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41
841화. 공주
감정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술사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네. 일단 영토를 잃으면 힘은 쇠퇴할 게야. 소위 무적이라 함은 상대적인 말이지. 설령 대봉 영토에 있다고 해도 나 역시 동시에 격파하여 1품 여럿을 죽일 수는 없네. 초대 역시 불가능하지. 이러한 이유로 그해 불문의 보살이 협조하여 초대를 견제했기에 우리는 비로소 경성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네.”
‘지금 대봉의 정세가 그해와 거의 비슷하구나…….’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허평봉이 무종 황제와 감정의 그 당시 방법을 다시 쓰고 싶은 거군요.”
게다가 그는 이미 성공했다. 불문은 다시 호구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술사는 정말이지 운명에 저주받은 체계군…….’
허칠안은 속으로 개탄했다.
부자가 결판을 낼 때, 그는 이미 ‘사람 구실 못하는 자’의 입에서 술사가 제자를 거두는 이유가 체계가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 높은 차원의 풍경을 추구하는 건 생물의 천성이었다. 이는 반드시 사제가 사부의 등에 칼을 꽂고, 대대손손 반복적인 순환을 초래할 터였다.
무사는 비록 저속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사실 무사는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유쾌하게 지낼 수 있는 존재였다.
도문과 술사는 둘째 치고, 불문 체계에 입문하려면 우선 3년 동안 계율을 지켜야 하는데 전통적인 속박이 너무 많았다.
고족은 고신으로부터 힘이 비롯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체계는 아니었다.
무신은 현재로서 아주 큰 단점은 없었다.
“허평봉이 운주에 있다면 무적입니까?”
허칠안은 화제를 다시 가져왔다.
감정이 웃으며 말했다.
“2품을 두 명 이상 파견하여 그를 견제하고, 다시 군대를 파견하여 공격하여 운주를 되찾아오면 그의 ‘무적의 경지’를 깨트릴 수 있지.”
‘그래서 불문과 동맹을 체결하려는 거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의 이 말은 그에게 술사를 격파할 방법을 알려주었다.
공적인 일을 다 논한 뒤, 허칠안이 말했다.
“저는 신수를 봉인하는 임무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고작 2~3개월 안에 완수하기란 불가능해요.”
그는 다른 봉마정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뭐가 있는지 완곡하게 묻고 있었다.
감정은 동문서답하였다.
“용기를 수집하는 건 지금 자네의 핵심 임무니, 다른 일은 관여할 필요 없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또 한 가지 일이 있는데 옹주 성 밖 지하 궁전의 그 미라, 즉 그 시체가 최근에 누군가에 의해 소멸했습니다.”
“응.”
감정은 답하더니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허칠안은 술사와 왕래하는 방식에 이미 익숙해졌기에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는 일단 언급했으면 그만이었다.
“듣자 하니 저 소저가 제자를 가르치게 됐다고요?”
그는 괜히 말을 걸었다.
감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 사형이 돌아왔나요? 옹주성 밖에서 전투를 치른 뒤에 자취를 감추었더군요.”
감정은 언짢아했다.
“일 없으면 가게.”
그는 언제나 불쾌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감정, 저 용기로 태평도를 온양하는데 진국검 수준까지 다다르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허칠안은 질문거리가 더 있어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단기간 내에는 불가능하네. 하지만 태평도를 1차로 반제품의 법보로 탈바꿈시키기에는 충분하지.”
감정이 대답했다.
허칠안은 또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감정은 자세하게 대답해주었다.
낙옥형은 하늘빛을 보더니 어여쁘게 웃으며 말했다.
“허랑, 나와 함께 영보관으로 돌아가 쌍수하자고.”
……허칠안은 ‘아’하고 소리 내었다.
이때, 저채미가 계단 입구에서 튀어나와 노란색 치마를 입고 폴짝폴짝 뛰었다. 왕눈이 소녀는 예전과 다름없이 활발하고 귀여웠다.
“돌아왔구나!”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허칠안을 쳐다보고 한 마디 하더니 말했다.
