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0
830화. 사랑 (2)
쌍수의 과정은 너무 무미건조했다. 한밤중이 되자 허칠안은 상처가 완쾌되고 호흡이 길어졌으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그는 내심 마음 깊은 곳에 짙은 걱정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그녀를 농락했는데 7일이 지나면 그녀가 단검에 나를 찍어 죽이지는 않을까?’
허칠안은 요 며칠 정상적인 상태의 낙옥형이 아니라 그녀의 어떤 감정이 극대화된 인격과 잠자리를 했다. 예전에 그 도도한 국사가 회복하여 요 며칠 동안 발생한 일을 추억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때 가면 반드시 미리 달아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묻힐 곳이 없을 거야.’
허칠안은 남몰래 결심하였다.
“허랑, 무슨 생각하고 있는가?”
낙옥형은 그의 품에 기대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은 헝클어졌으며 볼은 빨개졌고 눈은 흐리멍덩했다.
‘국사, 3일 후에 ‘허랑’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면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검을 들고 나를 쫓아올 거라고…….’
허칠안은 속으로 투덜댔다.
* * *
말 세 필이 동틀 무렵 옹주 관내에서 관도를 따라 미친 듯이 질주하였다. 중간에 있는 건 재기가 넘쳐흐르는 미인, 왼쪽은 이마에 흰머리가 한 가닥 나 있는 청삼 검객, 왼쪽은 체구가 크고 장대한 중년 대머리였다.
“얼른 달려요, 얼른 달려요. 제 사부가 쫓아오지 않은 틈을 타야죠!”
이묘진은 크게 소리 질렀다.
“아미타불, 이 도우님. 도우님과 허 대인이 이렇게 하는 게 정말 좋은 겁니까?”
항원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와 초원진은 옹주성에 들어온 뒤 잠복하였다. 그들은 빙이원군과 현성 도사가 밖에서 싸우는 틈을 타 몰래 이묘진을 데리고 나왔다.
천종 두 양신이 헛되이 호구가 되었으나 그럼에도 성녀는 ‘납치’당했다.
항원은 허 대인과 이묘진이 너무 진실하지 못하게 군다고 생각했다.
“상관없습니다!”
초원진이 웃으며 말했다.
“두 선배가 인간 세상을 좀 더 걷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초원진은 제자와 스승 간에 겨루는 건 쌍방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아주 재미있다고 여겼다.
“내 사부께서는 지금 아주 분노했을 겁니다. 아, 아니, 그녀는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다음번에 허칠안을 만난다면 아마 바로 검을 뽑아 찍어 버리겠죠.”
이묘진이 ‘헤헤’ 소리 내더니 말했다.
“그들은 영원히 생각지 못할 거예요. 그가 보기에는 아주 패기 있는 고수지만, 뜻밖에도 후안무치한 자식이라는 걸요.”
항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웃어른을 가지고 노는 건 정말 좋지 않습니다.”
“육호, 뭘 안다고요. 허칠안은 이번에 현명하게 행동한 겁니다.”
이묘진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사부님과 사백은 설득을 듣지 않는 분들이라 납득시킬 수 없어요. 무력도 안 되는 건 당연하고요. 낙옥형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만약 천종의 일에 개입한다면 반드시 천존을 건드리게 될 것이고 이건 천인 간의 전쟁을 미리 앞당기는 거예요. 어떤 수단과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머리를 쓸 수밖에요. 어서, 날이 밝기 전에 허칠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 * *
세 동반자가 쉴 새 없이 달릴 때, 허칠안은 낙옥형의 부드럽고 매끈하며 여린 몸을 껴안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자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각에 놀라 깨었다. 허칠안은 지서에 메시지가 왔다는 걸 알았다.
그가 손을 들어 가볍게 손짓하니 지서가 바닥에 흐트러진 옷에서 날아와 그의 손바닥에 안착했다.
[이: 허칠안, 우리 도착했네. 자네 어느 객잔에 있는가?]허칠안은 이 말을 보더니 흠칫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졸음이 싹 가셨다.
