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29
829화. 사랑 (1)
그들은 객잔 점원의 안내하에 계단을 올라 2층 객실에 들어왔다.
낙옥형은 손을 휘둘러 도정 나한을 조종하여 구석에 떨어트린 뒤, 구름무늬가 수놓인 신발을 벗고 침상에 가부좌를 틀었다.
뒤이어 그녀는 소매에서 각종 일용 용기와 나무 상자를 한 무더기 털어내었다.
‘도라에몽 소매인가?’
허칠안은 꽤나 의아하게 생각하며 쳐다보았다. 그는 비단 주머니, 거울, 자기 등 적잖은 수납 법보를 보았으나 소매 종류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낙옥형이 왜 장포는 갈아입지 않고 복두, 속바지는 자주 갈아입는지 이해했다. 허칠안은 그녀가 밖에 입는 장포를 갈아입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장포는 법기였다.
낙옥형이 차례대로 나무 마개를 열자, 그윽한 약 향이 실내에 퍼져나갔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그녀는 돈 많은 중년 부인이잖아. 무슨 영험하고 효력 있는 약은 다 있겠지. 상대적으로 황갈색 고양이 도사는 가난하고 궁상맞아…….’
허칠안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고,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마침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줄곧 낙옥형의 상처가 너무 심해 업화를 가라앉히는 데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하였다.
허칠안은 지금 현질하는 그녀의 상태를 보니 한결 안심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바로 침상 옆에 가부좌를 틀고 낙옥형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좌선하였다.
그 역시 어지러운 경맥을 제대로 관리해야 했다.
장시간 기기를 운행하면 봉마정이 꽂힌 곳에 충격이 왔기에, 못 입구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오랜 상처가 재발한 것과 다름없었다.
오히려 ‘옥쇄’가 배반한 상처는 이미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칠절고가 진화하려는 것 같군. 아니,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 해…….”
오랜 시간 고생스럽게 온양하니 칠절고가 마침내 변태하는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다. 사실 그는 낙옥형과 쌍수한 뒤 마침내 칠절고의 요구를 다 보완하였다.
애써 억누른 정고가 물꼬를 틀 날이 왔다.
2품 전봉인 여수(女修)가 약점을 잡을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정고는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 그는 정고가 곧 1차로 성숙해지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방금 전투에 이르렀을 때 걸환단향이 불러낸 이상한 독충을 삼켰다.
독고는 이미 도달한 경지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했다.
“아직 좀 부족해. 뚫리지 않은 막이 한 층 남았어…….”
허칠안은 정신을 집중하고 칠절고를 감지했다.
그가 토납하고 있으니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낙옥형에 의해 가볍게 떠밀려 깨어났다.
그가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 도정 나한은 방 안 구석에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국사, 상처가 다 나았나요? 그는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불러서 깨울 수 있나요?”
허칠안이 물었다.
“그는 내가 잠시 봉인하여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에 빠졌네. 외부 세계를 감지할 수 없어.”
지금 낙옥형은 도도하지도 기세등등하지도 않았으며, 마치 호족 규방 안에서 자란 감상적인 부인 같았다.
“자네 만약 그가 자네를 도와 봉마정을 제거해 주길 바란다면 경성에 한 번 다녀와야 하네.”
그가 미간을 찌푸리자 낙옥형이 설명했다.
“내가 비록 그를 봉인할 수 있지만 그를 죽일 수는 없네. 더욱이 그가 봉마정을 제거하도록 일깨우지 말아야지. 그때 가서 도리어 그에게 옥석구분(*玉石俱焚: 착한 자와 악한 자가 함께 화를 입다)할 기회를 주어 자네를 죽이게 두지 말라고.”
허칠안은 이해하여 침음했다.
“그러니까 감정께서 중재인이 되셔야 합니다.”
나한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나한을 지휘해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더욱이 상대를 죽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어쩌면 그자가 손쉽게 세뇌되어 그를 불문에 귀의시킬지도 모른다.