“임안과 회경이 사천감에 왔는데 네가 보고 싶대.”
낙옥형은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떴다.
허칠안은 국사 대인을 보더니 멍해졌다.
“쉿!”
감정은 가볍게 웃었다.
‘자네를 가게 하든 못 가게 하든 죽어도 다 속죄할 수 없겠군.’
* * *
건물 아래에서 이영소는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생각지 못했습니다. 뜻밖에도 양 형께 이렇게 비참한 과거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그 허칠안이 양 형의 기회를 번번이 빼앗다니요. 정말 사람 구실 못하는 자입니다. 감정께서 그를 지지하기 위해 자신이 몸소 전수한 제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다니요. 가증스럽습니다!”
‘이 사천감에 있지 않으면 그만이지…….’
양천환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이 형의 처지 역시 마음이 쓰라리군. 앞으로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겠네.”
“말, 말하지 마십시오…….”
이영소는 두 발로 땅을 힘껏 긁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처지가 같은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양천환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천벌을 받을 걸세.”
이영소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못 믿겠으면 고개를 들어보십시오. 신이 누구의 잘못을 용서하겠습니까.”
몇 초 지난 뒤, 그는 몹시 분개했다.
“그는 진북왕비를 홍안지기로 두었으면 그만이지, 뜻밖에도 국사조차 그와 쌍수하려고 하더군요.”
‘?’
대문짝만한 물음표가 양천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낙옥형이 허칠안과 쌍수한다고?”
“화가 납니까, 안 납니까!”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비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제 평생 그녀의 미모에 견줄 수 있는 여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국사 역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절세 미녀지요.”
양천환은 얼떨떨했다. 그는 허칠안의 몸에 대봉 국운을 품고 있다는 비밀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일은 양천환이 질투하게 하지는 못했다.
국사든 왕비든 양 사형에게는, ‘허 은라가 영웅이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몇몇 경성 백성만큼도 질투를 유발하지 않았다.
“참, 제가 듣자 하니 허칠안은 경성에 홍안지기가 여럿 더 있다고 하던데 양 형께서 상세한 상황을 알고 계십니까?”
이영소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는 국사와 왕비처럼 특별한 여인은 세상에서 보기 드물다고 여겼다.
하지만 허칠안의 모든 홍안지기가 전부 이렇게 절세 미인이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영소와 인연 있는 여인들은 모두 자태가 아주 뛰어난 미인이었다.
만약 낙옥형과 왕비를 배제한다면, 자신의 홍안지기는 허칠안보다 뒤지지 않을 것이었다.
양천환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건 잘 알지 못하네. 나는 지금껏 이런 방면의 자질구레한 일에는 관심이 없거든. 하지만 허칠안은 확실히 여인들에게 호감을 사기는 하네.”
이영소가 캐물었다.
“그 여인들의 자색이 어떠한지요?”
양천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여인들일 뿐이네. 나는 지금껏 그녀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거든.”
왜냐하면 그녀들은 항상 등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경시하는 모습이군…….’
이영소는 마음속에 계산이 섰다.
이때 이묘진 등이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머리를 산발한 채 긴 삼베 장포를 입은 여인을 데리고 걸어 나왔다.
이영소는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 이 여인이 바로 사매가 말하던 ‘종리’임을 짐작했다.
이렇게 깔끔하지 못한 여인은 당연히 성자의 눈에 들 수 없었다. 그는 차분하게 시선을 거두고 천지회 구성원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들이 비웃거나 놀리지 않는 걸 보자 성자는 속으로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묘진이 그녀를 소개하였다.
“그녀는 종리야. 감정의 오제자로 5품 술사지.”
그녀는 액운이 몸에 달라붙은 건 개인사임을 고려하여 쓰레기 사형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영소는 ‘음’하고 소리 내더니 일행을 따라 지하를 떠났다.
* * *
그들이 계단을 올라갈 때, 이묘진이 일깨웠다.
“너희 둘은 벽에 붙어서 가는 게 가장 좋겠어.”
“왜지?”
“길이 미끄럽거든!”
