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56
855화. 나는 줄곧 있었네
진태가 소환해낸 허영은 두 무리로 나뉘었다. 한 무리는 장진에게 쿵쿵 소리를 내며 포격을 가했으며 한 무리는 이모백에게 달려들었다.
쿵쿵쿵!
화포가 일제히 울리자 공기파 뭉텅이가 허공에서 터졌다. 깜짝 놀랄 만한 위풍과 기세가 마치 우렁찬 천둥 같았다.
‘진정한 법기 화포의 위력보다 많이 약하군. 성을 공격하기는 어렵지만, 모래사장에서 적군을 격파하기에는 충분하군. 게다가 법술이 응집해낸 허영은 그야말로 무신교의 시병보다 가성비가 훨씬 좋은데……. 음, 이건 아마 오래 갈 수도, 무제한적으로 시전할 수도 없겠지…….’
허칠안은 유가가 명이 짧은 것 외에는 거의 단점이 없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모백은 문진을 들고 크게 휘둘러 쳐들어오는 적군 두 무리를 전부 순수한 청광으로 바꿔 궤멸시켰다.
“흥, 병서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군?”
이모백은 혀끝에 기를 모으고 호연정기를 선동하더니 소리 높여 말했다.
“이곳에서 서적 사용을 금지하고, 붓 사용을 금지하네.”
장진의 손에 있던 서적이 갑자기 어떠한 힘에 의해 봉인되었다. 그는 더는 군사를 양성할 수 없었다.
진태의 품 속에 있던 붓 역시 이러했다. 그는 이제 무언가를 써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이 모습을 보더니 바로 호연정기를 뒤흔들며 말했다.
“이곳에서는 법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네.”
그들은 바로 법기를 전투 영역에서 제거하였다.
이모백은 콧방귀를 뀌었다.
“좋아. 그럼 모두 ‘언출법수’를 이용해 제대로 한판 싸워보자고. 누구의 호연정기가 더 왕성한지 보겠어.”
호연정기는 언출법수의 효과를 방어할 수 있었다.
호연정기가 먼저 고갈되면 지는 셈이었다.
“나 역시 살생하는 이가 아니네.”
“오늘 자네 둘이 말로도 마음으로도 탄복하게 하겠어.”
두 사람은 즉시 태도를 밝혔다.
“이곳은 공중 부양 금지네.”
“이곳은 대화 금지네.”
“이모백, 개 짖는 소리를 따라하게.”
“장진은 내 아들일세.”
“이 후레자식, 진태는 옷을 입으면 안 돼…….”
“죽고 싶은가? 자네들 허리띠가 끊어졌네.”
원장 조위는 전투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보자 마침내 나섰다. 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원처럼 중요한 곳에서는 전투하면 안 되네!”
아성학궁에서 잔잔한 청광이 물결치더니 청운산 전체 범위를 뒤덮었다.
조위는 청운산 범위 내에서 아성학궁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예전에는 아성학궁의 힘이 정아성의 비석에 제압당해 있었다.
비석이 갈라진 뒤로 아성학궁은 봉인에서 벗어났다.
조위는 아성학궁의 힘을 장악했기에 청운산 경계에서는 전투력이 2품 못지않았다. 만약 유가 성인의 조각칼과 아성 유관의 보조가 있다면, 조위는 설령 1품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저항할 수 있었다.
조위가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 셋은 방으로 돌아가게. 벌로 3일 동안 감금이야.”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법칙’을 하나 더 덧붙였다.
“3일 내에 시를 지어 호명해서는 안 되네.”
‘하지만 나는 가능하지…….’
“파렴치한 영감탱이!”
대유 셋이 울부짖더니 강요에 의해 청광이 되어 서원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끝났군…….’
허칠안은 실컷 보지 못했기에 애석해하며 읍했다.
“소생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배웅하지 않겠네.”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는 흰 여우를 안은 채 서원 서생과 함께 광장에 서서 구경하던 모남치를 찾아, 함께 산을 내려왔다.
두 사람은 암말을 타고 경성으로 돌아왔다. 성에 들어온 뒤 허칠안이 그녀에게 물었다.
“집으로 갈 건가요, 아니면 허부로 갈 건가요?”
모남치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집으로 가겠네.”
