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11
811화. 곧 태상망정을 깨달을 겁니다
매우 아리따운 그 여인이 청행원 마당에서 태양을 쬐는 틈을 타, 여종 두 명이 이불보와 침대보를 뜯고 있었다.
그녀들은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전날 밤보다 더 황당하네.”
“그러게, 그러게. 이 침대보가 흠뻑 젖었잖아.”
“내가 보니까 어젯밤 내내 방 안에 있더라고.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다 안 먹었어.”
“그 나리 정말 대단해. 하지만 내가 남자였다면 나 역시 그 낭자의 뱃가죽 위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었을 거야. 내 평생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진짜 대단한 건 이 아가씨 아니야? 너였으면 길도 걷지 못했을걸. 아니,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했을 거야.”
뜰에서 가부좌를 튼 낙옥형은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은 수심 어린 얼굴로 대체되었다.
‘허칠안은 어째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야. 그가 만약 자시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업화로 불타 죽을 거라고…….’
낙옥형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바탕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녀는 칠정 중에 ‘구(懼)’였다.
* * *
이영소는 객잔 안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토납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눈을 뜨고 오늘의 좌선을 마쳤다.
“정말 좋구나. 허리가 점점 그렇게 아프지 않아…….”
그는 옆구리를 문질렀고 경미한 창만(脹滿) 통증이 많이 줄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련 경지를 회복한 후에는 성교를 통제하기만 하면 내 4품 수련 경지로는 다시는 성 기능이 쇠약해지지 않을 거야.”
그는 지난 반년 넘는 동안 수련 경지가 봉인되어 토납으로 육신을 온양할 수 없었다. 또 매일 밤 동방 자매가 그를 교대로 착취하였으니 그런 생활은 신선이라도 버틸 수 없을 터였다.
“서겸 이 빌어먹을. 낙옥형과 밀통했을 뿐만 아니라 진북왕비조차도 그의 여인이라니……. 원래 대봉 제일 미인의 이름이 모남치구나……. 그는 경성에 또 어떤 홍안지기들이 있는 거지? 전부 어떤 사람들일까? 괘씸해. 생각해서는 안 돼. 생각할수록 균형이 맞지 않잖아.”
이영소는 낙옥형과 모남치의 더없이 아름다운 용모를 억지로 머릿속에서 날려버렸다.
그는 침상에서 내려와 장화를 신었다. 이영소는 청행원에 가서 공손향양이 보고한 정보를 서겸에게 전할 작정이었다.
바로 이때, 그는 문밖에서 멈춘 발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방문이 ‘쿵쿵’ 두 번 울렸다.
이영소는 문을 열었다. 그를 찾아온 손님은 뜻밖에도 서겸이었다.
“선배님, 저 정말 선배님을 찾아가려고 했는데요!”
이영소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 뒤, 방으로 안내했다.
허칠안은 문턱을 넘어 탁자에 앉은 뒤 이영소가 따라준 차를 받아 한 모금 홀짝 마셨다.
‘엇? 이 자식 독을 넣지 않았네?’
그는 좀 유감스러웠다.
“내가 자네더러 조사하라고 한 불문 승려의 행방은 찾았는가?”
허칠안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영소는 유감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불문 승려가 잠시 묵는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 공손 가문 쪽 역시 승려를 찾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들이 아예 객잔에 머물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의심이 되더군요. 불문은 부도보탑같이 산 사람을 수용하는 법보가 가장 부족하지 않으니까요. 어쨌거나 선배님께서 이번에 옹주성에 나한이 한 명 왔다고 말씀하셨죠.”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너무 실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불문 승려를 낚고 싶으면 상대방의 행방을 아는 게 분명 가장 좋았다.
하지만 그가 만약 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그가 공공장소에서 현신하기만 해도 불문 승려들은 자연스레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몰릴 터였다.
음, 그리고 사람 구실 못하는 자의 부하도 있고.
