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6
806화. 질문
“아주 위험했어. 그들 중에 심고사가 있었다니. 단순하게 심고의 경지로 말하자면 나보다 강하지…….”
허칠안은 병영 밖 인파 속에서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 무리는 그가 상상한 것보다 더 예민하고 조심스러웠다. 방금 그가 기지를 발휘하여 제때 컨트롤을 거두지 않았다면 이미 ‘동반자’에게 발각됐을지도 모른다.
‘용기 숙주가 그들에게 바싹 붙어 있는 걸 보니 내가 보기에는 기회가 없다. 불문과 천기궁의 매복을 고려해야 해……. 헛되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달갑지 않고, 사람을 잡아 돌아가 고문하면 이로써 인질을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 음, 그 붉은색 치마의 여인은 괜찮은 사냥감인데. 애석하게도 무도의 길을 걷네. 남자아이도 어리지만 무사고.’
그는 한편으로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병영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침 한 소녀가 처마에 뛰어올라 정신을 집중하여 무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시에 작은 골목에서 창을 멘 소년이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그 소년은 걸으면서 등에 차고 있던 긴 창을 풀어 세차게 투척했다.
긴 총은 검은 그림자로 변해 연무대 위에 박혔다. 부스러진 돌덩어리가 튀었다.
그는 거침없이 뛰어올라 인파를 가로질러 비스듬히 세워진 창대 위에 서서 아래쪽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가 감히 연무대에 올라 나와 겨루겠는가!”
군웅들은 계속해서 욕설을 퍼부으며 시건방지고 무지한 이 자식을 훈계하겠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젊은이가 허세 부리는 데 일가견이 있구먼…….”
허칠안은 시선을 옮겨 멀리 처마 위의 소녀를 살폈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잠깐 기다렸으나 그녀의 동료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망기술, 술사다……. 불문과 천기궁의 시선이 전부 용기 숙주한테 집중되어 있어. 내 목표가 그 소녀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망기술을 수행하는 걸 보니 아마 허평봉 그 개자식이 키운 제자겠지. 어쩌면 그녀가 비밀을 좀 알지도 몰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까.”
거리가 충분치 않아 허칠안은 사방의 풍경을 둘러보는 척하며 말없이 소녀가 있는 건축물에 다가갔다.
쌍방의 거리가 20장(丈)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그 소녀는 그를 눈치챈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숙여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자 허칠안은 입을 벌렸다. 곧 한데 뭉친 그림자에 형체가 둘러싸여 천천히 ‘용해’되었다.
허원상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이 낯선 남자의 목표가 자신임을 눈치채지 못했기에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망기술로 이자의 흔적을 찾았다.
갑자기 발밑의 그림자에서 손이 하나 튀어나와 그녀의 복사뼈를 잡았다.
허원상은 당황했으나 동요하지 않았다. 새하얀 손목 위의 옥팔찌가 반짝이더니 청광을 펼쳐 그 손을 튕겨내려 했다.
그 손은 옥팔찌의 힘에 약간 억지로 벌려졌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잠시 동안 청광을 꿰뚫을 수 없어 순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허원상은 오른손으로 품에서 진문이 가득 조각된 화총을 쥐고 총구를 발밑의 그림자에 겨눈 뒤 냉정하게 발포하였다.
펑펑!
탄환이 그림자에 박혔지만 목표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화총이 효력을 보이지 못하자, 허원상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역시나 법기 화총을 버렸다. 두 번째, 세 번째 법기가 차례대로 출장하는데 각각 구리거울과 원형 옥패였다.
그녀는 명색이 허평봉의 장녀였으므로 휴대 법기가 부족하지 않았다.
허원상은 거울 면을 뒤집어 발밑의 그림자를 조준한 뒤 날쌔게 소리쳤다.
“현형(現形)!”
구리거울이 ‘윙’하고 진동하더니 금빛 찬란한 광속을 뿜어내며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며 한 남자의 윤곽이 그려졌다.
온몸이 그림자로 둘러싸인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렸다.
“법기가 이렇게 많다니. 신분이 단순하지 않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허원상 손목의 옥팔찌가 폭발하여 산산이 조각났다. 그리고 구리거울은 균열이 생겼다.
이 순간, 허원상은 손끝에 힘을 주어 원형 옥패를 잘게 부수려 했다.
이건 전송 법기였다. 사용자가 이 법기를 쥐고 부수면 주변 30장 이내의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옮겨 갈 수 있었다.
“윽…….”
이때 허원상의 여리여리한 몸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무력해지고 원형 옥패가 그녀의 손에서 떨어졌다.
정고!
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그림자 속에 잠겨 사라졌다.
다음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긴 창이 날아와 처마를 뚫었다. 깨진 기와가 사방으로 튀었다.
허원괴는 연무대 위에서 ‘놀던’ 중 움직임을 눈치채고 긴 창을 투척해 누이를 지원하려 했으나 결국 한발 늦었다.
그의 형체가 하늘에서 내려와 처마 위를 내리쳤고 집 전체가 격하게 진동하면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허원괴는 사방을 둘러보았고 누이의 종적이 보이지 않자 화를 내며 길게 울부짖었다.
이 건물의 용마루는 더는 버티지 못했다. 대들보가 잇달아 꺾이고 처마가 무너졌다.
* * *
옹주성 밖, 검은 논두렁 옆에서 허칠안은 어깨에 메고 있던 소녀를 백성들이 묶어놓은 풀더미에 세차게 내던졌다.
