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7
807화. 여동생
“너희가 이번에 나온 건 용기를 수집하려고?”
허칠안이 물었다.
소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대봉 용맥이 흩어져 성주께서 이 임무를 희현에게 안배했습니다.”
“수확이 있는가?”
“용기 숙주를 몇 명 찾았지만 전부 자질구레한 용기라 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그들이 공손향양에게 찾으라고 한 그 젊은이가 아마도 용기 숙주겠군…….’
허칠안은 침음했다.
“네 동료에 관해 얘기해봐라.”
허원상이 말했다.
“희현과 저 외에 방금 연무대에서 격전을 벌인 소년이 제 친동생입니다. 또 다른 이는 도호가 초엽인 도사로 구름처럼 떠도는 산수입니다. 나중에 잠룡성에 합류하여 줄곧 희현 저택의 객경으로 있습니다. 그에게 가장 충성을 다하지요.
고족 심고부의 걸환단향은 운주에 있을 때 한 탐관오리의 일가를 전멸시켜 관아에서 지명 수배를 내렸고 잠룡성까지 떠돌아 왔습니다. 요수(妖獸) 백호로 천기 궁주가 왕년에 귀순시킨 요, 요족입니다. 만화루의 제자 류홍면은 사매 소월노에 불만을 품고 만화루에서 물러나 강호를 떠도는 자입니다.”
그녀는 간단하게 동료들을 소개했다.
‘아하. 만화루의 제자였군. 어쩐지 느낌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더라니. 조신한 자태의 매력이 있단 말이지…….’
허칠안은 천천히 말했다.
“잠룡성에는 초범경의 고수가 있는가?”
허원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초범경은 아주 드물지요. 2품 술사인 천기 궁주를 제외하고, 잠룡성에는 이런 경지의 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궁주께서는 법기와 진법에 의지하여 전진(戰陳)을 칠 수 있어 위력이 초범경 못지않습니다.”
‘뒷받침하는 술사의 법기와 진법으로 여러 사람의 힘을 통합하여 초범경의 전투력에 이르렀다니……. 비록 전투력은 초범경이지만, 불멸의 재미인 이런 알맹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장단점이 아주 명확해…….’
허칠안은 이 답이 전혀 놀라지 않았다. 500년 전 그 혈통은 확실히 최상급 고수가 부족했다. 그래서 허평봉의 과거 계획은 목표가 명확했다.
진북왕과 위연을 제거한다.
단기간 내에 초범 고수를 키울 수 없다면,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되었다.
뒤이어 허칠안은 질문을 몇 가지 더 던졌다. 예컨대 잠룡성이 언제 군사를 일으킬 계획인지, 천기궁 궁주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 말이다.
하지만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소녀는 이렇게 높은 등급의 핵심 기밀에는 접근할 수 없는 듯했다.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이다.”
허칠안은 입속의 풀뿌리를 뱉더니 물었다.
“너는 몇 품 술사지?”
허원상이 입을 오므렸다.
“6품, 연금술사입니다.”
“술사는 조정에 기대야 한다고 기억하는데 너희 혈통은 어떻게 승직한 것인가?”
“저품 술사한테는 운주와 잠룡성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초품경에 발을 들이고 싶으면 조정에 기대야 하죠.”
허원상은 상대방이 서겸인 걸 안 뒤 이런 일들에 훨씬 태연해졌다. 서겸과 사천감의 관계로 볼 때 이런 비밀은 진작에 알았을 터였다. 굳이 물어본 이유는 그녀가 솔직한지 아닌지 떠보기 위함이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네 신분!”
“저는 궁주의 제자입니다.”
허원상은 감정 없이 말했다.
“일개 제자에게 그렇게 많은 법기가 있다고?”
허칠안이 물었다.
비단 주머니 안의 법기는 모두 정품이었다. 더욱이 전에 부스러진 그 팔찌는 4품 무사의 공격을 가뿐하게 막을 수 있었다.
