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15
815화. 온천 (1)
똑똑!
창문에서 가벼운 기척이 전해졌다.
예쁜 여종들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자 약간 취기가 오른 공손향양이 아래로 손을 저어 예쁜 여종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창문을 쳐다보더니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전부 나가거라.”
예쁜 여종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묵묵히 일어나 예를 갖춘 뒤에 각자 옷을 집고 입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재빨리 떠났다.
그녀들이 멀어져 가자, 공손향양은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참새를 맞이했다.
작고 귀여운 참새가 방으로 날아 들어와 곧장 탁자로 날아가서는, 밥과 떡을 부리로 쪼아먹었다.
‘너무 춥네. 추위에 극도로 강한 참새조차 이 괴상한 날씨를 견딜 수가 없으니…….’
허칠안은 직접 은혜를 입은 듯 감사하게 여기며 빈정댔다. 그는 숯불구이를 즐기면서 밥을 먹어 빠르게 배를 채웠다.
“찾으라고 한 사람은 찾았습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공손향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 자식이 육박 도박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로 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제 사람이 아직도 찾고 있어요.”
허칠안은 제안하였다.
“객잔에 가서 찾으십시오. 심부름꾼에게 알아보세요.”
공손향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한데 불문 승려가 오늘 움직임을 보이더군요.”
‘이건 알아…….’
참새는 말을 하지 않고 공손향양이 계속 말하길 기다렸다.
“저녁 식사 전에 막 한데 모은 정보가 들어왔는데 성안 곳곳에서 승려의 종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들도 찾고 있어요, 선배님을 찾는 중입니다…….”
“나를 찾는다고?”
참새는 머리를 움직이더니 검은 단추 같은 눈으로 공손향양을 주시하였다.
“승려들이 초상화를 이용해 찾는 자가 바로 선배님이랍니다.”
공손향양은 확신을 주었다.
‘남몰래 매복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나를 찾는다니? 지금은 승려가 권법을 연마하는 것조차 절차를 따지지 않는 건가?’
허칠안은 듣더니 미간을 바로 찌푸렸다.
이치대로라면 조심스레 잠복하여 기회를 엿보다가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자격을 갖춘 사냥꾼이 해야 할 일이었다.
‘경솔하게 행동했다가 계획이 누설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 건가……. 아니, 어쩌면 이게 바로 그들이 원하는 걸지도…….’
허칠안은 생각이 번뜩이더니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불문은 이런 방법으로 나를 쫓아버리고 싶은 것이다. 용기 숙주를 찾고 있는 내 진도를 방해해서 발 빠른 그들이 먼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그런 뒤, 용기 숙주를 미끼로 삼아 내가 걸려들기를 압박하는 거지.’
이는 괜한 추측이 아니라 도난 금강이 전에 낚은 수법에 근거한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내가 함정에 빠지게 하려면 그들은 반드시 충분한 미끼가 있어야 해. 평범한 용기 숙주로는 나를 끌어들일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아홉 개 용기 중 하나라면 나한테 충분히 유혹적이지. 설령 내가 기다리면서 함정에 걸려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손해가 아니다. 내친김에 용기 숙주를 거두어 가면 마찬가지로 목적을 달성하는 거니까.”
허칠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본래 나한을 사냥할 계획이었다. 만약 불문이 사전에 용기 숙주를 찾아 유인한다면, 그는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공격하면 된다.
“용기 숙주는 찾아야 하니 찾아야지. 한발 앞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고. 만약 정말 불문이 한발 앞서 빼앗는다면 내 2단계 역 사냥 계획을 겸사겸사 펼치면 된다.”
허칠안은 몇 마디 당부의 말을 건넨 뒤, 날개를 퍼덕여 침실을 나서더니 모니터링 임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그는 희현 일행이 찾아오는 사태를 방지해야 했다.
* * *
날이 어두워지자 낙옥형은 청행원 창가에 서서 살을 에는 찬바람을 맞았다.
