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24
824화. 투지가 고조된 적들
류홍면은 꾀가 있으며 남자를 꼬실 줄 아는 여인이었기에 두 손으로 나팔 모양을 만든 뒤 천진난만한 척하며 소리쳤다.
“저기, 당신이 정말 허 은라 맞나요? 소문으로는 허 은라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남이라는데 진짜 모습 좀 보게 드러낼 수는 없나요?”
허원상은 그녀의 여우짓에 눈썹을 살짝 찌푸렸으며 한동안 불쾌해했다. 하지만 허칠안이 상대하지 않자 허원상은 낯빛이 조금은 밝아졌다.
‘안 낚여. 나는 한 방울도 없다고…….’
허칠안은 먼 곳에서 시크한 표정을 한 채 속으로 빈정댔다.
이때 초엽 도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의 신분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만약 서겸이 정말 허칠안이라면 저희가 마주하는 건 중원, 나아가 천하에서 젊은 세대 중 1인자가 될 겁니다. 스물한 살의 3품 무사죠.”
초엽 도사의 말로 대오 전체는 침묵에 빠졌다.
운주에 있던 그들 역시 이 젊은이의 소문이라면 익히 들었다.
그는 일찍이 운주에서 홀로 반란군을 막았고, 옥양관에서 팔만 적군을 물리치고 적장의 수급을 식은 죽 먹기로 얻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분노로 혼군을 참수하여 천하를 충격에 빠트렸더랬다.
그는 너무 많은 전설을 만들어 냈기에 이미 강호인과 시정 백성들에 의해 신격화된 인물이 되었다.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가 하늘의 총아였지만, 이런 인물을 마주하니 배짱이 거의 남지 않았다.
허원괴는 입을 벌렸고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다. 예컨대 사기를 북돋우는 말이라든가, 소년이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류의 말이라든가, 장차 내가 그보다 강해질 거라든가…….
그는 낱말이 입가에 걸렸으나 내뱉을 배짱이 없었다.
경성에서 키워진 이 큰형은 어떠한 천재도 기가 죽게 하는 인물이었다.
허원괴는 자신의 선천적 자질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질조차 이 자 앞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무승 정연은 한 발 앞으로 내딛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그의 수련 경지는 봉마정에 봉해져서 지금은 기껏해야 4품 경지입니다. 아무리 보조하는 고술이 있다고 해도 우리 모든 사람을 이길 수는 없지요. 각 시주님께서는 지금이 바로 그를 굴복시킬 절호의 기회입니다. 설사 그가 이 연극을 안배하고 꾀했다고 해도 또 어떠합니까. 저희의 전투력으로는 상대하기에 충분합니다.”
현재 정세로 정연은 허칠안은 물리쳐 집념을 제거할 계기를 보았다.
그는 불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렇게 많은 고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정심은 침음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설사 그가 천종 양신 강자 두 명을 모시고 왔다고 해도 기껏해야 초범경의 전력으로 꾸준히 견지하는 것이지요. 허칠안은 3품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옳다. 허칠안의 업적이 아무리 휘황찬란하다고 해도 지난날의 영광이었다.
지금 그는 이미 경성에서 혼군을 참수한 전봉 상태가 아닌데 무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초엽 도사가 천천히 말했다.
“맞습니다. 전성기의 그는 저희가 필적할 수 없지요. 하지만 지금 그는 평지에 떨어진 범인데 전력이 얼마나 있을 수 있겠습니까? 평범한 4품보다 강할지는 모르지만, 절대 우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희현이 웃었다.
“딱 좋습니다. 저도 무도를 연마하지요. 제게 허 은라보다 더 좋은 숫돌은 없습니다. 만약 저희가 그를 이긴다면, 쯧쯧, 중원의 한 세대를 아우르는 일인자가 저희 손에 패해 고배를 마시겠군요.”
허원괴는 듣더니 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무사 몇몇은 전의가 고조되고 강렬한 승부욕이 솟구쳤다. 심지어는 용기를 중시하는 마음을 뛰어넘으려 했다.
