아찌 등의 아침밥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낙옥형은 다른 건 먹지 않고 흰죽 한 그릇을 받친 채 난화지(*蘭花指: 엄지와 중지를 안으로 구부리고 나머지 손가락은 위로 치켜드는 손놀림)로 자기 숟가락을 집고 조금씩 먹었다.
‘이건 아마 칠정의 ‘노(怒)’가 글자 그대로 거칠게 화를 낸 거겠지. 이따가 조심스럽게 대해야겠군.’
허칠안은 침음하면서 그녀를 관찰했다.
국사는 여전히 국사였다. 도도하고 아리따웠으며 미간의 주사는 마치 신선 생활을 하는 선녀 같았다.
그는 어젯밤의 모든 게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허칠안은 국사의 몸매가 얼마나 화끈하고 혼을 뺏기게 하는지, 피부는 얼마나 보드랍고 탄력이 얼마나 좋은지 이미 깨달았다.
‘내가 뜻밖에도 대봉 국사이자 원경제가 얻고자 해도 얻지 못하는 미인과 잠자리를 하다니…….’
허칠안은 어젯밤을 추억하는 이 순간 다소 몽환적인 기분이 되었다.
“충분히 봤나?”
낙옥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더니 뾰로통하게 화를 냈다.
‘다 잤는데 몇 번 보면 어떻다고…….’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고, 뒤이어 시선이 국사의 탱탱한 가슴으로 향했다.
탁!
젓가락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와 허칠안 앞의 탁자에 꽂혔다.
“밥 먹을게요, 밥!”
그는 시선을 거두고 말없이 죽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