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55
854화. 상고 시대 비밀
두 사람이 방에 들어간 뒤, 조위는 텅 빈 찻상을 보더니 불쾌해했다.
“이곳에 차가 있어야 하는데.”
청광이 반짝이더니 찻상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가 담긴 찻잔 두 개가 늘어났다.
‘이것도 된다고?’
허칠안은 정말 깜짝 놀라 멍해졌다.
‘내가 유가의 핵쟁이들을 과소평가했군.’
그가 의아해하자 조위가 웃으며 설명했다.
“결코 터무니없이 날조한 게 아니네. 그저 법술로 근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의 차를 불러들인 것뿐일세.”
그는 찻잔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주 좋아. 누군가 마시지 않은 차야.”
‘만약 내가 밤에 잠잘 때 이불 속에서 이곳에 마누라가 있어야 하는데 라고 한 마디 중얼거린다면? 다른 사람의 마누라를 소환해 올 수 있는 건가? 헤헤헤.’
허칠안은 성실하게 말했다.
“원장님, 제게 언출법수 법술을 몇 장 주십시오.”
조위는 차를 한 모금 홀짝 마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가 성인의 힘이 사라지고 있기에 무신은 곧 봉인에서 벗어날걸세. 중원, 나아가 구주의 백성이 도탄에 빠지는 걸 피하기 위해 위연은 자신을 희생하여 유가 성인의 봉인을 견고히 하는 걸 택한 것이지.”
허칠안은 잡념을 거둔 다음 조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원장님께서는 제가 묻고 싶은 게 이게 아니라는 걸 아시죠. 유가 성인이 왜 무신을 봉인하려는 거지요? 또 왜 고신을 봉인하려는 거고요? 천고 노인이 그해 허평봉과 기운을 꾀한 것도 봉인을 견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남강 극연 밑에 있는 유가 성인의 조각상 역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의 수련 경지는 기운과 관련 있고, 유가 성인은 몸에 기운을 짊어졌으니 천고 노인께서는 하늘에 차고 넘치는 기운을 뺏어와야 봉인을 견고히 할 수 있다고 여긴 거지요. 왜냐하면, 그것과 유가 성인의 힘은 근원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조위는 반박하지 않고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신은 상고 시대 신마네. 백성을 동정할 줄 모르고 죽이고 싸우는 걸 즐기는 본성이지. 이런 흉물은 당연히 봉인해야 하네. 또한, 무신이 중원 점령을 꾀하는데, 초품의 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내가 더 말할 필요 없겠지.”
허칠안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원장님, 저는 사건 해결 출신이니 제 앞에서 논리를 펴지 마시지요. 중원이 점령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신을 봉인했습니다. 하지만 무신이 존재한 세월은 유가 성인보다 훨씬 이르지요. 만약 무신이 중원을 점령한다면, 중원은 일찌감치 무신교의 천하였을 겁니다. 유가 성인이 무신을 봉인한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요?”
조위는 말없이 침묵하였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신마 시대가 종결되고 오늘날까지 유성, 무신, 고신, 불타, 도존 초품 다섯 명이 출현했습니다. 유가 성인이 가장 젊어요. 가장 늦게 나타나서 가장 빨리 죽었죠. 중원의 안위를 위해 무신을 봉인했다는 이 변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불문 역시 중원을 노리고 있으니 원장님의 논리대로라면 유성이 불타도 봉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칠안은 기세등등하게 조위를 주시하였다.
방 안은 고요했다. 두 사람이 침묵 속에 잠시 대치한 뒤, 곧 조위가 천천히 말했다.
“유성이 불타를 봉인하지 않았다고 누가 자네에게 말했는가?”
순간 허칠안은 등 뒤에 전류가 스치고 두피가 저린 듯했다.
‘농담 아닌 게 확실해?!’
허칠안은 조위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질문하고 싶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가 성인이 무신과 고신을 봉인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불타를 봉인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지금껏 이에 관해 얘기한 이가 없었다.
그는 지금 이미 충분히 강했으며 고위층 수사를 아주 많이 접했다. 심지어는 인종 도사 낙옥형조차 그와 쌍수하였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오늘 이전까지 여전히 그에게 어떠한 관련 정보를 누설한 이가 없었다.
