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2
832화. 놀라운 변화 (1)
허칠안은 이 용기 숙주를 자세히 살폈다. 그는 20대 초반으로 나이는 허칠안과 엇비슷했다. 피부가 약간 거칠고 가무잡잡한 걸로 보아, 딱 보니 그는 일 년 내내 유랑하는 협객인 듯했다.
그는 이목구비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뛰어난 편도 아니었다. 이목구비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이었다.
허칠안은 전에 특색회소(特色會所)에 있을 때 참새의 시각으로 그를 보았을 때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청루를 드나들길 좋아하는 남자는 전부 전생에 날개가 꺾인 천사였다.
사실 기녀가 연루되었을 때 이 묘재방이 첫 번째로 고려한 건 자신이 아니라 그 여인의 안위였다.
무력으로 금기를 범하는 강호 산인 집단에서 보기 드문 인품인 셈이었다.
허칠안은 용기 숙주를 처리할 때, 단순히 용기 자체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성품도 분명히 파악해야 했다.
만약 상대가 품성이 선량한 자라면,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확실하게 얘기하기를 선택할 작정이었다.
만약 상대가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자라면 허칠안은 그를 죽여야 마음이 후련했다.
묘재방 역시 다소 신중하게 허칠안을 훑어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어제의 전투 장면에 관한 기억이 깊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바로 전설 속의 허칠안이었다.
“이름, 성별, 나이.”
허칠안은 전생에 사용했던 연속 3가지 첫머리를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묘재방은 이런 시작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듯 어리둥절하더니 어제 이 남자의 흉악함과 위엄을 떠올리고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묘재방, 남자, 올해 스물셋입니다.”
‘대답하기 전에 yes, sir이라고 말해야지.’
허칠안은 묵묵히 속으로 드립을 치더니 말했다.
“어느 인사인가.”
“청주 흑양군(黑羊郡) 묘가진(苗家鎭)입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아는가?”
허칠안이 물었다.
‘나는 천재니까…….’
묘재방은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말했다.
“본 대협은 여러 해 동안 강호를 누비며 시정의 건달을 죽이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횡포한 놈을 죽였으며, 백성을 마구 짓밟는 탐관오리도 죽였습니다. 원수가 너무 많아요.”
그는 포부를 가지고 한 시대의 대협이 되어 간악한 자를 벌하고 악을 없애겠다는 자로서, 길을 걷다가 불공평한 일을 보면 칼을 뽑아 사람을 벤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 생각에 지금 상황은 이 이유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묘재방은 입을 삐죽이더니 말했다.
“저는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진정한 강자의 눈에는 영세한 일에 속했다. 인심을 뒤흔드는 어제의 그 전투를 일으킬 리가 없었다.
“선배님, 제게 정확한 정보를 주십시오. 제가 살 수 있습니까? 만약 살 수 없다면, 좀 깔끔하게 손을 써주십시오. 제가 비록 사람을 적잖이 죽였지만, 지금껏 괴롭힌 적은 없습니다.”
“만약 살 수 있다면?”
허칠안이 반문하였다.
묘재방은 정중하면서도 간절한 표정을 보였다.
“선배님을 제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
‘……재미있군! 하지만 안 돼. 너는 너무 못생겨서 내 아들이 될 자격이 없어.’
허칠안은 그의 어깨를 쥐고 말했다.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이따가 네 표현에 달려 있다.”
그는 묘재방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몸을 훌쩍 솟구쳐 뛰어올랐다.
* * *
두 사람은 즉시 부도보탑 1층에서 사라져 곧장 3층으로 전송되었다.
묘재방은 이상히 여기며 사방을 훑어보았다. 이곳은 면적이 아주 넓기는 했지만 1층만큼 널찍하지는 않았다.
남쪽과 북쪽에 각각 금신이 있었다. 서쪽에는 단수 하나, 동쪽 담벼락에는 작은 평상이 놓여 있었는데 평상 위에 노승 한 명과 여인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 여인은 용모가 평범했으며 품에는 작은 흰 여우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들어오는 걸 보자 황급히 양손을 합장하고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대사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불법으로 그를 봐주십시오.”