‘이렇게 빨리? 그들이 밤새도록 길을 재촉할 필요가 있었나?’
그는 허둥지둥 이불을 들추고 일어났다. 그때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묘진이 그와 낙옥형이 하룻밤을 함께 보낸 걸 보게 해서는 안 됐다.
이때 낙옥형이 눈을 뜨고 그의 허리를 감싸더니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랑, 뭐 하러 가려고?”
허칠안은 그녀의 말투와 태도에 변화가 생긴 걸 확실히 눈치챘다. 어제와 달랐다.
그는 낙옥형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녀는 표정에 애정을 품고 있었으며 미소는 달콤했다. 허칠안은 즉시 짐작이 갔다.
‘사랑? 망했다!’
허칠안은 언제나 침착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는 머리를 굴리면서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나지막이 물었다.
“국사, 저를 사랑하나요?”
낙옥형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더니 정이 뚝뚝 떨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랑, 우리 이미 여러 날을 쌍수했으니 도려잖아. 내가 만약 허랑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또 어찌 허랑과 쌍수하겠어.”
‘국사의 사회적 매장의 수준이 또 심각해졌군…….’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으나 겉으로는 진심 어린 애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초원진과 항원 대사가 왔습니다. 그들 모두 제 친구니 제가 나가서 맞이하겠습니다.”
낙옥형이 말했다.
“내가 허랑과 함께 갈게.”
그녀가 말을 마치고 이불을 젖히자, 가슴 앞에 은밀한 부위가 갑자기 드러났다.
허칠안은 기겁했다.
“아이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만약 국사께서 가시면 그들이 어떻게 평정심을 갖겠어요?”
낙옥형은 이 말을 듣자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그를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까닭 없이 마음이 켕겼다. 그는 빠르게 옷차림을 단정히 한 뒤 방을 나서 객잔 대당에 이르렀다.
* * *
이때는 이미 묘시가 지나 하늘이 어슴푸레했다. 객잔의 대당에 촛불이 밝아지고 뒤뜰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주방장이 아침밥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똑똑!
허칠안은 계산대를 두드려 탁자 위에 엎드려 조는 점원을 불러 깨운 뒤 말했다.
“객실 하나 더 주게.”
점원은 의아해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그는 남색 장포의 이 손님이 오늘 해가 질 무렵에 와서 묵었다는 걸 알았다.
‘혼자 왜 객실 두 개를 달라고 하지? 은자가 너무 많아서 싫은가?’
허칠안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점원은 이 모습을 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받고 등기한 뒤 객실 열쇠를 허칠안에게 주었다.
허칠안은 열쇠를 받자 그제야 이묘진에게 답장하였다.
[삼: 나는 동복(同福) 객잔에 있소. 성에 들어온 뒤 간선도로를 따라 1리 오면 볼 수 있을 것이오.]그는 지서 파편을 품 안에 간직한 채 객잔 대문을 바로 마주하고 앉았다. 가장 눈에 띄는 위치였다.
그가 반 각을 기다리니 이묘진, 초원진 그리고 항원 세 사람이 나타나 문턱을 넘어 객잔에 들어왔다.
“초 형, 항원 대사, 오랜만입니다. 무탈하시지요?”
그는 웃으며 인사했다.
허칠안은 마지막으로 이묘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스친 건 이영소의 서두였다.
“비연 여협객은 풍모가 여전하구려. 내 첩 소소는? 나 대신 잘 보살펴 주었소?”
허칠안은 이영소의 서두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애써 자신의 컨셉과 부합하는 분위기를 회복하였다.
이묘진은 익숙한 말재간을 듣더니 자연스레 눈을 희번덕였다.
“좋아, 오늘 밤에 종이 인형이 자네와 함께 자도록 하지.”
소소는 비록 연밥이 생겼지만, 아직 줄곧 육신을 회복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몇 가지 이유를 대략 짐작했다. 태양에 영향을 받은 것도 한 요소였겠지만, 더 중요한 건 아리따운 여자 귀신이 사람의 몸을 회복한 뒤에는 상응하는 법술이나 수단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다시 사람이 되는 데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하여 여자 귀신은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허칠안은 적당한 때에 일어나 세 사람을 안내하여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이 새로 잡은 방에 이르렀다.