허원상의 여리여리한 몸이 푹신푹신한 풀더미 위에서 튕겼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바닥을 받치고 스스로 풀더미에 기대어 일어나 앉았다. 허원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숨을 쉬면서 아주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허원상은 호르몬이 빠르게 분비되면서 입이 바짝 마르고 두 다리가 나른해졌다.
‘중독됐어, 정고야. 언제 중독된 거지…….’
명색이 술사인 허원상은 약리학에 정통했기에 자신의 신체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정고는 해독할 약이 없었다. 의지력으로 제압하거나 혹, 혹은…….
그녀는 눈에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스쳤으나 재빨리 억누르더니, 허칠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허칠안은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마찬가지로 차가운 눈빛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라.”
그는 말을 하면서 기운을 몇 가닥 튕겨내 상대방의 혈을 막았다.
소녀는 촉촉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럼 나는 네가 묵인하는 걸로 하겠다.”
허칠안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볏짚을 입에 물고 물었다.
“너희는 뭐 하는 자들이냐?”
허원상은 잠시 침묵하였다. 그녀는 뺨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허원상은 다리를 구부린 채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는 청주 추초당(秋草堂)의 제자다. 이번에 대사형을 따라 옹주에서 단련하고 세상 물정을 보러 왔다. 나, 나는 진원상(陳元霜)이라고 한다.”
“네 강호 경험이 확실히 풋내기 수준이구나.”
허칠안은 손을 그녀의 개미허리로 뻗었다. 허원상은 안색이 약간 변해 몸을 힘껏 뒤로 젖혀 상대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 생각했다. 이 평범한 외모의 남자는 그녀의 골반을 끌어당기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허리춤에 걸고 있는 비단 주머니를 떼어냈다.
허원상은 무의식적으로 비단 주머니를 되찾고 싶은 생각을 하며 상대의 손목을 잡았다가, 순간 감전된 듯 도로 거두었다. 그녀는 호흡이 가빠졌으며 볼의 홍조는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애써 정고를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허원상은 남자의 사지에 접촉한 순간 의지가 하마터면 무너져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달려들어 쾌락을 갈구할 뻔했다.
한편, 허칠안은 향낭을 열어 안을 보았다…….
횡재다!
안에는 법기가 가득했다. 공격 법기, 전송 법기, 방어 법기…… 종류가 다양했다.
‘그날 만약 내게 전송 법기가 있었다면 도난 금강한테 그렇게 낭패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술사는 역시나 대부호야…….’
허칠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비단 주머니를 품으로 거두었다.
허원상은 입을 벌렸으며, 눈빛에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사천감의 술사만이 법기를 대량으로 정제할 수 있다. 추초당은 어떤 곳인가?”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만약 사실대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사람 구실하지 못한다고 탓하지 말아라.”
허원상은 고집스럽게 입을 오므렸다. 그녀의 고운 얼굴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
‘나한테 성깔을 부리는군…….’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허원상의 여린 몸이 움찔했다. 그녀는 촉촉하고 아름다운 눈이 흐릿해지더니 두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이 흐물흐물해졌다.
“네가 만약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서 우선 한번 시원하게 한 뒤 너를 근처 마을에 버릴 것이다. 그들은 아마 평생 너처럼 생기발랄한 낭자를 본 적이 없겠지.”
허칠안은 협박했다.
“너…….”
허원상의 고운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네가 만약 얌전하게 말을 듣는다면 네 정고를 풀어줄 것이다.”
허칠안이 말했다.
“어떤가?”
허원상이 입술을 깨물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다.
“정독은 해독할 수 있는 약이 없다.”
“정독이 아니라 정고다.”
허칠안은 바로잡았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상대를 떠보았다.
“우선 정고를 풀어줘라.”
허칠안이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입술을 벌렸고, 이내 작은 연충이 허원상의 복사뼈 쪽에서 뚫고 나왔다. 허칠안이 손가락을 내밀자 연충은 천천히 손끝까지 꿈틀거리며 가더니 사라졌다.
이 연충이 사라진 뒤, 허원상은 즉시 몸의 열이 사라지고 이성을 무너뜨리는 성욕이 약해져 가는 걸 느꼈다.
후……. 소녀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숨을 내뱉더니 허칠안을 쏘아보며 말했다.
“너는 고족 사람인가?”
“내 질문에 대답해라. 너희는 누구지?”
허칠안은 화제를 돌리려는 소녀의 행동을 보지 못한 걸로 치부하곤 무표정으로 물었다.
“대인께서는 도대체 누구십니까…….”
허원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의 옷깃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연녹색의 복두와 새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옷깃을 여몄다.
허칠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간을 끌면서 불문과 동료들이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려는 건가?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질문에 너는 세 번 호흡할 시간 안에 대답해야 한다. 또다시 잔재주를 부린다면 죽음보다 더 못한 대우를 맛보게 될 것이다.”
허원상은 잔머리가 들통나자 더는 시간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명예와 지조를 적의 윤리의식에 맡길 수 없었다.
“저희는 운주 잠룡성에서 왔습니다.”
“잠룡성이 어떤 곳이지?”
허원상은 표정으로 발악하다가 몇 초 멈추더니 천천히 말했다.
“대세력입니다.”
“500년 전, 대봉 황실의 그 혈통?”
허칠안은 차분한 어조로 메가톤급 폭탄에 가까운 정보를 쏟아냈다.
허원상의 얼굴빛이 확 변했고, 믿기 어렵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
그녀는 이 남자의 신분을 알았다는 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이 서겸?”
‘예리한 편이군…….’
허칠안은 인정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
“희현이 누구지? 수련 경지는 어떠한가?”
“잠룡 성주의 서자로 일곱째입니다.”
허원상은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답했다. 그녀는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도 절대 과한 정보를 누설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