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12
812화. 서신 다섯 통
“뇌주에 오기 전에 서겸이 일찍이 옹주에 온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은 옹주성 밖에 있는 지하 궁전에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진 밀정은 그날 지하 궁전의 소란을 희현과 허씨 집안 남매들에게 자세히 들려주었다.
“후에 공손가와 용신보가 지하 궁전을 봉쇄하여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외부 세계에는 공손가와 용신보가 손을 잡고 안에 있는 보물을 독식했다고 소문이 돌고 있고요. 제가 암암리에 많이 알아보았더니 공손가가 지하 궁전을 탐색하던 그날 밤 서겸이라는 자가 나타난 적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희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천천히 말했다.
“공손가는 진작부터 서겸을 알았군.”
허원괴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가 감히 우리를 가지고 놀다니. 칠 형, 저 지금 바로 공손가로 갈게요.”
희현은 손을 들어 조급해하지 말라는 뜻을 표하고 물었다.
“지하 궁전은 어떻게 된 일인가?”
진 밀정은 몇 초 말이 없다가 다소 두려움이 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지금에서야 당신들을 보러온 건 지하 궁전을 탐색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건 청강석(靑岡石)으로 쌓은 고분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대가 오래되었습니다. 안에는 강시가 한 구 봉인되어 있고요.”
‘강시?’
희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위험한가?”
진 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미 궁주에게 보고했는데 그의 대답은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궁주께서는 이로써 한 가지 의혹이 풀렸다고 합니다.”
밀정은 무슨 의혹인지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도 몰랐기 때문이다.
똑똑한 허원상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공손가와 용신보의 행위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데.”
강호 세력의 관행대로라면 이런 일은 분명히 관아에 떠넘길 터였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인력을 써서 지하 궁전에 있는 산맥을 봉쇄하러 갈 리가 없었다.
검주의 무림맹만이 대봉 강호 전체에서 유일하게 질서를 유지하여 강호 집행자가 되는 데 열을 올렸다.
“제가 알아낸 소식에 의하면 서겸이 그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한 모양입니다.”
“서겸이?!”
허원괴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밀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서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으나 남매 둘에게 알릴 계획은 전혀 없었다. 물론 궁주는 이 일에 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밀정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문 이유는 주로 그들이 두 가지 방면으로 주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 만약 남매 둘이 그 첫째 형한테 호감을 품고, 부친이 자기 새끼를 해치려는 행위에 불만을 품는다면 그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건 방해만 될 뿐이었다.
둘째, 만약 남매 둘이 허칠안에게 적의를 품고 있다면, 그 허 은라의 성격으로는 그들을 그 자리에서든 나중에든 벨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일단 남매 둘이 뜻밖의 사고를 당하면 밀정들은 죄를 면할 수 없었다.
허원괴가 즉시 말했다.
“제가 먼저 공손가에 다녀올게요.”
“그럴 필요 없다!”
희현은 손사래를 치며 허원괴의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하더니 분석했다.
“어쩌면 이게 서겸의 떠보기일지도 몰라. 우리가 공손가에 간다면 그는 이 일의 반응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정보를 판단해낼 수 있어. 무엇보다 불문 고승들이 함께 가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 될 거야. 그의 곁에는 3품 술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공손 가문을 위해 이 위험을 무릅쓸 가치는 없다.”
그들이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류홍면이 허리를 흔들며 걸어 들어오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공손가에서 사람을 보내와 통지하길 육박 도박장에서 그 자식을 발견했다는데요.”
‘그 자식’은 이 일행이 청주의 그 용기 숙주를 묘사하는 데 쓰는 말이었다.
‘공손가에서 보내왔다라…….’
희현이 물었다.
“더 자세한 정보가 있습니까?”
“없어요.”
“즉시 수집하러 가시지요.”
진 밀정이 바로 말했다.
“저한테 맡겨 주시지요. 옹주성은 제 근거지입니다.”
* * *
공손 산장 패방 위, 참새 한 마리가 조용히 서서 산길 방향을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 * *
다른 한편, 허칠안과 이영소는 번화가의 어느 찻집 탁자에 앉았다. 전자는 양을 추가한 구기자차를 한 주전자 달라고 했으며, 후자는 정식 모첨(*毛尖: 차 품종 중 하나)을 청했다.
하지만 이영소는 허칠안의 구기자차를 보니 시샘이 났다.
두 사람은 아무런 목적 없이 한 시진을 걸었으나 소득이 없었다. 이에 허칠안은 잠시 머무를 찻집을 찾아, 겸사겸사 어항 속 물고기들이 부쳐온 서신을 볼 생각이었다.
그는 특별히 고르지 않고 가장 바깥에 있는 첫 번째 서신을 들었다. 낙관을 찍은 자는 임안이었다.
그녀는 조당의 정세를 몇 마디로 축약하더니 자신의 생활을 재잘재잘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암시하는 바는 아주 명확했다.
허칠안은 미소를 머금고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머릿속에 붉은 치마에 달걀형 얼굴, 어여쁘고 다정한 미인이 반짝이더니 곧 사라졌다.