허칠안은 노승을 향해 합장한 채 그가 고개를 끄덕이길 기다렸다가 고개를 돌려 묘재방을 주시하며 물었다.
“무고한 자를 마구잡이로 죽인 적이 있는가?”
“무고한 자를 마구잡이로 죽인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죽을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들이다.”
“제가 죽인 건 전부 죽어 마땅한 자들입니다.”
“간음하거나 노략질한 적 있는가?”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묘재방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함인 듯 아래턱을 치켜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청루에 예쁜 낭자가 없답니까? 게다가 사람을 시중들 줄 안다면 간음과 노략질을 할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저는 언제나 청루에 가서 소비할 눈부시게 빛나는 은자를 벌 수 있고요.”
‘공유 자전거 애호가네…….’
허칠안은 ‘음’하고 소리 내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 노승을 쳐다보았다.
노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 드디어 품성이 괜찮은 용기 숙주를 만났구나. 걸어오는 내내 대체 무슨 사람들을 만난 거야!’
허칠안이 말했다.
“자네는 틀림없이 왜 어제 그자들이 자네를 끝까지 쫓았으며, 나 역시 왜 자네를 탑 안에 가두었는지 아주 궁금하겠지.”
묘재방은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네의 천부적인 재능은 전혀 좋지 않아.”
허칠안이 입을 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즉시 묘재방에게 말이 끊겼다. 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물론 그쪽이 선배님이고, 저는 본래 살길을 찾기 위해 반박해서도 안 되지요. 하지만 저에 대해 뭐라고 하시든 다 괜찮지만, 제게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선배님, 저는 마을에서 제일 잘 싸우는 자였습니다.”
‘너는 어째 스스로 가장 멋져야 하는 새끼라고 말하지는 않니? 자신의 천부적인 자질에 아주 신경을 쓰는 듯하구먼…….’
허칠안은 입가의 일어나는 경련을 억제하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이룬 대다수 성취는 전부 용기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묘재방은 굴복하지 않으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여 들었다.
“그건 그날 대봉 은라 허칠안이 혼군을 벨 때 여러 가지 뜻밖의 일로 용맥이 흩어져 형성된 일종의 기운이야. 음, 대봉 은라 허칠안은 재능이 뛰어나고 수백 년 동안 좀처럼 보기 드문 기재이지. 이건 내가 쓸데없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용기를 얻은 자는 뜻밖의 기회가 이어지네. 재물은 그저 첩경일 뿐, 인맥, 수행 진도 등등에 모두 도움을 얻네. 자기 자신의 상황은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 한 달여 전부터 자네의 행운이갑자기 좋아지지 않았는가? 어디를 가든 벗을 사귀고 상대방에게 각양각색의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았는가?
수행 방면 역시 단숨에 향상되어 어떠한 난제에 부딪혀도 언제나 누군가 와서 해결해주었지. 게다가 도박장에서 열 번 내기하면 아홉 번을 이겨 날마다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였겠지.”
묘재방은 들을수록 침묵하였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선배의 말이 다 맞았다. 전부 들어맞았다.
한 달 전, 그는 외지에서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부주의로 마을에서 가장 예쁜 낭자의 호감을 얻었다. 또 그에게 권법을 전수한 사부가 갑자기 비서를 꺼내 그에게 선물하였다. 사부는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 같다며 학문이 끊겨 전수될 길이 없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을 떠나 계속해서 떠돌았는데 기이한 경험이 이어졌다. 어제 그 자식들한테 쫓긴 걸 제외하면 거의 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
수련 경지 역시 나날이 향상되었다.
묘재방은 상대를 떠보았다.
“그래서…….”
허칠안이 대답했다.
“용기가 줄곧 밖으로 흩어지면 황조가 무너지는 건 조만간의 일이 될 걸세. 그리고 만약 이민족이 얻게 된다면, 중원의 주인이 뒤바뀌는 것 역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용기를 도로 거두려 하는 거지.”