‘경성에 다녀와도 좋겠어. 감정한테 운주의 상황을 알아보고 구주 각 세력의 근래 상황을 알아봐야지……. 내친김에 내 어항 속의 물고기도 좀 만나고.’
허칠안이 막 이렇게 생각하는데 낙옥형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여인들을 만나러 가서는 안 되네.”
허칠안은 ‘음음’ 소리 내더니 말했다.
“제 마음속에는 국사뿐입니다.”
‘어쨌든 내일의 너는 네가 아닐 테니까.’
낙옥형은 오히려 좀 수줍어했다.
“국사, 그 검은 절세신병입니까?”
허칠안은 나한 머리에 꽂힌 절반과 밖에 드러난 철검을 가리켰다.
낙옥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는 그랬는데 후에 기령이 주인에 의해 제거되었네.”
“응?”
허칠안은 비음으로 의혹을 드러냈다.
“그건 700년 전, 한 인종 도사의 절세신병이네. 그 조사(祖師)께서는 검술의 경지가 대단하여 도살술로 구주를 군림했지. 기령은 날이 갈수록 난폭해지더니 살인을 일삼았네. 그 조사께서 살아계실 때는 더욱이 제압할 수 없었지. 그가 천겁으로 죽을 때가 되자 기령은 통제 불능이 되어 적지 않은 살인죄를 저질렀네. 후에 어느 인종 도사에게 제압당해 의식이 지워졌지. 그 후, 이 검은 역대 인종 도사가 검기와 검의를 저장하는 저장 장치가 되었어.”
낙옥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허평봉도 2품 전봉인데 국사가 그를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군……. 아니, 술사와 도사는 다른 체계다. 각자 장점이 있으니 단독 전력만으로 구분해서는 안 돼…….’
허칠안이 또 말했다.
“어떻게 하면 절세신병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하나요? 제가 오늘 전투할 때 절세신병의 단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태평도라는 똑똑하지 않은 이 아이가 심고에게 영향을 받았던 상황을 낙옥형에게 알렸다.
“이건 아마 절세신병의 성격과 관련 있을 걸세. 자네의 이 칼은 악랄한 무기가 아니네. 간단하게 말해 포악함과 오만함이 부족하지.”
낙옥형은 침음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어쨌거나 의식이 막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나. 손꼽아 계산해보니 반년도 채 되지 않았군.”
‘태평이 아직 너무 젊구나…….’
허칠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생각했다.
“내게 방법이 있네.”
허칠안은 눈을 반짝였다.
“말씀하십시오, 국사.”
“자네에게는 지금 용기 숙주가 두 개 있지. 가만히 놔둘 뿐이니 태평도를 온양하는 데 써도 무방하네.”
낙옥형은 허칠안이 알아듣지 못한 걸 보자 다시 제대로 강조하여 일깨웠다.
“진국검!”
허칠안은 문득 눈을 부릅떴다.
“국사의 말씀은 태평도를 진국검 같은 법보로 제련하라는 건가요? 정말 가능합니까?”
낙옥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국검은 그 자체로도 절세신병이네. 600년 동안 기운의 온양을 받은 뒤에야 법보로 탈바꿈하였지. 하지만 이는 일종의 무의식적인 온양이라 진도가 더디네. 하지만 자네는 바로 용기를 동원하여 자네의 칼을 온양할 수 있어. 비록 단기간 내에 자네의 칼이 진국검과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법보 아래, 절세신병 위의 무기가 될 수도 있네. 그때 가면 심고의 영향에 필적할 수 있을 걸세.”
‘완전 가능하지!’
허칠안은 순간 흥분하였다. 용기 역시 기운의 일종이니 그는 진국검의 길을 완전히 따를 수 있었다.
그는 진국검의 강대함과 무시무시함을 아주 잘 알았다.
그야말로 전봉 강자의 악몽이었다.
만약 태평도가 제2의 진국검이 될 수 있다면, 아니, 유사한 특성이 있기만 해도 그는 단검에 정연의 금강신공을 부술 수 있었다.
