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4
834화. 때를 만나지 못한 훌륭한 젊은이
묘재방은 고분 밖에서 엉덩이로 칼집을 깔고 앉은 채, 입으로는 풀뿌리를 물고 작은 목소리로 곁에 있는 이영소에게 물었다.
“이 형, 저한테 용기가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저를 좋아하는 기녀도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기녀?”
이영소는 옆에 서서 그를 깔보며 비웃었다.
“자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그는 어장남으로서 찌질이를 조롱했다.
묘재방은 이영소를 자세히 살피더니 갑자기 말했다.
“이 형, 성기능 쇠약증이죠.”
이영소는 약간 표정이 변하더니 화를 냈다.
“자네 무슨 헛소리하는 건가!”
“저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여러 해 동안 강호를 거닐었고, 또 무사니 한 사람의 혈기가 왕성한지 아닌지는 딱 보면 알아차릴 수 있지요. 이 형은 신장 기능이 허약한 모습이, 확실해요. 다행히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한동안 수양하면 됩니다. 만약 이 형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저희 바지를 벗고 누가 오줌을 더 멀리 싸나 겨뤄보지요.”
이영소는 콧방귀를 뀌었다.
“저속하군!”
그는 당연히 이런 시시한 행동에 응할 리가 없었다. 성자는 이 시대의 우상이라는 부담이 있는 자였다.
게다가 이기면 그럭저럭 괜찮은데 지면 체면이 어찌 서겠는가?
이묘진, 초원진 그리고 항원 대사는 두 사람의 만담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묘재방은 강호인 특유의 저속함 그리고 젊은이의 자유분방함을 지니고 있어 강호인의 기질이 아주 강했다.
하지만 자리에 있는 건 모두 베테랑 강호인이었다. 그들은 이미 유사한 사람에 익숙해진 터라, 습관이 되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영소는 묘재방과 서로 몇 마디 비웃더니 수련 경지가 낮은 이 자식과 똑같이 굴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는 상대방이 언제나 쌍방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 풍부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사매.”
성자는 이묘진 앞으로 걸어가 손을 비비더니 알랑거리는 웃음을 내보였다.
“지금 나는 동방 자매의 추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지서 파편을 내게 돌려줄 때가 되었구먼.”
이묘진은 눈빛이 순간 좀 흔들리더니 건성건성 말했다.
“아,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얘기하지.”
이영소는 사매에게 의아한 눈빛을 던지며 물었다.
“왜 시간이 지나야 하지?”
“귀찮아. 시간이 지난다면 시간이 지나는 거지.”
“안 돼. 지금 바로 지서 파편을 내게 돌려줘.”
“돌려준다면 돌려주는 거지.”
이묘진이 지서 파편을 꺼내 가볍게 뒤집자, 거울 면에서 같은 양식의 옥석경이 떨어져 나왔다.
이영소는 손바닥을 뻗어 받은 뒤 손가락 사이에서 피를 한 방울을 짜내더니 지서가 다시 주인을 인정하게끔 했다.
그는 아직 자신의 약속을 기억했다. 그날 서겸한테 동방 자매의 곁에서 도망치게 해달라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지서 파편 안에 있는 가산을 보수로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거만한 사람으로서 약속을 어기는 행위를 하찮게 여겼다.
‘내 가산이 비록 많지는 않지만, 법기에 금은과 부적을 더하면 넉넉하게는 은자 수천 냥 가치는 되겠지…….’
이영소는 지서 파편과 다시 연결을 맺고 의념을 지서에 넣었다.
파편 공간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이영소는 어리둥절했다.
‘아마도 여는 방식이 옳지 않았겠지…….’
그는 의념을 내보내고 다시 지서 공간에 들어갔다.
여전히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이영소는 뻣뻣한 목을 비틀어 이묘진을 조금씩 쳐다보았다.
“내 은자는? 내 법기는? 내 부적은?”
“팔았지!”
이묘진은 눈을 좌우로 굴릴 뿐 이영소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팔았다고?!”
이영소의 목소리가 몇 데시벨 높아지더니 눈을 크게 부라렸다.
“누가 너더러 팔래! 네가 무슨 근거로 내 물건을 팔지?! 팔아서 뭐 했는데?”
“내가 운주에서 유격전을 펼칠 비적 토벌군을 조직했을 때 은자가 필요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네 물건을 팔았지.”
