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09
809화. 업화
“묘진, 그대와 상의할 급한 일이 있소.”
이묘진은 그를 상대하지도 1:1 채팅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허칠안은 인내심을 갖고 ‘1:1 채팅’ 요청을 연거푸 보냈다. 그는 지서 파편의 1:1 채팅 설정에 대해 잘 알았다. 그걸 계속해서 참을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이묘진은 잇따라 계속되는 ‘두피 깎기’를 견디지 못하고 뾰로통하게 전서를 보냈다.
“왜, 자네, 할 말이 있나?”
‘……너 어째서 갑자기 낙옥형스러워진 거야!’
허칠안이 전서로 말했다.
“당연히 그대와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지. 지금 어디에 있소?”
“나와 사부님 그리고 현성 스승님은 상주에 도착했네. 또 한발 늦었어.”
이묘진이 전서로 말했다.
“자네와 그 색마는 옹주에 있지? 내 사부님과 스승님이 곧 찾으러 갈 걸세.”
허칠안이 전서로 대답했다.
“좋은 일이군.”
이묘진이 크게 화를 냈다.
“좋기는 개뿔. 내가 만약 천종에게 도로 잡혀가면 분명히 평생 나올 생각을 말아야 할 거야. 참, 색마는 이 일을 알았는가?”
“나는 그에게 전혀 얘기하지 않았소. 그는 지금까지도 천종이 자신을 지명 수배 내린 줄은 모르고 있소.”
“자네 참 나빴군, 하하하.”
이묘진은 남의 불행이 고소하다는 듯 비웃은 뒤, 전서로 개탄했다.
“요 며칠 눈에 거슬리는 일을 많이 맞닥뜨렸는데 나설 수 없었어. 나 너무 괴롭네.”
‘너는 여전히 태상망정이구나…….’
허칠안은 속으로 묵묵히 비아냥거렸다.
“그대 사부와 그 스승이 옹주성에 도착하면 나한테 연락하는 거 잊지 마시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소.”
허칠안이 말했다.
“잘 다루면 그대와 이영소가 이 화를 피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오.”
“자네에게 방법이 있는가? 얼른 내게 알려주게, 알려줘!”
이묘진은 흥분하여 전서했다.
“그때 가면 알게 될 것이오.”
허칠안은 통화를 마치고 지서 파편을 잘 거둔 뒤 명상하며 잠을 청하려고 했다. 그때 그는 숨을 헐떡이는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오늘 밤은 쌍수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허칠안이 정신을 집중하여 자세히 들으니 오늘 밤 가쁜 숨소리와 어젯밤이 달랐다.
어젯밤은 더 자제력이 있었다는 데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보아하니 어젯밤의 쌍수가 확실히 업화를 줄여주었군. 그녀 스스로 하룻밤을 견딜 수 있다고 여기다니.”
허칠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정고의 의지 및 계약 정신에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장화를 신은 뒤 천천히 침실로 다가갔다.
* * *
끼익. 허칠안은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 그는 몸을 모로 세워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낙옥형은 침상 위에서 업화에 저항하며 욕망을 잠재우려고 노력하던 중 이미 어떠한 균형에 도달한 참이었다. 그녀는 허칠안이 들어오는 걸 보자 하마터면 균형이 무너질 뻔했다. 낙옥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자네 꺼지게…….”
* * *
촛불 몇 개가 침실 안 침상 옆에 불빛을 비추었다.
낙옥형의 얼굴 절반은 촉촉한 귤색으로 물들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그림자에 뒤덮여 있었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치 색녀와 선녀가 뒤엉킨 듯한 이미지였다.
허칠안이 보기에 그녀는 감추기 어려운 매력을 지녔다.
낙옥형은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했으며 혼란스러운 감정도 동반되었다.
그녀는 이때 허칠안의 출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유혹이 될지 알았다.
동시에 그녀는 애써 업화에 저항하느라 이 자식을 비검에 꽂아 십만 팔천 리 밖으로 보낼 여력이 없었다. 정말 할 수 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한다면 분명히 더는 업화를 억누를 수 없을 터였다.