그는 뒤이어 두 번째 서신을 뜯었다. 회경이 보낸 서신이었다.
황장녀의 서신은 아주 단순하여, 의례적인 안부 인사로 시작한 뒤 조당의 정세에 관해 약간 언급했다.
태자, 아, 아니 영흥제에 관한 평가는 졸개를 대하는 것과도 같았다.
영흥제는 대신들에게 농락당했다. 물론 그는 열정으로 관리 사회의 적폐를 쓸어버려 대봉이 번영하도록 하고자 했으나 단수가 부족한 걸 어찌하겠는가. 만약 왕 재상과 많지 않은 충의지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봉은 더 엉망으로 변했을지도 몰랐다.
이 새로운 군주는 원경과 정덕에 비해 아직 너무 젊었다.
회경은 영흥을 경시하는 것 외에도 대봉의 앞날에 관해서 걱정하느라 바빴다. 심지어 그녀는 욕 얻어먹을 말까지 했다.
또한 그녀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임안에 관해 약간 불평하였다. 그녀는 언제나 직접 찾아와 트집을 잡지만, 매번 강하게 제압당했다.
‘그래서 회경과 임안 중에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거야?’
허칠안은 중얼거렸다.
“나의 가련한 클럽 여왕이여.”
‘회경의 정치적 후각은 지난날과 다름없이 날카롭고 무시무시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 번째 서신은 저채미가 보내온 것이었으며,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앞부분은 저채미가 그한테 쓸데없는 말을 재잘댄 뒤 대봉 각지의 맛있는 음식에 관해 묻는 내용이었다.
아마 그녀는 장차 강호를 떠돈다고 해도 미식을 쫓아 돌아다닐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저채미는 괴짜 사형 몇몇에 관한 일을 비아냥거렸다. 예컨대 송경이 하루가 멀다고 무시무시한 조물을 발명한 뒤에 감정 스승한테 제압당했다거나. 예컨대 양천환이 하루가 멀다고 대담한 생각을 들이밀었다가 감정 스승한테 제압당했다거나.
또 예컨대 줄곧 밖에서 방랑하던 손 사형이 마침내 돌아왔으나 모두가 그와 말하기를 원치 않으며, 그가 하는 말을 듣기도 싫어한다거나.
손 사형이 사천감에 있는 동안 사형, 사제들은 항상 몸에 붓, 먹, 종이, 벼루를 휴대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그들은 손 사형을 볼 때마다 두말하지 않고 먼저 종이와 붓을 내밀었다고 했다.
한 번은 그녀가 감정 스승과 이야기를 나누러 찾아갔다가, 팔괘대에 문방사우가 한 벌 많아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도 내년에 사제를 지도할 수 있어 흥분되면서도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주 불쾌한 일이 있었다고도 적었다. 사천감의 술사들이 그녀의 미래 사제들에게 몰래 이름을 지어줬는데 ‘먹당(먹는 걸 좋아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후반부는 종리의 내용이었다. 그녀는 간단명료하게 자신은 잘 있다고 하면서 그가 평안한지 안부를 물었다.
“만약 당신이 평안하다면 맑은 날이겠지만, 종 사저, 일단 사천감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천둥, 번개가 동반되는 날이겠지요…….”
허칠안은 소박한 긴 장포를 입고 걸을 때 늘 고개를 숙이는 사저를 떠올리자 감개무량했다.
그는 즉시 또 허원상을 떠올렸다.
“그녀도 만약 승급하고 싶다면, 아마 종 사저와 같은 처지를 맞닥뜨려야겠지.”
네 번째 서신은 허영월이 보내온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인종의 외문(外門) 제자가 되었지만 수행하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껏 거의 영보관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서신에는 전부 일상적인 이야기뿐이었다.
‘동생아, 나 떠보는 거니? 숙부는 그저 간단하게 접대하는 것뿐이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렴. 참, 너 신년이 자주 귤을 샀는지 아닌지 주의해 봐. 만약 숙부와 같다면 몰래 왕사모에게 알리길 제안한단다…….’
‘숙모, 그녀들은 그저 배고픈 거예요…….’
허칠안은 말없이 얼굴을 감쌌다.
‘그 선생이 태부와 원한이 있나?’
허칠안은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황자, 황녀가 가리키는 건 회경과 임안의 조카들이었다.
원경제의 아홉 황자는 모두 이미 혼인하여 자식이 있었다. 공주 중에 삼공주는 이미 시집가 아들을 낳았고, 나머지 셋은 아직 출가하지 않았다.
허영월은 서신 말미에 오라버니를 향한 자신의 그리움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마지막은 허신년이 보내온 서신이었다.
그는 조정에서 직무를 맡은 자신의 일상을 서신에 언급하며 관리 사회의 풍조를 원망하는 한편, 텅 빈 국고에 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허신년이 말하길 그가 영흥제에게 고관대작들이 은자를 일부 토해내 백성들을 구휼하도록 기부금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상소문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영흥제는 기각하였다.
‘기부금이 무슨 소용 있겠니. 결국에는 백성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지방 유지의 돈은 그대로 돌려주는 건데!’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신년, 네 말이 괴상하게 들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