이영소와 공손가에게 불문 승려를 찾아달라고 한 이유는 그가 좀 더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계획의 핵심은 아니었다.
“허나 공손향양이 말하길 그 청주 놈이 찾으려는 자식은 윤곽이 잡혔답니다.”
이영소가 말했다.
‘그 용기 숙주를 찾았다고?’
허칠안은 눈을 약간 반짝였다.
“말해보게.”
“공손향양이 말하길 오늘 오후, 육박 도박장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 도박장 사장 진이(陳二)가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살인범이 바로 청주 놈이 죽이려는 그 젊은이입니다. 어느 도박꾼이 도박장 사람이 그자를 데리고 올라가는 걸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일각이 채 되지 않아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떠났고, 그 후에 도박장 사장의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들었을 때 눈살을 잔뜩 찌푸려 하마터면 미간을 쥐어뜯을 뻔했다.
용기 숙주는 하나같이 딱히 좋은 놈들이 아니었다.
용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고로 큰일을 이룬 사람은 단순한 선악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접한 용기 숙주는 양아치거나 정신병 환자였다. 지금 또 거리낌 없이 살인하는 강호 협객이 나왔다.
“재미있는 건 그 도박장 사장이 얼마 전에 마침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입니다. 허나 아직은 진이의 죽음이 그 살인 사건과 관련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이영소는 서겸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전과 다름없이 침착하고 담담했다. 낙옥형과 왕비가 그녀의 여인이라는 신분이 폭로됐다고 해서 전혀 득의양양하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였다.
‘휴, 서 선배는 지금껏 무언갈 뽐낸 적이 없어. 내가 너무 민감했다. 나는 질투심이 너무 많아……. 하지만 남자라면 누구든 그가 낙옥형, 대봉 제일 미인과 그런 관계라는 걸 알면 질투할 거라고…….’
이영소는 복잡한 심경이 되어 소리 없이 개탄했다.
이때 그는 비로소 서겸이 많이 초췌해진 것 같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초췌함을 초범경의 무사한테서 본다는 건 아주 불합리했다.
이영소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자식은 직감이 아주 날카로워서 공손향양 사람도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중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이는 상대가 적어도 연신경이라는 의미지요. 또한 공손향양이 선배님께 이 소식을 그 청주 사내한테 알릴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달라고 했습니다.”
성자는 아직 희현 일행의 진짜 신분을 몰랐다.
허칠안은 침음하였다.
“말하지 않아도 청주 사내도 옹주성에서 그를 찾을 것이네. 차라리 고의로 선심을 써 신임을 얻는 게 나아. 어쨌든 우리도 그자의 행방을 모르니.”
하지만 허칠안은 그가 옹주에 있다가 육박 도박장에 나타났다는 걸 확인하기만 한다면 이 용기 숙주의 대략적인 위치는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직접 한 바퀴 돌며 용기에 관한 자신의 감지에 의지해 상대를 찾아, 불문과 천기궁보다 앞서 용기를 빼앗을 작정이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마쳤다. 허칠안은 그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 뒤 떠났다.
그는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참, 자네한테 신장을 보하고 양기를 북돋는 약이 있는가?”
그는 등 뒤를 두드리더니 탄식했다.
“허릿심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영소는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낙옥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왕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엿 먹어, 엿 먹어, 엿 먹어, 엿 먹어!!!’
이영소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선배님, 또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저 곧 태상망정을 깨우칠 것 같으니 저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 아이를 자극하지 말아야지. 잘못했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그는 양천환과 도원결의할 수도 있겠어…….’
허칠안은 웃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
이영소는 본래 문을 나서 급히 쫓아가 허칠안을 따라 함께 객잔을 떠날 계획이었다.
“자네 너무 우쭐대는군.”
허칠안은 손을 들어 일깨워 주었다.
‘이 빌어먹을 내 매력…….’