‘어쩌면 나한테 누설한 이가 없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허칠안의 머릿속에 영광(靈光)이 번뜩였다.
‘지금 이 비밀을 아는 건 불문을 제외하고 아마 유가의 최강자인 이 조위밖에 없을 거야…….’
허칠안은 이로써 연상을 펼치다가 문득 예전에 납득되지 않았던 많은 일을 이해했다.
‘백희가 전달한 만요국 공주가 내게 준 정보에 따르면 500년 전, 불문이 무종을 도와 황위를 찬탈하였고, 초대 감정의 손에 보살이 죽었다. 그 당시 나는 부처가 왜 나서서 저지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품지 않았어. 1품 고수는 어떠한 세력에서도 아주 진귀하다. 심지어는 우두머리 격의 존재지. 설령 불문에 고수가 넘쳐난다고 해도 이런 손해를 감당할 수는 없다.
그리고 300년 전, 대봉이 신의를 저버리고 유가가 멸불하였는데 부처는 역시나 나서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랬구나. 알고 보니 그는 진작에 봉인되었던 것이다.’
허칠안은 순간 많은 걸 떠올리더니 조위에게 물었다.
“유가가 그해 멸불한 게 바로 이 이유입니까?”
만약 유성이 부처를 봉인했다면, 유가와 불문의 관계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해도 되네.”
조위는 약간 씁쓸한 차를 마셨다.
“아니지요!”
허칠안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부처가 봉인되었다면, 500년 전의 갑자탕요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가 듣기로는 만요국주 구미천호는 거의 무신에 가깝고, 전투력이 하늘을 찔러 보살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결국 부처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없앴습니다. 만약 부처가 이미 봉인되었다면 누가 만요국주를 죽이고 누가 만요국을 멸했을까요?”
조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속의 자세한 내막을 모르네. 이건 아마 불문의 가장 큰 비밀일 걸세.”
허칠안은 갑자기 더할 나위 없이 실망하였다. 그는 한참을 침음하더니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하였다.
“제가 이번에 강호를 떠돌면서 뇌주에 갔었는데 불문과 적잖이 교집합이 생겼었죠. 그러다가 아주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발견했습니다. 뇌주 삼화사에 부도보탑이라는 법보가 있는데 그것의 주인이 법제 보살입니다. 이 보살은 300여 년 전에 사라졌고요. 원장님께서는 그 속에 어떠한 내막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법제 보살은 300여 년 전에 사라졌고, 불문의 유리 보살이 나와 수차례 찾았으나 허사였다.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법제 보살이 어디로 갔는가? 무슨 이유로 그가 다시 아란타에 돌아오지 않는 걸까? 혹은 그는 제약을 받아 불문으로 돌아올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또 어떠한 존재가 1품 보살을 가둘 수 있단 말인가.
조위는 생각하더니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칠안, 나는 지식인이네.”
“네?”
허칠안은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점 치는 일을 할 줄 모르네.”
“…….”
허칠안은 즉시 이 화제를 넘기고 다른 의문을 던졌다.
“도존 역시 유가 성인에게 봉인되었습니까?”
조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존은 초품 강자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자이네. 그는 상고 시대에 깨달음을 얻었지. 도존은 유가 성인이 아직 출생하지 않은 연대에 이미 사라졌네.”
‘그렇다면 도존의 실종에는 다른 내막이 있겠군. 이는 분명히 천종의 천존이 신비롭게 사라진 것과 관련 있다…….’
허칠안은 생각을 전환하여 따져보았다.
“이미 몰락했을까요?”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겠네.”
조위는 학술 토론하는 자세로 말했다.
“지금 알기로 우리 유가 외에 초품 강자는 수명이 거의 무궁무진하여 자연사할 가능성이 없네. 하지만 도존이 사라진 지 수천 년인 데다 지금은 그에 관한 어떠한 흔적도 없어. 일찍이 한 선배께서 분석했는데 도존이 그해 넘을 수 없는 어떤 재난을 맞닥뜨렸고, 살아남기 위해 그는 할 수 없이 일기화삼청을 했다고 하더군.”
허칠안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이 추측은 상당히 큰 합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기화삼청, 화신 하나만 살아남기만 하면 멸하지 않을 수 있지요. 진북왕이 바로 그 예입니다.”
