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22
822화. 유일한 변수
“나한이 죽었다, 도정 나한이 죽은 거야?”
이때 류홍면이 공중의 상황을 똑똑히 보고는 실성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 말은 불문 승려들의 공포 심리를 불러일으켰다.
허원괴는 어두워진 낯빛으로 정심을 향해 소리쳤다.
“낙옥형의 업화가 몸을 태워 신체에 남에게 말 못 할 병이 있는 거 아니었나요?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정심은 굳은 얼굴로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백호는 슬그머니 허씨 집안 남매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의 수행의 주요 임무는 허씨 집안 남매를 보호하는 데 있었다.
그는 일단 위험이 닥치면 바로 제 모습으로 변해 허원괴와 허원상을 데리고 도망치려 했다.
범 가는 데 바람 간다고, 그의 천부적인 능력으로는 남매 둘을 데리고 무조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사이, 도정 나한의 육신에서 불광이 감돌고 피와 살이 꿈틀거리더니 회복하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후……. 정심 선사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도정 나한은 죽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 역시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들은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인종 도사 낙옥형은 도정 나한의 말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방금 그 검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로 강했다. 설령 도정 나한이라고 해도 큰코다칠 정도였다.
도정 나한은 육신을 회복한 뒤, 엄숙한 얼굴로 낙옥형을 주시했다.
“자네 뜻밖에도 이미 업화를 잠재웠군.”
낙옥형은 붉은 입술을 치켜올렸다.
“인종이 도사를 바꾸든 말든 나는 관심 없다. 하지만 오늘 아란타에서는 나한이 한 명 사라지겠구나.”
‘미쳤군!’
불문 승려들은 크게 노했다. 하지만 그들이 시선을 도정 나한에게로 던졌을 때 그가 반박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경악하였다.
‘이건…….’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먼 곳에 있는 서겸을 쳐다보았다.
서겸은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마치 모든 걸 예상한 듯했다.
허원상은 표정이 순간 복잡해졌다.
도정 나한이 금사발을 꺼내 들었다.
그가 금사발을 엎어 놓자 맑고 투명한 금광이 쏟아졌고, 사람 형체 몇몇이 금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키 8척에 수염, 눈썹, 머리카락이 없어 마치 황동 조각상 같은 도난금강.
추한 외모에 눈빛이 흉악한 수라 금강 도범.
몸에 두봉을 걸친 여덟 명과 몸이 다소 ‘비대’해보이는 창룡칠숙.
라인업이 화려했다.
묘재방은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하지 못했다. 길을 막은 그 남자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이미 영문을 모르겠는데 결과적으로 더 무시무시한 강자가 연달아 나타났다.
충격과 함께 황당한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강렬하게 솟구쳤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거지? 나는 왜 이런 차원의 싸움이 말려들었을까? 나는 누구지? 나는 어디에 있지?’
그의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였다.
낙옥형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금사발을 쳐다볼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곧 그녀는 금광에 몸이 뒤덮여 파묻히더니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도정 나한은 손바닥을 뻗어 금사발을 손에 잡아당겼다. 그는 담담하게 허칠안을 내려다보더니 돌아서서 도난 금강과 도범 금강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낙옥형은 2품 전봉의 전성기라 나는 그녀의 적수가 아니네. 그녀를 불경에 가두어둘 수밖에 없겠어. 자네들은 지체하지 말고 속전속결하게.”
그가 말을 하는 사이 손바닥의 금사발이 격하게 진동하였다.
그는 이 법기만으로는 낙옥형을 가둘 수 없었다.
도난 금강은 양손을 합장하였다.
“네!”
도정 나한은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금사발에 몸을 던졌다.
두 2품 강자가 금사발에 들어가자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흩어져 사라졌다. 허공에는 금사발만 남았다.
웅웅…….
금사발이 격하게 진동하면서 잔물결 형태의 아우라가 확산되었다.
금강과 창룡칠숙 둘을 포함한 모든 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금사발은 잠시 동안 진동하더니 서서히 잦아들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도정 나한이 이미 인종 도사를 얽매어 그 무시무시한 여국사가 당분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자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갑자기 느슨해졌다.
‘낙옥형은 정말 무시무시하군…….’
