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7
837화. 사천감 견학 (1)
허칠안이 경성을 떠난 뒤, 회경은 지금껏 자발적으로 그에게 연락한 적이 없었다.
허신년은 방금 방문하여 기부금 계책에 빠진 점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군주의 위엄과 명망이 부족하여 조당 제공의 폐단을 억누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형님이 경성에 있다면 좋을 텐데!”
허신년은 이렇게 개탄하였다.
애석하게도 허칠안은 강호를 누빈 이래로 경성과의 연락을 끊었다. 지금껏 그는 집에 서신을 부치지도 않았다.
회경은 당연히 허칠안이 경성에 있다면 호소력이 더 강해지리라는 점을 알았다. 그가 과거에 오문을 막고 국공을 베었으며 선황을 죽인 기풍에 근거한다면 말이다.
그가 팔을 휘두르며 모두에게 호소하면 은자를 기부하길 원하는 대신이 소수는 아닐 것이다. 누구도 이 자식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회경이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입을 떼기가 불편하거나 친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대봉이 정말 사사건건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면.
그건 정말 대봉의 운명이 이미 다했다는 의미기 때문이었다.
“네 개자식이 네게 서신을 보내왔니?”
회경이 물었다.
“당연하지!”
임안은 새하얀 아래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엄청 여러 번.”
“꿈에서겠지.”
회경은 가차 없이 헐뜯었다.
“회경…….”
임안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회경은 아주 기분 좋게 찻잔을 받치고 한 모금 홀짝 마셨다.
* * *
임안은 화를 내며 가버렸다. 그녀는 울적한 마음으로 소음궁으로 돌아왔다.
“마마, 또 덕형원에서 모욕을 당하신 거예요?”
수행 궁녀는 입을 가린 채 가볍게 웃었다.
임안은 말하지 않았는데 흥미가 다소 떨어졌다.
그녀는 궁녀가 받친 차를 받아 마시지 않고 손에 받친 채 데웠다.
임안이 얼마간을 앉아 있다가 갑자기 말했다.
“가끔 나는 사실 내가 그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수행 궁녀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께서는 왜 이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나는 회경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성격도 좋지 않잖아. 또 수련 경지도 없지. 예전에 그가 아직 은라일 때 본 공주는 공주고, 본 공주는 아주 자신 있었거든.”
“자신만만해서 매일 그의 앞에서 허리춤에 손을 얹으셨죠.”
궁녀는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 공주조차 그 앞에서 허리춤에 손을 얹을 수 없잖니. 나는 그한테 전혀 쓸모없어.”
임안의 얼굴이 보기 드문 애수에 잠겼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궁녀한테밖에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궁녀가 말했다.
“노비가 생각하기에 허 은라께서는 마마를 좋아해요. 마마께서 쓸모 있는지 없는지와는 관계없지요. 만약 한 사람을 좋아하는 전제가 이 사람의 ‘유용함’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마마께서는 마마답게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임안은 문득 좀 흥분하였다.
“그럼 그가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지? 예전에 사건을 조사할 때 그는 회경만 생각하더라고. 무슨 일이든 회경이랑만 상의했어. 지금 경성을 떠났고 더는 소식이 없어. 내가 일찍이 사천감에 부탁해서 그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이 역시도 내게 답장하지 않더라고. 지금 황제 오라버니에게 문제가 생겼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그뿐인데 나는 그를 찾을 수가 없네…….”
그녀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가 낮아지더니 고개를 떨군 채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 * *
해 질 무렵이 되자 흐르는 옅은 금빛이 경성 상공을 가르며 사천감 팔괘대 위에 떨어졌다.
금빛이 흩어지니 바로 허칠안 일행 7인이었다.
감정은 탁자 뒤에 앉아 사람들을 등진 채 경성을 내려다보았다.
묘재방은 긴장한 채로 사방을 둘러보니 두 다리에 약간 힘이 풀렸다. 이번에 그는 처음으로 경성에 왔으며, 처음으로 전설 속의 관성루에 오른 데다 더욱이 처음으로 감정을 봤다.