그때 가면 그녀 곁에 쌍수할 사람이 사라질 테니 도리어 죽는 길이나 다름없었다.
낙옥형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허칠안, 자네 강제로 하고 싶나?”
‘이게 무슨 말이야? 올라오자마자 추켜세우면 나는 마구 날린 주먹에 맞아 죽을 텐데…….’
허칠안은 문을 닫고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는 낙옥형의 긴장되면서도 경계하는 시선을 마주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국사, 제가 묻고 싶은 건 만약 오늘 밤에 쌍수하지 않으면 내일 저와 다시 쌍수할 건지 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업화에 저항하실 수 없어요.”
낙옥형은 그를 차갑게 쳐다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내일은 칠정 중에 어느 것입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칠정의 출현에는 법칙이 없네.”
낙옥형은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걷잡을 수 없이 허칠안의 빼어난 얼굴에서 아래로 이동하였다. 가슴, 아랫배를 스쳐…… 그녀는 돌연 시선을 거두고 자신이 그곳을 보지 않게끔 스스로를 다그쳤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상에 앉아 진지하게 탐구하는 어조로 말했다.
“이미 그런 상황인데 국사께서는 다음 인격이 저와 쌍수하길 원한다고 어찌 판단하십니까? 만약 그녀가 원치 않아 고집스럽게 거절한다면 어떡하실 건데요?”
낙옥형은 이 말을 듣더니 길고 곧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잠시 생각했다. 곧 그녀는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생사가 걸렸으니 옳은 선택을 내릴 걸세.”
허칠안은 갑자기 손을 낙옥형의 허벅지에 얹고 말했다.
“기왕 그렇다면 어째서 당장 저와 쌍수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낙옥형은 아름다운 몸을 흠칫 떨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그래서 허칠안은 그녀의 목덜미에 닭살이 돋은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는 죽어도 자네와 쌍수하지 않을 걸세.”
그녀는 버들눈썹을 곤두세웠다.
“보세요, 보세요!”
허칠안이 질책했다.
“어떻게 다른 인격이 국사와 같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세요? 죽어도 저와 쌍수하지 않으면요?”
“……꺼지게.”
낙옥형은 대답할 말이 없어 성깔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허칠안은 정상적인 상태의 낙옥형은 그와 쌍수하길 원할 거라고 믿었다. 첫째로 그녀는 그에게 내심 남녀 간의 호감을 품고 있었고, 둘째로 쌍수는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화가 작용하는 기간에는 성격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심지어는 다른 인격으로 볼 수도 있을 정도로 행동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생겼다.
예를 들면 이 ‘분노’의 인격은 성격이 강직하고 거칠며 화를 잘 내 낙옥형 마음속 저항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 인격은 기어코 그와 쌍수하려 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외실에 있을 때 문득 낙옥형이 어제 그한테 ‘칠정’의 상태를 얘기하다가, 그녀가 이성을 잃으면 지난날과 다른 결정을 내릴 거라고 말한 일을 떠올렸다.
이는 낙옥형이 그에게 칠정 상태의 인격에 영향을 받지 말고 고집스럽게 계획대로 일을 행하여, 7일 쌍수 중에 하루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완곡하게 알린 게 아닐까?
국사는 성격상 분명히 ‘어떠하든지 우리는 쌍수를 고수해야 해’라고 확실히 얘기할 리가 없었다.
“국사,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쌍수할 차례예요.”
허칠안은 그녀의 책망을 못 들은 척하고서는 거리낌 없이 옷을 벗었다.
그는 긴 장포를 벗어 아무렇게나 한쪽에 내던진 뒤 이내 내의도 벗었다. 건장하면서도 남성미가 충만한 허칠안의 발가벗은 상체가 낙옥형의 눈앞에 드러났다.
그녀는 호흡이 갑자기 약간 거칠어지더니 분노하며 일어났다.
“자네가 꺼지지 않으면 내가 가지.”
낙옥형은 말을 마치자마자 신발조차 신지 않은 채 곧장 침상에서 내려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갔다.
