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8
838화. 사천감 견학 (2)
일행은 1층 대당에 이르렀다. 그들은 당 내부의 철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의 석벽 위에는 기름 등불이 박혀 있어 어둠을 몰아냈다.
“사천감의 지하는 범인을 수감하는 데 쓰이지. 하지만 일 년 내내 장기적으로 수감할 만한 범인이 딱히 없으니 이곳은 통상적으로 감정 두 제자의 ‘객실’이네. 자주 거주하지.”
이묘진은 소개를 잊지 않았다.
‘감정의 제자는 왜 이렇게 어두침침하고 습한 곳에 살려는 걸까…….’
이영소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빛이 흔들리는 복도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갑자기 어느 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일었다.
“자네들 이곳에 뭐 하러 왔는가.”
사람들은 그 문 앞에 멈추었고, 초원진이 대답했다.
“양 사형, 우리 경성으로 돌아와 사형과 종 사매를 보러 왔습니다. 앞으로 강호로 흩어져 각자 떠돌면 오랫동안 경성으로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이묘진이 말했다.
“양 사형께서 또 무슨 일을 하셨길래?”
양천환이 지하에 있다는 건 그가 또 감정에 의해 갇혔다는 의미였다.
양천환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뚱하게 말했다.
“무슨 큰일은 아니네. 올겨울이 몹시 추워 경성 백성들은 숯과 솜이 모자라지. 나는 사천감의 은고(銀庫)에 있는 황백색 물건을 다 흐트러뜨려 이재민을 구휼하려 했네. 감정 스승님께서는 동의하지 않아 나를 이곳에 가두었지. 감정 스…… 스승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방해하시지.”
묘재방은 그 말을 듣더니 눈을 크게 떴다.
‘사천감에도 이렇게 의협심이 강한 자가 있다니 나는 외롭지 않다!’
“대인께서는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으시군요!”
이영소는 한 마디 칭찬하더니 철문의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실내에 오만하게 앉은 뒷모습이 보였다.
‘달인의 패기!’
이때, 그는 뒷모습 달인이 짜증 섞인 어조로 묻는 말을 들었다.
“내가 사천감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밖의 일을 알아볼 수 없었네. 허칠안 그 개자식이 경성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소식을 전해왔는가?”
* * *
한참 지난 뒤, 허칠안은 감정이 길게 숨을 내뱉는 소리를 듣고는 그가 이미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
‘나는 원신이 돌아오는 걸 전혀 보지 못했는데…….’
허칠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감정께서 방금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뇌주 국경에서 가나수와 한판 싸웠네.”
감정은 술잔을 쥐고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그는 승패 결과도, 싸워야 했던 동기도 말하지 않았다. 감정은 술잔을 내려놓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가부좌를 튼 도정 나한을 쳐다보았다.
‘감정이 뇌주 국경에서 가나수와 한판 싸웠다고? 나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인가…….’
허칠안이 생각하는 사이, 감정은 몸을 돌려 그를 자세히 살피더니 다시 도정 나한을 쳐다보곤 높이 평가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 법을 알았군.”
허칠안은 그가 불문 최고급 고수를 사로잡아 봉마정을 제거한 그 일을 가리키는 걸 알고 내친김에 말했다.
“국사께서 비록 도정 나한을 사로잡았으나 그에게 일하라고 명령하기는 어렵지요. 이러한 이유로 저희가 그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와 감정께 넘길 테니 처리해주십시오.”
감정은 손가락을 술잔에 넣어 술을 한 방울 묻히더니 가볍게 튕겼다.
탁!
이 술 방울이 도정 나한의 미간에 튕겼다. 허칠안은 마치 귀청 떨어질 듯한 천둥소리를 들은 것 같았으니, 도정 나한은 어땠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긴 머리를 볼에 늘어뜨린 노승은 온몸을 떨더니 꿈에서 깬 것처럼 서서히 두 눈을 떴다.
그는 감정, 낙옥형, 허칠안을 훑더니 양손을 합장하였다.
“아미타불, 감정을 뵙습니다.”
감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봉마정을 제거하면 나는 너를 관성루 지하에 3년 동안 억누를 것이다. 3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네 마음대로 서역으로 돌아가도 된다.”