허칠안은 길가에서 장을 본 뒤, 그녀를 데리고 소원으로 돌아왔다. 마당에 심어놓은 화초가 이미 시들었다. 한 달 넘게 사람이 살지 않으니 약간 썰렁하고 스산해 보였다.
하지만 모남치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쁨과 안정감이 들었다.
“집에 땔감은 아직 충분한데 숯이 없네요. 제가 이따가 나가서 좀 사 오겠습니다. 저녁에 물을 끓여서 목욕하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모남치는 어두운 얼굴을 하더니 뒤이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 은라, 이제 또 국사를 찾아가 밀회하려나 보군.”
‘국사가 아니라 다른 물고기야…….’
허칠안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저 이제 류홍을 대신해 야경꾼 관아를 인수하여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모남치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비웃었다.
“허 은라, 국사의 맛은 어떠한가?”
‘아, 아주 매끈하지…….’
허칠안은 탄식했다.
“됐습니다. 저녁에 남아 함께 있을게요.”
이 순간, 그는 갑자기 도문의 일기화삼청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찼다.
* * *
석양이 지고 하늘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방 안에 촛불이 밝게 비추더니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모남치는 아무렇게나 반찬 몇 접시를 만들었다. 그녀의 요리 솜씨가 어떠한지는, 들뜬 얼굴에서 실망 가득한 얼굴이 된 백희의 전체적인 심리 변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어도 돼.”
모남치가 차갑게 말했다.
백희는 듣자마자 너무 기뻤다. 아니나 다를까 흰 여우는 먹지 않았다.
끽…… 쾅……!
모남치가 방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모남치는 정색하고 탁자 옆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마구 퍼먹었다.
문밖, 흰 여우는 작은 몸을 일으켜 문에 엎드린 채 두 발로 방문을 ‘탁탁’ 두드렸다.
“이모, 저 들어가게 해주세요. 저 들어가게 해주세요!”
흰 여우는 억울해하며 소리쳤다.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 살고자 하는 욕구가 정말 낮구나!’
* * *
허칠안은 밥을 다 먹은 뒤, 물을 따뜻하게 데워 대봉 제일 미인에게 목욕하라고 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은 차디찬 우물물로 간단하게 씻었다.
그들이 다 씻으니 날이 아주 컴컴해졌다.
모남치는 탁자에 앉아 백희를 안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초를 반 마디 태우자 그녀는 졸았다. 모남치는 눈꺼풀과 계속 싸웠지만, 고집이 세서 자려 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있어요. 계속 있을 거예요.”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허칠안은 모남치를 가로로 안은 채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솜이불을 말아 올리면서 그녀를 내려놓았다.
허칠안은 그녀가 부엌에서 음식을 할 때 이미 침상을 다 깔았다.
그는 애당초 경성을 떠날 때, 침대보와 솜이불을 나무 궤짝에 잘 넣어두고 벌레를 쫓는 향환(香丸)을 구겨 넣었다. 그렇기에 허칠안은 지금 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주무세요!”
허칠안은 말없이 독고가 발산하는 마취 기체를 들었다. 그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모남치의 복사뼈를 잡더니 수 놓은 신발을 가볍게 벗겼다.
흰 양말이 보였다.
이내 희고 영롱한 발이 그의 앞에 드러났다.
그녀의 발은 허칠안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발등은 호선이 매끄러웠으며 발가락은 동그랗고, 발톱은 예쁘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새하얀 피부 아래 핏줄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의 발바닥은 분홍색으로 손에 쥐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섬세하고 가장 부드러운 옥 같았다.
허칠안은 엄지손가락을 발꿈치 쪽에 대고 눌렀다. 자신처럼 일 년 내내 무예를 연마하여 굳은살이 두껍게 박인 발꿈치와는 달랐다. 그녀의 발꿈치는 부드러웠다.
“그만, 그만…….”
그는 강요에 못 이겨 스스로 작은 두 발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허칠안은 이불을 펴 왕비의 더없이 아름다운 몸을 덮었다.
뒤이어 그는 흰 여우 역시 이불 속에 두었다.
허칠안은 문득 백희가 숨이 막혀 두 다리를 마구 뻗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흰 여우를 이불 속에서 꺼내 옷을 휘감아 주었다.
“암말, 그녀들을 보살피는 임무는 네게 맡긴다.”
