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3
833화. 놀라운 변화 (2)
류홍면은 옹주성 서남쪽의 수수진 용마루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무릎을 감싸고, 한 손으로는 볼을 괸 채 아주 무료하게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허칠안은 정말 강하다. 역시 중원에서 천부적인 자질이 가장 비범한 젊은이다워……. 희현은 하도 당해서 투지를 잃은 것 같던데. 초엽 도사의 죽음이 그에게 이렇게 타격이 크다고? 그저 수련 경지가 미천한 늙은 도사일 뿐인데……. 대오의 인심이 흩어졌으니 나도 달리 활로를 모색해야겠군……. 참, 허 은라를 꼬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중엔 검주 만화루로 돌아가 소월노를 문파에서 쫓아내야겠어…….’
류홍면은 주제와 동떨어진 일들을 생각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마당 안의 희현을 쳐다보았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는 밤새도록 마당 우물가에 한가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한테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어. 이번에 좌절을 겪었으니 견뎌내면 비로소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지.”
류홍면은 ‘쯧쯧’ 두 번 소리 내었다. 그녀는 아직 희현에게 의지하여 만화루를 역습하여 루주의 자리를 되찾을 기대를 품고 있었다.
* * *
묘재방은 서겸 곁에 남아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행원이 되기로 선택했다.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건 그가 자신에게 강요한 정의였다. 실질적으로 이 자식은 수다쟁이인 데다가 선천적으로 노련하였다.
“비연 여협객, 제가 강호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거닐면서 유일하게 저를 감복하게 한 사람입니다. 비연 여협객, 말씀 좀 해주십시오.”
이묘진은 처음에는 그래도 예의상 몇 마디 대꾸하였지만, 이 자식이 기분 나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안 후로는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초 형, 제가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조정에서 관리가 될 수 있는데 왜 하필 강호를 유랑하는 겁니까? 지식인은 우리 마을에서 지위가 아주 높답니다.”
초원진 역시 그를 상대하길 원치 않았다. 이유는 이 자식은 언제나 그가 제멋대로라고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장원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는데도 사직하는 둥 영 제멋대로라고 말이다.
“이 형, 앞으로 제가 서 선배님에게 차와 물을 내어드리는 걸 담당할 테니 이 형은 서 선배님의 옷을 빨고 밥하는 걸 담당하십시오.”
“자네한테 여러 번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서 선배님의 수행원이 아니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 형께서 차와 물을 내어드리는 걸 담당하십시오. 제가 옷을 빨고 밥하는 걸 책임지지요.”
* * *
허칠안은 묘재방이 모두와 1차로 알아가는 걸 보자 그들을 데리고 부도보탑을 떠났다. 일행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검을 부려 옹주로 되돌아왔다.
목적지는 성 밖의 지하 대묘였다.
낙옥형은 아주 오래전에 이 묘를 탐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허칠안이 지하 궁전에서 나와 경성으로 돌아와 이 일을 낙옥형에게 알렸었다.
낙옥형은 벽화의 인족 옷차림에 근거하여 대략적인 연대를 추측한 뒤, 인종의 편년사를 샅샅이 뒤졌으나 그 유구한 연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지하 궁전 안의 그 인종 조사 나리가 나타난 시대는 이 시대의 인종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었다.
낙옥형이 그 인종 조사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탓이 아니었다. 이자가 도겁에 실패하였음에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오래된 몸을 벗어버려 과거와 분리되었다.
낙옥형은 이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겁하에 모든 건 다 재로 변하기 마련이었다. 자고로 인종 2품 도사 중에 도겁에 성공할 수 있는 자도, 천겁하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자도 없었다.
이 자는 예사롭지 않았다.
낙옥형은 목적지에 이르러, 동굴 입구에 서서 돌아보더니 말했다.
“자네들은 바깥에 남게. 나와 허칠안이 들어가지.”
이묘진과 이영소 두 도문 제자는 그러길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낙옥형이 가볍게 흘겨보자 그들도 곧 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서 파편 소지자 넷 그리고 허칠안이 새로 거둔 부하 묘재방은 동굴 밖에 남기로 했다.
허칠안과 낙옥형은 동굴로 뛰어들었고, 위에서 묘재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연 여협객, 어떻게 그리 빠른 속도로 한 시대의 대협이 되실 수 있었습니까? 저는 요 몇 년 동안 간사한 자를 쳐내고 악을 없애 의로운 일을 하였는데 명성은…….”
“허, 내 사매가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이유의 절반은 천종의 명성에 기댄 것이네. 자네는 그녀가 전부 스스로 성취했다고 여기는가?”
그 후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며 낙옥형과 지하 궁전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지하 궁전은 어두컴컴하며 안으로 갈수록 더 어두워졌다. 손을 뻗어도 점점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허칠안은 준비한 횃불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신수의 봉인이 좀 헐거워졌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만약 돌보지 않으면 기껏해야 1년 안에 봉인을 격파할 수 있을 겁니다. 국사께서 마침 봉인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어요.”
횃불의 빛이 낙옥형의 더없이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는 “응” 하고 소리 내었다.
무너져 어질러진 지하 궁전을 지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돌문 앞에 이르렀다.
“엇…….”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낙옥형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가 설명했다.
“제가 지난번에 떠날 때, 관문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허칠안은 말하면서 주묘실(主墓室)로 걸어 들어갔다. 너무 신경 쓰지 않았기에 미라 스스로 문을 닫았을지도 몰랐다.
끽끽…….
돌문이 천천히 열렸다.
허칠안은 횃불을 들고 주묘실로 진입하였다.
