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13
813화. 도착
“에휴, 정세가 엉망이지만 않았다면 강호를 떠도는 것도 괜찮은 여정이지.”
허칠안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서신을 품에 거두었다.
대봉은 시국이 매우 불안정했다. 만약 대봉이 무너진다면 그의 이 목숨도 아마 사라질 터였다.
감정이 말했다. 그의 몸속에 대봉 국운의 절반이 있어 운명이 이미 대봉과 동화되었다고 말이다.
나라가 존재하면 백성도 존재하고, 나라가 망하면 백성도 망하는 법.
“지금의 계획은 먼저 수련 경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설령 봉마정을 모조리 제거하지 못한다고 해도 몇 개만 더 뽑으면 내 수련 경지는 어느 정도 회복된다. 이렇게 되어야만 엉망인 정세에 대처하기 쉽다. 또한 비록 어제 큰돈을 다 날렸지만, 쌍수의 이점은 정말 명확하다. 단전이 터질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중후한 기기…….”
어젯밤에 그는 낙옥형과 도문 상고 시대 방중술을 모조리 한 번씩 수행하였다.
지금 그는 눈을 감으면 바로 국사의 영롱하고 볼륨감 있는 새하얀 몸매가 저도 모르게 떠올랐다.
허리는 고통으로 신음했지만 단전은 삽시간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다른 여인이었다면 서양식 화신 외에는 이런 효과를 내기란 불가능했다.
2품 인종 도사가 쌍수하기 시작하니 확실히 정진 속도가 빨랐다.
‘만약 쌍수를 지속한다면 기껏해야 반년이면 나는 진북왕의 수준, 그러니까 3품 전봉에 다다를 수 있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아마 이 7일만 지나면 낙옥형의 교만하고 도도한 성격으로는 아마 그와 다시는 쌍수하기를 원치 않을 테지만.
‘전부 임안 등 물고기 그녀들이 제구실을 못 한 탓이야. 그녀들이 2품이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이영소는 서신 내용을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서겸이 의도적으로 그를 방어하였기에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참, 자네에게 말하려다가 잊은 일이 있네.”
허칠안이 갑자기 말했다.
이영소는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더니 따라서 진지해졌다.
“선배님, 말씀하시지요.”
“근래에 만약 천종의 연락 암호를 맞닥뜨려도 상대하지 말게. 설령 연락한 사람이 자네 사부라고 해도 말일세.”
그가 말했다.
‘천종의 연락 암호? 내 사부?’
이영소는 이 말에 담긴 정보량이 방대했기에 망연하면서도 충격이었다.
“선배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일은 말하자면 기네.”
허칠안은 단 구기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천종의 빙이원군, 현성 도사가 지금 산에서 내려와 자네와 이묘진을 붙잡아 산으로 데리고 돌아가 감금하려 하네. 이묘진은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갔어.”
이영소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하나씩 의문점을 물었다.
“빙이 사고와 제 사부님이 왜 묘진과 저를 체포하려 하나요? 선배님께서는 또 이 일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선배님의 말은 그들이 곧 옹주에 도착한다는 뜻인가요?”
허칠안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자네 천종의 일을 나는 잘 알지 못하네. 나의 정보망은 대봉에 널리 퍼져있고, 자네 천종 역시 애써 겸손하지는 않으니. 그들은 며칠 내에 옹주에 도착할 걸세.”
허칠안은 이렇게 일깨우면 이미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영소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 쓰레기 남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람 말을 잘 듣는다는 데 있었다.
이영소는 그 내용이 얼마나 믿기 어려운지와 관계없이,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내뱉은 말이라면 마음에 담아두어 주의 깊게 관찰하곤 했다.
이는 많은 젊은 세대 고수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었다.
“선배님, 농담하지 마세요. 천종이 어째서 저와 묘진 사매를 체포한답니까.”
이영소는 마지못해 웃었다.