그는 장차 3품 금강과 마주친다고 해도 위협을 가할 수 있었다.
“국사께서는 역시나 매우 총명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용기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허칠안은 입에 발린 아첨을 늘어놓았다.
낙옥형은 겉으로는 담담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듯했으나, 그녀의 눈에는 소소한 기쁨이 엿보였다.
‘정말 달래기 쉽네. 늘 이런 인격이면 좋을 텐데…….’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더는 지체하지 않았다. 곧 그의 의식이 옥석경으로 들어갔다. 여기엔 태평도와 금빛 영룡이 안에 깊이 잠들었으며, 이 외에 은표, 금은, 옥기, 자기 그리고 골동품도 있었다.
태평도가 주인의 의식 강림을 감지하여 되살아나 기쁨과 영합의 의념을 전했다.
허칠안은 그것의 영합을 상대하는 대신 용기로 보냈다.
태평도는 금룡의 허영 안에 ‘담긴’ 채 간헐적인 의념을 전했다.
‘이 바보 같은 성격은 누굴 닮은 거야?’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다지 기분 좋지 않게 의식을 거두었다.
“역시 효과가 있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낙옥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는 아직 내상을 입은 상태라네. 비록 도문법신이 불멸이라고 칭해지지만 회복 능력은 무사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낙옥형은 다소 어색하게 말했다.
“쌍수로도 상처를 치료할 수 있네.”
* * *
방 안, 흔들리는 촛불. 낙옥형은 작은 공간을 차단한 병풍 너머에서 욕조 안에 몸을 담근 채 반쯤 눈을 떴다.
허칠안은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고 가슴만 두꺼운 면포로 두른 채 침상에 앉아 있었다.
도정 나한은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벽을 바라본 채 앉아 있었다. 이는 허칠안이 안배한 것이었다.
비록 낙옥형이 노승은 살아나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에 빠져 외부 세계의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한참 뒤 낙옥형은 목욕을 끝내고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우의 장포(長袍)를 걸친 상태였으며, 살짝 열어젖힌 가슴에는 뽀얀 살결이 드러났다.
허칠안은 병풍 위에 걸린 복두와 설고를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낙옥형은 그가 너무 상스럽게 웃는다고 생각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침상 옆으로 걸어가 우선 두 긴 다리를 둘둘 말아 놓은 이불로 뻗은 뒤 옷을 벗지 않고 누웠다.
이 인격을 키운 건 허칠안을 향한 낙옥형의 호감이었다. 심지어 그는 아주 부끄러운 말도 많이 했는데, 그녀는 기꺼이 허칠안과 쌍수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투정을 많이 부리는 여인이었다. 낙옥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손으로 장포를 꽉 모아 가슴을 보호했다.
허칠안이 파악한 그녀의 인격은 대략 이러했다.
분노 인격-너의 어떠한 접촉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
욕정 인격-나는 아직도 원해, 아직도 원한다고. 영원히 만족하지 않아.
두려움 인격-99%는 죽는 길과 매한가지니 오늘 침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편이 가장 좋아.
애수 인격-너무나도 연애를 하고 싶지만 다가올 그날이 두렵기도 해.
허칠안은 이불을 펴고 두 사람을 덮은 뒤 누르고 올라갔다. 그는 두 손을 침상에 받친 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였다.
낙옥형은 그와 몇 초간 눈을 마주치더니 얼굴이 약간 빨개져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영롱한 귀는 붉은빛으로 물들었는데 대단히 보기 좋았다.
그는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볼에 키스하였다. 허칠안의 머리가 목덜미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솜이불 속으로 움츠러들었다.
흔들리는 촛불에 취한 듯 붉어진 낙옥형의 얼굴이 비쳤다.
이불 아래 솟아오른 머리가 때로는 가슴에 있다가 때로는 밑으로…….
그녀는 저항하지도 영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뺨이 점점 빨개지고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허칠안의 입놀림이 최고봉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도사는 매혹적인 눈으로 천장을 몽롱하게 바라보았다.
한참 뒤, 낙옥형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급박한 비명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