‘백의에 백발, 역시 신선 인물답구나…….’
묘재방은 감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영소 역시 처음으로 경성에 왔고, 처음으로 감정을 보았다. 그는 약간 어색하기는 했으나 대체로 침착한 편이었다.
낙옥형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도정 나한을 털어냈다.
“여러분은 갈 길 가십시오. 저와 감정은 나눌 말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남아서 듣고 싶은데. 어쩌면 고위층의 은밀한 비밀을 듣고, 서겸의 진짜 신분을 추측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영소는 마음속에 호기심이 폭발하였으나 서 선배가 말을 꺼낸 이상, 얌전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
* * *
이묘진 등을 배웅한 뒤, 허칠안은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고인(高人)인 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감정, 저와 국사가 옹주에서 도정 나한을 사로잡았습니다.”
허칠안은 감정을 향해 공수하고 읍했다.
감정은 듣지 못한 듯 그와 낙옥형을 등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은 건 아니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한마디 빈정댔다가 낙옥형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의 원신이 가출했네.”
하?
허칠안은 놀라움과 의아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감정의 원신이 가출했다는 게 놀랍고 의아하다는 건 아니었다.
그 역시 사천감 단골손님인 셈이라 팔괘대에 오르는 횟수가 적지 않았다. 매번 누군가 오기만 하면 감정은 반드시 기다렸다.
허칠안이 놀랍고 의아한 건 감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집에 ‘손님’이 왔음에도 여전히 제때 돌아오지 않았다.
* * *
“어렵사리 사천감에 왔으니 내가 너희 둘을 데리고 견학을 시켜주지.”
이묘진은 익숙하게 사람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손에 연호필(軟毫筆)과 선지를 든 백의 술사가 사람들의 곁을 지나가는 걸 보았다.
“사형, 채미 사매는 어디에 있지요?”
이묘진이 불러 세웠다.
백의 술사가 대답했다.
“채미 사매는 장서실(藏書室)에서 책을 보고 있소만.”
이묘진은 깜짝 놀랐다.
“저채미가 책을 보고 있다고요?”
‘태양이 서쪽에서 떴나?’
“채미 사매는 내년부터 스승님을 대신해 제자를 가르칠 수 있기에 요즘 매일 장서실에 틀어박혀 있소.”
백의 술사가 한 마디로 설명하더니 황급히 떠났다.
이묘진은 본래 저채미를 찾아가 길 안내를 해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바쁜 걸 보자 그만두었다.
어쨌든 그녀와 초원진은 사천감에 여러 차례 왔으니 낯설지 않았다.
일행은 계속해서 걸었다. 이영소와 묘재방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전설 속의 사천감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어보았다.
이곳은 술사가 구름같이 모여드는 곳으로, 이곳에서만 대규모의 술사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묘재방이 목소리를 낮추고 이영소에게 물었다.
“왜 사천감의 술사는 전부 붓, 묵, 종이를 몸에 지닌 건가요?”
그들은 걸어오는 동안 백의 술사들이 종이와 연호필을 휴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대문짝만하게 적어 알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이영소가 침음하더니 말했다.
“술사들은 비교적 배우기를 좋아하잖나.”
묘재방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말했다.
“그렇군요. 정말 부끄러워집니다. 공자님, 저는 그저 제 이름만 쓸 줄 아는데요.”
* * *
그들은 말하는 사이 7층에 이르렀다.
이묘진이 소개하였다.
“이 층은 연금술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사천감의 연단실이 바로 이곳이야. 우리 얼른 떠나자고.”
이영소는 사매가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보자 궁금해했다.
“이곳은 사천감의 금지?”
그는 말하면서 문득 깨달은 기색을 보였다.
“기술 기밀?”
“아니!”
초원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층의 연금술사는 전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자들이기 때문이지. 만약 자네가 연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자네를 오만하게 보며 지혜가 부족하다고 비웃을 것이네.”
“정말 시건방지군요.”
이영소가 물었다.
