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5
805화. 사람을 찾다 (2)
뇌정은 사무와 관련되는 일을 싫어했기에 무림대회의 주최자는 공손향양이었다. 그가 오늘 막 연설을 마쳤을 때였다. 이 무리가 이곳으로 그를 청했다.
이 무리는 아주 무시무시했다. 5품 전봉인 공손향양의 수준으로는 창을 멘 소년과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 늙은 도사의 깊이만 1차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 파악할 수 없었다.
공손향양은 이 무리가 대부분은 4품 고수일 거라는 대담한 생각을 했다.
다만 이 추측은 지나치게 놀라울 뿐이었다. 강호에서 4품 무사는 한 측을 웅거하는 우두머리였다. 경성처럼 고수가 많은 곳에서야 한데 모여 나타날 뿐이었다.
대봉 13개 주(州)에서 한 주(州)당 인구가 천만 내지는 수천만에 이르는 곳에서야 4품이 여러 명 출현하였다.
“희현입니다.”
유일하게 앉아 있던 온화한 기질의 젊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희 대협!”
공송향양이 연신 공수하였다.
‘희현…….’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희라는 성씨는 그를 몹시 예민하게 했다.
자칭 희현이라는 젊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청주 인사입니다. 옹주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구경하면서 견문을 넓히러 왔습니다.”
그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초상화를 한 장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공손 가주께서는 옹주에서 잘 알려진 거물이시니 공손 가주께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그는 공손향양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신만 생각하며 말했다.
“소인을 도와 초상화 속의 인물을 찾아주시면 반드시 심심치 않게 사례하겠습니다.”
공손향양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터였다. 그는 두 손으로 초상화를 받아 자세히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별말씀을요. 소식이 있으면 반드시 사람을 보내 여러분께 통지하지요.”
사람을 찾는 것뿐이었다. 이는 사소한 일이었으니 이런 이유로 이 무리의 미움을 살 필요가 없었다.
희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말했다.
“그리고 또 사소한 일이 있습니다만.”
공손향양은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공손 가주께서 한 사람을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자는 초상화가 없는데 이름은 서겸이라 합니다.”
희현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서겸…….’
공손향양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서겸, 서 선배님을 찾는군…….’
공손향양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의아해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어떤 생각에 잠긴 척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이 이름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런 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서겸, 이 이름은 평범하기 그지없군요. 아마 옹주에 적지 않은 이가 이 이름을 쓸 겁니다. 무슨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까?”
희현이 말했다.
“이자의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보통이지요. 유일한 특징은 아마 청의를 입고 있다는 건데 물론 이게 꼭 특징인 건 아닙니다. 공손 가주께서는 주의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경솔한 행동으로 상대방이 경계하게끔 하지 않도록 명심하십시오.”
‘청의, 정말 서 선배를 찾고 있군…….’
공손향양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전부 작은 일이군요, 사소한 일이에요. 참, 여러 대협께서 먼 길을 왔는데 체면을 보아 공손 산장에 잠시 머무르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고의로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동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옹주 악질 토호로서 4품 고수 무리를 마주했으니, 만약 지금 비위를 맞추지 않거나 열정적이지 않으면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다른 한편으로 공손 산장은 그의 근거지였다. 그는 우선 사람을 속인 뒤 서 선배에게 통지하여 선배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려 했다.
희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일이 있으니 공손 가주께 더는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자들이 서 선배를 찾는 이유가 적이라서야 벗이라서야? 만약 적이라면 서 선배님 코에 붙여도 부족한데…….’
공손향양은 유감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를 떠보았다.
“그럼 개의치 않으신다면 소인이 앞으로 여러 대협께 몇 마디 더 잔소리할까 합니다.”
희현은 조금도 해롭지 않은 활달한 청년처럼 웃더니 말했다.
“환영입니다, 환영이에요.”
이윽고 공손향양은 그와 몇 마디 한담을 나눈 뒤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고했다.