도정 나한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빈승에게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노승은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정심과 정연을 놓아주면 빈승이 너를 대신해 봉마정 세 개를 뽑아주겠다.”
그는 윽박지르거나 유혹하지도, 죽음을 감내하면서까지 꿋꿋하게 버티지도 않았다. 도정 나한은 감정을 보는 찰나, 타협하기로 했다.
그리고 감정 역시 적당하게 양보하여 쌍방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세 개?”
허칠안은 강조하며 말했다.
도정 나한은 합장하더니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봉마정은 봉인 해제 구결이 다 다르다. 봉마정은 부처가 정제한 법기로, 빈승은 봉인 해제 구결을 세 가지 익혔다. 불자가 전부 다 해제하고 싶으면 보살이 직접 나서야 한다.”
‘보살이 직접 나선다라…….’
허칠안은 미간을 문지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불문 4대 보살인 가나수, 보현(普賢), 법제, 유리는 각각 전봉 인물이자 그의 몸을 탐내는 자들이었다.
‘그들더러 봉마정을 해제하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허황된 망상이지. 그때 가면, 설령 이 허 은라가 자신을 꽁꽁 싸매서 내보내도 불문은 환호하며 택배 포장을 뜯길 원하겠지…….’
그는 소리 없이 비아냥거렸다.
“봉마정은 허평봉이 끝을 맺는 도구 중 하나다. 목적은 바로 신수와 나를 단단히 못 박아 두는 거지. 그러니 봉마정을 제거하기 어려운 것도 사리에 맞다. 나한을 잡아 후환을 없앨 수 있는데 어찌 버젓한 2품 연기사와 놀아날 수 있겠는가.”
허칠안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세 개?”
허칠안이 물었다.
“독맥(督脉)에 하나, 백회(百會)에 하나다.”
도정 나한이 말했다.
백회혈의 봉마정은 이미 신수가 뽑았다. 그래도 괜찮다. 딱 하나만 겹치니까.
이 결과는 그래도 기대에 부합하는 편이었다.
“대사님, 부탁드립니다. 저는 약속을 준수하여 정심과 정연을 풀어드리지요.”
허칠안은 아주 예의 있게 양손을 합장하였다.
낙옥형은 거래가 성사되는 걸 보더니 한 손으로 손짓하여 철검을 소환하였다.
도정 나한의 눈동자에 금빛 불광이 스쳤다. 그는 호흡이 점차 가빠지더니 위엄이 드높아졌다.
허칠안은 도정 나한 앞으로 걸어가 그를 등진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도정 나한은 힘을 비축하는 듯 잠시 멈추었다. 허칠안은 뒤에 있는 기운이 대폭으로 상승하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이는 그전에 신수 단수가 봉마정을 제거할 때와의 상황과 같았다.
도정 나한은 검처럼 손가락을 나란히 하고 원격으로 허칠안 등 뒤의 두 봉마정을 가리켰다.
손가락에서 금빛 번개를 발사하여 독맥에 있는 한 못에 연결하였다.
허칠안은 누군가의 검에 찔린 듯 등이 아팠다.
그리고 통증은 이제야 시작됐다.
도정 나한의 말라빠진 오른팔의 근육이 갑자기 팽창하더니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가 힘을 써서 잡아당기자 봉마정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로 인해 허칠안의 상처에 균열이 생겨 남은 일곱 개의 봉마정이 서로 공감하며 함께 저항하기 시작했다.
“윽…….”
허칠안은 묵직하게 신음하더니 두 눈이 확 까매졌다. 땀샘이 미친 듯이 분비되고 얼굴은 통증으로 흉측하게 보였다.
그의 반응은 지난번보다 훨씬 나았다. 통증이 완화되어서가 아니라, 원신이 회복한 뒤 고통에 대한 인내심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정 나한의 소모는 신수의 단수보다 결코 낮지 않았다.
그의 여윈 몸뚱이는 이미 금강 못지않은 정도로 팽창하여 금색 미광이 몸 표면을 이리저리 노닐었다. 손끝의 금빛 번개는 마치 가장 큰 출력을 내는 전기 불꽃처럼 눈부셨다.