만약 허칠안이 3품 알맹이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방금 어쩔 수 없이 물러났을 터였다.
저채미조차 이런 호신 법기가 없었다. 물론 이 역시 미니언즈 여동생이 경성에서 잘 키워져 지금껏 밖에서 떠돈 적이 없는 것과 관련 있었다.
이 역시 진원상이라 불리는 이자가 절대로 보통 제자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증명하였다.
“궁주께서는 저를 아주 알아주십니다. 제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셨지요.”
상대방이 빙그레 웃으며 주시하는 가운데, 허원상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양심에 물어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허평봉의 장녀라는 신분을 노출할 수 없었다. 이는 더 큰 위기를 불러들일 터였다.
어차피 이 서겸은 술사가 아니니 불문의 계율이나 유가의 언출법수를 할 줄 모를 터였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이전까지 그는 술사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500년 전의 그 혈통에 대한 이해도에 근거하여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신에 관해서라면 거짓을 판별할 수 없었다.
이때 그녀는 서겸의 소매 속에서 또 가느다랗고 긴 그 진홍색 연충이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당신…….”
허원상은 겁에 질린 기색을 보였고, 여린 몸뚱이는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힘을 써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역시나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소녀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마주할 일을 예견하였다. 심지어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녀는 연충이 몸속을 파고드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보았다. 화끈 달아오르는 그 익숙한 성욕이 다시 솟구쳤다.
그녀의 눈빛이 흐릿해지더니 볼이 뜨거워지고 다리가 풀렸다.
그녀의 감정이 뜻대로 안 되고, 의지력이 박약해지는 사이 허원상은 서겸의 두 눈이 그윽하게 변하는 걸 보았다. 마치 소용돌이가 되어 사람의 의식을 그 속에 빠트리는 듯했다.
심고!
“네 진짜 신분을 말해라.”
귓가에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원상은 약간 저항하다 대답했다.
“허평봉은 제 부친이고, 제 진짜 이름은 허원상입니다…….”
이 간단한 한 마디로 인해 허칠안은 심고를 통제할 수 없었다.
‘!!!’
그는 가슴 속에서 거친 파도가 일면서, 매혹적인 눈을 한 소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살폈다.
‘그녀가 사람 구실 못하는 자의 딸이라고?! 내 친여동생?!’
허원상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대답을 떠올리자 홍조를 띤 뺨이 점점 혈색을 잃더니 창백해졌다.
‘망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만 남았다.
그녀는 역시나 자신의 신분을 말해버렸다.
‘지금 죽는 게 가장 좋은 결말이겠지…….’
허원상은 눈을 감고 속눈썹을 떨며 처량하게 말했다.
“저를 죽일 겁니까?”
한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서겸을 조심스럽게 관찰하였다가, 이 남자의 눈빛이 더할 나위 복잡함을 발견했다.
‘허평봉, 사람 구실 못 하는 자의 딸이 얼마나 괜찮을 수 있겠어. 죽이자……. 안 돼. 어떻든지 간에 같은 핏줄인데 그녀가 나한테 강한 적의를 드러내기 전에는 손을 댈 수 없어……. 아이고, 그녀는 전혀 허평봉을 닮지 않았는데. 그 창을 다루는 자식도 허평봉을 닮지 않았고. 생모의 외모를 따랐나? 결과적으로는 내가 허평봉을 더 닮았네. 이거 존나 벌 받을 짓 아닌가……. 납치하자. 그녀를 부도보탑에 가둬야겠어…….’
온갖 생각이 마음속을 스쳐 갔다. 허칠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이미 결단을 내렸다.
냉정하게 고려한 다음 처리하자!
그는 허평봉의 핏줄과 딱히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다만 가족끼리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건 그에게도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허칠안은 이전에도 자기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허평봉을 없애려 했을 뿐이었다.
만약 이 계집애가 허평봉처럼 사람 구실 못 하는 인간이라면 그녀를 죽이는 건 그저 마음이 좀 불편할 뿐, 너무 큰 죄책감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만난 적 없는 그 생모가 걸렸다.
