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0
859화. 이상한 일
“사매, 그를 도와 앞으로의 위기를 막아 낼 수 있도록 좀 더 일찍 4품으로 승직하고 싶은 건가?”
종리는 이 말을 듣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려, 문 입구에 걸린 양천환의 뒤통수를 보았다.
“네.”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정말 다사다난한 시기군.”
양천환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경성의 일을 다 처리하면 나도 강호를 한 번 다녀와야 하네. 감정 스승님이 내게 임무를 안배하셨어. 허칠안 이 개자식은 밉지만 어쨌거나 벗이니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지.”
종리가 궁금해했다.
“양 사형은 경성에 무슨 일이 더 있습니까?”
양천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건 비밀이네. 하지만 자네에게 약간은 누설해도 되지. 기부금과 관련 있네.”
종리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양 사형, 또 사천감의 모든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에요?”
“아, 이거…… 자네가 어떻게 알았지? 아니, 아니,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나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말라고…….”
양천환은 한참 동안 말의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풀이 죽어 말했다.
“종 사매, 비밀 지켜주는 거 잊지 말게. 나는 감정 스승님께서 미처 손쓸 틈 없도록 공격할 작정이야.”
* * *
운주! 잠룡성, 산꼭대기 관성각.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다실 안에 메아리쳤다. 백의를 입은 중년 남자는 탁자 옆에 앉아 차를 끓였다. 그는 시시때때로 입을 가리고 기침하였다.
다실 밖의 조망대에는 철탑 같은 금색 형체가 서 있었다.
그는 8척 장신이었으며 몸매 비율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만했다. 중년 남자는 몸이 반쯤 드러나는 가사를 입어 밖에 근육을 노출했다. 그의 몸은 마치 황금으로 주조한 듯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확실한 서역인의 특색이 있었다. 중년 남자가 그곳에 서 있을 때 죽절 같은 꼿꼿함과 굳셈이 엿보였다.
그의 깊은 눈빛에는 위엄이 배어 있어,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는 했다.
“자네 지금 상태로는 열 수 내에 감정한테 참살될 것이네.”
금빛 형체가 입을 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 크지 않았지만 세찬 천둥소리처럼 귀를 진동시키는 위세가 있었다.
“술사에 대한 기운의 부작용이 자네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무시무시하네.”
허평봉은 인내심을 갖고 차를 끓이며 가볍게 탄식했다.
“스스로 파멸시키는 수법으로 나한테 주살술을 걸었지. 내 그 장자의 천부적인 전투 자질은 아주 무시무시하더군. 그에게 5년, 10년을 더 주면 반역은 웃음거리가 될 뿐이지.”
금빛 형체는 잠룡성 전체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법제 보살을 줄곧 찾지 못했네. 그의 약사 법상이 자네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자네가 거사할 수 없다면, 정력을 용기 수집하는 데 쏟아야 하네. 눈앞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 도정 나한이 포로로 잡혔고, 불자 몸의 봉마정은 거의 절반이 제거되었네. 그가 설령 불멸의 몸으로 회복하지 않았다고 해도 3품 전력에 근접하더군.”
백의 술사는 차를 다 끓인 다음 한 입 맛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금강 둘과 나의 창룡칠숙이 더 있지 않은가? 어젯밤에 성상(*星象: 별자리 모양)을 관측하였는데 서쪽에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더 생긴 걸 발견했네. 이는 나한이 새로이 탄생한 건가, 아니면 윤회한 나한이 각성한 건가?”
“수라왕의 어린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네.”
금빛 형체가 말했다.
허평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라족은 타고난 전사네. 불도와 무도 쌍수로, 그 어린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건 동시에 불문에 금강 하나와 나한 하나가 늘었다는 것과 다름없지. 용기를 수집하는 일은 전혀 급하지 않네. 내게 다른 계책이 있어. 기왕 감정 스승이 우리를 운주에 가두었으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거사 후의 세칙을 협의할 수 있겠군.”