이 과정은 5분 동안 계속되었다. 마침내 ‘땅’하고 낭랑한 소리가 두 번 나더니 봉마정 두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봉마정이 바닥에 떨어지자 도정 나한은 기운이 급격하게 약해졌으며, 몸이 줄어들어 마르고 허약한 형상을 회복했다. 그는 피로로 가득한 두 눈을 감은 채 말없이 합장하였다.
독맥에 봉인된 봉마정을 제거한 뒤, 단전의 기기는 마치 콜라병 안에서 미친 듯이 흔들렸던 사이다 같았다.
이는 순식간에 독맥을 관통하여 솟구쳐 나왔다.
“후…….”
허칠안은 소리를 지르며 날아올라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목구멍에서 불문 사자후를 터뜨렸다.
기기는 그의 목구멍, 눈, 백회혈에서 솟구쳐 나오더니 곧장 하늘 끝, 관성루 상공까지 돌진하였다. 층층이 겹친 흰 구름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사천감 건물 전체가 지진처럼 약간 흔들렸다.
3품 무사의 위세는 아주 무시무시했다.
* * *
경성 안, 관아 무사, 강호 무사, 귀족 객경, 인종 고수 등등 모든 수사가 관성루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안신전,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영흥제는 우렁찬 천둥 같은 사자 울음이 먼 곳에서 터져 나온 걸 들었다. 소리가 황궁 안까지 전해졌을 땐 이미 좀 왜곡되었다.
“어디서 난 기척인가?”
영흥제는 안신전 안의 환관들에게 빼곡히 둘러싸여 황급히 사천감으로 달려갔다.
그는 처마 밑에서 사천감 방향을 멀리 내다보았는데 새빨간 석양만 보일 뿐이었다. 관성루 상공에는 흰 구름이 한 점도 없었다. 주위에는 잔잔한 물결 모양의 뭉쳐 있는 구름층도 없었다.
어떠한 힘에 의해 억지로 중심에서 흩어져 사방으로 겹겹이 쌓인 듯했다.
“어쩌면 감정이 수행하다가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르지요.”
곁에 있는 젊은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이상 현상이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면, 그건 분명히 경계하고 철저히 규명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사천감에서 발생했다면 그들은 그저 구경하기만 하면 됐다.
어쨌든 누군가 사천감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영흥제는 표정이 조금은 가벼워지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막 안신전으로 돌아가 휴식하려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곁에 있는 태감에게 분부하였다.
“자네 가서 당직하는 금군 통솔자를 불러오게.”
그는 원경제의 아들 중에서 연정경을 견뎌낸 얼마 되지 않은 ‘강인’한 황자로서 지금 연기경의 수련 경지였다.
비록 천부적인 자질이 있고 타고 나길 정무에 부지런했던 탓에 수련을 등한시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무사로서 자신 체계의 기기를 그래도 분별할 수 있었다.
기기는 무사만이 가진 역량이었다.
이내 금군 통솔자가 위병(衛兵)을 데리고 황급히 달려왔다.
영흥제는 계단 아래의 금군 통솔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방금 사천감의 기척이 기기 파동인가?”
금군 통솔자가 읍했다.
“기기 파동 맞습니다.”
영흥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생각하는 듯 물었다.
“움직임이 작지 않은 걸 보니 품계가 낮지 않겠군.”
금군 통솔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영흥제는 그를 주시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나지막이 캐물었다.
“짐이 자네에게 묻고 있다.”
“폐하, 신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방금 기기 파동은 매우 방대하여 4품 무사가 미칠 수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는 4품 무사인 금군 통솔자로서 상당한 저력과 권위로 판단을 내렸다.
‘4품 무사가 미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니…….’
영흥제는 눈빛에 어떤 날카로운 빛이 스친 듯했으나 곧 아주 잘 감추고선 분부하였다.
“즉시 사천감에 가서 상황을 물어보라.”
“네!”
금군 통솔자를 내쫓은 뒤, 영흥제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내심 급박함과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재촉했다.
“속히 소음궁에 가서 임안에게 짐을 보러오라고 해라.”
태감은 어리둥절하여 귀띔하였다.
“폐하께서 어서방으로 출행하시려는 겁니까?”
이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터라 궁중의 법도에 따라 공주는 황제의 침궁에 와서는 안 됐다.
영흥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녀더러 속히 어서방으로 오라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