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59
858화. 탄식
두 사람이 모두 경성 방향을 멀리 바라보자, 묘재방은 갑갑해했다.
“서 선배님은 왜 저희와 동행하지 않습니까?”
밖에서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를 서겸이라 칭해야 했다.
모남치가 대답했다.
“그는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누구요?”
“그에게 은혜가 태산과도 같은 사람.”
“아아.”
이영소는 기회를 틈타 대화에 끼어들었다.
“서 부인, 그 여우 요괴는요?”
그는 여전히 대봉 제일 미인을 흠모했다. 다만 그녀에게 남자가 있는 이상, 성자는 흠모하는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이렇게 크게 각성할 수 있는 건 현재 모남치의 평범한 외모와도 상관이 있었다.
만약 왕비가 본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녀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 설령 그녀의 남자가 허칠안이라고 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호미를 휘두르는 사나이가 부지기수일 터였다.
모남치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내가 여우에게 가서 그녀들한테 소식을 전하라고 부탁했어.”
누구든 업화로 몸이 타는 시기에는 ‘칠정’에 시달리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변하기 마련이었다.
모남치는 그녀에게 이 일을 어느 누구에도 말하지 않겠다며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어쨌든 백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백희 이 촉새가 함부로 지껄인다고 해도 모남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 * *
낙옥형은 경성 관내를 한 바퀴 순찰하였으나 허 도둑놈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여 그 호신부를 감지하였으나 연락이 끊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다시 말해 그녀는 더 이상 허칠안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 달에 너와 결판을 내겠다!”
낙옥형은 이를 갈았다.
그녀는 금빛을 부려 영보관으로 돌아왔다.
낙옥형이 막 돌아오자마자 제자가 다가와 소원 밖에 서서 소리 높여 말했다.
“도사, 임안 마마, 회경 마마 그리고 천종의 이묘진이 사람을 파견해 도사께 서신 세 통을 보냈습니다.”
‘서신?’
낙옥형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가져오거라.”
제자는 걸음을 내디뎌 소원에 들어오더니 품에서 서신 세 통을 꺼내 공손하게 건넨 뒤 소원에서 물러났다.
낙옥형이 손끝을 튕기자 서신 세 통이 동시에 서신 봉투 속에서 날아와 허공에서 펼쳐졌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서신에 차례대로 쓰여 있었다.
“백년해로! 영결동심(*永結同心: 영원히 한마음 한뜻으로)! 조생귀자(*早生貴子: 하루빨리 득남하세요)!”
낙옥형은 숨이 막혔다. 그녀는 공개 처형당했고, 비웃음당했다. 낙옥형은 저 여자들이 자신에게 은근히 한 방 먹였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거대한 수치심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이 서신 세 통은 특별히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것처럼 이렇게 공교롭게 왔다.
* * *
사천감, 밀실의 문이 열렸다.
허칠안은 술 주전자를 들고 가뿐하게 들어와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아침 햇살이 격자창 안으로 비쳐 들어왔다. 이 밀실은 아주 널찍하고, 장식이 단순하였다. 네모난 탁자 하나와 널빤지 간이 침상이 하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곳은 다소 광활해 보였다.
허칠안은 천천히 침상 옆으로 걸어가 침상 위에 깊이 잠든 남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세심하게 만든 푸른 장포, 수려한 이목구비, 양쪽 귀밑머리, 눈가의 촘촘한 잔주름은 그가 더는 젊지 않다는 걸 명시했다.
“정말 닮았군. 그야말로 똑같아. 다만 애석하게도 기기가 없으니 평범한 육신이군.”
허칠안은 옆으로 입을 벌리며 웃었다.
“위 공, 위 공을 뵈러 왔습니다. 술을 챙겨왔어요. 저 계속 용기를 수집하러 곧 경성을 떠날 겁니다. 가기 전에 위 공과 대화를 좀 나누려고요.”
허칠안은 고개를 젖히고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위 공, 소직이 먼저 업무를 보고하겠습니다. 원경제가 죽은 뒤 용기가 뿔뿔이 흩어져 대봉이 아슬아슬합니다. 무신교, 불문 그리고 500년 전의 그 혈통이 모두 용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 떠돌면서 저는 중요한 용기 세 개를 수집했고, 하나는 자질구레한 용기입니다.
감정이 말하길 자질구레한 용기는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를 수집하기만 하면 그 자질구레한 용기들은 저절로 모일 것이라더군요.
하나 저는 사실 아홉 개의 용기를 다 수집할 필요는 없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난이도가 너무 높아 그중에 한 용기라도 적이 찾아 본거지로 가지고 돌아간다면 저는 전혀 방법이 없거든요.
그러므로 가능한 한 용기를 수집하여 머지않아 무너질 대봉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절반 이상의 용기를 수집하여 손에 넣으면 충분하지요. 어쩌면 그 속에 감정의 다른 계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정말 너무 파악하기 어렵거든요.
만약 위 공께서 아직 살아계신다면 제가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텐데…….”
허칠안은 또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가벼운 탄식을 동반하며 말했다.
“위 공께서 목숨을 바침으로써 대봉에 좋은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못했지만, 감정과 조위가 말하길 위 공께서 중원에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걸어와 보니 날씨가 무척 춥고 보이는 건 전부 차마 보기 어려운 일들뿐입니다. 백성은 흥해도 괴롭고 망해도 괴롭습니다. 옛말 하나 틀린 거 없습니다.
저는 목숨을 바쳐서 이 국면을 바꾸려 합니다. 대봉을 멸망의 문턱에서 구제할 겁니다. 이는 저 자신의 목숨과도 관련 있어요. 대봉이 멸망하면, 국운의 절반을 몸에 품은 저 역시 순국할 테니까요.
