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49
848화. 집으로 돌아가다
“국사가 연지를 많이 묻혔으니 냄새를 좀 빼야 해…….”
허칠안은 본능적으로 청귤 한 봉지를 산 뒤에 껍질 즙으로 몸에서 나는 분 냄새를 제거했다.
그런 뒤 그는 갑자기 깨달았다.
‘내가 왜 분 냄새를 없애려는 거지?’
애당초 청귤 즙으로 엄폐했던 이유는 허칠안의 컨셉이 ‘기방에 가지 않는’ 착실한 소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온 가족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명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교방사 대빵이라는 평판을 억누를 수 없어졌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찌감치 숨길 필요도 없었다.
“에이, 나리의 청춘이 끝났군.”
허칠안은 귤껍질 즙으로 연지 냄새를 꼼꼼하게 없앤 뒤, 청귤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영음에게 먹으라고 주면 되었다!
큰오라버니가 집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었다.
* * *
그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허부 문 입구까지 걸어갔다. 곧 허칠안은 귓바퀴가 움직이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뒤를 보았다. 그러자 준마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허신년이 보였다.
허신년 역시 허칠안을 보았다. 그는 표정에 희색을 감추기 어려워하며, 허둥지둥 말고삐를 잡고 말에서 내리더니 소리쳤다.
“형님!”
허칠안이 막 고개를 끄덕이고 대꾸하려 할 때였다. 그는 허신년이 손을 뒤집어 말 주머니 안에서 청귤 한 봉지를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이때 허신년 역시 형님 손에 들린 쇠기름 종이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눈여겨보니 청귤이었다!
“…….”
“…….”
형제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잠시 말이 없었다. 누구도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숙부도 돌아왔다.
“칠안!”
숙부는 오래 헤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난 조카를 보더니 기쁨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는 어젯밤에 이미 허영월한테서 첫째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말이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네 숙부가 매일 너를 걱정했단다…….”
숙부는 몸을 비틀어 말에서 내렸다. 그는 말을 하면서 말 주머니 안에서 팽팽하게 부푼 쇠기름 종이 봉지를 꺼냈다.
숙부는 조카와 아들 손의 청귤을 보더니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부자, 숙부와 조카, 형제는 서로 마주 보고 말이 없었다.
‘청춘이 돌아왔구나…….’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낯가죽이 얇은 허신년이 형님을 쳐다보더니 또 부친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참지 못하고 입가를 몇 차례 실룩였다.
허칠안이 두피를 저리게 할 만큼 어색한 분위기 속에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냄새가 좋네요. 저 영월 동생의 음식 냄새를 맡은 것 같아요. 숙부, 오늘 밤에는 취하지도 쉬지도 않는 거예요.”
어색한 분위기가 깨졌다. 세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그 청귤 봉지를 몸 옆에 숨긴 채 보고도 못 본 척했다.
허칠안이 이 과정 중에 눈길을 주니, 허신년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방금의 어색함을 빠르게 감추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년도 많이 성장했구나. 그가 애당초 옛 저택에서 시를 읊으며 목매어 죽으려다가 가족들에게 발견된 뒤에는 그 자리에서 죽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정도로 어색해했지…….’
허칠안은 그때를 떠올리자 감개무량했다.
* * *
그들 셋은 저택에 들어가 곧장 내청으로 달려갔다.
촛불이 밝게 비추는 내청, 처마 밑에는 고드름 몇 개가 걸려 있었다. 음식 냄새가 활짝 열린 문으로 흘러나왔다.
안뜰에는 적잖은 하인들이 왔다 갔다 했다. 오늘은 간드러지는 여종 몇 명이 그 무리에 추가되었다.
그가 경성을 떠난 한 달여 사이에 허부는 꽤 많은 하인을 샀다.
“경성 관내의 백성들 역시 동사한 이가 꽤 많다. 집안에 때마침 하인이 부족하니 네 숙모가 집사더러 거간꾼을 찾아가 하인을 좀 사라고 했더구나. 어쨌거나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었지.”
