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27
827화. 서광(曙光)
“살생하면 안 됩니다!”
정심은 냉정하게 정연과 협력하여 계율에 영향을 가해 목표를 속박하였다.
땅땅땅…….
정연은 몸을 밀착하여 허칠안을 빠르게 공격했다. 바삭바삭 갈라지는 폭발음이 하나씩 터지면서 비바람 치듯 점점 더 묵직하게 공격하였다.
정연은 계속해서 허칠안을 공격했는데, 갑자기 무사의 위기 예감이 그에게 경고했다.
구체적인 화면이 떠오르지는 않았으나 위기가 사방팔방에서 다가오는 듯했다.
독!
그는 뇌주에서 허칠안과 교집합이 있었기에 바로 위기의 진원지를 식별해냈다.
이와 동시에 그의 피부는 타는 듯이 화끈거렸다. 독소가 마치 발목뼈의 구더기처럼 모공에서 스며들었다.
‘그의 독소가 이미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정도군…….’
정연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으나, 연이은 수가 가로막혔다.
이때 허칠안은 마침내 기회를 잡아, 그를 향해 연녹색 기체를 뿜어냈다.
정연은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두 눈이 격하게 타는 듯한 아픔이 동반되었다.
그는 두 줄기 피눈물이 눈언저리에서 흘러나오더니 안구가 썩어 문드러지고 오그라들어 맹인이 되었다.
정심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가 위치한 자리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터라, 방금 전까지 범처럼 사나웠던 정연이 다음 순간 맹인이 되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허칠안은 허리를 비틀더니, 팔을 흔들며 정연을 고통스럽게 죽일 자세를 취했다.
“살생하면 안 됩니다!”
정심은 촉박하게 불호를 내뱉더니 계율을 시전하여 사제를 구제했다.
‘계략에 걸려들었군…….’
허칠안은 즉시 사라져 그림자 도약을 빌려 걸환단향의 그림자에서 뚫고 나왔다.
걸환단향은 심고사였기에 무사의 공격을 받은 이상 뒤따라오는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걸환단향은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구제하려 했다. 그는 정신을 분산하여 태평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한 채 심고를 재촉하여 원신 파동을 뒤흔들었다.
그는 혼자 힘으로 3품 무사의 원신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의 두 동공이 다가오는 주먹으로 가득 채워졌다.
바로 이때, 바람이 불어오면서 팔이 잘린 백호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고집스럽게 이 주먹을 맞았다.
땅!
4품 요족의 육신 역시 견고하였다. 백호는 묵직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걸환단향과 데굴데굴 구르더니 날아갔다.
그 순간 심고의 통제가 끊기면서 태평도가 ‘깨어났다’. 스스로 걸환단향의 손에서 벗어나 주인 곁으로 도로 날아갔다.
웅웅웅…….
태평도는 의념 파동을 전해왔는데 대략적인 의미는 이러했다.
‘쓰레기 남자 같은 서두는 나한테 쓸 필요 없거든…….’
허칠안은 태평도를 쥐고 뒤로 급히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는 저 멀리서 칼을 뽑아 드는 자세를 취했다.
이 거리는 이미 계율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가 뭘 하려는 거지?’
정심 등의 선사는 그의 조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요원한 거리에서 설령 칼끝을 휘두른다고 해도 여력이 몇 할이나 있겠는가?
이렇게 많은 선사가 선공으로 결성한 진형을 부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옥쇄!”
허칠안은 가볍게 입을 열어 잠시 힘을 비축한 뒤, 태평도를 휘둘렀다.
깊고 웅장한 사자 울음소리가 울리더니 어두운 금빛 도광이 번쩍였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정심 등의 앞에 나타났다.
가치 있게 죽을지언정 구차하게 연명하지는 않는 법!
바짝 따라붙기만 하면 거리는 무시해도 되었다.
슉슉슉…….
선사들의 가슴에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칼자국이 생겼다. 이는 그들의 심장과 생기를 파괴했다.
선공 진법은 이 포악한 도의를 막을 수 없었다.
정심은 유일하게 화를 피한 선사였다. 그는 비록 무사만 못한 육신을 지니긴 했지만, 4품에 도달한 뒤에는 어쨌거나 생명력이 일반인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었다.