백의 술사와 금빛 형체는 말을 마친 뒤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쪽빛 하늘에 구름층이 넘실대며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더니 거대한 얼굴처럼 굳어졌다. 그 얼굴은 냉담하고 무정하게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감정!
* * *
이날 허칠안 일행은 강주 관내에 이르러 ‘성의현(盛義縣)’이라는 곳을 지나쳤다.
낮은 성벽, 현성 입구에는 성을 지키는 병졸이 네 명 서 있었다. 그들은 긴 창을 안은 채 축 늘어진 자세로 찬바람에 몸을 덜덜 떨었다.
“이 괴상한 날씨, 태양이 마치 장식품 같군.”
묘재방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동피철골까지 한 발짝밖에 남지 않았기에 진작에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우리 백성’의 마음가짐이었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을 평범한 백성의 입장에 대입하였다.
그는 그들이 등을 구부린 모습을 보자 자신 역시 ‘차가운 기류’에 박해받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일행은 성으로 들어갔다. 주도로의 청석판은 여기저기 균열이 나 있었다. 낮은 집들은 너무 낡은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좀 너무 평범했다.
이는 ‘성의현’의 경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였다.
거리에 행인이 분주하게 오갔다. 그들은 각자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얼굴은 찬바람에 얼어 빨갰다. 자세히 보면 대부분 사람의 손에 전부 동상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일행은 거리에 인접한 주루를 찾아가 앉아 밥을 먹었다.
“손님들께서는 무엇을 드시렵니까?”
심부름꾼이 일행을 맞이하더니 벽 위에 걸린 나무패를 가리켰다. 나무패마다 요리가 적혀 있었다.
허칠안은 아무렇게나 몇 접시를 주문하고 술 세 주전자도 달라고 한 뒤 웃으며 물었다.
“심부름꾼, 근래 자네 가게에 이상한 일이 없었나?”
‘이상한 일이라…….’
심부름꾼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교롭게도 정말 이상한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매번 한 지역을 지나칠 때마다 정보가 빠른 사람에게 기이한 일이 있었는지 물어야겠군…….’
허칠안은 이 방법이 용기를 탐색하는 데 비교적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용기 숙주는 하나같이 괴짜였으며 다들 남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데 열광하였다. 그들은 각자의 장소에서 여기저기 시비를 부추기며 한껏 자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용기가 짙은 정도에 따라 내는 움직임이 또 조금씩 달랐다. 어떤 용기는 성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지만, 어떤 용기 숙주는 그저 길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식에 그치기도 했다.
게다가 난세를 눈앞에 두어 각지가 태평하지 못한 상황에서라면 엉망진창인 일은 분명히 산더미일 터였다.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말해보게.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가.”
묘재방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건들건들 한 마디 덧붙였다.
“강호 규칙, 요괴가 소란을 피우면 ‘이상한 일’이라고 칭하고, 강호 악인이 민가를 습격하여 약탈하면 ‘재앙’이라 칭하고, 횡포한 향신이나 관리가 양갓집 규수를 겁탈하고 백성을 위협하면 ‘짐승만 못한 일을 한다’라고 합니다. 선배님께서 물으신 건 첫 번째예요.”
허칠안이 의아해했다.
“이런 것도 따지는가?”
그는 즉시 이영소를 쳐다보았는데 성자 역시 의아한 얼굴로 자신도 처음 듣는다는 의사를 표했다.
묘재방은 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꼿꼿이 섰다. 그는 우월감을 되찾고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두 분 모두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시는 분이니 강호 밑바닥의 속담이나 규칙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모르시겠죠.”
그는 말을 마친 다음 몸을 웅크리더니, 허칠안에게 바싹 붙은 모남치를 보았다. 그녀는 약간 겁먹은 표정이었다.