그는 발악하는 기색이 역력한 묘재방을 보자 비웃었다.
“왜, 원치 않는가? 자네는 대협을 자처하는 자이니 당연히 나라와 백성을 위할 줄 안다고 여겼네만.”
그에게 돌아온 건 침묵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젊은이는 고개를 숙였으며, 발악하는 기색은 점점 분명해졌다.
한참 뒤, 그가 물었다.
“저는 이미 선배님의 독 안에 든 쥐입니다. 용기를 친히 가져가면 되는데 왜 굳이 저한테 이렇게 많이 얘기하시는 겁니까?”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가 만약 악한 자라면 나 역시 자네한테 이러쿵저러쿵 헛되이 말할 필요가 없지.”
묘재방은 허칠안을 몇 초 동안 주시하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십여 초 동안 침묵하더니 탄식하였다.
“비록 아주 달갑지는 않지만 저는 대협이지 않습니까. 대협은 대협다운 면모가 있어야지요. 만약 용기가 정말 조정을 구할 수 있다면, 만약 그것이 정말 제 몸속에 있다면, 그, 그렇다면 가져가십시오…….”
허칠안은 즉시 지서 파편을 꺼내 거울 면으로 그를 조준하고 구결을 묵념했다.
묘재방의 눈이 갑자기 금빛으로 번뜩였다. 영룡이 스친 듯 그의 머리 위에 굵고 단단한 금룡 허영이 뚫고 나오더니 달가워하지 않으며 지서 파편으로 들어갔다.
묘재방은 뭔가 허전했다.
그는 용기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묘재방은 그 순간 무슨 중요한 물건이 떠난 듯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 나는 중요한 물건을 세 가지를 가졌군. 마지막 여섯 개를 수집하기만 하면 임무 완수다…….’
허칠안은 한동안 즐거워했다. 고작 한 달여 만에 그는 용기 세 개를 수집했다.
게다가 태평도의 온양 역시 이 새로운 용기 덕분에 진전이 빨라질 것이었다.
허칠안은 멍해지고 의기소침해진 묘재방을 곁눈질로 힐끗 보더니 기분 좋게 경고하였다.
“진정한 강자는 내면이 아주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지. 용감한 마음이 없다면, 힘이 아무리 강해도 약한 이를 괴롭힐 수밖에 없고 같은 등급을 마주하면 죽을 수밖에 없네.”
묘재방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분수를 지켜 만족할 때가 됐습니다. 만약 용기가 없다면 아마 한평생 지금의 성취를 얻기란 불가능했겠지요. 사실 제 천부적인 자질은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제게 권법 연마를 가르쳐주신 사부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사형, 사제들 모두 저보고 자기 분수를 모르며, 자질이 평범하면서 한 시대의 대협이 되고 싶어 한다고 비웃었습니다. 16살 때, 저는 마을을 떠나 밖을 떠돌기 시작했고 23살이 되어서야 시야 넓히는 걸 도와줄 연신경 고수를 청할 수 있는 돈을 충분히 모았지요. 저는 이 돈을 모으기 위해 2년 동안 신발도 바꾸지 않고 장포 하나를 여러 번 기워 3년을 입었습니다.
얼마 전, 갑자기 운이 트였고 저는 마침내 만인이 공경하고 우러러보는 한 시대의 대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헤, 책에서 뭐라고 했던가요? 맞다, 경화수월(*鏡花水月: 그림의 떡을 이름). 하지만 제 것이 아니니까요, 제 것이 아니지요.”
그가 낙심하여 고개를 숙이니, 마치 풍파에 얻어맞아서 제 모습으로 돌아온 미운 새끼 오리 같았다.
“내 곁에 마침 수행원 한 명이 부족하네만.”
묘재방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냉담한 표정의 허칠안을 주시하였다.
허칠안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했다.
“나의 수행원이 되려면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원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소나 말처럼 부려도 기꺼이 복종해야 하네. 월급은 주지 않으나 이따금 조금씩 가르침을 전수할 것이네.”
묘재방은 진지한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아버지.”
……허칠안은 입꼬리를 실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