원래 몸 주인인 허칠안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건 사실 애당초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생모가 그에게 생존의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허원상은 절망하는 사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녀는 서겸이 몸을 굽혀 다가오는 걸 보고 가슴이 떨렸다. 그녀는 슬픔과 공포가 다시 덮쳐 오기도 전에 다시금 연충을 도로 거두는 서겸을 보았다.
‘?’
허원상은 공포가 남은 얼굴로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더는 상대하지 않고 기기 몇 가닥을 튕겨 허원상 몸속의 봉인을 풀었다. 뒤이어 그는 비단 주머니에서 원형 옥패를 하나 꺼내 으스러뜨렸다. 그러자 청광이 아래부터 위로 솟구쳐 그를 감싸더니 다음 순간 사라졌다.
‘갔, 갔어?’
허원상은 망연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서겸이 정말 떠났다는 걸 확인한 뒤 치맛자락을 들고 도망쳤다.
* * *
그녀는 광야에서 반 시진을 미친 듯이 달리다가 마침내 관도를 찾았다. 그렇게 다시 한 시진 동안 관도를 따라 옹주성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북적이는 인파를 보니 마침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면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엄동설한에 그녀는 달리면서 온몸에 땀을 흘렸다. 가늘고 연약한 두 다리가 저려 오면서 땡땡 부풀었다.
그녀는 잠시 묵고 있던 뜰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혼자 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류홍면만이 보일 뿐이었다.
“엇, 돌아왔네?”
류홍면은 의아하게 그녀를 살피며 빙그레 웃었다.
“허원괴가 말하길 네가 신비로운 자에게 납치당했다고 하던데. 다들 널 찾으려고 안달복달이야.”
그녀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얼굴로 의자에 손을 짚고 일어나 허원상 옆으로 다가가 냄새를 맡더니 의아해했다.
“꼬박 두 시진 넘게 있었는데 정조를 잃지 않았네? 뭐, 별일인가 싶지만 설마 너를 납치한 사람이 성인군자니?”
허원상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야.”
류홍면은 ‘쯧쯧’ 소리 내더니 말했다.
“비단 주머니가 없어졌네. 음, 하지만 상대가 그저 보물만 보고 온 건 아니겠지. 네게 뭘 물었니? 내가 먼저 그들에게 통지하러 갈 테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잠시 뒤에 다시 얘기하자. 너 우선 목욕하러 가. 쯧, 온몸이 땀 냄새야.”
허원상은 그녀에게 계속해서 비웃을 기회를 주지 않고 돌아서서 갔다.
그녀는 따뜻한 물을 끓여 몸을 담그고 깨끗하게 목욕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원괴, 희현 등이 잇따라 돌아왔다. 그들은 그녀가 무탈한 걸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원괴는 양미간에 살기를 가득 품고 말했다.
“누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님을 납치한 게 누구죠?”
허원괴는 이 질문을 한 뒤, 누이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어느 누구든 그의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기에 잇따라 허원상을 바라보았다.
“나를 납치한 자는 서겸이었어.”
허원상이 나지막이 말했다.
‘서겸?! 그가 어떻게 우리를 지켜보았단 말이지? 그럴 리 없는데. 우리가 그자를 건드리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안색이 삽시간에 변했다. 그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또 경계하였다.
허원괴가 캐물었다.
“그가 누이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
그는 물어보고 난 뒤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일은 공공장소에서 물을 것이 아니라 남매 둘이 문을 닫고 물어봐야 했다.
이렇게 하면 누이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그는 그저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뿐이야…….”
허원상은 일의 경위를 모두에게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서겸이 허원상에게 정고를 사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표정이 바로 이상해졌다.
그녀는 급히 덧붙였다.
“그가 나한테 뭘 하지는 않았어. 내 비단 주머니를 빼앗아 갔을 뿐이지.”
허원상 역시 말을 마친 뒤에는 자신이 좀 진상을 감추려 한다는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여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더는 변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