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46
845화. 여동생이 무슨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허칠안은 그녀를 데리고 복도 밖의 창가로 걸어가 허리를 껴안더니 훌쩍 솟구쳐 올라 바람을 몰아 허부로 날아갔다.
기기가 감싸고 있어 허영월은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큰오라버니의 따뜻한 가슴에 기댄 채 목소리를 낮추었다.
“큰 오라버니, 정말 저를 곤란하게 했어요. 방금 저 놀라서 울었잖아요. 다행히도 국사께서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시니 결국에는 오라버니를 보내준 거예요.”
‘그래, 그래. 큰 오라버니는 네가 이런 형편 없는 아귀다툼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걸 알아. 결국에는 국사가 납득하여 스스로 포기한 거야, 그저 형식만 남은 맹세를 너한테 강요당해서가 아니라…….’
허칠안은 바람을 몰아 비행하면서 속으로 빈정거렸다.
말하자면, 그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허영월의 조작을 이해했다.
처음에 그녀는 ‘몸을 빼는 데’ 실패한 뒤 침묵을 유지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녀는 낙옥형과 모든 물고기의 교전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물고기들이 우스운 꼴을 드러내며 정곡을 찔리는 걸 보고 자발적으로 출격하였다. 허영월은 담보하는 방식으로 예쁜 말을 늘어놓아 이묘진 등에게 퇴로를 제공하였다.
그녀가 여기까지 이르니 물고기들은 일단 안정되었다.
이제 낙옥형만 남았다.
그녀는 후속 교전 중에 낙옥형한테 아무 수단과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걸 알았다. 그저 자신에게 맹세하기만을 고집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책략이 생겼다. 허영월은 고의로 낙옥형을 분노하게 하면서 개념을 몰래 바꿔 ‘맹세’를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하는 형식으로 바꾸었다.
이때 물고기들은 이미 궁지에서 벗어나 타협하기를 선택했다는 걸 알아야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크게 상심할 일이 없었다.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는 일은 피할 수 없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낙옥형은 바로 이 점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그한테 다시 맹세를 얻어낼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허칠안이 여동생을 소환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는 중개인이 필요했다. 신분이 충분히 보장된 사람이 그 대신 교착 상태를 타파해야 했다. 둘째, 허영월의 능력은 믿을 만했다.
“큰 오라버니, 국사께서 저를 죽도록 원망하겠지요?”
허영월은 깊은 시름에 빠져 말했다.
“그녀가 이 일로 제게 화를 내겠죠? 그녀가 만약 오라버니가 경성에 있지 않을 때 저를 괴롭히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 국사는 너무 무서워요. 오늘 오라버니에게 맹세하라고 강요하고 오라버니를 곤란하게 하다니요. 저 같지 않아요. 저는 그저 큰 오라버니를 아끼는 거라고요.”
‘여동생이 무슨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어. 전부 오라버니를 아끼는 착한 여동생인데. 국사라면, 그녀가 나를 괴롭힐지 아닐지 나는 모르지.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수치심이 폭발해서 나를 쫓아와 죽일 거야…….’
허칠안의 얼굴도 수심으로 가득 찼다.
‘국사의 사회적 매장은 심각해. 구제불능이다.’
* * *
점차 깊어지는 밤. 낙옥형은 풍경이 수려한 소원에 서서 짙은 어둠의 장막을 바라보았다.
“휴…….”
그녀는 서운한 듯 한숨을 쉬더니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달, 다음 달이면 내가 선택하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어. 너와 애매한 여인들과 모남치를 함께 교방사에 팔아버릴 거거든. 어쩌면 너도.”
그녀는 말없이 한바탕 성질을 내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중얼거렸다.
“적어도 목적은 이루었군. 나 같이 억지 부리는 성격은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붙이지 않으면 7일이라는 기간이 지났을 때 아마 계속 신중하게 행동하겠지.”
이때 그녀는 귓바퀴를 움직이며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어둠을 바라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자네 사천감에서 자네 애인들과 함께 있지 않고 나한테는 뭐 하러 왔지?”
“국사의 침상이 그리워서요.”
