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39
839화. 3품으로 되돌아오다
칠흑 같은 덕형원 용마루 위, 하얀 긴 치마를 입은 회경이 곧추선 처마 끝에 서서 관성루를 조망했다.
“그가 돌아왔나?”
회경은 목소리를 낮추고 혼잣말하였다. 그녀의 청량한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희색이 스쳤다.
그녀는 즉시 지붕에서 가볍게 내려오더니 덕형원의 시위장을 불러 분부하였다.
“사예감에 가서 본 공주가 출궁할 것이라 통지하거라.”
* * *
‘듣자 하니 허 은라가 최근에 경성에 있지 않나 보군…….’
이영소는 듣더니 특별히 개의치는 않았다. 그는 그저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은 그 백의 술사와 사매가 나누는 한담을 옆에서 들었다.
“딱히 별일 하지 않고 그냥 걸어 다니고 보니 아주 무료하네요.”
“응, 그렇소!”
초원진도 맞장구쳤다.
‘저치가 만약 그가 뇌주에서 절을 건드리고 금강 앞에서 부도보탑을 빼앗아 간 것을, 또 만약 그가 옹주에서 4품 고수 무리를 제압하고 국사와 계획을 도모해 나한을 사로잡았다는 걸 안다면…… 살아가겠는가?’
이묘진과 초원진은 양천환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는 사실을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참, 왜 사천감의 사형, 사제들은 전부 종이와 붓을 휴대하는 겁니가?”
이묘진은 화제를 돌렸다.
그녀 역시 이 현상을 궁금해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양천환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손현기 그 벙어리가 돌아왔기 때문이지.”
‘손현기?’
이묘진과 초원진 그리고 항원은 손현기라는 명성을 들어본 적 있었다. 그들은 그가 감정의 이제자라는 것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종이와 붓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이제자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이영소는 문득 크게 깨닫고 양천환의 말뜻을 쉽게 이해했다.
“그렇군요. 확실히 종이와 붓을 지녀야 하지요. 음, 저 역시 하나 준비해야겠습니다.”
이묘진 등 세 사람은 궁금해하는 듯한 눈빛으로 성자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손현기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이영소는 이 감정 이제자가 전혀 낯설지 않아 보였다.
이영소는 다소 난처해했다.
“뒤에서 남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건 군자가 할 짓이 아니지요. 음…… 손 사형은 말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미한 언어 장애가 있어요.”
이묘진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손 사형에게는 심각한 언어 장애가 있고, 심지어 벙어리군.”
초원진이 덧붙였다.
“손 사형과 대화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군.”
항원이 말했다.
“아미타불!”
이영소는 표정이 무너지지 않았으나 경악하면서도 망연하게 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러분 어떻게 압니까?!”
이묘진과 초원진 그리고 항원 대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할 말을 잃었다. 셋 다 ‘역시나 그렇군’, ‘사천감다워’라는 감회를 보였다.
그런 뒤 초원진은 또 항원 대사와 사적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는 명확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남을 깔보는 것이었다.
갑자기 사람들은 발밑의 지면이 약간 흔들리더니 머리 위가 흔들리며 먼지가 떨어지는 걸 감지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강대한 기운이 건물을 뚫고 사람들 위로 강림하였다. 마치 깊이 잠든 상고시대 마신(魔神)이 회생한 듯했다.
‘초범경?!’
자리에 있던 자들 중에 묘재방을 제외한 모두는 사문 배경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 초범경의 기운에 매우 익숙했다.
어느 체계든 3품경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생명 단계에서 탈바꿈하여 더는 범인에 속하지 않을 터였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위압감이 탄생할 것이었다.
범인이 초범경 강자를 마주하면 고차원적인 생명체에게서부터 비롯된 위압감을 느끼곤 했다.
호랑이가 몸을 뒤흔들면 범인은 머리를 숙이고 절하는 법이었다.
‘허칠안의 봉인이 한 단계 나아가 해제되었군…….’
초원진 등 세 사람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서 선배님인가? 서 선배님의 수련 경지가 회복된 건가?’
