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20
820화. 청의가 길을 막다
현성 도사가 무관심하게 말했다.
“되찾아오면 되오. 번거롭겠지만 도우께서는 사건의 경위를 상세하게 얘기해주오.”
‘후, 너희 천종도 참…….’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새 머리를 조아렸다.
“개의치 않으시다면 제 진짜 몸으로 와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빙이원군은 동요하지 않았다.
“도우를 기다리겠소.”
참새는 머리를 조아리더니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빙이원군의 맑은 눈동자에 참새가 날아가는 모습이 비쳤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현성 도사에게 전음하였다.
“그가 사용한 건 심고의 수법이네.”
원신이 빙의한 동물과 심고가 통제하는 동물은 두 가지 개념이었다.
전자의 간판 인물은 황갈색 고양이 도사였다. 고양이가 될 때 도사의 육신은 움직일 수 없었다.
심고는 동물을 분신으로 바꾸거나 동물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조종하는 것에 더욱 가까웠다.
현성 도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덧붙여 말했다.
“고술 수법은 평범한 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강하지는 않군. 이 자의 진짜 수련 경지는 아마 3품일 걸세.”
그들은 예전에 서겸이라는 인물은 기본적으로 3품이며, 2품, 1품일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대면해보니 그는 비록 분신일 뿐이지만, 이 단수의 강자로서 단서를 알아내기에 충분했다.
빙이원군과 현성 도사는 심고로 참새를 통제하는 서겸의 수법과 상대의 원신 파동을 근거로 하여 판단하였다.
똑똑!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성 도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시오.”
격자문이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남색 장포를 입은 청년이 문턱을 넘어 객실로 들어왔다.
현성 도사와 빙이원군의 눈동자가 일제히 투명해지더니 천종의 ‘천인합일’ 정신이 발동하면서 허칠안에 관해 한 번 격물치지하였다.
하지만 두 천종 3품 고수의 눈에 서겸은 수련 경지가 없는 보통 사람과 다름없었다. 어떠한 이상도 없었다.
이게 바로 가장 큰 이상함이었다.
천종의 ‘천인합일’ 심법은 천지를 깨닫고 자연과 동화하는 법술이었다.
외재적인 표현 형식은 주변의 모든 걸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아주 심오한 탐색 수법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3품인 수련 경지로 서겸의 속내를 탐색했으나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 서겸이 어떻게 보통 사람일 수 있지?’
현성 도사와 빙이원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손짓했다.
“도우께서는 앉으시오.”
이묘진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비연 여협객은 서겸한테서 허칠안의 흔적을 찾으려 시도했으나 곧 실망하였다. 서겸은 차분하고 온화했다. 그는 명인의 기질이 풍부했으며, 신중하면서도 함축적이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날렵한 외모에 예리하고 뽐내는 소년티를 풍겼다.
‘아주 그럴싸하게 치장했네. 진작에 네 신분을 알지 못했다면, 나도 못 알아봤겠어. 어쩐지 이영소가 너한테 속아서 쩔쩔매더라니…….’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칠안은 자리에 앉은 뒤 두 천종 고수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말하자면 부끄럽습니다. 이영소가 불문에게 납치된 건 저 때문입니다.”
그는 바로 자신과 이영소의 우연한 만남, 두 사람이 함께 떠돌며 겪은 일 그리고 이영소가 나한에게 잡혀간 이유를 간단하게 서술했다.
여기에서 그는 이영소가 지나치게 조급하여 용기 숙주를 미끼로 삼은 상대방한테 기만당했다고 바꾸어 말했다.
“당시 나한이 직접 자리에 있었는데 저는 구할 수 없었고, 그가 실수로 잡혀가는 걸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요. 하마터면 처량하고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허칠안은 말하면서 현성 도사와 빙이원군을 쳐다보았으나 역시나 두 사람은 무표정이었다.
‘영원히 천종 도사의 얼굴에서 어떠한 감정 변화도 볼 수 없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대다가 빙이원군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시선을 잠시 멈추었다.
