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1
860화. 묘신(廟神)
모남치는 다 들어보니 요괴가 뒤에서 못된 짓 한 게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이제 두렵지 않았기에 주먹을 내밀어 공격하였다.
“이 사람 구실 못하는 이귀, 죽은 아내를 이야깃거리로 삼다니!”
심부름꾼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말했다.
“낭자, 기다려 보세요. 제 말끝까지 들어보시라고요. 모두의 의혹과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마주한 이귀 역시 이틀간의 이 경험이 자신의 착각은 아닌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보고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확신이 들었기에 아내의 시체를 자세히 관찰하였습니다. 그가 뭘 발견했는지 맞혀보시겠어요?”
이 심부름꾼은 이야기꾼으로서 선천적인 자질이 뛰어났다. 그는 뜸 들일 줄 알고, 긴장감을 주면서 싱글벙글한 모습과 손짓을 곁들일 줄도 알았다. 허칠안은 자신이 무임승차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면 지금 팁을 내던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뭘 발견했는데?”
흰 여우의 앳된 목소리가 모남치의 가슴에서 들려왔다.
심부름꾼은 망연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누가 말을 한 거예요?”
그의 눈길이 풍만하게 부푼 왕비의 가슴을 향했을 때, 허칠안이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눌러 비틀어 돌린 뒤에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 얘기나 계속하지.”
모남치는 이 기회를 틈타 흰 여우의 엉덩이를 꼬집어 함부로 말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칫했다간 작은 현성에 오늘 ‘이상한 일’이 하나 더 늘었을 것이다.
심부름꾼은 알랑거리며 대답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이귀는 아내가 신고 있는 신발에 진흙이 많이 묻은 걸 발견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시체가 관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진흙이 묻겠습니까? 그러지 않는 이상…….”
그는 처량하게 말했다.
“시체가 혼자 걷지 않는 이상 말이죠.”
모남치는 고개를 숙이더니 차를 마시며 자기 마음속의 두려움을 감췄다.
‘내가 만약 오늘 밤에 너한테 《산촌약시(*山村藥尸: 중국의 90년대 공포 영화)》를 보여주면, 너무 놀란 나머지 나랑 동거하려 들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영소와 묘재방 두 사람은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미 심부름꾼이 말한 이야기에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단정했다.
이 이야기는 반은 진짜고 반은 가짜인 정도가 아니었다. 심부름꾼의 말은 9할은 거짓이고 1할은 진짜라 해야 했다.
심부름꾼은 손님들의 믿지 않는 얼굴을 보자 아주 자신만만하게 ‘헤’ 하고 소리 냈다.
“손님들께서는 믿지 않으시는 거죠? 외지에서 온 많은 손님들이 전부 믿지 않더군요. 하지만 뒷이야기까지 들으면 그들 모두 믿었습니다.”
강호 경험이 풍부한 묘재방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
“아, 뒷얘기가 더 있는가?”
심부름꾼은 마치 이야기 선생님이 무척(撫尺)을 두드리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귀가 의혹을 제기하자 친한 벗들도 두려워졌습니다. 그들은 허둥지둥 무덤을 덮고 집으로 도망쳐 갔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현성에 전해졌습니다.
이때, 자칭 무당이라는 노부인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이귀한테 말하길 아내가 죽었어도 생활이 안정되지 않는 건 그가 묘신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더군요. 무당이 말하길 이귀의 아내가 생전에 묘신에게 무례하게 굴어 뜻밖의 화를 당했고, 사후에도 여전히 시달리며 영원히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요. 게다가 가족에게도 화가 미칠 것이라 했습니다.”
“이귀는 다 듣더니 문득 모든 걸 깨달았고, 그제야 아내가 생전에 한 일이 떠올랐어요. 아내가 아직 살아 있을 때 한 번은 문안드리러 친정에 돌아갔는데 성으로 돌아올 때 폭우를 만나 성황묘에 숨어 들어가 피를 피했습니다.
그 성황묘는 이미 황폐했습니다. 이귀의 아내는 비에 젖어 성황묘 안에 있는 ‘목귀(木鬼)’를 땔감으로 태웠지요. 그 이후로 이귀의 아내는 건강이 점점 나빠졌습니다. 침상에 앓아누운 뒤, 밤새 악몽을 꾸다가 놀라서 깨곤 했죠. 귀신이 와서 자신의 영혼을 얽매는 걸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귀는 그녀가 정신이 흐리멍덩한 줄만 알았고, 악몽을 꿨다고 여겼지요.”
