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45
844화. 영월이 어떻게 대처할까?
낙옥형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인종이 기명한 제자를 정면으로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허칠안은 내 쌍수 도려란다.”
허칠안이 경성을 떠난 그동안 허영월은 이미 인종의 기명 제자가 되었다. 이는 숙모의 혼사 재촉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여인이 그를 볼 때 허칠안 역시 허영월을 쳐다보았다.
낙옥형은 살기등등하게 굴었지만, 다른 물고기는 불복하여 손을 잡고 대항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그와 관계가 있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또 그가 모종의 태도를 취하길 기다렸다.
‘영월이 해야 할 건 국사의 살기등등한 태도를 꺾고, 이 일을 조용하게 넘기는 것이다. 국사가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만 하면 사적으로 그녀들을 잘 달랠 자신은 있거든…….’
허칠안은 속으로 분석하면서 허영월을 바라보는 눈빛에 간절한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허영월은 입을 오므린 채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임안은 참지 못하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사께서는 명색이 대봉 국사로, 제 부황과 동년배 인물인데 뜻밖에도 후배인 허칠안과 쌍수하다니요. 퍼져나가면 사람들이 멸시하고 조소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이는 형태를 바꾸어 낙옥형이 영계랑 사귄다고 비웃는 꼴이었다. 나이가 있는데 나중에 태어난 후배에게 반했다고 말이다.
‘임안, 너 문제를 푸는 리듬이 죽을 맛인데…….’
허칠안은 별안간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역시나 도발을 논하자면 그녀가 가장 능숙했다.
종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그저 허칠안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뻔뻔해요.”
이묘진이 말했다.
“이 일은 나와는 무관합니다. 그저 국사의 살기등등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네요.”
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
“본 공주 역시 허 대인과 결백한 관계다. 그저 국사가 왜 굳이 우리와 관계를 확실히 하라고 그를 압박하는지 좀 궁금할 뿐이지.”
저채미 역시 억울하다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허칠안과 그저 친구 사이인데 왜 그더러 나와 왕래를 끊으라고 압박하시나요? 정말이지, 국사께서는 너무 포악하십니다.”
회경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생각건대 자신 없는 거겠지. 임안이 비록 멍청하지만, 지금 한 말은 그래도 일리가 있어.”
허칠안의 머릿속은 온통 ‘제기랄’로 가득 찼다. 한편으로 그는 낙옥형이 태도를 바꾸어 싸울까 봐 방비하였다.
홍안지기들이 다투고 싸울 때, 명색이 남자는 명확하게 어느 한쪽을 거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자라면 옆에서 지켜보되 그녀들이 마냥 싸우게 해서는 안 됐다.
낙옥형은 극도로 화를 내다가 반대로 웃었다.
“말에 가시가 돋친 계집애들 같으니. 너희들이 호의를 무시한 이상, 본좌가 예의 없게 군다고 탓하지 말아라.”
이묘진 등은 안색이 변해 갑자기 반쯤 찌질해졌다.
임안이 억지로 버티며 말했다.
“네, 네가 어쩔 건데!”
심리 상태가 건강하지 않은 국사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낙옥형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랑, 자네가 이 여우들을 버리길 원치 않는다면, 내가 자네를 대신해 결정할 수밖에 없어. 종리는 예언사니 관성루 지하에 20년 동안 제압하겠어. 이 일은 내가 직접 감정과 상의할게. 임안에 관해서라면 출가할 나이가 됐지. 어린 황제가 막 제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근간이 탄탄하지 않으니 내가 직접 그를 찾아가 허랑이 내 도려라고 설명할게. 그가 나의 미움을 사길 원하는지 원치 않는지 보겠어.”
낙옥형은 회경을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위연이 죽은 뒤 조정에 뒷배가 또 있나?”
그녀는 돌아서서 이묘진을 쳐다보았다.
“빙이원군이 마침 너를 찾고 있으니 네가 오늘 너를 묶어 천종에 선물로 보내겠다.”
종리는 몸을 움츠렸다.
임안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회경은 낯빛이 어두웠다.
이묘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뒤 그녀들은 다 함께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즉시 태도를 표명했다.
“국사, 사람을 겁주는 말을 하지 마세요.”
낙옥형은 아주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방금 여우들이 그녀를 비웃을 때 허칠안은 냉정한 태도로 방관하였다.
이때 허영월이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국사께서는 어째서 노발대발하십니까? 제 큰 오라버니가 비록 교방사에 자주 가서 밤새 정신을 못 차리는 한량이라지만, 저는 그가 성인군자임을 압니다. 절대 국사를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고맙다, 동생아…….’
허칠안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가 겉으로는 부드러운 척했지만 속으로는 악랄하게 자신을 비아냥거린 듯해, 그는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
허영월이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국사께 장담할 수 있습니다. 큰 오라버니와 두 공주마마는 결백합니다. 이 도사님은 허부에 머무는 동안 큰 오라버니에게 예의를 차리고 좋은 벗으로 어울렸지, 절대 남녀 간의 정이 아닙니다.”
낙옥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내가 질투한다고 은근히 비꼬는 건가?”
허영월이 황급히 말했다.
“제자가 감히 그럴 리가요. 제자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저 여동생으로서 당연히 오라버니의 결백을 대변하는 거지요. 또한 오라버니와 국사 사이에 오해로 인해 감정이 상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녀는 이 말을 아주 예쁘게 했다. 회경 등을 대신해 얘기하면서도 낙옥형과 허칠안의 관계를 묵인했다.
허영월은 아무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고 중재인 노릇을 했다.