희현의 말은 그들 마음속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었다. 허칠안과 맞붙어 승리를 다툴 수 있다는 건 무사가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리고 허칠안을 물리치는 건 어떠한 무사라도 피를 들끓게 만드는 영광이었다.
“재미있군!”
류홍면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만약 여기에서 허 은라를 물리칠 수 있다면, 이번 강호행에 나는 반드시 검주 만화루에 다녀와야겠어. 그 천한 놈들한테 제대로 뽐내야지.”
그녀는 애당초 자신을 루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인지 똑똑히 알릴 작정이었다.
류홍면은 명색이 무사로서 허 은라를 물리치는 건 하늘만큼 큰 영예라고 생각했다. 이는 그녀가 허 은라를 흠모하는 감정과 모순되지는 않았다.
허원상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더니 도도하면서도 간드러지는 얼굴을 젖히고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데?’
그녀는 마음이 유달리 복잡했다.
그녀는 모친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이 큰오라버니에게 과한 적의는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도 잠룡성 희가(姬家)와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신과 큰오라버니와 대립하는 관계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녀가 이번에 집을 나서서 떠도는 이유는, 사실 경성을 보러 가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친의 영향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만의 각도로 이 일과 이 사람을 대하고 싶었다.
지금 이곳에서 허칠안을 만났으니, 그녀가 직접 경성에 갈 필요는 없어졌다.
허원괴는 앞장서길 원하는 이가 없는 걸 보자 콧방귀를 뀌더니 창을 끌며 출전하여 앞장섰다.
“제가 그를 굴복시키러 가겠습니다!”
그는 긴 창을 끌며 점차 걷는 속도를 높였다. 이내 그가 미친 듯이 질주하자 창끝이 지면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허칠안과 가까워졌을 때, 나지막이 울부짖더니 허리로 몸을 움직여 회전하였다. 그의 몸은 긴 창을 움직여 천하를 휩쓰는 격렬한 수를 부렸다.
주위 수십 장 내에 쌓인 눈이 순식간에 흩날리더니 눈보라가 일었다.
긴 창은 공중에서 날카롭고 처절한 울부짖음을 내뱉으며 눈을 쓸어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 장면만을 주시했다. 그들은 이번 교전을 통해 허칠안의 깊이를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때 허칠안이 움직였다. 그는 손을 들고 손끝을 가볍게 튕겼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창대를 튕겼다.
띵!
허원괴는 무기를 쥘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빤히 뜬 채 그것이 손에서 벗어나 선회하며 하늘로 돌진하는 광경을 보았다.
희현은 이 광경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다 못나지는 않군.”
그가 가리킨 상대는 허칠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어쨌거나 그는 아직 4품 범주에 속했다.
희현은 뒤이어 말했다.
“원괴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허칠안을 어느 수준까지 시험해볼 수 있는지 보지요.”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원괴가 몸을 훌쩍 솟구쳐 뛰어오르더니 긴 창을 잡았다.
그의 몸은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창끝과 창대가 잇닿는 곳에 있는 그 교두(蛟斗)에서 눈부신 검은빛이 폭발했고 뒤이어 법기에 봉인되었던 교룡의 영혼이 되살아났다.
이 창은 품계가 아주 높은 법기로 4품 교룡의 척추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창끝은 교룡의 가장 날카롭고 가장 단단한 용의 이빨로 제조되었다.
창에 봉인된 4품 교룡의 원신은 법기의 주인과 잠시 동안 융합하여, 주인의 실력을 단기간에 4품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허원괴는 5품 전봉이었지만, 전력이 폭발한 상태라 4품 무사와 견줄 수 있었다.
교룡의 허영이 허공에서 떠돌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허원괴의 몸속으로 돌진하였다.
허원괴의 두 눈이 세로 눈동자로 변하고 볼에는 검은 비늘이 떠올랐으며 목구멍에서는 용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교망창(蛟芒槍)을 손에 쥐더니 갑자기 급강하하였고, 창끝에서는 눈부시고 날카로운 빛이 터져 나와 반원형을 형성했다.
“좋은 법기군!”