심부름꾼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귀는 알고 보니 아내가 묘신에게 미움을 샀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는 두려운 나머지 무당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죠. 무당은 그에게 그 귀신을 위해 조각상을 다시 빚고 향을 태워 3일 동안 공양하면 액운을 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귀는 저축한 돈을 다 털어 조각상을 다시 빚고 성황묘도 고쳐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의 아내는 더는 그를 찾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성황묘는 아주 떠들썩합니다. 매일 분향하러 가는 이가 있죠. 듣건대 아주 영험하여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묘신을 존경하지 않는 자는 벌을 받고요.”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신통하지?”
심부름꾼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공교롭게도 제가 한 가지 일을 알고 있습니다. 광화가(廣華街)에 연지 점포를 하는 정 씨는 신실한 자입니다. 그런데 맞은편 거리에서 연지 점포를 열어 그의 장사를 빼앗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성황묘에 가 공양을 바치고 향불을 피우며 그 가게의 사장이 비명횡사하라고 저주하였지요. 결국 그날 밤, 그 점포의 사장이 집에서 목을 매달아 죽었습니다.”
묘재방의 짙은 눈썹이 갑자기 치켜 올라갔다.
이영소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설마 그 정 씨가 직접 자네에게 말하기라도 했나?”
“참 나!”
심부름꾼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정 씨가 며칠 전에 이곳에서 술을 먹고 취했습니다. 술을 마신 뒤 실언하여 내뱉은 말입니다.”
이영소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음을 거두었다.
“그럼 자네는 어째서 관아에 신고하지 않았지?”
심부름꾼은 그 말을 이상히 여겼다.
“제가 왜 관아에 신고해야 합니까? 게다가 관아가 신경 쓰길 원하든 원치 않든 둘째 치고, 이 일이 저와 무슨 상관이죠? 묘신의 미움을 사면 제 이 목숨은 보존되지 않습니다.”
이때 허칠안이 탁자를 두드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됐다. 가서 음식 내오거라.”
“알겠습니다!”
심부름꾼은 실컷 얘기했기에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떠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허칠안은 침음했다.
“이건 용기 숙주가 할 수 있는 일처럼 들리지는 않는구먼.”
이 이야기는 지나치게 기이하고 황당무계했다.
이영소가 물었다.
“그럼 저희는 관여할 겁니까?”
허칠안이 의견을 표하기도 전에 묘재방이 앞다투어 대답했다.
“당연히 관여해야 하죠.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밥을 다 먹고 저희 성황묘에 가서 좀 봅시다. 게다가 본 대인도 보고 싶군요. 소위 묘신이 얼마나 신성한지 말입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성자를 쳐다보았다.
“그럼 이귀의 상황에 자네는 무슨 의견이 있는가?”
이영소는 그가 뭘 묻고 있는지 알았다.
“원혼이 뒤에서 장난칠 가능성은 없습니다. 도법에 정통한 사람이 혼을 단련하지 않는 이상, 보통 사람의 영혼은 허약하여 상 당하고 7일이 되기 전에는 무지몽매하고 상 당하고 7일 된 후에는 깨끗이 사라지지요. 하지만 방금 심부름꾼은 시체가 몰래 방해했다고 말했지요. 저는 시체를 통제하는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저희가 무덤에 가서 검시할까요?”
이영소는 말을 마친 직후 갑자기 허칠안이 왜 경성에서 입신양명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가 오지랖이 넓기 때문이었다.
마치 이묘진이 비연 여협객이 될 수 있었듯이 말이다.
양 사형은 상대적으로 이 방면에 집착이 부족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목적은? 그렇게 큰 힘을 들인 게 성황묘를 다시 짓기 위함이라고?”
이영소는 어떤 생각에 잠긴 듯했다.
허칠안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심부름꾼에게 성황묘의 위치를 확실하게 물은 다음 현성을 떠났다.
* * *
성황묘는 현성 밖 동쪽 60리쯤에 있었다.
허칠안 일행은 말을 타고 길을 재촉해 1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검은 기와에 흰 벽으로 된 작은 사찰이 관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찰은 흰색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꼬불꼬불한 오솔길이 사찰과 관도를 이었다.
