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18
818화. 유혹
‘생명은 실로 소중하고, 사랑의 가치는 더 높다라…….’
낙옥형은 몇 차례 중얼거리며 되뇌었다. 그녀는 얼굴에 이상하게 홍조를 띠고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경제와 타협하지 않고 20년 동안 고생스럽게 버틴 보람이 있구나. 자네가 강호 여정을 마치면 우리 정식으로 도려를 맺자고.”
허칠안은 간곡하게 말했다.
“얼른 저를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낙옥형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투덜거렸다.
“싫어.”
“얼른 허랑이라고 부르세요.”
“허, 허랑…….”
허칠안은 몸서리를 쳤다. 그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으나 속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다.
‘하하, 국사, 너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쌍수가 끝나고 원상태를 회복했을 때 이 7일 동안 겪은 일을 떠올리면 분명히 수치심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앞으로 내 앞에서 어떻게 거드름 피우는지 보겠어…….’
낙옥형은 수줍어하다가 갑자기 또 애수에 잠기더니 탄식했다.
“그날 금련이 내게 자네가 몸에 기운을 품고 있어 가장 좋은 쌍수 상대라고 했지. 나를 도와 업화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이야. 나는 본래 거절했었네. 쌍수는 도려를 맺는 걸 의미하는데 그 당시의 자네는 그저 한낱 은라에 불과했거든.
하지만 후에 자네가 점점 두각을 드러냈네. 초주성 백성 대량 학살 사건 이후 나는 사실 속으로 자네를 인정했어. 자네가 만약 성장하기 시작한다면 내 쌍수 도려가 되는 데 안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
그때부터 나는 자네와 어떻게 관계를 쌓을지 생각했네. 하지만 내 나이는 자네 엄마 노릇을 할 나이니 설령 국사고 도사라고 해도 정말 차마 얘기할 수 없었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했어.
그저 자네에게 부검을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랫동안 망설였네. 후에 자네가 초주에 갔을 때 나는 여전히 초원진을 통해 호신 부적을 선물할 뿐이었지. 사실 직접 만나서 자네에게 선물하고 싶었네. 나중에 자네가 원경을 조사해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내게 도움을 청한 그때, 나는 내심 남몰래 기뻐했어…….”
허칠안은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했다. 그는 여기까지 듣자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국사…… 국사, 닥치세요. 제발. 저는 그저 국사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싶을 뿐이지, 죽음을 자초할 생각은 없었다고요.’
낙옥형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게 뭘 의미하겠나?
이는 그녀가 회복됐을 때 이 말을 떠올리자마자 단검에 그를 갈라서 죽이고 멸구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자네 왜 그러지? 심장 박동이 이렇게 날뛰다니.”
낙옥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무서워서요.”
허칠안은 경직된 상태로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그나저나 허칠안 역시 이로써 낙옥형이 단순히 그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호감이 있음을 확인했다.
‘애(哀)’ 인격이 이어받은 건 그에 관한 호감이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확률일 뿐이었다. 진짜 낙옥형은 그를 향한 애정이 이렇게 과장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건 예전이다.
이번에 쌍수한 뒤로 이 애정이 많든 적든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때 낙옥형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깥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 결계에 충격을 가하고 있어.”
그녀는 즉시 장포를 두르고 허리띠를 매어 은밀한 부위를 가렸다.
하지만 허칠안은 이미 일어나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전망대로 걸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보았다.
온통 하얗게 뒤덮인 아래층, 이영소가 오솔길에 서서 비검을 조종해 결계에 끊임없이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는 전망대 위의 허칠안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낙옥형이 주문을 거두자 성자는 어느 정도 감이 왔는지 고개를 들어 보더니 크게 소리쳤다.
“선배님, 공손가에서 서신을 보내왔는데 선배님이 찾던 그 자식을 발견했답니다!”
‘용기 숙주를 찾았다고?’
허칠안은 미친 듯이 기뻐하더니 두 손으로 난간을 받치고 4층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그 자식은 어디 있는가?”
그는 말을 하는 동시에 뒤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연한 남색의 긴 장포가 날아오더니 그의 몸을 덮었다.
이영소는 본래 뭐가 없는 줄 알았다가, 곁눈질로 낙옥형 역시 전망대에서 날아내려 오는 모습을 보았다.
국사는 소박한 차림에 도잠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간결하고 깔끔해 보였다. 그녀는 며칠 전과 비교했을 때 기질이 크게 변했으며 미간 사이에는 옅은 애수가 맺혀 있었다.