조위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에 액운을 피하기 어려웠고, 천종의 화신은 기이하게 사라졌네. 지종의 화신은 인과의 배반을 맞고, 인종의 화신은 업화가 몸에 달라붙어 천겁으로 죽었지.”
“이건 어느 선배의 추측입니까?”
허칠안은 문득 깜짝 놀랐다. 도문 3종의 부작용 역시 아주 높은 체계의 기밀인 셈이었다.
몸을 태우는 인종의 업화를 아는 자는 많았다.
하지만 위연조차 지종의 인과 배반은 애당초 알지 못했다. 훗날 자련 도사가 양연의 창에 죽었을 때에야 위연은 지종 도사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서서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앞잡이인 자신의 잠복을 통해서야 지종 도사가 인과에 배반당해 마도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천종의 천존이 기이하게 사라졌다는 이 일은 지종의 내재된 위험보다도 더 극비였다.
조위가 웃으며 말했다.
“그 선배의 도호는 금련이네.”
“…….”
허칠안은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켰다. 아니, 그의 도호는 황갈색 고양이였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마지막 질문을 했다.
“유가 성인이 초품 여럿을 봉인한 이유가 뭡니까?”
조위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도, 대답하기를 바로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만약 말할 수 있었다면, 위연이 자네에게 유서를 남길 때 진작에 알려주었겠지. 우리가 고의로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닐세. 그 일을 말로 내뱉으면 어떤 분의 계략에 영향을 끼쳐 그 자리에서 처단당할 것이라 그렇네.”
이 말로 명시한 셈이다.
감정!
감정이 이 일에 상응하는 계략이 있다고?
허칠안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그는 줄곧 감정의 가장 큰 계략이 허평봉을 상대하여 대봉을 구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보아하니 초품까지 약삭빠른 인간이 계산한 일에 연관된 듯했다.
‘하긴, 무신과 부처는 중원을 침식하려는 세력이지. 감정과 대봉 국운은 공생 관계이니 다시 말하자면 초품이 바로 감정의 적이구나…….’
허칠안은 논리를 따지더니 조위의 말을 인정하였다.
“됐네. 나는 자네에게 딱히 대답할 게 없어.”
조위는 이 면담을 마치고 탄식하더니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밖의 그 세 놈도 거의 다 싸웠군.”
그는 손을 휘저어 각루 밖을 뒤덮은 결계를 흩뜨렸다.
다음 순간, 허칠안은 바깥세상의 드높고 강한 기운의 파동을 감지하였다. 그는 청운산 전체의 호연정기가 전부 해일처럼 들끓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게!”
조위는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청광이 감아 올라가면서 허칠안을 데리고 떠났다.
* * *
화면이 번쩍이는 사이, 두 사람은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멀리 허공을 바라보니 대유 셋만 보일 뿐이었다. 한 사람은 붓을 쥐고 있었으며 한 사람은 책을 받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사람은 손에 서진을 쥐고 있었다.
작전 상황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 격렬했다.
책을 받치고 있는 이는 장진이었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천군만마가 세상에 왔도다!”
손에 있는 병서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하자 허공에 허영이 응집되었다. 그들은 준마를 타고 손에 군도를 쥐고 있거나, 몸에 갑옷을 걸치고 긴 창을 들고 있거나 화포와 활을 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형식이야?’
허칠안은 깜짝 놀랐다.
“장진이 언출법수의 법술로 병서 속의 군대를 소환해냈네. 본질적으로 ‘백 리 물러나라’와 같이 보조 수단에 속하지만 더 정교하고 아름답지.”
조위가 설명하였다.
“왜 제가 법술을 사용할 때는 하지 못합니까?”
허칠안은 너무 부러웠다.
“자네의 것은 가장 기초적인 운용일 뿐이야. 유가 사람이 아니니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법술을 시전할 수 없지.”
조위가 말했다.
장진의 조종하에 가상 군대 중 기병과 보병이 이모백에 달려들었다. 포병은 진태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한편 진태는 붓을 들고 허공에서 휘갈겼다. 그가 쓴 건 글자가 아니라 칼을 들고 갑옷을 걸친 기병들의 허영이었다.
그는 장진의 법술에 무임승차하였다.
이는 6품 유생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법술, 기술을 기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