성황묘는 인간미가 매우 넘쳤다. 소박한 차림새의 백성과 산뜻한 옷차림의 부자들이 끊임없이 왕래하며 그 꼬불꼬불한 오솔길로 사당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마차 몇 대가 사찰 밖에 멈춰 있었다.
“워!”
허칠안은 사찰 앞에 말고삐를 잡고 몸을 돌려 말에서 내렸다. 모남치를 부축해서 내린 뒤 이영소와 묘재방 두 사람은 말을 길가의 말뚝에 붙들어 맸다.
그는 눈을 감아 잠시 감지한 뒤 문득 실망했다. 사방에 용기의 기운이 없었다.
사찰 입구에는 건장한 사내가 둘 서 있었는데 손을 뻗어 그들을 가로막더니 고개를 젖히고 말했다.
“사찰에 들어와 향을 피우려면 우선 스무 문전을 주시오.”
‘이 시대에도 입장권이 있군. 묘신의 일이 비록 용기와는 상관없지만 기왕 맞닥뜨렸으니 들어가서 보자고…….’
허칠안은 이영소를 쳐다보았다. 그는 입을 삐죽이더니 스무 문전을 꺼내 건넸다.
좌측의 사나이가 받더니 허칠안이 입은 비단 장포를 자세히 살피고선 ‘헤’ 소리 내었다.
“한 사람당 스무 문전이오.”
모남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식은 허칠안이 좋은 옷을 입은 걸 보고는 기회를 노려 돈을 뜯어먹으려는 게 분명했다.
“그들은 어째서 받지 않지?”
그녀는 사찰에 들어가는 젊은 부부 한 쌍을 가리켰다.
“그들은 단골손님이니 당연히 받지 않소.”
문을 지키는 사나이는 당연히 핑계가 있었다. 그는 누군가 소란을 피울까 봐 전혀 두렵지 않은 듯 짜증을 냈다.
“향을 피우려면 얼른 돈을 주고 은자가 없으면 썩 꺼지시오.”
허칠안은 고개를 들어 모남치를 달랬다.
“그에게 주세요.”
돈을 낸 뒤, 네 사람은 대문을 넘었다. 허칠안이 훑어보니 마당은 사찰 안으로 통하는 청석판 길에 의해 절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좌측에는 황토 진흙으로 주조된 공덕탑(功德塔)에서 사람들이 노란 종이를 태웠다.
우측에는 사람 키 절반 정도 되는 촛대가 두 개 있었다. 붉은 초가 타올랐으며 촛농이 뚝뚝 떨어졌다.
양쪽에는 향객이 적잖이 모여서 노란 종이를 태우거나 초에 불을 붙였다.
네 사람은 마당을 가로질러 성황묘에 진입하였다. 사찰 내부에 모시는 물건이 바로 그들의 주의를 이끌었다.
그건 상의를 입지 않은 못난 배불뚝이 저승사자였다. 그게 양손을 높이 들고 늘어뜨린 돌 거울은 파손된 듯 반만 남아 있었다.
조각상이 아니라 거울 자체가 파손된 듯했다.
조각상 앞에는 향객 십여 명이 경건하게 엎드려 절하고 있었다. 앞에 있는 향객의 오른쪽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뺨이 앙상하며 이마는 높고 넓어 약간 쥐 상처럼 보였다.
인상이 교활하면서 속됐다.
‘기기 파동이 없고, 원혼도 없고, 요기(妖氣)도 없다…….’
허칠안은 원신을 운행해 한 바퀴 훑어봄으로써 이곳이 그저 평범하고 예사로운 성황묘라는 걸 확인했다.
원인이 성황묘인지 아닌지는 아직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정상적인 성황묘라면 저승사자를 공양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영소 역시 도문 8품의 수법으로 이 사찰을 다 살폈다. 그는 허칠안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음을 알렸다.
‘심부름꾼이 허풍을 떨었나?’
허칠안은 다소 실망했다. 차라리 배후의 있는 놈의 수법이 출중하여 그가 단서를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는 편이 나았다. 확실히 심부름꾼이 사람을 속였다는 진상이 더 믿을 만했다.
작은 현성에서 천종처럼 뛰어난 영웅 둘이 나타나 버젓한 허 은라를 기만하기란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