이영소는 마음이 흔들려서 역시나 이에 희색을 보였다. 갑자기 그는 석실 안의 백의 술사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허칠안이 수련 경지를 회복했군. 괘씸해! 왜 이렇게 빠른 거지? 나는 아직 미처 그 자식의 지위를 빼앗아 대신 들어서지도 못했는데 그는 수련 경지를 회복했다고?! 아니, 나한테 이럴 수는 없지. 안 돼!”
백의 술사는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지금 허칠안이 수련 경지를 회복했다는 말인가? 이렇게 큰 기척을 낸 사람이 서 선배가 아니라 허칠안이라니?’
이 말은 마치 지혜를 불어넣어 완전히 깨닫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순간 이영소는 여러 가지 파편화된 세부 사항을 결합하였다.
서겸은 경성 출신이고, 허칠안 역시 경성 사람이었다.
서겸은 초범경 고수고, 허칠안 역시 초범경 고수였다.
서겸은 용기를 수집하고 있고, 용기는 대봉 황제가 몰락한 뒤에야 뿔뿔이 흩어졌다.
이묘진은 서겸에게 조금도 경의를 표하지 않았으며, 다른 지서 파편 소지자 둘 역시 그의 앞에서 후배의 예를 갖추지 않았다.
그리고 방금, 이 백의 술사가 말하길 수련 경지가 회복된 자는 허칠안이라고 했다!
……이영소는 머릿속에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천둥이 쳤다. 그의 표정이 조금씩 굳고 눈동자가 조금씩 커졌다.
잠시 뒤, 그는 천천히 머리를 돌려 지서 파편 소지자 셋을 쳐다보았다.
“서, 서겸이 허칠안?”
성자는 그들을 한사코 주시했다.
이묘진은 얼굴에 웃음기를 감추기 어려웠다.
“알아차렸나 보군.”
이영소는 얼굴에 심하게 경련이 일었다.
“왜, 왜 내게 알리지 않았지?”
초원진은 성실하게 말했다.
“그가 이름을 감춘 건 적을 피해 용기를 수집하기 위함이네. 자네가 그와 이렇게 오래 떠돌았으니 아마 알아차렸겠지. 그를 노리는 적이 적지 않아.”
“예를 들자면 불문!”
성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으로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괜찮다, 괜찮다. 서겸이 허칠안이든 허칠안이 서겸이든 본질적으로는 둘 다 초범경 고수니까.’
초범경 강자 앞에서 후배를 자처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설령 이 초범경 강자가 동년배 인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서겸, 아니, 허칠안이 선배 달인인 척한 건 임무가 급했고 형세가 급박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와 허칠안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네가 나를 모르고 내가 너를 모르니 딱히 창피할 이유도 없었다.
만약 쌍방이 오랜 벗인데 한쪽이 다른 쪽한테 이렇게 놀림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창피한 일이었다.
성자는 속으로 대충 계산해보더니 별거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마음속의 어색함이 조금씩 해소되었다.
“알고 보니 서겸이 허칠안이군. 보아하니 그를 찾아가 술을 마실 필요도 없겠어.”
이영소는 웃었다. 그는 일부러 이렇게 얘기하고는, 심지어 자조하면서 자신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음을 나타냈다.
그는 심지어 더 좋은 방법까지 떠올렸다. 성자는 ‘허’하고 소리 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모르겠지요. 서…… 허칠안이 달인을 연기하는 데 일가견이 있더군요. 게다가 그는 시를 한 수 읊었습니다. 음, 무슨 ‘득도한 지 800년이 되었는데 비검으로 사람의 머리를 취한 적이 없구나’ 인가…….”
그는 그 시를 한 차례 읊더니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 대신 민망하네요.”
그렇다. 더 좋은 방법은 바로 자발적으로 허칠안을 망신시켜 그의 염치없는 행위를 폭로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이묘진을 포함한 그들은 그동안 겸손하게 ‘선배’라고 부른 자신을 잊을 터였다.
