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52
851화. 백관을 위압하다 (1)
영흥제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태감에게 침묵을 지키라고 눈짓하였다. 그는 고의로 제공들의 소란을 끊지 않았다.
‘늙은 여우들 같으니라고. 너희를 다스릴 자가 왔다…….’
영흥제는 기분이 상쾌했다. 그는 요 며칠 간의 울적한 마음이 구름 걷히듯 전부 사라지는 듯했다.
영흥제는 금란전 내의 소란이 조금 잡히길 기다린 뒤에야 천천히 입을 뗐다.
“짐이 알기로 허 은라는 이미 경성을 떠나 강호를 누비러 갔다고 들었는데 어찌 다시 돌아온 건가?”
류홍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허 은라가 강호를 떠돌며 백성들의 생계가 어려운 걸 목격하고선 불쌍히 여기어 매일 위 공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강호 유랑을 멈췄고요. 위 공을 대신해 야경꾼을 다스려 조정에 태평천하를 돌려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모든 훈귀, 제공의 안색이 미친 듯이 변했다. 그들은 잇따라 외쳤다.
“폐하, 안 됩니다!”
“허칠안은 일개 무사인데 어찌 야경꾼을 다스릴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자는 포악하고 고집이 셉니다. 애당초 관아에서 보직을 맡았을 때 황궁에 대담하게 난입하였습니다. 만약 그가 야경꾼을 다스린다면, 장차 조정과 재야가 위아래로 안녕하지 못할 겁니다.”
자리에 있는 금란전 내 제공들의 절반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하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지금의 반응은 그들에게 기부를 강요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과했다.
훈귀 중에서는 거의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비록 이미 반백의 나이였지만, 반짝이는 두 눈에는 생기가 넘치고 혈기왕성하여 늙어 보이지 않았다. 딱 보면 속되지 않은 수련 경지를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정국공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는 어찌 군주를 시해한 자가 야경꾼을 다스리도록 임명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누군가 이 금기 화제를 건드리자 금란전 내의 대신들은 엄숙해졌다.
정국공은 계속해서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거늘. 선황께서는 어쨌거나 폐하의 부친이십니다. 폐하께서 야경꾼을 다스리는 자로 허칠안을 임명하시다니요. 백 년 후에 사서에 한 획 기록될 때 폐하의 명성에 좋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조정과 재야 위아래에서 반드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겁니다.”
그는 아주 완곡하게 말했다. 당신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큰 벼슬에 앉혔을 경우, 이 일에 밖으로 전해지면 아무리 해도 듣기 좋지 않을 것이고 장차 서사에도 기록되어 후세인의 책망과 비난을 받으리라는 의미였다.
영흥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명성이었다.
“폐하, 정국공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일은, 아이고, 정말로 적절치 않습니다, 폐하.”
군신들은 잇따라 맞장구쳤다.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며 감정이 격앙되는 사이, 영흥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허 은라는 오늘 아침 이미 궁에 들어왔다. 여봐라, 그를 전으로 들라하라.”
항의하는 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금란전 안은 정적이 흘렀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사람을 이미 궁으로 들어오라고 해놓고 왜 진작에 말하지 않은 거지…….’
제공들은 멍하니 영흥제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마치 다음 글귀가 적혀 있는 듯했다.
‘우리를 가지고 노나?’
말하는 이가 없었다.
정국공은 진퇴양난이 되어 그곳에 굳어 있었다.
허신년은 금란전 입구에서 손을 뻗어 입을 가리고 나서야 웃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제공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다들 그가 군주를 죽인 자라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지만, 큰형이 이미 궁에 들어왔다고 하니 감히 무어라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담 너머로 일방적으로 악담을 퍼부었을 때, 하필 그 상대가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들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금란전 내의 제공들은 숨 막히는 침묵 속에 높은 문턱을 넘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잇따라 곁눈질하니 화려한 청의가 성큼성큼 오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차분한 기질에 온화한 눈빛, 얼떨떨한 사이 사람들은 하마터면 지난날의 대청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줄 착각할 뻔했다.
침묵 속에 발소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메아리쳤다. 그는 옥좌 앞, 정국공의 옆까지 걸어왔다.
탁!
허칠안은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정국공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는 허칠안이 도적을 벌하여 죽였다는 것만 들었을 뿐, 군주를 시해하였다고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정국공의 생각은요?”
정국공은 낯가죽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난처하면서도 창피했지만 애써 억지로 버티며 콧방귀를 뀌었다.
“허칠안, 자네…….”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빠져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허칠안이 비웃었다.
“평범한 속세 사람은 저와 이야기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가 손을 휘젓자 정국공이 날아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버젓한 국공이 금란전 내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그 자리에 있는 황실, 종실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소리쳤다.