이영소는 습관적으로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목이 메었다. 그는 서겸의 뒷모습을 보자 약간 낙담하였다.
“선배님, 저 역용 재료를 아직 수집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서겸이 물건을 하나 던졌다. 이영소는 손을 뻗어 받은 뒤 그 물건이 난초가 수 놓인 비단 주머니라는 걸 알았다.
어장관리남은 코를 킁킁댔다. 그는 그 주머니가 여인의 휴대 물건이라는 걸 더할 나위 없이 확신했다.
“수납 법기?”
이영소는 눈을 반짝이더니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그는 본래 천종 성자로서 수납 법기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사문에서 선사한 것이었으며 하나는 지서 파편이었다.
사문의 수납 법기는 동방 자매에게 몰수당했으나, 지서 파편은 쓸데없는 참견을 좋아하는 사매 이묘진에게 넘겼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이영소는 뜻밖의 일로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강호를 떠도는 데 수납 법기 하나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수납 법기는 너무 귀중했다. 설령 천종 성자라고 해도 수납 법기 하나를 잃어버리면 질책을 받아야 했다.
술사만이 이 물건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
“안에 유모(帷帽)가 있네.”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영소는 비단 주머니에서 유모(帷帽)를 꺼내 썼다. 그가 내친김에 서겸의 모습을 쳐다보니 생각이 번뜩였다.
‘서겸, 도대체 어느 쪽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선배님, 이건 선배님의 본래 모습이 아니죠?”
이영소는 확신하는 어조로 떠보았다.
예전에 그는 사실 역용에 능한 서겸의 그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가 꼭 본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증거가 없었다. 게다가 성자는 이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영소는 며칠 전 낙옥형과 대봉 제일 미인의 참모습을 본 뒤로 더는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서겸의 참모습을 더없이 기대했다.
“내 신분을 캐묻지 말게. 이건 자네에게 좋은 점이 없어.”
허칠안의 말투는 차분했다.
‘위협하는 건가…….’
이영소는 입을 삐죽였다.
“선배님, 저는 저희가 벗인 줄 알았습니다만.”
‘벗이기 때문에 네가 내 신분을 알게 된 후에 어색하게 구는 게 싫은 거라고…….’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자가 후배 신분으로 깍듯하게 굴며 성 기능 쇠약증일 때 다크서클을 이고 다니던 모습을 떠올리면, 앞으로 허칠안의 신분이 까발려졌을 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쪽은 분명히 이영소일 터였다.
두 사람은 거리를 제멋대로 활보했다. 허칠안은 그 과정에서 시종일관 지서 파편을 쥔 채 소매 속에 모으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정찰하다가 일단 용기 숙주가 근처에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살필 수 있었다.
이영소는 양손을 뒷짐 진 채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여유롭게 갔다. 그는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 있어 보였다.
이 자신감은 매력이 아니라 수련 경지의 회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 *
희현은 대각장 원(原) 성 수비군 병영에서 4품 밀정을 맞이하였다. 그는 옹주성 주관을 담당하는 4품 밀정이었다.
“귀하께서는 정말 공사다망하시군요.”
희현은 찻잔을 받친 채 가볍게 불었다. 그는 긴 장포를 두르고 모자를 쓴 밀정을 살폈다.
이전에 그들과 교섭한 자는 장주의 4품 밀정이었다. 그가 남의 근거지를 뛰어넘어 일을 처리하도록 압박한 이유는, 옹주 밀정이 얽힌 일이 있어 불문과 서겸의 일을 처리하러 올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밀정은 웃더니 다른 한쪽의 허원상과 허원괴를 훑고선 말했다.
“저는 4품 밀정 열세 명 중에 ‘진(辰)’입니다. 사실 제가 최근에 조사한 일은 서겸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요.”
남매 둘은 이 말을 듣자 표정이 약간 변했다. 허원괴는 이를 갈았다.
희현은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