허칠안은 방금 ‘이상한 일이 없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심부름꾼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는 최근 작은 현성에 사악한 세력이 소란을 피운 사건이 몇 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모남치는 이런 수상한 일들을 가장 두려워했다. 설령 옆에 초범경의 무사가 있다고 해도 그녀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다.
손님들이 소리 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부름꾼은 우선 가게 문을 쳐다보았다. 그는 새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지 않은 걸 확인한 다음 묘재방의 옆에 앉아 말했다.
“이 일은 한 달 전부터 얘기해야 합니다. 현에 이귀(李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내가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는 건 본래 흔히 있는 일이니 딱히 희귀할 게 없지요. 하지만 누가 알았겠습니까. 상 당하고 7일째 되는 그날, 이귀는 밤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귀는 잠결에 정신없이 누구인지 물었겠지요?
문밖에 있는 사람이 말하길 그의 아내라며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왜 문을 닫았는지도 물었지요. 당시에 머리가 맑지 않은 이귀는 일어나 문을 열러 갔습니다. 그는 문 옆으로 걸어갔을 때 갑자기 아내가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돌아올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깜짝 놀라 침상으로 도망쳤고, 이불 속에 숨어 감히 얼굴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이귀의 아내는 밖에서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고, 그에게 왜 문을 열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이 한 마디만 계속 반복했지요. 날이 밝아 수탉이 울자 그제야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습니다.”
모남치는 천천히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자신이 밤에 홀로 빈 집을 지킬 때, 한 남자가 와서 문을 두드리며 자신이 7일 전에 죽은 허칠안이라고 칭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그녀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허칠안은 자신이 모남치의 머릿속에서 죽은 남편이 된 줄도 모른 채 물었다.
“그 뒤에는?”
심부름꾼이 말했다.
“이튿날 이귀가 관아에 보고하러 갔는데 관아에서는 이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곤장을 때리고 그를 내쫓았습니다. 그날 밤, 이귀의 아내가 다시 돌아와 문을 두드렸죠. 이번에 그의 아내는 잠깐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다 이귀가 문을 열지 않는 걸 보자 그녀는 창밖에 엎드려 방을 쳐다보았습니다. 밤새 꼬박 엎드려 있었답니다…….”
모남치는 깜짝 놀라 멍해졌다. 품 안의 흰 여우는 그녀에게 안겨 하마터면 질식할 뻔하였다. 여우가 두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묘재방은 심부름꾼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들으며 질문하였다.
“자네는 창밖에 엎드려 밤새 봤다는 걸 어떻게 알지? 왜 자네가 그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지?”
심부름꾼은 ‘헤헤’ 웃더니 말했다.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탉이 운 뒤, 이귀의 아내는 갔습니다. 이귀는 이틀 밤을 연속으로 놀라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극도로 분노해 무슨 일이든 대담하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묘재방이 말참견 했다.
“그래서 그가 또 관아에 신고하러 갔는가?”
심부름꾼은 순간 말문이 막혀 입술을 핥았다. 그는 어색하지만 예의를 잃지 않은 웃음을 보였다.
“손님께서는 정말 농담을 좋아하시는군요. 관아에 신고하는데 극도로 분노하여 대담하게 행동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심부름꾼은 잠깐 멈칫하더니 진지한 얼굴을 하고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그와 서로 의기투합한 친구들이 무덤을 파러 갔습니다.”
모남치는 목소리를 억눌렀다.
“시체가 사라졌는가?”
심부름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이귀가 친한 벗을 데리고 아내의 무덤을 파봤는데 아내가 관 속에 멀쩡하게 누워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시체는 이미 좀 부패했고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이귀에게 헛소리를 지껄인다며 관아에서 얻어맞은 게 억울하지 않다고 나무랐다. 어쨌거나 시체는 여전히 관 속에 있었다. 그런데 설마 그녀 스스로 밤에 관 널빤지를 밀어젖히고 날이 밝은 뒤에 다시 스스로 묻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