“허칠안, 금란전 내에서 어찌 사람을 해치는 걸 용납하겠는가!”
이 분노의 호통 소리는 매우 우렁차서 금란전 밖에 있는 군신들도 똑똑히 들었다. 그들은 슬그머니 금란전 안을 관망하였다.
“허칠안이 금란전 안에서 사람을 쳤는가?”
“황당무계하군. 금란전은 폐하와 제공들이 공무를 논의하는 곳으로, 왕조의 핵심이라고. 허 은라 너무 주제 넘는군.”
“이 필부가 점점 갈수록 간덩이가 커지는군. 앞으로 누가 그를 저지할 수 있단 말인가?”
군신들은 금란전 밖에서 중얼거렸다. 허칠안을 추앙하는 일부 문관 역시 허 은라가 너무 충동적이고 서생을 욕보인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들은 금란전 밖에서 전해지는 허 은라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들었다.
“내가 칼을 들고 금란전에 난입하여 원경을 죽인 그날, 너희들은 어째서 내가 금란전 앞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탓하지 않았지? 원경이 무신교와 결탁하여 조상께서 남긴 기반을 뒤집으려 하여 내가 그를 벤 것인데 너희 눈에는 군주를 시해한 사람이 되었구나?
내가 옥양관에서 염국과 강국 두 나라 연합군을 물리치고 경성 교외에서 혼군 원경을 죽인 것이야말로 대봉 강산이 무신교의 침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 것이다. 너희 같은 폐물이 백성의 고혈을 짜내라고 하기 위함인 줄 아는가? 일개 국공이 감히 금란전 안에서 나에 관해 엉터리 소리를 늘어놓다니. 그가 금란전 안에 서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게 누구의 공인지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금란전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경관들은 계단 양측 및 광장에서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하긴 국공을 치는 게 뭐 대수인가. 채시구에서는 둘을 베었는데.”
“그러게. 허 은라가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했지. 그해 위 공에 못지않은데 어찌 일개 국공이 헐뜯고 비방한단 말인가.”
“오늘날 각지 유랑민이 소란을 피워 세상이 그다지 태평하지 않네. 주재하며 지키는 3품 무사가 있어야 나라가 안정될 수 있어. 폐하와 제공들께서는 무릇 이성이 있을 테니 어떻게 선택할지 깨달으셨겠지.”
허칠안을 추앙하는 문관들이 잇따라 입을 뗐다. 하지만 그에게 불만을 품은 관원들은 말없이 침묵하였다.
허칠안은 금란전 내에서 손을 뒷짐 지고 선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공, 훈귀, 종실을 훑더니 비웃었다.
“내가 구사일생으로 대봉의 사직을 지킨 건 너희 같은 폐물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오늘 너희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야경꾼 관아는 장차 내가 관장할 것이다. 우둔하고 어리석은 자는 내가 예의 없게 굴어도 언짢게 생각지 마라.”
금란전 내 군신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남몰래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의 명성은 매우 중요한 법이었다. 이 필부는 국공을 죽인 것도 모자라 황제를 베고 광기를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친척도 몰라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리 사회의 규칙, 대봉의 율법으로 그를 얽어매길 기대하는 건 정말이지 허황된 망상이었다.
‘이 자가 만약 야경꾼을 관장하면 관리 사회 전체를 장차 그 멋대로 주무르겠지…….’
금란전 내에 적잖은 사람들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벌써 벼슬에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관리 사회에 뒤섞여 지내는 일은 의미가 없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자가 관리 사회를 장악하는 건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허칠안은 화제를 돌렸다.
“여러분이 만약 성심성의껏 폐하를 보좌하고 백성을 위해 정무에 힘쓰려 한다면 나도 당연히 여러분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반대라면, 조국공과 호국공의 어제가 바로 너희의 내일일 것이다.”
금란전 안은 아주 고요했다. 반박하는 이도 대답하는 이도 없었다.
목소리가 없는 것 역시 일종의 태도였다.
훈귀와 제공은 달갑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허칠안의 마지막 말이 조금이나마 작용했는지 그들의 정서는 일단은 그래도 안정적인 편이었다.
‘한 사람이 백관을 제압하다니. 지금 대봉에서 감정을 제외하고는 허칠안만이 해낼 수 있지…….’
영흥제는 이 모습을 보더니 허허허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허 경이 야경꾼 관아를 관장한다니 짐은 안심이 되는구나. 앞으로 번거롭겠지만 허 경이 짐에게 많이 협조해 주어야겠구나. 조회를 마치겠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일어나 수행 태감을 데리고 금란전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