허칠안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아당겼다. 그녀가 몸부림치는 사이 두 사람은 나란히 침상에 쓰러졌다.
퍽!
낙옥형은 손을 뒤집어 그의 뺨을 갈겼다. 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다.
어둠 속, 두 사람은 넘어진 자세를 유지했다.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 두 눈이 마주쳤다.
애매한 분위기가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낙옥형은 남성의 숨결을 맡으며 그의 뜨거운 입김을 느꼈다. 그녀는 볼이 후끈 달아오르더니 시선이 점점 흐릿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거스를 수 없었다. 낙옥형은 쌍수로 업화를 몰아내야 했다.
낙옥형은 신체의 욕구에 맞서기 위해서 가볍게 입술을 물어뜯어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린 뒤 다시 뺨을 갈겼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성공하지 못했다. 낙옥형은 허칠안에게 손목을 잡혀 머리 위로 눌렸으며 뒤이어 다른 손도 눌렸다.
허칠안은 고개를 숙이고 낙옥형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피부는 보드라웠으며 살갗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낙옥형의 여린 몸은 경직되었으며 그녀의 온몸에는 닭살이 돋았다.
그녀는 멍하니 머리 위의 휘장을 바라보았다. 낙옥형의 눈에는 망연함, 분노, 저항 그리고 실낱같은 미련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어젯밤에도 이렇게 섬세한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신기한 감각은 부끄러우면서도 이 행위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그녀는 더는 저항하지 않은 채 서서히 마음의 의지에 따랐다.
이때 귓가에 허칠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사, 긴장 푸세요. 처음에는 서툴러도 두 번째는 익숙해지는 법입니다. 내일은 제가 침상에 누워 꼼짝하지 않을게요. 바꿔서 해요.”
낙옥형은 크게 노하며 손을 뻗어 그의 입을 찢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자 침상이 흔들렸다. 하마터면 싸움이 날 뻔했다.
다행히 이때의 낙옥형은 업화가 몸을 태우는 고통을 견디느라 수련 경지를 시전할 수 없는 몸이 된 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허칠안은 이미 류성검(流星劍)에 의해 80리 밖으로 보내졌을 터였다.
허칠안은 가지런하게 접힌 솜이불을 잡아당겨 자신들을 덮었다. 두 사람은 돌돌 말린 이불 속에서 계속해서 맞붙었다.
* * *
이튿날 이른 아침이 되니, 침상 옆과 바닥에는 비단 치마, 흰색 속옷, 연꽃이 수 놓인 흰색 복두 그리고 허리띠가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허칠안은 축축하고 부드러운 물건이 얼굴 위를 끊임없이 쓸어내려 그가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혼미한 상태에서 눈을 뜨니 낙옥형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녀는 눈빛에 감정을 담아 그의 뺨, 목덜미 그리고 입술에 오물오물 입을 맞추었다.
‘?’
허칠안의 머릿속에 아주 큰 물음표가 스쳤다. 그는 긴가민가한 목소리를 냈다.
“국사?”
‘이게 내가 알던 그 국사야? 선녀처럼 도도하고 차갑고 강직한 그 국사야?’
허칠안은 과거 낙옥형의 이미지를 돌이켜보니, 애욕에 빠진 눈앞의 여인을 대봉 국사와 같이 묶을 재간이 없었다.
낙옥형은 입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 어젯밤에 아주 기분 좋게 입맞춤하지 않았어? 음, 확실히 느낌이 좋군.”
“…….”
허칠안은 멍하니 누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낙옥형은 새하얀 팔을 돌돌 말린 이불 속에서 내밀어 그의 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쌍수를 막 시작해서 상고 시대 방중술(房中術) 중에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한 부분들이 있네.”
‘‘욕(欲)’ 인격?’
허칠안은 생각이 번뜩였고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어쩌면 다른 걸지도. 칠정에는 ‘희(喜)’라는 인격도 있으니. 아주 긍정적인 정서군…….’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칠안은 경국지색 미인의 요구를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그녀와 상고 시대 비술에 관해 진지하고 꼼꼼하게 연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