역시나 이묘진 등은 이렇게 퇴로가 생기자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을 잘 아는 자가 뛰어난 인물인 법! 그녀들은 낙옥형과 똑같지 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심리 상태가 건강하지 않은 낙옥형에게는 이 수법이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불쾌해하며 말했다.
“여기에 네가 말할 몫은 없다.”
허영월은 얼굴에 하얗게 질리고,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뜻밖에도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 운다고?’
임안조차 자신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허칠안은 한숨을 내뱉더니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나지막이 말했다.
“국사, 제 여동생한테 어찌 그리 얘기하실 수 있습니까.”
그는 따로 전음으로 말했다.
“충분해요. 저는 그녀들과 결백하니까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시지요.”
낙옥형은 비웃었다.
허영월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흐느끼며 말했다.
“큰오라버니, 제가 말이 많았어요. 오라버니는 아버지, 어머니가 키웠지만, 그들은 어쨌거나 오라버니의 친부모가 아니잖아요. 오라버니가 누구와 도려를 맺길 원하든 오라버니 자신의 일이에요. 아버지, 어머니조차 간섭할 자격이 없는데 저는 더욱이 이래라저래라하면 안 되지요.”
낙옥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 허영월은 허칠안의 숙부와 숙모를 내세웠다. 그녀는 물러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주 고명하게 후퇴를 전진으로 삼았다.
그들은 비록 친부모는 아니지만, 낳아 준 은혜는 길러 준 은혜만 못했다.
그녀는 이걸 빌려 자신이 한 ‘여기에 네가 말할 몫은 없다’라는 그 한 마디를 반박했다.
그녀와 허칠안이 도려인 건 사실이라 그가 다른 여인과 선을 그으라고 강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낙옥형조차도 허칠안에게 여동생을 인정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낙옥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허랑, 자네 여기에서 맹세하게. 절대 이 여우들과 어떠한 부적절한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맹세하면 이 일은 끝을 맺겠어.”
임안 등 몇몇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너무 화가 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현장의 화력이 다시 허칠안에게로 집중되었다.
낙옥형은 속이기 쉽지 않았다. 목표가 명확했다.
설령 허영월이 끊임없이 적당히 구슬려 선동하고 목표를 옮길지라도 그녀를 흔들지는 못했다.
‘영월이 어떻게 대처할까?’
허칠안은 가만히 생각하면서, 영월이 흐느끼며 하는 말을 들었다.
“국사, 이 일은 부적절합니다. 제 큰 오라버니는 두 공주마마, 이 도사님 그리고 사천감의 두 언니와 무관합니다. 국사께서 굳이 제 오라버니에게 맹세하라고 강요하시는데 어찌 그녀들이 전부 제 큰 오라버니와 애매한 관계라 말씀하시나요? 이 세상에는 여인의 명예와 절조가 가장 중요하고, 더욱이 두 공주마마인데……. 이는 국사께서 그녀들을 모욕하는 거 아닙니까?”
낙옥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내 일 처리를 가르치는 게냐?”
허영월은 고개를 숙이고 쭈뼛쭈뼛 말했다.
“제자가 감히 그럴 리가요. 하지만 제자는 인종의 기명 제자일 뿐만 아니라 큰 오라버니의 여동생, 이 도사님의 벗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국사께서 이렇게 그들을 업신여기고 모욕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지요. 설령 국사라고 하셔도 이렇게 까닭 없이 소란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낙옥형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영월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표정을 통해 자신이 화가 났음을 드러냈다.
허영월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점점 더 겁을 내고 두려워했다.
“국사께서 만약 듣기 싫으시다면, 제자가 가면 되겠네요. 다만, 큰오라버니가 경성을 떠난 지 수일이 지난 터라 아버지, 어머니께서 그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국사께서 큰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하게 막으셔서는 안 되겠지요.”
낙옥형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가면 안 돼!”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낙옥형은 더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오늘 일을 확정 내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었다.
허영월은 이 말을 듣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큰오라버니, 국사께서 이렇게 고집부리시니 오라버니는 그녀의 뜻대로 맹세하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시 여러 여인을 바라보더니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
“두 분 마마, 이 도사님, 종리 사저, 채미 사저, 여러분의 명예와 지조를 손상시킨 건 제 큰 오라버니의 본의가 아닙니다. 부득이한 일이었어요. 여러분께서는 마음에 두지 마세요.”
이묘진 등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묵인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뜻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허영월의 조작을 대충 이해했기에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기왕 국사께서 굳이 맹세하라고 하시니 그럼 제가…….”
낙옥형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자네는 내가 원하는 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잖아!”
그녀는 갑자기 미간을 문지르더니 탄식하였다.
“됐어.”
국사는 허영월을 흘겨보더니 금빛이 되어 사라졌다.
허칠안은 즉시 물고기들을 쳐다보았다. 임안은 토라져 고개를 옆으로 돌렸으며, 회경은 무표정이었다. 종리는 고개를 떨군 채 그를 상대하지 않았으며 저채미는 입을 삐죽였다.
이묘진이 화가 난 눈으로 마주 보더니 말했다.
“뭘 봐,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잘못하면 인정해야지, 얻어맞으면 차렷 자세를 해야 하고…….’
“네.”
허칠안은 음소거로 한 마디 중얼거리더니 허영월을 데리고 나섰다.
그가 문턱을 밟는 순간, 허영월의 청아하고 수려한 얼굴에 점점 표정이 사라지더니 보기 드물게 냉랭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방금의 연약함, 가련함, 두려움이 전부 사라졌다.
“영월, 수고했단다. 내가 데려다주마.”
허칠안이 말했다.
허영월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뱉더니 다시 청순 가련한 자태를 되찾고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큰 오라버니에게 폐를 끼치진 않았죠?”
“그럼, 너 아주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