사람들이 한바탕 부러워하며 보자 류홍면은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맞다. 허 은라의 무기는 뭐지?”
‘허칠안의 무기가 뭐라고?’
이 질문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어렵게 한 게 분명했다. 적어도 잠룡성의 모든 이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정보가 누락된 것도 희현 등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허칠안에 관한 정보에는 그가 사용한 게 형식적인 장검의 칼임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칼이 무슨 칼인지 깊이 연구한 자는 없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무사의 전력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 품계가 높은 무사일수록 무기가 필요치 않았다. 육신이 바로 가장 강한 무기였다.
무기는 그저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때가 더 많았다.
무사의 무기, 법기를 주시하는 이는 아주 드물었다.
예컨대 진국검처럼 3품 무사조차 꺼리게 하는 최고급 신병이나 부도보탑이나.
이러한 이유로 희현이라고 해도 허칠안이 무슨 무기를 쓰는지를 특별히 연구하지는 않았다.
허원상은 전방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어두운 금빛의 칼이에요. 품질이 아주 뛰어나 절세신병 바로 아래지요.”
언급할 가치가 있는 건 법기의 분류였다.
범기(凡器), 법기, 절세신병, 법보.
범기(凡器)는 일반적인 무기였으며 법기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무기였다. 무사를 제외한 모든 체계가 법기를 온양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술사만이 법기를 대량으로 제련할 수 있었다.
절세신병은 자의식을 탄생시키는 법기였다.
법보는 절세신병으로 어떠한 기회와 인연을 얻어 탈바꿈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예컨대 대봉의 진국검은 본래 절세신병 대열에 속하는데 600년 동안 국운이 뒷받침하여 법보로 탈바꿈했다.
이는 무사의 육신을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법보였다.
희현은 의아해하며 사촌 여동생을 쳐다보았다.
“너 아주 잘 이해했구나.”
허원상은 그의 이 말이 괴상야릇하다고 생각하여,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표정을 다듬었다.
이때 그녀는 초엽 도사가 ‘엇’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얼른 다시 고개를 돌려 전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눈여겨보며 초엽 도사의 의혹을 바로 이해했다. 허칠안이 손에 쥔 칼을 내던지는 모습만이 보였다.
터무니없게도 그 칼은 저절로 칼집에서 벗어나더니, 마치 생명이 있는 듯 하늘에서 내려오는 창끝을 자발적으로 맞이했다.
어두운 금빛의 칼 그림자가 하늘로 치켜 올라가 창끝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쿵쿵쿵…….
급강하하는 허원괴가 똑똑히 보였다. 그가 손에 쥔 칠흑 같은 긴 창의 끝이 폭발하여 파편이 되었다. 뒤이어 창이 한 마디씩 폭발하였다.
이 창은 잠룡성의 그 2품 술사가 직접 제련한 것으로, 몸을 지키는 용도로 아들에게 준 법기였건만 지금은 이렇게 망가졌다.
하지만 허칠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인 적이 없었다.
허원괴는 목구멍에서 처절한 용의 울음을 냈다. 그는 몹시 강한 타격을 입었다. 곧 검은빛이 몸속에서 발사되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건 4품 교룡의 원신으로 태평도에 의해 뿔뿔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철저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명색이 ‘숙주’인 허원괴 역시 이로 인해 중상을 입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는 입가에 피가 흘렀으며 경맥은 불처럼 뜨거웠다.
태평도는 ‘웅웅’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또 한편으로는 빙빙 돌며 어슬렁거렸다. 마치 자신이 출전하여 대승을 거둔 일을 축하하는 듯했으며, 뽐내고 비웃는 듯도 했다.
도령(刀靈)의 성격은 대체로 주인과 비슷했다.
다른 점은 주인은 상스러운 말을 밖으로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령(刀靈)은 아직 젊어 흔들리기 쉬웠다.
태평도는 절세신병 대열에 오른 뒤, 허칠안의 온양을 받아 위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속도가 아주 빨랐다.
영지(靈智)가 막 생겼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이미 성숙한 칼로 스스로 적에 대항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