“뻔뻔한 자식!”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자 이영소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방 안의 백의 술사가 어떠한 자극을 받은 듯 이 시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는 흥분하고 질투하고 또 분개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그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건 그가 시를 쓸 줄 알기 때문이지. 정말 내키지 않는군……. 분명히 애송이인데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니!”
이영소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미소로 맞장구쳤다.
“그렇지요.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여러분께서는 충분히 들으셨으니 밖으로 퍼트리지 마시지요.”
그는 허칠안이 보복할까 봐 두려웠다.
성자는 시선을 거두고 일부러 홀가분한 척하며 이묘진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그들이 마치 바보를 살피는 듯 이상한 표정이 된 걸 깨달았다.
“여러분…….”
성자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묘진이 여유롭게 말했다.
“네게 한 가지 일을 말하는 걸 잊었네.”
초원진이 탄식하였다.
“허칠안은 지서 파편 소지자이기도 하지.”
이영소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지는 사이, 항원 대사가 결정타를 날렸다.
“그는 시주 역시 지서 파편 소지자인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칠호와 이 도사의 관계가 얕지 않고, 애매한 동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영소는 이렇게 큰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몸을 휘청거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등을 벽에 기댄 채 천천히 미끄러졌다.
‘그는 나도 천지회 구성원임을 알았어. 게다가 그 자신도 그러면서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내가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그한테 공손하게 구는 걸 지켜봤다니…….’
이영소는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떠돌았던 일들을 회상했다…….
이묘진은 아주 즐거워하는 말투로 말했다.
“아, 우리 종리를 만나러 가야 하니 먼저 가겠어.”
‘드디어 내가 제일 어색하지 않군…….’
초원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두 사람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갔다. 항원 대사는 성자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생겨 말했다.
“아미타불, 이 도우님…….”
이영소는 얼빠진 눈으로 말을 끊었다.
“대사, 저 조용히 있게 해주십시오.”
항원 대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두 동료의 뒷모습을 뒤쫓아 떠났다.
성자는 잠시 혼자 있다가 갑자기 실내에서 전해지는 탄식 소리를 들었다.
“보아하니 귀하께서도 허칠안에게 깊이 해를 입었나 보군요.”
이영소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석하게도 저는 그의 상대가 아닙니다.”
양천환이 나지막이 말했다.
“귀하께서 제 마음의 소리를 얘기하시는군요.”
이영소는 눈빛에 약간의 활력을 되찾았다.
“도우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요?”
“이 일은 말하자면 깁니다…….”
* * *
팔괘대에 땅거미가 내려앉고 석양이 지평선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허칠안은 조급한 기기를 가라앉히고 자신을 자세히 살폈다. 그는 독맥이 원활하게 뚫린 뒤 기기 동원률이 80%에 달했다는 걸 발견하고는 흐뭇했다.
그가 낙옥형과 쌍수하기 전에 8할의 기기는 가장 약한, 가장 약한 3품 무사와 다름없었다.
쌍수한 뒤, 그의 8할 기기는 막 3품에 들어선 무부와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힘을 되찾았다.
다시 말해, 허칠안의 지금 수련 경지는 이미 3품 초기를 넘었다. 중기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단계였다.
물론 육신의 힘은 여전히 봉인된 상태였다. 만약 그가 3품 무사와 온 힘을 다하여 근거리 전투를 벌인다면 분명히 못 견딜 것이다.
“지금 다시 도난 금강과 대적한다면 이길 수는 없다고 해도 그렇게 낭패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역시 나를 사로잡거나 나를 죽일 수는 없겠지. 앞으로 강호를 거닐면서 나는 그렇게 이리저리 숨을 필요 없다.”
* * *
임안은 수행 궁녀 둘을 데리고 황궁 어서방 밖에 이르렀다.
궁녀들은 의식적으로 문밖 계단 아래 서서 그녀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서방 밖에서 당직을 서는 환관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촛불이 환하게 비추는 어서방 안의 장식은 화려했다. 영흥제는 노란 비단이 깔린 탁자 뒤에 앉아 상소문을 읽으며 수정했다.
“황제 오라버니, 저를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임안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영흥제는 황급히 접본을 내려두고 맞이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착한 동생아, 짐이 네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