얼굴에는 홍조는 아직 가시지 않아 어여쁘고 연약했다.
‘꽃처럼 아름답구나…….’
이영소는 속으로 개탄하더니,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려 억지로 표정을 바로잡고 말했다.
“‘춘의농(春意濃)’이라는 청루에 있습니다.”
“춘의농?”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음했다.
“이건 정식 청루 명칭이 아닌데.”
청루의 끝 글자는 통상적으로 ‘루(樓), 관(館), 각(閣)’ 등으로 규모에 따라 결정됐다.
“그건 그 자체로 정식 청루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사(書社)입니다.”
이영소는 공손 가문에서 전해온 정보를 얘기했다.
“이전에 시문을 좋아하는 부잣집 소저가 설립하여 오로지 지식인을 초대하여 문회를 개최하던 곳입니다.
후에 집안에 변고가 생겨 다시 재기하지 못하면서 서사를 청루로 바꾸었고, 마찬가지로 중도에 집안이 쇠퇴하였으나 재능이 뛰어난 여인을 초빙하여 기예를 팔게 되었지요. 서생이 학문을 닦는 데 짝이 되어주는 겁니다.”
이영소는 말을 마치자 당혹스러워했다.
‘서겸이 청루를 잘 아는 것 같군.’
허칠안은 바로 이해하여 머릿속에 네 글자를 떠올렸다.
!
이런 성격의 장소는 대봉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기루였다.
기루의 주제는 희곡, 잡기 등등이 있었다. 하지만 기루 역시 육체 장사에 종사하는 곳이었다.
또한 몇몇 도교의 사원 역시 이러한 성격이었다. 그 안은 피부가 하얗고 용모가 아름다운 여도사로 가득했으나, 그들은 그럴싸하게 참배자와 도리를 논하고 설교하다가 침상을 구르곤 했다.
참배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속세 여인이 아니라 여도사와 잠자리를 하는 셈이었다.
격조가 완전히 달랐다.
이 ‘춘의농’ 역시 이 이치였다.
허칠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낙옥형을 쳐다보았다.
“국사, 저희 같이 가시죠.”
보수적으로 볼 때, 그는 낙옥형을 데려가면 불확실한 위험에 대항할 충분한 전투력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 * *
진 밀정은 대각장 병영에서 손을 뻗어 마당 안으로 날아온 서신 비둘기를 잡았다. 그러고는 발톱에 묶인 가느다란 대나무 관을 꺼냈다.
그는 펼쳐서 다 읽더니 뒤에 있는 희현 등에게 말했다.
“용기 숙주를 찾았습니다.”
희현 대오는 본래 아침밥을 먹은 뒤에 밖에 나가 수색하려던 중 이 말을 듣자 놀라움과 기쁨을 금하기 어려웠다.
“어디에 있지요?”
성숙 중 하나인 백호가 캐물었다.
진 밀정은 웃으며 말했다.
“‘청의농’이라는 청루에 있습니다. 어젯밤에 한 여인이 손님과 충돌하는 바람에 크게 소란이 났지요. 일이 밖으로 전해지면서 몸을 숨긴 곳에 그제야 드러난 겁니다.”
초엽 도사가 고개를 저으며 실소하였다.
“어쩐지 객잔을 뒤져도 그를 찾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이 자식이 청루 안에 숨어 있었군요.”
허원상이 바로잡았다.
“이건 숨은 게 아닙니다. 기운이 어둠 속에서 길을 좇고 화를 피하면서 그가 객잔을 비켜 가게 한 거죠.”
류홍면은 허원상과 상대하지 않고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그는 손님과 충돌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그를 찾기 전에 착실하게 숨어 있어야지.”
허원상은 도도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어쩌면 그는 이미 떠나서 또 한 번 미리 우리를 피했을지도 몰라. 혹은 기운이 더 왕성한 사람이 그를 찾거나. 서겸이 두 개의 용기와 함께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그녀의 분석에 따르면, 그 용기 숙주가 드러난 건 서겸이 그를 찾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질질 끌지 말고 재빨리 가야 합니다.”
희현은 진 밀정을 쳐다보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말했다.
“옹주에 있는 공손가 밀정이 정보를 얻는 속도가 아마 우리보다 늦지 않을 거예요.”
진 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즉시 불문 승려에게 통지하겠습니다. 낙옥형이 뒷받침하는 상대라면 저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초엽 도사가 갑자기 말했다.