암말은 막 콩을 다 먹은 터라 기분이 좋았기에 얼굴로 그의 손등을 문질렀다.
* * *
널찍하고 호화로운 소음궁 침실. 《모단쌍학도(牡丹雙鶴圖)》를 모사한 세 겹짜리 병풍 뒤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붉은 칠의 목욕통 안에서 물소리가 ‘찰랑’ 울리더니 매끈한 다리가 목욕통에서 성큼성큼 나왔다. 가벼운 면 옷을 입고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 둘 중 한 명이 바로 비단을 펼치고 주인을 대신해 몸의 물기를 세심하게 닦아 주었다.
다른 한 사람은 병풍 위에 걸린 옷을 잡아끌어 주인에게 옷을 갈아입혔다.
이내 머리를 높게 묶은 임안이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옅은 남색의 비단 내의에 진한 남색 긴 치마를 입었다.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렸다.
그녀는 침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물었다.
“어약방에서 가져오라는 단약은 전부 챙겨왔느냐?”
왼쪽에 있는 궁녀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단약, 은자, 의복…… 모두 이미 알맞게 준비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궁녀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마마께서는 이 물건들을 뭐 하러 준비하십니까?”
왼쪽에 있는 궁녀가 그를 때리더니 비웃었다.
“잘 알면서 일부러 묻지 마. 감히 마마를 놀리다니. 네 입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렴.”
두 궁녀는 깔깔깔 아양 떨며 웃었다.
마마는 그자와 선을 긋겠다며 더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남몰래 단약, 은자 그리고 의복을 준비했다. 이는 마마가 내심 그자가 다쳤는데 먹을 약이 없을까 봐, 강호를 거닐 때 은자가 부족할까 봐, 밖에서 떠돌 때 의복이 편치 않을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마마는 그의 의식주에 관한 모든 걸 고려했다.
그녀들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마마를 모셨으나 이런 모습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
임안 마마가 어떤 사람인가? 그녀는 선황의 총애를 잔뜩 받는 교만한 공주였다. 너무 총애받는 사람은 보편적으로 인정머리가 없는 법이니 그녀가 언제 남자에게 이렇게 마음을 썼겠는가?
임안은 그녀들을 노려보더니 아무렇게나 물었다.
“오늘 저택에 전해온 소식이 있니?”
그녀가 가리키는 저택은 선황이 특별히 하사한 저택으로, 황성 안의 임안부였다.
임안은 차분한 어조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여쁘고 촉촉한 눈에는 기대가 서려 있었다.
두 궁녀는 문득 조용해졌다. 그녀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택에 전해진 소식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도화안 속의 희망이 암담해졌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하고 소리 냈다.
그녀가 궁에서 하루 동안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변명하러 오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사천감에서 헤어진 뒤로 그에게서 잊힌 듯했다.
지금 황성의 공주부에도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말은, 허칠안 역시 그쪽에 가서 말을 남기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본 공주가 피곤하구나.”
두 궁녀는 눈치 빠르게 침실에서 물러나 외실로 갔다.
그녀들은 마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마는 잠시 뒤에 이불 속에 숨어 몰래 눈물을 닦을지도 몰랐다.
궁녀들은 임안을 아주 잘 아는 편이긴 했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임안의 기개를 얕잡아보았다. 그녀는 이불 속에 숨어 눈물을 훔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물이 눈가에 고여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푹신푹신한 솜이불을 덮고 몸을 옆으로 돌려 움츠렸다.
임안은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떳떳한 국사는 부황조차도 얻지 못한 여인인데 뜻밖에도 눈이 멀어 그녀의 개자식을 좋아할 줄이야!
그녀는 그날 밤 기세등등하게 거드름 피우던 낙옥형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에 화가 차올랐다. 임안은 그 늙은 여인을 손으로 찢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적이 낙옥형이라면 임안은 도저히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비록 그녀가 공주인 데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다지만, 낙옥형은 인종 도사의 신분만으로도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예전이 조금씩 떠올랐다. 임안은 허칠안이 자신과 함께 수다 떨고 바둑을 두던 때를 떠올리자 마침내 눈가에 고인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임안은 자신이 실연당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녀가 이 단어를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임안은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그녀는 옆으로 누워 얼굴 절반을 푹신한 베개에 파묻었다.
“잠자기 전에 울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눈에 염증이 생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