허칠안은 그림자 속을 뚫고 나와 한 마디 까불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으나 돌아온 건 한층 짙어진 국사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국사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밤에는 쌍수하지 않을 것이니 허 대인께서는 돌아가시지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정실로 돌아갔다.
허칠안은 쓴웃음을 짓더니 마당을 지나 문가에 이르러 문을 밀었으나 힘에 의해 손바닥이 튕겨져 나왔다.
“그럼 저 정말 갑니다!”
그는 방을 향해 소리치더니 돌아서서 갔다.
일주향 뒤, 그는 갔다가 다시 돌아와 문을 밀었으나 여전히 들어갈 수 없었다.
“정말 쌍수하지 않을 거예요?”
허칠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한 바퀴 훑었는데 창문을 보고선 생각이 번뜩였다.
이내 창문에서 ‘끽’하는 소리가 나더니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허 색마는 집 밖에서 사라졌다.
* * *
영흥제는 묘시가 되기 전에 환관의 시중을 받으며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이때는 날이 칠흑같이 어두워 촛불이 침전 안을 환하게 밝혔다.
환관 조현진(趙玄振)은 동궁에 있을 때부터 영흥제의 뒤에서 시중을 들다, 지금은 주인을 따라 권세를 얻어 장인(掌印) 태감 자리에 앉았다.
“임안이 어젯밤에 궁에 돌아왔는가?”
영흥제는 두 팔을 벌려 환관들이 그에게 황포를 입히기 편하도록 옷걸이 자세를 취했다.
“노비가 사람을 시켜 궁문 쪽을 주시하면서 임안 마마께서 궁에 돌아오시면 바로 보고하러 오라고 했는데 지금도 소식이 없습니다. 아마 아직 사천감에서 돌아오지 않으셨나 봅니다.”
조현진은 말을 마치고 영흥제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보자 즉시 덧붙여 말했다.
“회경 마마께서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영흥제는 미간이 바로 펴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감에서 묵었나 보군. 음, 어젯밤에 찬바람이 살을 에듯 춥던데 두 공주는 몸이 연약하니 확실히 왕복하기가 쉽지 않겠지.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
주인과 하인은 십여 년을 함께 지냈다. 조현진은 방금 폐하의 근심을 아주 쉽게 읽어냈다. 그리하여 그는 ‘회경 마마께서도 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말을 덧붙여 폐하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역시나 황제는 회경 역시 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듣자 안심하였다. 그는 이제 임안 공주가 ‘무시’당했을까 걱정하지 않았다.
영흥제와 나이가 엇비슷한 조현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노비는 폐하께서 엄동설한에 숯이 없는 백성을 가여워하시는 걸 압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마마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시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영흥제는 장인 태감을 흘겨보더니 비웃었다.
“개자식, 짐의 비(妃)들에게 은자를 얼마나 받았느냐?”
조현진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오백 냥입니다. 전부 황궁 곳간에 넣어두었습니다.”
사실 영흥제도 완전히 성과를 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는 국고가 텅 비어 이재민을 구휼할 은자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사적으로 재물을 긁어모을 계획을 많이 세웠다.
그중에 한 가지 조항이 바로 궁중 환관을 이용해 대신에게 뇌물을 받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어쨌거나 한 달 동안 연습한 황제 연습생이었기에 40년간 일한 전임과 비교했을 때 재물을 긁어모으는 수단이 확실히 미숙했다.
영흥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조진현의 말에 대답했다.
“짐이 제위에 오른 이래, 종종 한밤중까지 공무를 처리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다. 열심히 일했지.”
조진현은 이해했다. 폐하께서는 나아가 앞으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후궁의 마마들을 친히 만나러 가지 않을 것이다.
영흥제는 갑자기 개탄했다.
“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재상 대인과 그의 사위조차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야.”
그는 오늘 조회에서 기부를 제안할 준비를 했다. 이런 일은 당연히 황제가 과감하게 진행할 리가 없었다.
그는 보답으로 왕 재상에게 허신년을 등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 * *
묘시가 되자 북소리와 함께 문무백관이 질서정연하게 오문과 금수교를 지나쳐 조회에 참석했다.
새로운 군주가 제위에 오른 이 한 달 동안 경성 관리들이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조회는 언제 그만하지?’