숙부가 말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숙모는 소심하고 체면을 중시하며 자신이 선녀인 줄 아는 등 단점이 한 무더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데다 근심 걱정이 적으며 또 총애를 받으려 아귀다툼할 필요가 없는 여인이라, 심성이 나쁠 수 없었다.
임안도 비슷한 사례였다. 이 역시 원경제가 여러 해 동안 도를 닦아 궁중에 아귀다툼할 바탕이 부족한 덕이었다. 만약 임안이 그런 분위기에서 오래 생활했다면, 지금처럼 천진하고 선량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큰 재해가 있는 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허칠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신년을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숙모는 왜 신년에게 첩을 사주지는 않았나요?”
숙부는 ‘하하하’ 웃더니 말했다.
“신년은 두 달만 더 있으면 재상 댁 소저와 약혼한단다. 네 숙모가 감히 재상의 소저에게 미움을 살 수는 없지.”
허신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큰형과 부친의 조롱이 다소 불만스러웠다.
그들 셋은 말을 하는 사이 내청에 들어갔다. 네 귀퉁이에는 온기를 내뿜는 화로가 놓여 있었다. 식탁 위는 음식이 풍성했으며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이는 허부 저녁 식사의 일반적인 풍경이 아닌 게 확실했다.
숙모와 영월은 찻상 옆에 앉아 있었다. 허영음과 리나는 탁자 옆에 다가가 눈 빠지게 음식을 바라보았다.
“영음, 너 몰래 먹을 생각하지 마라. 네 큰 오라버니가 돌아오면 밥 먹을 거야.”
숙모가 경고했다.
“아~.”
허영음은 의자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탁자 가장자리를 받친 채, 몹시 아쉬워하며 시선을 거둔 다음 내청 밖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들 셋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큰오라버니!”
콩알이는 아주 힘차게 소리 지르더니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그녀는 두 손을 양 허리에 짚은 채 뒤로 펼치더니 머리를 파묻고 기세등등하게 달려갔다.
숙부와 허신년은 동시에 옆으로 서서 물러났다.
콩알이는 허칠안의 품에 달려들었다.
‘힘이 정말 세구나…….’
그는 깜짝 놀라 여동생을 자세히 살폈다. 고작 한 달을 보지 않았을 뿐이었기에 여동생에게는 대체로 변화가 없었다. 음, 굳이 얘기하자면 얼굴이 더 동그래졌다.
콩알이는 마치 동글반반한 붉은 사과 같았다.
이는 콩알이의 혈기가 아주 왕성하다는 의미였다.
허칠안이 방금 충돌에 근거해 대략 계산해봤을 때 지금 그녀의 힘은 9품 연정경에 이른 듯했다.
‘이 역시 너무 공포스러운걸. 내가 그녀 나이일 때는 기마 자세를 하면서도 계속 몸을 떨었는데…….’
허칠안은 내심 충격받았다.
그는 허영음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내청 안의 여인 셋을 훑었다.
허영월은 이미 만났고, 리나는 피부가 약간 하얘졌다. 변화가 가장 큰 사람은 숙모였다. 아리땁고 정교한 이목구비, 윤기가 흐르는 새하얀 피부. 이 얼굴만 봐도 전혀 세 아이를 키우는 여인 같지 않았다.
‘저채미가 준 주안단인가? 효과가 정말 좋네. 만약 전생이었다면 나는 떼돈을 벌었을 거야. 애석하게도 돌아갈 수가 없네…….’
그는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숙모와 영월이 그들을 맞이했다. 전자는 조카의 몸을 훑더니 팔과 다리가 잘리지 않은 걸 확인하곤 아래턱을 살짝 치켜들더니 아주 어색하게 말했다.
“돌아왔구나!”
그녀는 갑자기 콧방울을 실룩이더니, 정교한 눈꼬리를 찡그렸다.
“또 청귤 냄새구나. 이렇게 심하다고?”
숙부가 황급히 손에 쥔 청귤을 꺼내더니 표정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청귤은 기침을 낫게 해 줄 수 있으니 내가 영음을 위해 사 온 것이오. 길에서도 하나 먹었더니 냄새가 나는 것이지.”