희현과 정심이 대표하는 4품 및 이하의 모든 이들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그들은 침착함과 냉정함을 되찾아서, 희롱하거나 적시하는 눈빛 혹은 자신만만한 시선으로 서겸을 쳐다보았다.
낙옥형이 사라지면 이 자의 지원군은 기껏해야 3품 술사 한 명뿐이었다.
두봉을 두른 창룡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유모 아래에서 번뜩이는 금빛 세로 눈동자로 허칠안을 잠시 살피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금강, 약속한 대로 이 자는 불문으로 돌아갑니다. 그의 신체의 모든 것은 저희에게 귀속됩니다.”
이윽고 수라 금강 도범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웅웅 귓가를 울렸다.
“우리는 불자를 사로잡은 뒤, 그를 잠룡성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창룡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항상 불문의 신망을 믿습니다.”
두 금강과 창룡칠숙은 삼각지세(三角之勢)를 이루어 허칠안은 포위하였다. 이 자는 이미 독 안에 든 쥐인 듯 그 과정 중에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창룡은 말을 하면서 허칠안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자 곧 두봉 모자 안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현기는? 그더러 나타나서 직접 상대를 고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가 두 금강을 고르길 바라지만.”
그는 두봉 속에서 검붉은색의 긴 칼을 꺼내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술사보다는 자네의 수법을 더 배우고 싶기 때문이지.”
이 자는 그날 경성에서 주상조차 실의에 빠져 돌아가게 할 정도로 뛰어난 기재였다.
허칠안은 여전히 침착하였다. 그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손 사형이 선택한 건 너희들이다.”
그의 시선이 창룡칠숙 뒤를 향했다.
어느새 창룡칠숙 뒤쪽으로 수 장 밖에 백의를 펄럭이는 형체가 하나 나타났다.
평범한 이목구비에 평범한 키를 지닌 그는 손에 한 폭의 글자를 들고 있었다.
“너희들의 상대는 나다!”
손현기의 출현에 잠룡성과 불문 양측은 전혀 놀라거나 의아해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예상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희현은 조용히 손바닥의 전송옥부(傳送玉符)를 꽉 쥔 채 약간 의아해하며, 먼 곳에 있는 백의 술사를 쳐다보았다.
지혜로운 자는 천 번 고려한다고 했다. 손현기는 그들이 준비되지 않은 틈을 타 전송 진법으로 사람을 강제로 빼앗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서겸이 용기 숙주를 빼앗으려 한다면, 반드시 자기편의 우세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약(弱)으로 강(强)을 공격하고 용감하게 빼앗아 목적을 달성하려 할 터였다.
희현 등은 추론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 그가 이용할 수 있는 것엔 신출귀몰한 고술 수법뿐만 아니라 손현기라는 술사의 화려한 능력도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이유로 진작에 대응 수단을 준비했고, 서겸이 죽을힘을 다해 조작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뒤 그들은 좌절시키고 그의 위세를 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현기는 뜻밖에도 이렇게 떳떳하게 창룡칠숙의 후방에 나타났다.
“흥!”
콧방귀를 뀌는 소리 사이로 창룡은 돌아서서 긴 칼을 내둘렀다. 그의 옆에 있던 일곱 명의 두봉인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동작을 취했다.
눈부신 활모양 칼끝이 칼날을 가르고 나왔다. 그러자 도기가 증발하면서 공기가 뒤틀렸다.
손현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발을 들어 밟았다. 그러자 그의 앞에 일그러진 진문이 솟아올라 공기벽을 이루었다.
진문이 형성한 공기벽 위를 칼끝이 베었다. 그 뒤엔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기에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했다.
전송진!
각종 진법에 정통한 술사는 부릴 수 있는 조작이 정말 너무 많았다.
어쨌든 사람이나 귀신이나 다 쇼를 할 수 있었으며 무사만이 맷집이 좋았다.
손현기는 손을 털어 두루마리 그림 한 폭을 던졌다. 두루마리 그림은 사람들 머리 위에 펼쳐지더니 회오리바람이 되어 아래쪽에 있는 모든 사람을 그 안으로 빨아들이려 했다.
“보잘것없는 재주군!”
7명의 두봉인은 창룡을 필두로 하여 옷을 펄럭였다. 곧 기기가 서로 연결되어 초범경의 역량으로 응집하였다.