‘전생 만화 속의 히키코모리 소녀 아니야? 아, 아니, 히키코모리 아주머니지.’
현성 도사가 한참 침음하더니 말했다.
“도우와 불문이 용기를 다투고 있는 듯하오만.”
그는 허칠안한테서 용기의 정보를 캤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성의를 표하기 위해 말했다.
“용기는 용맥의 령으로 대봉 황제가 참수된 뒤 여러 가지 뜻밖의 사고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용기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대봉 왕조는 몰락 위기에 처할 겁니다.”
현성 도사는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에 관해 그와 빙이원군은 여러 차례 토론한 적이 있었으며 그 결과 거의 진상을 추측해냈다. 지금 서겸이 이를 실증하자 그들은 비로소 추측에 오류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빙이원군은 담담한 말투로 평가했다.
“불문은 줄곧 중원에 손을 대려고 했소.”
허칠안은 내친김에 말했다.
“소생이 이렇게 온 건 두 분께서 나서서 도와주시길 바라서입니다. 불문 나한과 금강을 물리치고 성자를 구해오는 겁니다. 저희가 협력하면 쌍방이 모두 이롭습니다.”
‘허칠안의 말투가 이렇게 거칠어졌다고……?’
이묘진은 남몰래 중얼거렸다.
현성 도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도우의 말씀에 따르면 불문에 나한 한 명과 금강 두 명이 있고, 더욱이 천기궁의 3품 전투력과 4품 무리가 있는데 우리만으로 어떻게 불문을 물리치고 어떻게 성자를 구해낸다는 것이오?”
빙이원군이 말했다.
“이 일은 당연히 천존께 아뢰고 그분께서 결정해야 하오.”
천종 사람은 사제의 정에 얽매일 일이 없었다. 성자를 구하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지자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천존이라는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사제의 정과 동문의 우의로 그들을 나서게끔 자극하는 건 어려웠다.
“급하지 않습니다!”
허칠안은 손을 들었다.
“두 분께서 제 말을 다 듣고 결정하셔도…… 사실 저희 쪽에도 2품 전봉 고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분과 낯설지도 않지요.”
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입구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국사, 들어오십시오.”
빙이원군, 현성 도사 그리고 이묘진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방문을 쳐다보았다.
몇 초 뒤, 객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그리고 유모를 쓰고 장포를 입은 늘씬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방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녀가 뒤이어 유모를 벗었다.
그녀는 외모가 더없이 아름다웠으며, 미간 사이에는 옅은 애수가 맺혀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인종 도사 낙옥형으로 2품 전봉의 초강자였다.
마침내 표정이 부족한 현성 도사와 빙이원군의 얼굴에 약간의 표정 변화가 생겼다.
“도사를 뵙습니다.”
세 명의 천종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도례를 갖추었다.
낙옥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칠안 옆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나한을 사로잡는 일을 담당하니 자네들이 해야 할 건 나를 위해 방해물을 제거하고 두 금강을 꼼짝 못 하게 하는 걸세. 사투를 벌일 필요 없이 최대한 치근거리면 되네.”
허칠안이 덧붙여 말했다.
“그때 가면 사천감의 손현기 역시 힘을 보낼 겁니다.”
현성 도사와 빙이원군은 더 이상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고, 전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상세하고 주도면밀한 계획이 있소?”
허칠안은 웃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두 분의 존재는 당분간 아는 이가 없으니 신속함이 바로 가장 좋은 계획이지요.”
이묘진은 서겸을 모르는 척하며 옆에서 묵묵히 들었다.
그녀는 허칠안을 보고 다시 낙옥형을 보았다. 이묘진은 자세히 돌이켜봤으나, 허씨와 인종 도사가 무슨 깊고 두터운 친분이 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 * *
한 일행이 옹주성 밖 관두 위를 걸었다. 도로는 질척였으며, 양쪽의 아직 녹지 않은 눈은 진흙탕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들은 각각 희현의 7인 대오와 불문의 정심과 정연을 필두로 한 무승들이었다.