바람이 그녀의 귀밑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러면서 그녀의 장포는 뒤로 펄럭였다. 여기에 그녀의 절세 미모를 더하니 선녀와도 같은 정취가 돋보였다.
하지만 미간 사이의 옅은 근심은 그녀의 선기(仙氣)를 망가뜨렸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인간미는 그녀가 인간 세상의 여인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속세 여인이 겪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는 어째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그가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어제 내가 절제하지 않고 요구해서 두려움에 이미 줄행랑을 놓은 건 아니겠지…….’
낙옥형의 마음속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가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계속해서 업화가 몸을 태울 텐데 어떻게 견뎌야 한단 말인가?
짙은 두려움이 그녀를 삼켰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녀의 두려움과 근심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녀는 저녁밥조차 먹고 싶지 않아졌다. 비록 그녀의 수련 경지로는 이미 밥을 먹을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에휴.”
국사는 가볍게 탄식하더니 방문을 열고 마당 깊은 곳에 있는 온천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 영보관 깊은 곳에 있는 연못에 가부좌를 틀거나 목욕하기를 좋아했다.
낙옥형은 이 습관을 여러 해 동안 유지했다.
그녀가 걸어가니 청행원의 여종과 하인이 놀라 흠모하는 시선으로 경국지색의 선녀를 훑어보았다.
여종들은 그녀보다 못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하인들은 입이 바싹 마르더니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녀는 몸매가 늘씬하였다. 비록 낙옥형은 아주 헐렁한 장포를 입었지만 신체 비율은 뛰어났다. 그녀는 다리가 길었으며 허리띠로는 가느다란 허리를 그려냈다.
이 여인이 단순한 도사 차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됐다. 청행원 사람들은 그녀에게 남자가 있다는 걸 모두 알았다.
게다가 그녀는 종일 남자와 방에서 뒹구느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런 일들은 안방 시중을 책임지는 여종 두 명이 진작에 이야기한 바였다.
* * *
낙옥형은 연못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털어 부적 몇 장을 내던져 온천 연못을 외부 세계와 단절시켰다.
뒤이어 그녀는 희고 보드라운 두 발을 구름이 수놓인 헝겊신에서 꺼냈다. 그렇게 눈 같은 맨발로 연못가의 돌 위를 밟았다.
그녀가 고운 손가락으로 허리띠를 비틀어 가볍게 당기니 허리띠가 벗겨지면서 옷섶이 양쪽으로 미끄러졌다. 안에는 연청색 복두가 있었으며 가슴이 복두를 받치고 있었다…….
장포는 매끄러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기름 덩이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는 마찰력이 없는 듯했다.
낙옥형은 고운 머리카락을 둘둘 휘감았다. 그녀는 흰색 비단 바지와 연청색 복두를 입은 채로 온천에 들어갔다.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그녀는 선이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젖히고 눈을 감고 긴 속눈썹으로 덮은 뒤 온천을 즐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낙옥형은 아름다운 눈을 뜨고 기슭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형체가 하나 더해졌는데 마침 장포를 벗고 있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국사, 너무하시네요. 제가 공허한 걸 분명히 아시면서도 저를 꼬시려고 하다니요.”
풍덩…….
허칠안은 재빨리 옷을 훌렁 다 벗고 온천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따뜻한 연못 물이 그를 감쌌고, 사지를 담가 뼈와 근육이 펴질 수 있도록 했다.
사실 허리는 더 이상 쑤시지 않았다. 그는 3품의 신체와 영혼의 ‘재생’ 능력으로 몇 시진이면 허리에 생기를 불어넣어 전봉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 그처럼 이틀 밤낮으로 끊임없이 쌍수를 지속한다면 진작에 급사했을 것이다.
다른 체계의 고수라 해도 아마 원기를 크게 다쳐 며칠 수양해야만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이 순간 무사의 우월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낙옥형은 허칠안이 돌아온 걸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한 그런 표정이 완전히 얼굴에 드러났다.