이영소는 바보처럼 그녀를 쳐다보고선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처럼 버젓한 4품 원영이 길이 미끄러운 걸 무서워한다고?
결국 성자는 몇 걸음 채 가지 않아 갑자기 쑥 미끄러지더니 돌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다.
그는 아픈 나머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거렸다.
“정, 정말 아주 미끄럽군!”
이번에 그는 발밑을 아주 주의하여 시시때때로 고개를 숙여 길을 보았다.
그는 놀랐지만 별 탈 없이 서른 계단을 걸은 뒤, 의아하게도 다시 발이 미끄러졌다. 성자는 끝까지 굴러가 넘어져서 어머니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벽에 붙어서 걸으라고 얘기했잖아!”
이묘진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항원은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이묘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에 아주 착실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형 이영소와 재회한 뒤로 음흉해졌다.
이영소는 고개를 들고 역시나 벽에 붙어 가지 않는 묘재방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네는 길이 미끄럽다고 생각하는가?”
묘재방은 계단 위에서 공중제비하더니 말했다.
“미끄럽지 않은데요.”
‘이 자식, 잡기가 아주 많구먼…….’
초원진은 묘재방을 쳐다보았다.
이영소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 안 갈래요. 여러분 먼저 올라가시죠.”
그는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영소는 이묘진이 자신을 노린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제 사형은 예법에 구애받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도처에서 여인과 놀아나더군요. 이따금 강호의 위험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이묘진은 전음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렸다.
항원은 생각하더니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초원진은 어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전음으로 말했다.
“그대는 허칠안 역시 여인과 놀아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소?”
이묘진이 의아해했다.
“그랬나요?”
“…….”
초원진은 말이 없었다.
이영소는 네 사람이 떠나는 걸 바라본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종리는 5품 술사로 예언사라고 하네. 이 경지의 술사는 액운이 몸에 달라붙는데 곁에 있는 사람까지 말려들게 되지.”
갑자기 나지막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이영소가 고개를 돌리니 뒷모습이 보였다.
“그렇군요!”
이영소는 뒤통수를 남에게 보이는 행위가 다소 익숙하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문득 깨달았다.
그는 즉시 약간 반항하며 말했다.
“그럼 왜 저만 넘어진 겁니까…….”
그는 갑자기 말을 하지 않고, 죽은 쥐를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
이번에 이영소는 아무런 위기 없이 지상으로 돌아와 지상으로 통하는 대문을 밀어젖혔다. 그 순간 양천환이 동시에 전송하여 그의 뒤에 나타났다. 여전히 그를 등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영소는 묘재방이 입구에서 기다리는 걸 보자 물었다.
묘재방이 말했다.
“방금 대당의 술사와 이 도사님의 대화를 들으니 두 공주마마께서 오신 듯합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평민이니 그런 거물을 감히 만날 수 없겠죠.”
저채미를 내보낸 뒤, 허칠안은 자리에 있는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국사의 보드라운 손을 쥐더니 정답게 말했다.
“국사, 저희를 데리고 분주하게 경성으로 돌아오느라 피곤하시죠. 우선 영보관으로 돌아가 저를 기다리세요.”
그는 이 인격이 ‘애(愛)’임을 알았기에 사랑으로 국사를 감화하고자 했다.
낙옥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자네 그 여인들에게 분명히 얘기하는 거 잊으면 안 되네. 본좌는 버젓한 인종 도사야. 자네가 딴마음을 품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고.”
‘정말 효과가 있다고?’
허칠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마음속에는 국사 한 사람뿐입니다.”
‘어쨌든 오늘이 지나면 너는 더 이상 네가 아니거든.’
낙옥형은 금광을 몰아 황성 방향으로 사라졌다.
허칠안은 국사가 떠나는 걸 바라본 뒤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상어가 갔으니 그의 물고기들은 안전했다.
그는 감정과 작별 인사하고 나무 재질의 계단을 통과하였다. 허칠안은 저채미의 안내를 받으며 8층 한 다실 안에서 오랜만에 임안과 회경을 만났다.
꿈에서 자주 만나는 흰 치마와 붉은 치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