조회는 묘시에 진행됐다. 황성 안에 사는 제공들은 반 시진 전에 저택에서 나오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내성 안에 살아 황궁과 꽤 거리가 먼 경관은 연시 초에 일어나야 했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이 겨울에는 실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조회의 빈도는 주로 황제의 태도에 따라 달라졌다. 원경제처럼 도를 닦는 달인은 열흘이나 보름에도 조회를 한 번 할까 말까 했다.
그때 허풍떨던 경관들은 사석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원경제가 정무 태만이라고 욕하면서, ‘내게 조회를 돌려달라’라고 아우성쳤다.
지금 새로운 군주가 자리에 앉은 뒤, 연속해서 한 달 동안 매일 조회를 하였다.
경관들은 매번 고통스럽게 침상에서 일어나 찬바람을 맞으며 저택에서 나올 때 속으로 선황을 그리워하곤 했다.
* * *
허칠안의 생체 리듬 역시 묘시에 있었다. 그는 깨어나 가장 먼저 눈을 감고 단전 내의 기기 변화를 감지했다.
“쌍수가 가져온 기기 증폭이 천천히 감소하여 비교적 일정한 양으로 기울어지는 추세다. 음, 이 역시 이해할 수 있어. 효과가 줄곧 이렇게 과장스러우니 내가 국사와 2년 동안 쌍수하면 제자리에서 날아오르겠는걸…….”
그는 낙옥형과 쌍수한 지 고작 5일 만에 바로 3품 초기에서 3품 중기로 승직하였다.
이는 평범한 3품 무사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심지어 십여 년까지 들여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로써 쌍수 도려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낙옥형은 그 자체가 도문 사람이고 게다가 도겁기였다.
아마 세상에 그녀처럼 허칠안을 즐겁게 하면서 수련 경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인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다만 화신은 예외였다.
허칠안은 하품하더니 무너진 작은 평상 위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실 안은 장식이 단순했다. 낙옥형의 평소 생활에 잠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잠자리하는 공간은 그녀가 평소에 좌선하는 평상이었다.
지금 그것이 무너졌다.
낙옥형은 넓은 장포를 덮은 상태로 옥체를 가로로 누인 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매번 쌍수한 후에 깊은 잠을 통해 업화를 잠재우고 인격을 전환했다.
장포는 허칠안의 것이었다. 어젯밤에 그녀가 자신의 법보를 더럽히길 원치 않아 허칠안의 장포를 솜이불로 썼다.
그녀는 아주 빈틈없이 덮은 게 아니었기에 장포 아랫단이 그녀의 허벅지만 가릴 뿐이었다. 새하얀 긴 다리는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낙옥형은 도저히 사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긴 다리를 지녔다. 명색이 대봉 미인 감상가로서 허칠안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었다.
국사의 이 두 다리는 바깥의 그 계집애들의 두 대나무 장대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국사의 두 다리는 소녀의 섬세함을 갖추면서도 성숙한 여인에게만 있는 매끄러움도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또 탱탱한 탄력을 지녔다.
10년은 질리지 않을 듯했다!
허칠안은 낙옥형을 껴안은 채 말없이 시간을 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낙옥형의 짙은 속눈썹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그녀가 눈을 떴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아름답게 웃었다.
‘후, 애(愛) 인격인가 보군…….’
허칠안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만약 깨어난 게 악 인격이라면 허칠안은 그녀가 24시간 동안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국사가 극도로 악랄한 짓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예컨대 그의 어장 안 귀여운 치어를 먹어버린다던가.
낙옥형은 반듯하게 누운 채 양팔을 벌리고 허리를 폈다.
새하얀 몸이 장포 안에서 뻗어 나왔다. 허칠안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매끈한 엉덩이 절반이 보였다.
“몇 년 동안 이렇게 가뿐한 적이 없었네.”
낙옥형은 만족스러운 듯 길게 탄식하더니 달콤한 웃음을 보였다.
“허랑, 네가 있으니 참 좋구나.”
‘참 좋다. 너는 더 깊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거거든. 정말 좋아…….’
허칠안은 겉으로는 표정이 없지만, 속으로는 울상을 지으며 미친 듯이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