* * *
행인들이 옹주성 남성 입구에서 잇따라 고개를 돌려 일행 셋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각 냉엄하고 아름다운 여도사, 가슴까지 수염을 기른 중년 도사 그리고 재기가 넘쳐흐르는 젊은 여인이었다.
여기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점은 냉엄하고 아름다운 여도사가 밧줄로 늠름하고 씩씩한 자태의 젊은 여인을 끌고 다닌다는 부분이었다.
젊은 여인은 두 손이 묶인 채 냉엄한 여도사 뒤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너무 수치스러워. 만약 나를 아는 사람을 마주친다면, 비연 여협객의 풍격이 깡그리 사라지겠지…….’
이묘진은 사부 뒤를 따르며 불평했다.
“저 도망가지 않을 거고, 도망가지도 못해요. 사부님, 차라리 이영소를 묶으세요.”
빙이원군은 무관심한 표정을 지을 뿐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친구가 본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요.”
이묘진은 중얼거렸다.
빙이원군은 그제야 입을 열고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만약 네가 태상망정할 수 있다면, 이런 작은 일에 체면이 깎인다고 신경 쓰지 않겠지.”
이묘진은 굴복하지 않고 고집부렸다.
“그렇게 사부님이 능력 있으면 바닥에 엎드려서 개 짖는 소리를 따라 해 보세요.”
빙이원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주시하였다. 검고 촉촉한 아름다운 눈이 점점 투명해졌다.
다음 순간 이묘진은 경악하였다. 입이 그녀를 배반하고 ‘멍멍’ 짖는 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멍멍…….”
하지만 소용없었다.
“사, 사부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자가 잘못했어요,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멍멍!”
빙이원군은 돌아서서 그녀를 데리고 계속 걸어갔다.
“멍멍, 멍멍!”
이묘진은 걸으면서 개 짖는 소리를 따라 했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수치심에 훌쩍거렸다.
‘분명히 내가 허칠안 그 개자식이랑 너무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의 가장 천한 버릇이 옮은 거야…….’
이묘진은 입을 벌리고 또 개 짖는 소리를 몇 차례 흉내 냈다.
“멍멍!”
* * *
대각장 병영. 희현은 청 내부에 앉아 있었다. 그의 좌우 양쪽으로는 류홍면, 초엽 도사 등 몇몇 핵심 인물이 있었다.
“일의 경과가 대략 이러한데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요?”
희현은 모든 이를 둘러보았다.
허원상이 침음하더니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치대로라면, 이 자는 무림대회를 위해 온 것이니 조만간 대각장에 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미 수일이 지났는데 저는 그의 존재를 관측하지 못했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그가 왔는데 마침 제가 쉬는 시간과 엇갈린 겁니다. 이는 용기 숙주의 행운이지요.
둘째, 그를 지체시키는 어떠한 일이 생긴 겁니다. 이 역시 용기 숙주의 행운이 암암리에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이지요.”
허원상은 명색이 술사인 만큼 기운 측면으로는 전문적이었다.
류홍면이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에 네가 말하지 않았니? 우리가 용기 숙주를 수중에 넣기만 하면 용기의 서로 끌어당기는 특성 때문에 조만간 그와 마주칠 거라고?”
허원상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비웃었다.
“기억력 참 좋네. 내가 말한 건 조만간이야. 하지만 언제인지 누가 알겠니? 오늘일지도 내일일지도 어쩌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
“그리고 그전에 그가 만약 누군가에게 잡히면, 저희가 청주에서 여기까지 쫓아와 고생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 되는 셈입니다.”
걸환단향은 알록달록한 긴 장포를 두른 채 상기시켰다.
“잊지 마세요. 그 서겸 역시 용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용기가 두 개 있어요. 용기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규율에 따르면, 그가 먼저 그 자식을 마주칠 가능성이 우리보다 더 높습니다.”
초엽 도사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제게 몇 가지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만.”
희현은 이 말을 듣더니 웃기 시작했다.
“도사님, 이 말을 기다렸습니다.”