그는 심장이 파괴된 뒤에도 바로 죽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사 안에서 도자기 병을 꺼내더니 향의 재를 쏟아내 가슴에 문질렀다.
이는 도정 나한이 앉아 있던 향로의 향의 재로, 일 년 내내 불생과위의 기운이 물들었다.
산송장의 백골에 살을 붙이는 효능이 있었다.
다른 한편, 허칠안의 가슴에서 연이어 핏자국이 나타났다. 피와 살이 모호해지더니 심장이 찢겨 갈라졌다.
이는 옥쇄의 대가였다.
하지만 3품 육신인 그한테 이런 상처는 전혀 치명적이지 않았다. 다만 봉마정의 존재 때문에 그는 상처가 좀 천천히 아물었다.
류홍면은 연약한 몸이 살짝 떨리더니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마음속에는 두려움만이 남았다.
희현은 몸에 중상을 입었으나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매우 큰 타격을 받았는지 이 모든 걸 목격한 순간 표정이 빛없이 암담해졌다.
그리고 다행히 목숨을 부지한 걸환단향은 마침내 오랫동안 명성을 누린 중원 천재에게 엄청난 두려움이 생겼다.
백호는 지금 오직 도망칠 생각뿐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허원괴는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절망스러웠다. 이 지경에 이르자 그는 허칠안과 교전할 생각이 사라졌다.
‘졌다, 여지없이 패배했다. 게다가 지금은 그의 수련 경지가 봉인된 상황이라니…….’
허원상은 넋을 잃었다.
“너, 너무 강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자나 깨나 갈망하던 경지구나.”
묘재방은 중얼거렸다.
그는 즉시 옆을 쳐다보고 늙은 도사의 동의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이 늙은이는 이미 멀리 물러나 멀리 떨어진 뒤였다.
바로 이때, 하늘에 걸려 움직이지 않던 금사발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잔잔한 금빛 물결이 빙글빙글 일었다.
도정 나한과 낙옥형의 전투가 끝날 참이었다.
마침 절망에 빠진 정심, 희현 등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암흑 속의 마지막 서광을 잡았다.
‘됐나?’
허칠안은 속으로 기뻐했다. 그는 머리 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묘재방을 가볍게 스쳤다.
비록 그는 낙옥형에 관해서라면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무릇 모든 일은 뜻밖의 사고를 고려해야 했다. 만약 국사가 ‘애’ 인격 때문에 불문 나한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혹은 나한에게 다른 비장의 패가 있어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로 국사를 이긴다면!
모두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이러면 묘재방이 현재 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희현 등을 확인 사살하는 건 그다음 문제였다.
허 은라의 적인 놈들이 얼간이가 아닌 건 분명했다. 그들은 공중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허칠안이 묘재방에게 시선을 빼앗긴 틈을 타 재빠르게 집결했다.
백호는 몸길이 2장인 진짜 몸으로 변해 허원상과 허원괴 남매 둘을 입으로 물어 등 위에 두었다. 오른쪽 앞발이 잘려 아주 처참해 보였다.
류홍면은 중상을 입은 희현을 부축하여 다가오더니 희현을 호랑이 등에 던졌다.
그들은 각기 전부 움직이면서도 일부 정력을 나누어 시종일관 금사발을 주시했다.
중상을 입은 희현조차도 납기로 상처를 치료할 틈 없이 하늘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다른 이들도 도정 나한을 마지막 생명줄로 삼았다.
철컥!
갑자기 금사발에 결함이 생기더니 거미줄 같은 갈라진 무늬가 즉시 퍼져 금사발을 뒤덮었다.
그런 뒤, 밑에 있는 사람들의 점차 놀라는 눈빛 사이로 금사발이 쿵 하고 터졌다.
세 사람의 형체가 그 안에서 떨어졌다. 각각 온몸이 피로 물든 낙옥형, 벌벌 떠는 성자 그리고 도정 나한이었다.
이 순간 도정 나한은 머리 위의 백회혈에 핏자국으로 얼룩진 철검이 꽂힌 상태였다. 절반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밖에 드러난 상태였다.