묘재방은 강박에 못 이기고 대오에 휩쓸려 이 무리를 따라 옹주성을 떠났다.
“왜 성을 나가려는 거지요?”
소년랑 허원괴가 창을 멘 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불문 고승들이 자비로워서 무고한 백성을 다치게 하길 원치 않거든.”
류홍면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말투와 표정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준수한 외모의 정심이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어조로 설명했다.
“옹주는 인구가 밀집하여 성에서 대전이 벌어지면 틀림없이 많은 사상자를 낼 겁니다. 북경의 초주성이 바로 3품 강자들의 혼전으로 폐허가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서겸은 조정 사람이니 그는 분명히 걸려들지 않을 겁니다.”
허원괴는 이 의견을 받아들인 듯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묘재방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죽이든 능지처참하든 그냥 해라. 이 몸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협이 아니야. 다만 그전에 어쨌거나 너희가 나를 이해시켜야지.”
그는 표독스럽게 앞장서는 희현을 기다리며 말했다.
“네가 그들의 우두머리이니 네가 말해보아라. 이 몸이 너희를 불렀는가? 너희를 건드렸는가? 청주에서 옹주까지 쫓아온 게 뭘 바라서지? 이 몸이 네 아버지와 잤는가? 아니면 네 아내와 잤단 말인가!”
초엽 도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겨운 자식, 입을 함부로 놀리는구나. 만약 잠룡성에 있었다면, 네 이 한 마디에 삼족이 멸했겠지. 됐다. 네가 궁금해하니 도사가 너와 수다 좀 떨겠다. 이놈아, 보아하니 너는 지금 6품 경지 언저리에 이르렀으니 동피철골에 이르기까지 딱 한 발 부족하다. 내가 잠시 네게 묻겠다. 연신경에서 동피철골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묘재방은 그가 이 말을 왜 꺼냈는지 이해하지 못하여 불쾌해했다.
“한 달이다.”
초엽 도사는 다시 물었다.
“연전경에서 연기까지는 또 얼마나 걸렸는가?”
묘재방은 하찮게 여기며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9살부터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했고, 올해 스물둘이니 네가 보기에는 내가 얼마나 걸렸겠냐.”
그는 사실 수를 헤아릴 줄 몰랐기에 일부러 경시하는 태도로 이 사실을 감추었다.
초엽 도사가 내친김에 또 물었다.
“연기도 그렇고, 연신도 그렇고 심지어 동피철골까지 모두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너는 고작 한 달 만에 단전을 가득 채워 원신을 개척하였고 지금 몸 표면에 신광이 보일락말락 한다. 너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고?”
묘재방은 갑자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이유를 떠올리고선 콧방귀를 뀌었다.
“본 대인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자질이 총명한 걸 질투하는가?”
희현은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천부적인 자질을 논하자면 여기에서 어느 누가 너보다 강하지 않겠는가?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승직해온 건 자질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이한 인연이 계속된 것이다.”
묘재방은 깜짝 놀라 말했다.
“네가 어찌 아느냐?”
초엽 도사는 고개를 저었다.
“필부는 죄가 없지. 뛰어난 재능으로 시기와 모함을 받는 것뿐. 이해했는가?”
묘재방은 침묵하고 어떤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갑자기 그는 대오가 멈췄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강한 자식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뒤 마치 강한 적을 맞닥뜨린 듯 전방 관도를 주시하였다.
묘재방은 곁에 있는 초엽 도사, 류홍면 등을 훑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게다가 창을 멘 그 소년은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난 듯 두 볼이 상기되었다.
소년 곁에 청아하고 수려한 여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소녀다운 자태로 입술을 깨물었다.
묘재방은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았다. 그는 전방 관도에서 길을 막는 누군가를 보았다.
그 사람은 펄럭이는 청색 장포 차림이었으며, 손에는 칼날이 좁은 장도를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