어떤 경우에는 망망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위 공께서 살아계신다면 좋을 텐데요.”
“아, 참, 저 드디어 국사와 쌍수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제 도려예요.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마 저를 검으로 찔러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일 겁니다. 정말이지 성질이 사나운 여인이에요…….
저는 예전에 순수하게 국사의 몸을 탐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너무 예쁘고 너무 매혹적이거든요. 그동안 쌍수하면서 저는 그녀에게 약간 다른 감정이 생겼습니다. 이게 아마 전설 속의 속도위반이지 않을까요?
유일하게 고민스러운 건 그녀가 제 다른 여인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하필이면 저는 그녀를 억누를 수 없고요. 그녀가 업화를 가라앉히고 도겁한 뒤에는 바로 1품 육지신선입니다.
생각만 해도 절망스럽습니다. 어쩌면, 임안을 포함한 다른 여인들이 더 절망적일지도요. 좋아요, 예법에 구애되지 않고 여색을 좋아하는 건 제 잘못입니다. 위 공처럼 이렇게 여자를 잘 달래는 남자가 저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가 수련 경지를 회복하여 3품 전봉에 오르면, 모남치와 쌍수할 수 있습니다. 제 출중한 매력 덕에 그녀는 결단코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쩌면 상고 시대 도문의 방중술이 이 번뇌를 해결하여 저희가 서로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회경 역시 성격이 강하고 포악해요. 제가 어제 그녀를 만나러 갔는데 그녀는 몸이 편치 않다는 이유로 저를 반 시진간 집 밖에 방치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그녀를 어떻게 만났는지 맞혀보십시오. 제가 ‘임안한테는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그제야 저를 만났습니다. 만약 제가 먼저 임안을 찾아갔다는 걸 그녀가 알게 된다면…….”
허칠안은 바닥에 가부좌를 틀더니 침상에 등을 기댄 채 술을 마셨다. 동시에 그는 고개를 돌려 위연을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초혼종의 재료를 수집하러 갈 기력과 시간이 없습니다. 형세로 봐서는 부득이하게 용기 수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예전이라면, 저는 우선 위 공을 다시 살리기를 택할 겁니다. 그러나 현재 저는 우선 나라를 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는 제가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책임입니다. 위 공께서는 애당초 무예를 연마한 게 3품에 발을 들이기 위해, 황후를 데리고 경성을 떠나기 위해서였죠.
나중에 위 공께서는 창생을 굽어볼 수련 경지와 권위를 가지셨지만, 조정에 남길 택하셨습니다. 흔쾌히 원경의 바둑돌이 되어 제국의 봉제공이 되셨죠. 세상을 안정시키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백성을 저버리지 않고 경을 저버리지 않는 게지요.”
허칠안은 시선을 거두고 계속해서 재잘거렸다.
“저 새롭게 제자를 거두어들였습니다. 묘재방이라고 하는데 자질은 평범하나 의협심이 매우 강합니다. 꿈은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서는 대협입니다.
제가 그 당시 갑자기 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위 공께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셨기에 지금의 허 은라가 있는 거니까요. 위 공께서 조정을 위해 인재를 배양하시니 저 또한 그렇게 할 겁니다. 위 공, 이건 위 공께서 제게 물려주신 겁니다.”
그가 말을 마치니 술 주전자도 바닥이 났다.
허칠안은 침상 앞에서 읍하여 예를 다 갖춘 뒤 밀실을 떠났다.
그는 ‘이성환두’의 능력을 유지하여 자신의 기운이 밖에 조금이라도 누설되지 않도록 하면서 소라를 빌려 손현기에게 연락했다.
허칠안은 일방적으로 연락하여 간단명료하게 한 마디 했다.
‘1층에서 만나요!’
그는 손현기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통신을 끊었다.
* * *
손현기가 지하 1층에 이르렀을 때였다. 때마침 오 사매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비비는 허칠안이 보였다.
“사천감에서 제가 돌아올 때까지 잘 기다리고 계세요. 사매를 데리고 함께 가기 싫은 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너무 위험합니다. 사매도 한창 젊은 나이에 시집가지도 않았는데 죽고 싶지는 않겠죠.”
허칠안은 손끝의 머리카락이 무척 부드럽게 느껴졌다. 종리는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어 종종 개인의 위생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웠으며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사실 종리는 깨끗한 걸 좋아했다.
종리는 허칠안의 탐색을 거부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자네의 기운은 액운을 상쇄할 수 있으니 일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네.”
‘아이고 종 사저, 명색이 여인으로서 수가 조금도 없네…….’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설마 옹주성 밖, 항원 대사의 뜨거운 고깃국을 잊었나요? 지하 궁전의 경험을 잊었나요? 저희 집에서 갖가지 재수 없던 경우를 잊었나요?”
종리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지금 용기와 함께하고 게다가 본래 기운도 있으니…….”
허칠안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도 수긍하지 않는다고요?”
종리는 고개를 숙인 채 천덕꾸러기 행세를 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감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칠안은 그제야 손현기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손 사형, 번거롭겠지만 사형이 경성에서 데리고 나가주십시오.”
그는 국사가 아직 경성 관내를 순찰하고 있을까 봐 무서웠다. 일단 마주치면, 국사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죽을 정도로 내리칠 터였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누가 자신을 이 지경까지 사회적 매장했다면 허칠안 역시 극도로 흥분할 것이다.
손현기는 “응” 소리를 내더니 종리를 쳐다보고 말했다.
“그녀는…….”
허칠안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종이와 붓을 건넸다.
……손현기는 갑자기 표현 욕구를 잃어 발을 들어 묵직하게 땅을 밟았다. 전송 진법이 반짝이더니 허칠안을 데리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