* * *
“희현, 옆에 용기 숙주를 데리고 내 동향을 파악하는군……. 확실하다. 이 자식들은 500년 전의 그 혈통이야, 허평봉 사람이지.”
허칠안은 원신 파동을 거두었다. 그의 머릿속에 스친 첫 번째 생각은 ‘죽여라!’ 였다.
“음, 보아하니 그들 모두 고수인데. 지금 내 수준으로는 당연히 두렵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강자를 재빨리 베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 게다가 이자들은 대부분 명목상 미끼일 거야. 우선 관찰한 뒤에 결정하자…….”
그가 원신을 거두고 탐지하기로 한 이유는, 이 무리의 신분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자신의 적의를 통제할 수 없으니 분명 무사의 날카로운 직감에 걸릴 터였다.
연신경 이상의 무사는 위기에 관한 예감이 매우 강했다.
적의와 악의가 내포된 모든 주시는 상대방의 마음에 감지되었다. 이게 바로 무사가 매복당하고 암살당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하지만 감정을 머금지 않은 주시는 무사의 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허칠안은 경솔한 행동으로 상대방이 경계하길 원치 않았기에 과감하게 원신을 거두었다.
공손향양이 뜰에서 벗어나 연무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참새 한 마리가 공중에서 잠시 선회하더니 그의 어깨에서 멈췄다.
“가주…….”
뒤에 있던 공손가 자제가 마침 참새를 내쫓으려는데 공손향양이 손을 흔들어 막았다.
그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참새를 손에 올렸다. 그러더니 그는 그저 흥에 겨워하기라도 하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자들은 내력이 어떠하지요?”
역시나 공손향양의 귓가에 서겸의 전음이 들렸다.
서 선배는 참새를 매개로 하여 그와 전음으로 교류하였다.
“그들은 자칭 청주 인사라던데 말투는 그다지 그럴싸하지 않더군요. 저더러 두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선배님입니다.”
공손향양은 애완동물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참새의 머리를 어루만졌고, 전음으로 대답했다.
“선배님, 그들을 아십니까?”
허칠안은 ‘허’하고 소리 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 배후의 연장자는 알지요. 됐습니다. 얼토당토않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서 선배님의 이 말엔 세상의 온갖 풍파가 가득 담겨 있구나. 선배님은 사연이 있는 사람이야…….’
공손향양은 속으로 개탄했다.
“그들은 전부 무사입니까?”
허칠안이 전음으로 물었다.
공손향양이 약간 회상하더니 분석했다.
“그들 중 세 사람의 몸 표면에는 신체를 보호하는 신광이 없었고, 그중 두 사람은 행동거지나 기질이 무사 같지 않았습니다…….”
분석 결과, 공손향양은 자색이 절정에 달한 소녀, 오색찬란한 장포를 입은 남강 사람 그리고 칼을 멘 중년 이 셋이 신체를 보호하는 신광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동피철골경에 이르지 않았다.
소녀와 남강 사람의 기질과 거동은 무사 같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허칠안은 말을 마치고 참새를 조종하여 날개를 퍼덕여 날아갔다.
* * *
류홍면은 외청에서 나태하게 의자에 앉아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에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비단 치마 아래에서 붉은색 꽃신을 신은 발을 흔들었다.
“그나저나 우리 이미 그 자식을 완전히 놓쳤네.”
만화루의 기도(弃徒)는 귀밑털을 손가락으로 꼬며 말했다.
“만약 내가 그라면 나는 반드시 줄행랑을 칠 거야.”
허원상이 비웃었다.
“우리가 옹주에 올 거라는 걸 그 자식이 안다는 사실을 누가 그쪽에게 알려주었지?”
초엽 도사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허 소저 말이 맞습니다. 그 자식의 눈에 우리와 그는 그저 도중에 우연히 마주쳐 감정적으로 충돌이 생긴 겁니다. 양측은 큰 원한을 품지 않았으니 끝까지 그를 추적해서 죽일 필요가 없는 거죠. 청주에서 우리를 따돌린 뒤 그는 지나간 일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기왕 이렇다면 어찌 이 성대한 모임에 남아서 살펴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위엄 있고 냉담하며 체구가 우람한 사나이 백호(白虎)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옹주성에 옹주의 호걸이 모였네. 그가 총명하다면 이미 어떻게 어부지리를 얻을지 계략을 세웠을지도 몰라.”