그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양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은 채 꼼짝 않고 있었다.
정심은 분노로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무승 정연은 양 볼에 피를 흘리며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한이 패했다!”
류홍면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걸환단향, 희현, 초엽 도사 등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백호는 두말하지 않고 광풍을 몰아 도망쳤다. 마치 집안의 재산을 탕진한 개처럼 다급해 보였다.
허칠안이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고 싶은가?”
그는 두 걸음 도약하더니 힘껏 태평도를 내던졌다. 이번에 그는 걸환단향에게 영감을 받아 심고 수법으로 태평도를 부렸다. 마치 참새와 황갈색 고양이를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면 태평도가 그의 통제에서 벗어난 뒤에도 걸환단향의 심고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걸 보장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일종의 인도합일(人刀合一)이었다.
슉……. 허공을 가르는 처절한 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 태평도가 빠른 속도로 백호를 쫓자, 얼굴을 가르는 듯한 도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경미한 철컥 소리 사이로 희현은 손에 쥔 전송 옥부를 잘게 부쉈다.
그는 명색이 잠룡성주의 아들이자 허평봉이 중시하는 후배로서 당연히 자구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단이 적잖이 있었다.
만약 자기편보다 강한 적수를 마주했는데 아무런 대응 수단도 없이 유린당한다면 어떻게 강호를 떠돌겠는가?
바로 이때, 태평보가 아무런 예고 없이 도기를 뿜어냈다. 이 도기는 가늘고 어두워 남몰래 발사한 갑작스러운 화살 같았다.
희현 등은 옥부를 잘게 부순 뒤, 마음이 놓이며 날카로웠던 신경이 막 풀렸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반응이 오지는 않았다.
희현의 눈동자 속에 어두운 금빛 도광이 비쳤다.
그는 얼굴에 극한의 공포심이 어렸다. 이 도기는 그를 향해 왔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무사 육신이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이때 그의 눈동자에 비친 도광이 한 그림자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 그림자는 즉시 터졌으며, 으스러진 살과 부서진 뼈가 사방으로 튀었다. 남은 도기는 희현의 어깨를 관통해서는 결국엔 백호의 동피철골에 의해 가로막혔다.
초엽 도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감하게 나서서 그를 위해 이 검을 막았다.
청광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 일행을 감싸더니 그들을 데리고 떠났다.
“자고로 사촌 형은 다 밉살스러워. 4대 악인 운중학(*云中鶴: 중국 소설 중 인물) 같으니라고!”
허칠안은 쯧쯧 소리 내더니 중얼거렸다.
“네 명이 긴 셈 치자.”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몹시 기쁜 모습으로 추켜세웠다.
“국사, 도정 나한을 생포했습니까?”
그는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낙옥형은 미간에 애수가 맺힌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얼른 가게.”
허칠안은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그 결과 그는 국사의 기운이 쇠약해졌으며 아름다운 눈동자는 은근히 지쳤고 화려한 우의 아래로는 피가 배어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지금 상처가 가볍지 않은 게 분명했다.
“많이 다쳤나요?”
낙옥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배어 있었다.
“육신이 중상을 입었으나 양신법신(陽神法身)에는 지장 없네.”
도문 수사는 원신이 아직 존재하는 이상 죽을 리 없었다. 몸은 남겨두고 원신만 빠져나가면 되었지만, 물론 이렇게 했다가는 후환이 끝이 없었다.
하지만 낙옥형은 1품 육지신선으로 승직하고 싶으면, 도겁일 때 육신이 법신과 융합하여 불멸의 몸을 이루어야 했다.
만약 육신이 이때 망가져 버린다면 1품은 가망이 없었다.
낙옥형은 말을 이어갔다.
“금사발이 부서질 때 움직임이 꽤 컸네. 그 금신 둘은 생각건대 이미 이쪽의 이상을 눈치챘을 거야. 이곳은 오래 머물기에 적당하지 않네.”
허칠안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두 금강이 만약 모든 걸 고려하지 않고 사람을 빼앗아 도망간다면, 천종의 양신이 그들을 반드시 붙잡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사는 성가시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금강의 육신이 방어하고 있으면 같은 경지의 3품 무사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지금 낙옥형은 상태가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