이묘진은 좀 미안해했다.
“왜 네 건 팔지 않고?”
이영소는 머리에 여러 차례 천둥이 내려치는 듯했다.
이묘진은 입을 삐죽였다.
“너 언제부터 내가 은자를 모았다고 착각한 거지?”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은자는 전부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었는데.”
이영소는 극도로 흥분했고, 준수한 얼굴에 끊임없이 경련이 일었다.
“너, 너 이 천종의 파렴치한!”
이묘진은 크게 화를 냈다.
“너야말로 천종의 파렴치한이지!”
“너는 명색이 천종 성녀로서 제대로 태상망정을 수행하지는 않고 대협이 되겠다고? 네가 파렴치한이 아니면 누가 파렴치한이지?”
“너는 명색이 천종 성자로서 온갖 곳에서 여인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곳곳에 정을 품었잖아? 너는 천종의 파렴치한일 뿐만 아니라 무정하고 야박한 못난 남자야!”
“나는 모든 여인들을 진심으로 대했거든. 게다가 정에 빠졌다가 정을 초탈하는 게 내가 깨달은 길인데 네가 뭘 알겠니!”
“허, 이 말을 어째서 천존한테 얘기하지는 않고? 네가 아니었다면, 사부님과 사백님이 사람을 잡으러 산에서 내려왔겠니?”
“그들이 사람을 잡으러 산에서 내려온 게 설마 네가 천종의 명성을 망쳤기 때문이 아니고? 비연 여협객!”
초원진과 항원 대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이묘진의 성격을 알지만, 성자마저 겸손하게 양보하지 않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어쩐지, 어쩐지 천종의 빙이원군과 현성 도사가 직접 체포하러 산에서 내려왔더라니.
억울하지는 않겠군…….
초원진이 전음으로 말했다.
“천종에 뜻밖에 두 괴짜 성자, 성녀가 나올 줄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항원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감정보다는 낫겠지요.”
두 사람은 사천감의 상황을 떠올리자 갑자기 침묵하였다.
* * *
그들이 고집을 부리며 우기는 사이, 낙옥형은 허칠안을 데리고 동굴 바닥에서 날아올랐다.
‘작은 천종에서 뜻밖에도 때를 만나지 못한 훌륭한 젊은이가 둘이나 나왔다니…….’
허칠안은 우연히 한 마디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그는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천종의 성자, 성녀는 괴짜일 뿐만 아니라 만담을 할 줄도 알았다.
“어때? 가치 있는 정보를 물었는가?”
이묘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영소 역시 궁금했지만, 감히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 동시에 그는 사매가 서겸과 관계가 좋은 것 같다는 걸 눈치챘다.
사매는 서겸을 마주할 때 조금도 어색하거나 공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라는 이미 완전히 혼비백산했네.”
허칠안은 가능한 한 표정이 굳어 보이지 않도록 했다.
‘혼비백산이라…….’
이묘진은 어리둥절했다. 이런 결과일 줄은 생각지 못했기에 망연하면서도 놀랍고 의아했다.
이영소는 그녀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초원진과 항원은 지하 궁전을 탐험했던 두 명의 지서 파편 소지자로서 안색이 변하고 마음이 격하게 동요했다.
그들은 고분 탐험을 직접 겪었기에 미라의 무시무시함을 아주 잘 알았다. 만약 감정이 허칠안의 몸에 남긴 후수가 그들을 도와 그 액운을 제거해주지 않았다면!
천지회는 아마 진작에 창시자와 중요 구성원이 요절하여 흩어졌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강한 미라가 혼비백산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초원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딱히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식구들이었다.
이영소는 비록 그가 잘 아는 상대는 아니더라도 천종 성자이자 천지회 구성원이었기에 일단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또한 초원진은 묘재방을 업신여길 뜻은 없었다.
묘재방은 등급이 되지 않아 이런 고급 수준의 은밀한 비밀은 근본적으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허칠안은 침음했다.
“저는 무덤 주인이 돌아온 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등에 오한이 나고 약간 두피가 저렸다.
“자네에게 위협이 되겠는가?”
이묘진의 관심사는 명확했다.
이영소는 즉시 귀를 쫑긋 세웠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아니면 고개를 저어야 할지 몰라 말했다.