창룡은 긴 칼을 거꾸로 치켜들어 휘황찬란한 도광으로 회오리바람을 베었다.
푹!
두루마기 그림이 산산이 조각나 청광이 되어 흩어졌다.
손현기는 당황하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손을 들어 세게 쥐었다.
이 청광이 저절로 뒤틀리고 꿈틀거리며 뒤엉킨 진문을 형성했다.
진문의 중심에 갑자기 창룡칠숙이 나타났다.
청광이 반짝이더니 창룡칠숙과 손현기가 동시에 사라졌다. 그들은 3품 술사에게 강제로 끌려갔다.
이번 필드는 3품 금강 두 명이 허칠안을 에워싼 형태였다.
시선이 허칠안에게로 쏠렸다. 그들은 방금은 그를 조심스러워하며 꺼렸다면, 지금은 서겸이 설령 가장 침착하고 경험이 가장 풍부한 초엽 도사라고 해도 무슨 물보라를 일으킬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두 금강, 다섯 명이 넘는 4품 그리고 승려들.
하지만 서겸은 지금 혼자뿐이었다.
“그는 아마 다른 수단이 있을 겁니다.”
희현이 불쑥 말했다.
이때, 정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숙 두 분, 절대로 그가 부도보탑을 꺼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정심은 말을 마친 뒤 잠룡성 모든 이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더니 설명했다.
“앞서 서겸이 부도보탑에 숨어 도난 사숙의 추격을 피했습니다. 이 탑은 우리 불문 법제보살의 법보입니다.”
희현 등은 문득 깨달았다. 그들은 서겸이 도난 금강의 추격을 피했다는 사실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안의 세부사항은 알지 못했다.
허원괴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가 부도보탑에 숨어 들어가면 두 금강께서 끌어낼 수 있습니까?”
정심은 고개를 저었다.
“보살의 법보는 금강이 부수지 못합니다.”
초엽 도사가 천천히 말했다.
“어쩐지 그가 태연하더라니.”
그들은 말을 하는 사이 역시나 부도보탑을 꺼내는 허칠안을 보았다. 어두운 금빛의 영롱한 보탑이 그의 품에서 떠올라 빠르게 커지더니, 순식간에 10m 높이의 높은 탑으로 변했다.
수라 금강 도범은 손가락을 튕겨 기기 한 가닥을 발사해냈다. 그의 기기는 ‘띵’하는 소리와 함께 부도보탑에 적중하더니 기울어진 채 날아가 지면에 묵직하게 내리쳤다.
정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두 금강 앞에서 부도보탑을 꺼내는 건 아무래도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본 셈이지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수단이 없을 터였다.
류홍면이 아름답게 말했다.
“보물이 정말 많군요. 이렇게 재미있는 남자가 불문에 귀의하는 건 정말 애석합니다.”
잠룡성 사람들은 이미 서겸이 금강 둘에게 쉽게 제압당하는 장면을 본 듯 냉정한 태도로 방관하였다.
‘그를 불문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좋지. 잠룡성에 큰 화근이 한 명 사라지는 셈이니까…….’
희현은 더 이상 전송 옥부를 꽉 쥐지 않았다.
도난 금강은 천천히 허칠안에게로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강한 ‘세력’이 형성되어 마치 새장처럼 허칠안을 그 속에 가두었다.
그가 허칠안 앞으로 걸어갈 때 새장이 이 젊은이를 단단히 속박하여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음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수라 금강은 움직이지 않은 채 고개만 옆으로 돌려 부도보탑을 주시하며 갑작스러운 폭주에 대비했다.
이는 현장의 유일한 변수였다.
‘비록 이 법보는 공격성이 강하지 않지만 아주 번거롭지. 신수의 단수가 아직 안에 봉인되어 있으니 이 기회를 틈타 회수하기에 딱 좋다.’
수라 금강은 이렇게 생각하며 시종일관 부도보탑을 주시하던 중, 별안간 탑문이 활짝 열리더니 남녀 한 쌍이 걸어 나오는 걸 보았다.
여인은 소박한 장포 차림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옥잠으로 말아 올렸으며 가슴에는 흑백 태극어가 수놓아져 있었다.
가슴까지 긴 수염이 닿는 남자는 검은색 장포 차림이었다. 그는 발에 검은 장화를 신었으며 머리에는 연화관을 썼고 봉안은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