강호 경험, 체득한 지식을 논하자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초엽 도사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 체득한 지식과 경험은 종종 사건을 대처하는 방법으로 바뀔 수 있었다.
“만약 제멋대로 되도록 내버려 두면 아마 그 자식이 먼저 마주치는 건 당연히 서겸일 겁니다. 이렇기에 저희가 해야 할 건 서겸을 저지하고 수색에 박차를 가하는 겁니다. 어떻게 서겸을 저지하냐고요? 간단합니다. 불문 고승을 성에서 순시하게 하면 됩니다. 만약 고승들이 근거리에서 접촉하면 그를 발견할 수 있는 비법을 지니면 더 좋고요.
저희가 그 자식을 어떻게 찾는지에 관해서라면, 한편으로는 공손 가문 사람을 감시하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안 각 객잔의 심부름꾼에게 정보를 알아내는 겁니다. 돈을 좀 쓰는 일이지요.
공손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건 걸환단향을 시키면 됩니다. 그는 심고사이니 충분한 ‘일손’이 있으며, 은밀하게 할 수도 있지요. 정보를 캐내는 건 천기궁 밀정을 시키십시오.
그리고 번거롭겠지만 원상 소저가 밖에 나가 많이 움직이셔야 합니다. 망기술로 찾아주세요. 저희 수중에 있는 용기 숙주를 데리고 나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초엽 도사의 말을 들은 모든 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때 허원상이 갑자기 말했다.
“창룡칠숙(蒼龍七宿)이 도착했어요.”
‘창룡칠숙이라…….’
청 내부의 모든 이가 침묵하였다.
잠룡성의 그 국사에게는 3대 직속 세력이 있었다. 각각 성안의 술사 조직, 이십팔성숙(二十八星宿) 그리고 천기궁이었다.
그중에 천기궁은 정보망으로서 가장 신비롭기에 외부 사람이 너무 많이 알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술사 조직과 이십팔성숙은 잠룡성 고위층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십팔성숙 중에 군대에서 보직을 맡은 주작칠숙(朱雀七宿)은 80인 비수군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그는 가장 뛰어난 척후였다.
백호칠숙(白虎七宿)은 백호 호위대의 우두머리이자 시위 신분으로 국사의 심복과 일부 중요한 대신 옆에 배치되어 경호원 역할을 했다.
현무칠숙(玄武七宿)은 오천 명 규모의 중장기병이었다.
그리고 창룡을 포함한 창룡칠숙은 소문을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냥 대오였다.
국사가 직접 만든 정상급 전투원이기도 했다. 그들 8인이 모이면 협공 진법, 법기에 의존하여 3품의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3품 초범은 언제, 어느 세력에서도 정상급 존재였다.
체구가 건장한 백호가 웃으며 말했다.
“창룡이 오면 옹주성 일은 별다른 뜻밖의 사고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건 오히려 불문이 번복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죠.”
희현은 고개를 저었다.
“천기궁은 이미 불문과 약속을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허원괴가 콧방귀를 뀌었다.
“서겸을 잡으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일 거예요.”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서겸이 누이를 모욕했다고 여겼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이가 참지 못하고 허원상을 쳐다보았다. 백호는 웅웅 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면 이 자는 원괴 공자님이 마음대로 처리하는 걸로 하지요.”
걸환단향이 담담하게 말했다.
“저한테 사람을 괴롭히는 독고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목이 날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시달릴 필요는 없지요.”
이 심고사는 성격이 과격했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살육을 좋아하지 않았다.
류홍면은 손톱을 만지작거릴 뿐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았다.
미모가 출중한 그녀에게 있어 대부분의 남자는 관심 둘 가치가 없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그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남자는 지위가 비범하거나 수련 경지가 높은 자들뿐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젊은 세대 중, 그녀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희현뿐이었다.
그녀는 설령 허원괴 같은 신분이라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풋내기 소년이라면, 그녀는 말끝마다 그를 놀리는 재미를 즐길 수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