“만약 연금술에 대해 약간 좀 안다면 귀빈으로 모십니까?”
“아니!”
항원 대사가 나지막이 반박했다.
“만약 시주께서 연금술에 흥미를 드러내면 그들은 시주님에게 괴팍한 음식들을 추천하여 먹어보라고 할 겁니다. 예컨대 눈이 달린 과일, 머리가 두 개인 통닭구이 등등이지요. 그들은 심지어 시주님에게 인체 단련 시험을 시도하라고 종용할 겁니다. 경성 전체에서 그들을 억누를 수 있는 건 감정과 허 대인뿐이지요.”
“허 대인?”
이영소는 반응이 오지 않았다.
“허칠안!”
항원이 말했다.
“허칠안.”
이영소는 문득 깨달았다.
“일찍이 명성을 들었으나 줄곧 만날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경성에 왔으니 저 만나 뵈러 가야겠습니다.”
지서 파편 소지자 셋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인체 단련이 무슨 뜻입니까?”
묘재방이 기회를 틈타 말참견하였다.
“예를 들면 자네와 돼지를 교배하는 거지.”
묘재방과 이영소는 동시에 머리를 움츠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일행은 재빨리 7층을 떠났고, 6층에서 백의 술사 무리를 마주쳤다.
“이 도사.”
한 백의 술사가 열렬하게 공수하며 인사하곤 돌아서서 뒤통수로 그들을 쳐다보더니 자리를 떴다.
“초 장원.”
또 백의 술사 한 명이 초원진을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 뒤,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뒤통수를 보였다.
묘재방과 이영소는 어리둥절해지더니 막연하게 이묘진을 쳐다보았다.
“그들 무리한테는 뒤통수로 상대를 보는 게 존중을 의미하는 거야.”
이묘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많은 설명을 하길 원치 않는 듯했다.
묘재방과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여 이해했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들은 속으로 사천감의 규칙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 *
6층을 견학한 뒤, 그들은 계단을 내려와 5층에 도착했다.
복도에서 백의 술사 셋이 걸어왔다. 묘재방과 이영소는 자발적으로 앞으로 나가 인사했다.
“여러 사형께 인사드립니다.”
백의 술사 셋은 이 둘을 알지 못했으나 이묘진과 초원진은 알기에 막 읍하여 답례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두 자식이 일제히 몸을 돌리더니 뒤통수를 그들에게로 조준했다.
……백의 술사 세 명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면서 엄청난 모욕을 느꼈고, 소매를 뿌리치며 말했다.
“누구를 무시하는 건가!”
그들은 화를 내며 황급히 갔다.
“???”
묘재방과 이영소는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나란히 이묘진을 쳐다보았다.
이묘진이 눈에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내가 말했지. 그 무리한테만 해당된다고.”
이영소는 표정이 굳었다.
“차이가 있나?”
옆에 있던 초원진이 갑자기 느낀 바가 있어 개탄했다.
“몇 년 더 지나면 사천감의 제자들은 서로 안부를 물을 때 서로 과일과 떡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네.”
‘가련한 감정…….’
이묘진, 초원진 그리고 항원은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이영소와 묘재방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세 사람의 안색이 왜 이렇게 복잡한지 알지 못했다.
이묘진이 말했다.
“나와 초원진 그리고 항원 대사는 지하에 친구를 보러 갈 작정이야. 객실은 4층에 있으니 너희들은 사천감 사형이나 사제들에게 데리고 가달라고 하면 돼.”
묘재방은 다소 의외였다.
“꼬치꼬치 묻는 말에 대답할 필요는 없나요? 저와 이 형은 이곳에 처음 왔으니까요.”
“그럴 필요 없어!”
이묘진은 손사래를 쳤다.
“그들이야말로 캐묻기 귀찮아할 텐데. 감정이 주재하고 있는데 누가 소란을 피울까 두렵겠나?”
이영소가 말했다.
“관성루 지하? 나와 묘재방도 너랑 함께 갈 거야.”
이묘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뭐, 그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