“상대방이 놀라서 물러나지 않도록 나타나지 말고 근처에 매복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 *
고상한 장식이 돋보이는, 고풍스러운 춘의농 서재 안. 몸매가 아름다운 여인이 얇은 천을 걸친 채 책상 뒤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책상 위의 금수(金獸)가 단향을 모락모락 내뿜었다.
용모가 수려한 이 낭자가 책을 들고 읽을 때면 교양 넘치고 사리에 밝은 대갓집 규수 느낌이 물씬 났다.
하지만 그녀의 옷차림은 또 은근히 색기를 품고 있어 남자를 유혹했다.
두 가지 기질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매력이 교차했다.
묘재방은 창가에 서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창밖의 설경을 감상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고개를 돌려 탁자의 미인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묘재방은 본래 그날 도박장 사장을 단검에 베어 원수를 갚은 뒤, 객잔을 찾아 묵을 계획이었다.
도중에 그는 우연히 도둑이 양갓집 여인의 쌈지를 빼앗는 걸 보았다. 그는 길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나서서 도와주는 터라 낭자를 대신하여 쌈지를 되찾고 도둑을 쫓았더랬다.
그가 그 결과를 생각이나 했겠는가. 꽃처럼 외모가 아름다운 그 낭자는 ‘춘의농’의 간판 여인 중 하나로 자연(紫鳶)이라 했다.
자연 낭자는 그에게 호감이 매우 많았기에 묘재방을 ‘춘의농’에 머물도록 초대하였다. 묘재방은 혈기왕성한 청년인데 어찌 유혹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는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지를 벗었다.
어젯밤, 서생 차림의 한 공자가 굳이 자연 낭자와 함께 독서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연 낭자가 원치 않자 강제로 추행하였다.
그는 묘재방에게 한바탕 혼쭐이 난 뒤 ‘춘의농’에서 쫓겨났다.
‘묘재방아, 묘재방. 한 시대의 협객이 되려는 자는 더 이상 미색에 미련을 두면 안 돼…….’
“자연 낭자, 저 오늘 떠나려고 하오.”
책상 뒤의 낭자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묘 공자님, 무림대회에서 강자에게 도전하여 무도를 연마하려면 병영에 머무는 것보다 여인의 거처에 머무는 편이 낫지요.”
그녀는 그를 가지 못하게 했다.
묘재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의 직감이 어서 이곳을 떠나라고 재촉했다. 묘재방은 자신이 이틀 만에 자연 낭자의 미색에 깊이 빠졌다고 생각하였기에 죄책감이 들었다.
“고수에게 도전하여 무도를 연마해야 하기에 나는 한눈팔면 안 되고 수련에 몰두해야 하는 것이오.”
자연 낭자는 붉은 입술을 오므렸고, 그녀의 눈에는 실망이 스쳤다.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내일 떠나면 어때요?”
묘재방은 한바탕 자세를 바로잡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험이 부족했으므로, 얼굴을 붉히거나 가슴이 두근대지 않는 상태로 여인을 기만하는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이때 참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와 창턱에 내려앉더니 검은 단추 같은 눈으로 두 사람을 조용히 주시하였다.
‘춘의농’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골목 안, 유모를 쓴 세 사람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의 어깨 위 모자 가장자리에는 옅은 눈이 쌓여 있었다.
“선배님, 어떻습니까?”
그중 한 남자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초상화 속의 그자가 바로 안에 있네.”
허칠안은 참새의 시야를 공유하면서 정신을 분산시켜 이영소에게 대답했다.
그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사건이 이미 하룻밤 지났다. 그는 아마 불문과 천기궁 쪽에서도 소식을 접했을 거란 걸 고려하여 무모하게 난입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참새를 조종하여 먼저 가 한 차례 정찰하기를 택했다.
“국사, 번거롭겠지만 국사께서 사람을 데리고 나와주십시오. 저희 청행원에 가서 합류하지요.”
허칠안은 고개를 돌리고 손을 뻗어 낙옥형 소매 속의 보드라운 손을 쥐더니 그녀의 손바닥을 눌렀다.
‘역겨워!’
이영소는 이 디테일을 유심히 보더니 마음이 편치 않아 속으로 한 마디 욕했다.
그는 비위가 상했다.
낙옥형은 가볍고 부드럽게 대답하더니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어리둥절하더니 고개를 숙여 별안간 꽉 잡은 손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