희현이 덧붙였다.
“국사께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잊었습니까? 용기 숙주 간에는 서로 끌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거리가 멀지만 않다면 언젠가는 만날 것입니다. 저희 곁에 용기 숙주가 한 명 있으니 어느 날 문을 나서자마자 그 자식과 마주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소주께서 서겸을 찾는 건 무얼 위함입니까?”
초엽 도사는 갑자기 말참견을 했다.
“어제 제가 천기궁의 밀고를 받았습니다. 불문과 천기궁이 협력하여 서겸이라는 자를 추격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자가 뇌주에서 9개의 용기 중 하나를 빼앗아 갔습니다. 상주에서 또 한 번 불문 수중에서 가로챘고요.”
희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그도 옹주성에 왔습니다. 천기궁의 정보에 의하면 이자는 수법이 변화무쌍하여 4품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합니다.”
현장의 모든 이가 이 말을 듣더니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아무도 수긍하지 않았다.
류홍면이 웃으며 말했다.
“조청양 수준인가요?”
희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금라 수준입니다.”
백호는 이 말을 듣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금라라면 나와 홍면이 손을 잡고 충분히 상대하네.”
검주의 무림 맹주 조청양은 4품 중에서는 능력자로 반 3품이나 다름없었다.
희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자와 손현기는 같은 줄기에서 뻗은 곁가지에요. 3품 술사는 저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다행히 불문과 창룡성숙이 그들 상대를 맡을 겁니다. 현재 저희의 임무는 그 자식을 잡은 뒤 천기궁과 불문에 협력하여 서겸을 사로잡는 쪽일 겁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개탄했다.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소집하는 임무는 저희만 하는 게 아니에요.”
류홍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용기를 수집하는 건 국사가 그쪽을 시험하는 거지요. 물론 노름돈을 전부 그쪽한테 걸지는 않을 테지만. 쯧쯧, 소주께서 이번에 강호를 누비며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길 바라요. 앞으로 소주께 의지하려 하니.”
그녀는 아주 잘 알았다. 이 대오는 국사 그리고 그 성주가 희현에게 골라준 하부 조직이었다.
희현은 장차 후계자가 될 수 있었고, 그들 역시 그를 따라 단번에 출세할 터였다. 이와 반대면 그들은 평생 푸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서겸은 어느 쪽 신성인지 천기궁과 불문이 밝혀냈나요?”
허원상이 갑자기 물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의 의문점을 질문했기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희현을 바라보았다.
희현이 고개를 저었다.
“천기궁에서 아직 내게 이자의 내력을 폭로하지 않았어.”
또 그들이 몇 마디 얘기하는데 허원괴가 창을 들고 밖으로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 나가서 저 오합지졸들이랑 겨뤄볼게요.”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사정 봐주는 거 잊지 말거라. 사람 목숨을 해치지 말고, 겸손하게 굴렴.”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허원상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원상, 너는 밖에 가서 주시하고 있으렴. 만약 용기 숙주가 다가오면 제일 먼저 통지하는 거 잊지 말거라.”
허원상은 ‘응’하고 소리 내더니 동생의 뒤를 쫓아 함께 나섰다.
이때 걸환단향이 갑자기 성큼성큼 내청 밖으로 달려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내 참새 한 마리가 짹짹거리며 그의 손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초엽 도사가 세심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요?”
걸환단향은 손바닥 안에 있는 참새를 응시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새가 마당에서 두 번 왔다 갔다 날더군요. 약간 이상해서 방금 제가 빠르게 심고의 힘으로 조종해봤는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했어요.”
희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는 건 언제나 나쁠 게 없지요. 하지만 지금 저희는 숨죽이고 있는 편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