허영음은 그 말을 듣더니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숙부는 눈을 부릅떴다.
“바보처럼 멍하니 뭐 하니. 얼른 가져가지 않고!”
허영음은 옅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그 청귤 봉지를 품에 안았다.
그녀는 부친을 보더니 다시 품 안의 청귤을 보았다. 그녀가 굵고 짧은 손가락으로 안을 뒤적이니 네 개뿐이었다. 허영음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미간이 펴졌다.
“콜록콜록!”
허신년은 목을 가다듬더니 뒤에 숨긴 쇠기름 종이 봉지를 꺼내 허영음에게 건네며 말했다.
“둘째 오라버니도 네가 기침할까 봐…….”
허영음은 멍해졌다. 허칠안은 그녀 머리 위에 일련의 물음표를 본 듯했다.
숙부와 허신년은 뜨거운 감자를 아이에게 내버린 뒤 유쾌한 기분으로 탁자에 앉았다.
허영음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허칠안은 이 모습을 보더니 차마 볼 수 없어서 말했다.
“영음아, 큰오라버니도 이번에 돌아오면서 네 선물을 가져왔단다.”
콩알이는 갑자기 마치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갠 것처럼 밝은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유쾌하지 않은 일은 다 잊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선물은 어디에 있어요? 선물이 어디에 있어요, 큰오라버니?”
허칠안은 즉시 뒤에 숨긴 청귤을 꺼내더니 콩알이의 품에 안겼다.
허영음 수확: 청귤X3
가련하고 작은 아이는 멍해졌다. 콩알이는 아버지, 큰오라버니, 작은오라버니가 자신을 이렇게 대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콩알이는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나 청귤 안 먹어, 나 청귤 안 먹어…….”
허신년은 어쨌든 이미 화를 전가한 터라 가벼운 얼굴로 말했다.
“먹고 싶지 않으면 네가 버리렴.”
‘버리래…….’
콩알이는 듣자마자 더 상심하여 울었다.
‘버리기는 아까울걸…….’
허신년은 젓가락으로 죽순을 집었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먹을 거야…….’
숙부는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숙부와 신년은 정말 인간이 아니구나. 퉤…….’
허칠안은 숙모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
“영음이 잊지 말고 제대로 양치질하게 해 주세요.”
* * *
숙부는 3차까지 술을 마신 뒤, 돼지머리 고기를 집어 천천히 씹어 먹었다. 그런 뒤 그는 아들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밖에서 말하길 네가 폐하께 상소를 올려 기부를 호소했다고 하더구나?”
허신년은 “응”하고 소리내더니 설명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재산 몰수예요. 하지만 영흥제가 막 제위에 올라 자리가 아직 견고하지 않지요. 그래서 더 부드러운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본래 그는 기부 호소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자리에 앉은 기간에는 어떠한 거동도 크게 보이고, 아래 관원들에 과하게 해석되기 때문이지요. 용의에 끄떡없이 앉아 있고 싶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날개가 충분히 자란 뒤에 과감하게 일을 처리할 때까지 말이에요. 애석하게도 하늘은 사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숙부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신년을 주시하며 말했다.
“아비는 이런 일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늘 동료가 했던 말을 들었단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이 몸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의 아비를 벨 것이다……. 신년아, 그자가 이 아비한테 한 말이야.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네 앞날은 망가지는 셈이다. 음, 왕 재상이 뒷배가 되어 주겠다만.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하지만 여러 해 동안 푸대접을 받을 게야.”
허신년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알아요.”
숙모와 허영월은 평소에 거의 외출하지 않아 소식을 알아볼 경로가 없었기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
관리 사회의 일은 더 묻기도 어려웠다. 모녀 둘은 서로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밥을 먹으며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였다.
허신년이 계속해서 말했다.
“형님이 돌아오지 않았나요? 형님이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뭐가 걱정이세요?”
숙모와 허영월은 미간을 펴고 밥을 먹는 데 집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