이곳에는 마치 방금 채굴된 것처럼 자잘한 돌이 쌓여 있었다. 그날 신수와 미라의 전투로 생긴 것이었다.
그는 훑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가부좌를 튼 미라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허칠안이 안으로 십여 보 걸어가니 불완전한 사람 형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미라가…… 죽었다고?!’
미라의 머리는 절반이 부족했다. 창백한 색의 뇌수 점액이 얼굴에 자질구레하게 걸려 있었다.
바싹 말라 쪼글쪼글해진 청흑색 몸뚱어리는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부러진 뼈와 파손된 살을 지나쳐 안에 있는 검은 장기를 어슴푸레 볼 수 있었다.
검푸른 빛깔의 눈동자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하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허칠안은 그것의 몸속에서 어떠한 기기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는 눈앞의 이것이 순수한 시체이며 더 이상 어떠한 신이(神異)가 없다는 의미였다.
미라가 죽었다. 비록 이렇게 표현하는 게 약간 이상하지만, 그건 확실히 죽었다.
허칠안의 눈동자는 마치 강한 빛이라도 받은 듯, 바늘구멍만큼 수축하였다. 그의 호흡 역시 이에 따라 다급해졌다.
그가 첫 번째로 한 생각은 였다.
그는 이 추측이 떠오르는 찰나 공포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쳤다.
낙옥형은 눈에 어두운 빛이 일었다. 도도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에 그런 빛이 더해지자 요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미감(美感)이 엿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주묘실을 훑더니 이내 목소리를 낮추었다.
“잔류한 영혼이 없네.”
이는 다시 말해 미라는 아주 철저하게 죽었다는 뜻이었다.
그건 비록 수천 년 된 미라지만, 진실한 영혼이 있었기에 엄격하게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생명에 속했다.
허칠안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낙옥형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소매 안에 모아둔 손을 들어 허칠안의 손을 살짝 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뭔가를 발견했는가?”
허칠안은 탁한 숨을 내뱉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현장에 전투한 흔적이 없는데 미라는 아주 깔끔하게 죽었습니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익숙한 자가 범행을 저질렀거나 미라보다 수련 경지가 아주 많이 강한 자가 봉인된 미라를 손쉽게 죽일 수 있었거나. 아니면…… 익숙한 사람이면서도 초강자입니다.”
낙옥형은 다 듣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서 자네는 이 무덤의 주인이 돌아왔다고 의심하는군.”
‘국사는 역시나 완전 똑똑해…….’
허칠안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미라, 아 이 시체가 비록 신수에 의해 봉인되어 힘을 시전할 수 없지만, 육신은 조금도 거짓 없이 2품 도문 육신입니다. 설령 무사만큼 용맹하지 않다고 해도 그걸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지요. 적어도 초범경입니다. 아니, 예사로운 3품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 옹주에는 확실히 초범 고수가 적잖이 모였지요. 하지만 그들은 미라를 죽일 필요가 없고, 미라를 죽일 확신조차 없습니다. 기껏해야 들어와서 알아보고 정보를묻는 정도입니다.”
낙옥형은 “음” 하고 소리 내었다. 그의 추측을 인정한 셈이었다.
허칠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미라가 애당초 지하 고분에 남아 주인이 돌아와 기운을 되찾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인연이 있어 우연히 그 기운은 얻게 되어 제 수중에 들어왔는데…….”
그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
만약 미라가 무덤 주인의 손에 죽었다면, 이 신비로운 도인의 태도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분노, 잔인함, 포악함, 우호적이지 않음…….
“걱정할 필요 없네.”
낙옥형이 웃더니 현모양처 같은 어조로 말했다.
“빚이 너무 엄청나서 오히려 근심하지 않네. 거물 하나를 건드리면 아주 성가시고, 거물 둘을 건드리면 치명적인데 자네는 셋, 넷 심지어 더 많이 건드렸으니 아주 안전할 걸세. 음, 적어도 자네는 도박패를 지닐 것이야.”
‘이거 전생 상업에서 재정 적자가 심각한 많은 대기업이 흔히 부리는 조작 아니야……?’
허칠안은 빈정대면서 마음속의 압박을 해소하였다.
국사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지하 궁전 주인이 어느 쪽 신성이든 그가 자신을 상대하고 싶으면 낙옥형과 감정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했다.
그사이 불문도 와서 한 다리 걸칠지도 몰랐다.
그런 뒤 허평봉 역시 의견을 밝힐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금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종 도사이자 진면모는 황갈색 고양이인, 지서 파편의 진짜 주인도 있었다.
또한 한마음으로 운록서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원장 조위 등등도 있었다.
그리고 칠절고를 주어 그가 고신 봉인의 인과를 짊어지도록 한 고족도 있었다.
이들 모두 그와 인과가 아주 깊은 세력 또는 인물이었다.
“생각을 바꾸어보면, 지하 궁전 주인의 존재가 어쩌면 이용할 수 있는 점일지도 모르겠군.”
허칠안은 이렇게 생각하니 훨씬 안정되었다.
‘에휴, 기뻐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네.’
낙옥형이 말했다.
“오늘 경성으로 돌아가게. 만약 지하 궁전의 주인이 자네한테 불리하게 굴면, 감정이 반드시 암시하거나 어쩌면 자네가 지금 단계에서는 깨달을 수 없는 안배를 할지도 모르네.”
허칠안은 이 말을 듣더니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경성으로 돌아가 감정의 허벅지를 껴안고 싶어졌다.
“잠시만 좀 기다리십시오.”
그는 한 마디 하더니 사방에서 돌덩이를 옮겨와 미라에게 간단하게 돌무덤을 만들어주었다.
‘수천 년을 생기 없이 지켜왔으니 해탈한 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