* * *
허칠안은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열고 초에 불을 붙인 뒤, 지서 파편에서 황주 두 단지와 큰 사발 네 개를 꺼냈다.
“이건 제가 강호를 떠돌며 비축한 술이니 맛보시지요.”
“좋은 술이군!”
초원진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한 모금 음미하더니 눈이 밝아졌다.
“좀 데워야 식감이 더 좋겠군.”
“전문가십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점원에게 작은 화로를 가져오게 하여 숯불을 피우고 술을 데우며 한담을 나누었다.
허칠안은 자신이 경성을 떠나 떠돌아다닌 이래의 일들을 그들에게 아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옹주에서 뇌주, 뇌주에서 다시 옹주로 돌아왔다.
그는 오는 길에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자네가 겪은 일이 예전과 다름없이 풍부하고 다채롭구먼.”
초원진은 큰 사발을 받치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 왕비는 지금 자네의 홍안지기인 셈인가?”
이묘진의 예쁜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말을 가려서 좀 해…….’
허칠안은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셨다.
초원진이 웃으며 말했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왕비의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국사조차도 순수하게 외모로만 비교하자면 아마도 그녀보다 뒤떨어질 거라는 건 아네. 경성에 여인이 수천수만이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놀라 흠모하게 할 수 있는 여인이지. 진북왕비, 국사, 회경 전하, 세 사람이 이러하네. 자네가 그중 한 분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이지 인생의 기쁜 일이 될 걸세.”
사람의 판단 기준은 서로 달랐다. 초원진은 협객, 검객, 지식인으로서 각각 미모, 검술, 재능을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그 기준에 해당하는 존재가 바로 이 여인들이었다.
‘아, 미안한데 전부 내 어항 속의 물고기야……. 아마도.’
허칠안은 국사가 같은 객잔에 있다는 걸 알았기에,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들 엄두가 전혀 나지 않았다.
“너무 섣부른 얘기 아닌가요? 우리의 회경마마께서도 허 은라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묘진은 괴상 야릇하게 두 번 흥흥거렸다. 그녀는 회경에 관한 화제를 더는 끌지 않았다. 성녀가 보기에 회경처럼 냉담하고 교만하며 재능이 놀랄 만큼 뛰어난 여인은 여색을 좋아하고 방탕한 허칠안을 좋아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그녀가 호감이 조금 있다고 해도 그저 호감에서 그칠 터였다.
“다른 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처리하였지?”
“제가 그들을 부도보탑 안에 거두었습니다. 저와 국사는 어제 이곳으로 황급히 도망쳐 부상 치료에만 전념하는 중입니다.”
‘쌍수 역시 상처 치료니까…….’
그는 속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이영소도 탑 안에 있는가?”
이묘진이 물었다.
초원진과 항원이 쳐다보았다. 그들은 이미 칠호가 이영소임을 알았다. ‘원수’에게 쫓기며 실종된 지 1년이 넘은 그 인물 말이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대답을 준 뒤 잠시 헤아리더니 말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나는 그와 있을 때 허칠안이라고 하지 않고 서겸이라 불리오. ‘서겸’은 몇백 년을 산 초범경 고수로, 감정과 승부를 겨뤄도 가볍게 이길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이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선배 고단수요. 그가 의심하지 않고 깊이 믿는 건 나를 고분고분 따르고 경외하기 때문이오. 감히 속으로만 비아냥거릴 뿐이지.”
초원진, 이묘진과 항원 세 사람은 본래 이런 상황이 아주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허칠안이 강호를 거니는 건 그 자체로 은밀한 행위였다. 지서 파편 소지자인 세 명은 말을 듣다 보니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침묵하였다.
‘허 대인의 고질병이 또 도졌군…….’
‘강산은 변해도 본성은 바꾸기 어렵지…….’
‘하하하하! 이영소가 진상을 알게 된다면 무슨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