“그때그때 생각하겠소.”
이묘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름답고 호방한 달걀형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이영소는 기밀을 듣지 못하자 약간 실망하였다.
허칠안은 모든 이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는 국사와 경성에 한 번 다녀오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동행하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이만 작별하겠습니까?”
초원진이 웃으며 말했다.
“마침 감정께 지서 파편 정제를 도와달라고 청하려던 참이네.”
허칠안이 지서를 빌려 감지하고 용기를 수집할 수 있는 건 감정이 지서 파편에 진법을 새겼기 때문이었다.
지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용기를 적재할 수 있는 법보였다.
* * *
임안은 황궁, 경수궁 평상 위에 앉아 모친 진 귀비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붉은색 상의와 풍성한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빗질한 머리에는 소봉관(小鳳冠), 순금 두채(斗釵), 꽃실 세공품에 보석을 박은 금봉잠(金鳳簪)을 꽂았으며…… 목덜미에는 순은 구슬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아주 아름답게 차려입어 화려하고 부귀해 보였다.
평범한 여인은 설령 용모가 아름답다고 해도 이런 치장은 아주 소화하기 힘들었다. 오늘 그녀가 걸친 것은 전부 눈부시고 사치스러운 장신구였다.
하지만 임안은 유독 이런 차림을 아주 잘 소화하여 미모에 색채를 더했다.
흰옷을 입고 옅은 화장을 한 임안은 아름답기는 아름답지만, 특색이 없었다.
사치스럽고 화려한 치장이 그녀를 절세미인 대열에 들어서게 했다.
찻잔을 받친 진 귀비는 자태가 우아했으며 눈가에는 옅은 주름살이 있었다. 비록 젊을 때의 아름다운 풍채는 사라졌지만, 풍만한 몸매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진 귀비는 자신의 딸을 자세히 살피다가 갑자기 개탄했다.
“지금 폐하께서는 이미 제왕의 지위에 오르셨으니 이제 어미의 유일한 소원은 네가 시집가는 걸 보는 거란다. 임안아, 사위를 구할 때가 되었어.”
‘오…….’
임안은 모친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선 속으로는 그래도 좀 수줍으면서도 기뻤다. 그녀 역시 자신이 출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황궁과 임안부에 머무르자니 정말이지 무료했다. 임안도 장소를 바꿔 묵어봐야 했다. 예컨대 허부면 괜찮았다.
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진 귀비가 하는 말이 들려왔다.
“정국공의 차남이 장가들 나이가 되었다고 하구나. 얼마 전에 정국공의 부인이 궁에 손님으로 왔는데 나와 차를 마실 때 이 일을 얘기하더구나. 그녀가 아들을 대신해 폐하께 혼담을 청해 너를 국공부로 시집 보내달라고 내게 부탁하더구나.”
임안은 눈을 희번덕이더니 볼에 공기를 넣어 불룩하게 했다.
“일개 국공이 어떻게 저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어머니는 농담하지 마시고 거절하시면 돼요.”
진 귀비는 화를 냈다.
“국공부가 너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 너를 받아들일 수 있겠니? 임안, 네 나이가 적지 않단다. 예전에 선황께서는 도를 닦는 데 깊이 빠져 너희 황자 황녀들의 혼사를 신경 쓰지 않으셨지. 봉서궁 그 원부(怨婦)는 더욱이 너희를 신경 쓰기 귀찮아했잖니. 지금 태자가 제위에 올라 조당 기풍이 일신되었으니 해야 할 여러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단다.
정국공 부인이 사심을 품었다는 걸 어미는 안다. 그 작위는 장자의 것이고 차남은 몫이 없으니 공주를 아내로 맞이해 저택으로 돌아올 생각을 한 게다. 차남에게도 빛나는 미래를 열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위연이 정산성에서 전사한 이후, 대봉은 많은 군사를 잃었다. 그 정국공은 그해 산해관전역을 치른 자로, 군대를 통솔하여 싸우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폐하께서 아주 중시하셨다. 정국공의 차남 역시 뛰어난 인재로 문무를 겸비했으며 네게도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단다. 작년에 너희가 만났었다던데. 국공 부인이 하는 말을 들으니 너를 만난 이후로 공자는 넋이 나가서 밤낮으로 늘 그리워했다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