과거의 낙옥형은 절대 이렇게 과장된 표정으로 동요할 리가 없었다.
“아, 온천에 들어가면서 어떻게 술이 없을 수 있습니까?”
허칠안이 손짓하자 기슭에 흩어져 떨어진 옷에서 지서 파편이 저절로 날아왔다.
그는 손을 뻗어 파편을 잡더니 지서 공간에서 황주를 한 단지 꺼냈다. 이는 애당초 그가 부양현을 떠돌 때 샀던 현지 맛주였다.
부양현의 황주는 현지에서 아주 유명했다. 새콤달콤하여 맛이 아주 좋았다.
“국사, 술 드시나요?”
허칠안은 곁눈질했다.
낙옥형은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도문은 술을 금하네.”
목소리는 얼음덩이가 낭랑하게 부딪치는 듯 예전과 다름없이 활기가 없었다.
“술을 마시면 이따가 쌍수는 많은 효과를 거둘 겁니다.”
허칠안은 점잖지 못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노(怒)’ 인격에도 ‘욕(欲)’ 인격에도 쫄았다. 허칠안은 현재 이 ‘구(懼)’ 인격을 마주하자 강한 도려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낙옥형은 잠시 생각하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방에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지.”
허칠안은 강하게 말했다.
“저는 연못 안에서 쌍수할 겁니다.”
낙옥형은 보기 좋은 눈썹을 바로 찌푸리더니 몸을 살짝 물에 담갔다. 온천물이 뽀얗고 매끄러운 어깨까지 넘쳐흘러 그녀의 목과 얼굴만 드러났다.
그녀는 기름 덩이 같은 섹시한 붉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언제부터 자네가 쌍수하는 일에 결정권을 갖게 된 거지.”
이 순간, 허칠안은 정상적인 낙옥형이 돌아온 줄 알고 하마터면 머리를 움츠리고 소리 지를 뻔했다.
‘국사,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 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구(懼)’ 인격 아닌가?
그는 낙옥형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한 뒤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 정상적인 상태와는 다르게 지금 그녀의 표정에는 저항과 불안이 더 지배적인 듯 보였다.
‘아마 나와 쌍수하는 걸 거부하는 게 아닐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녀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한 발 쏘고 가라고 요청했으니. 불안함도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꼬박 3일을 쌍수했으니. 이건 세속적인 행위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거부인가? 아니면 두려움?’
허칠안은 마음속에 계산이 섰다. 그는 추측을 검증하기 위해 대담하게 말했다.
“국사, 항상 방에서 수행하는 건 너무 재미없습니다. 오늘 밤에 저희 연못에 있어요. 하늘을 이불로 삼고, 연못을 침상으로 삼아 마음껏 수행합시다.”
낙옥형은 눈에 저항하는 기색을 더 짙게 띠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해하는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어찌 체통이 서겠는가.”
그녀는 말을 마치더니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낙옥형은 연못 다른 한편으로 다가가 허칠안과 거리를 벌렸다.
‘재미있네…….’
허칠안은 웃었다.
업화가 몸을 태울 때 낙옥형을 상대하는 일은 아주 재미있었다.
냉담하고 세속적 욕망은 거의 없는 듯한 지난날의 국사와 달리, 칠정 상태의 그녀는 인간미가 있었다.
분노 상태에서 그녀는 영어 선생님 혹은 성격이 좋지 않은 이모처럼 툭하면 성질을 부렸다. 하지만 조금 놀리기만 하면 화를 내는 모습이 사실 참 귀여웠다.
욕망 상태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남을 못살게 구는 요사스러운 여인이 되어, 선녀에서 마녀로 변해 미친 듯이 착취하고 향락을 갈구했다. 게다가 또 낙옥형은 매우 거리낌 없이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드러냈다.
두려움 가득한 상태에서 그녀는 현재 ‘묵직함’, ‘진부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낙옥형이 잠자리에 고지식하게 구니 그 자체로 아주 귀여웠다.
그녀는 흐릿한 눈으로 연못 벽에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