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2
861화. 무당
허칠안은 침음하더니 무당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우리는 타지인인데 이곳 성황묘가 아주 영험하다 들어 사찰에 들어가 향을 피우러 왔습니다. 그대가 무당입니까? 실례지만, 사찰에서는 어떤 신선을 모시고 계시지요?”
노부인은 그를 쳐다보더니 허칠안이 좋은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걸 확인하자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기침 소리를 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젊은이, 제대로 왔군. 사찰에서 모시는 건 혼천신(渾天神)이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신이지. 손에 받쳐 들고 있는 보경(寶鏡)은 혼천신경(渾天神鏡)이라고 하는데 혼천신은 이 신경을 통해 온 세상의 일을 볼 수 있네. 이 늙은이가 양미간이 어두워진 젊은이를 보니 근래에 액운이 들까 두렵군. 젊은이가 이곳에 향을 피우러 올 수 있던 건 어둠 속 혼천신께서 젊은이를 비호해주신 덕분이지. 신께서 젊은이의 액운을 보았어.”
허칠안은 협조적으로 ‘놀라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저, 저는 하는 일마다 순조로웠는데요.”
노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만약 액운을 없애고 싶으면 이 늙은이가 자네에게 가르쳐줄 수 있어.”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그의 옷차림을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묘신은 재물을 좋아하니 은자 이백 냥을 바치고 7일간 공양하면 액운을 없앨 수 있네.”
‘이백 냥이라. 욕심이 대단하네…….’
허칠안은 혼천신과 혼천신경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였다. 그는 돌아가서 지서 파편의 천지회 구성원들에게 이에 대해 물을 계획이었다.
비록 허칠안은 기본적으로 이 늙은 무녀가 공공연히 사기를 치는 무당이라는 걸 확신했지만 말이다.
이때 담박한 옷차림의 한 중년이 걸어왔다. 그는 안에 속적삼을 입고 겉에는 낡은 솜옷을 입고 있었다. 찢어진 구멍 안으로 볏짚이 엿보였다.
솜옷 안에 쑤셔 넣은 게 볏짚이었다.
중년 남자는 온갖 시련을 다 겪은 얼굴을 했다. 그는 일 년 내내 계속되는 노동으로 다소 과묵하고 답답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말했다.
“우리 집 아내가 곧 죽겠소. 그, 그녀는 어째 아직 좋아지지 않은 것이오? 묘신을 7일 동안 모시면 아내의 병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녀는 오늘 이미 밥을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무당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당신이 아직 충분히 정성스럽지 않다는 걸 의미하네. 당신은 계속해서 3일 더 공양해야 해.”
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자, 온갖 시련을 다 겪은 얼굴에 씁쓸한 표정을 내비쳤다.
“나, 나는 이미 은자가 없소. 모든 저금한 돈을 전부 사찰에 공양하였소.”
무당이 언짢아했다.
“그건 당신 일이고, 은자가 없으면 밭을 팔아도 되고 사람에게 빌려도 되지. 무신은 공정하다. 당신 집이 곤궁하다는 이유로 당신의 편을 들지는 않을 거야. 다른 향객은 설마 집이 빈곤하지 않아서 공양했겠는가?”
무당이 논리적으로 얘기하자, 중년 남자는 대답할 말이 없어 입술을 가볍게 떨었다.
“하지만 내 아내가 음식을 못 먹는다고, 음식을 못 먹어…….”
소박한 관념을 지닌 백성들은 길을 걷지 못하고 밥을 먹지 못하면 바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당은 콧방귀를 뀌더니 은근히 협박조로 말했다.
“묘신이 우리를 비호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무례하게 굴면 벌할 것이다.”
중년 남자는 무언가 떠오른 듯 몹시 놀란 기색을 보이며 등을 굽혔다. 그는 이제 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묘재방은 멀지 않은 곳에서 전 과정을 들으며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 * *
다른 한편, 이영소는 기지를 발휘해 향객에게 정보를 캐냈다. 그의 목표는 젊은이였다.
“형씨는 나이가 젊은데 사찰에 뭘 빌러 왔소?”
이영소는 더할 나위 없이 준수하고 품위가 있어 남들이 얕보기 어려웠다. 젊은이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별, 별거 아니오.”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 향을 피우러 왔으니 말해도 괜찮소.”
그는 남몰래 원신의 힘으로 영향을 가해, 사람들이 복종하게 하면서도 친근하게 여길 만한 매력을 목소리에 섞었다. 젊은이는 저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아들을 빌러 왔소.”
이영소는 ‘아’하고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마찬가지로 7일이오?”
젊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자를 적잖이 썼겠소.”
이영소는 말을 할 때 그 중년 남자를 쳐다보았다.
“은자는 그래도 괜찮은데…….”
젊은이는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이때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 내당으로 통하는 천막을 젖히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었고, 머리카락도 다소 헝클어져 있었다. 여인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알아차리자 바로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남편 곁으로 걸어갔다.
이내 천막이 다시 젖혀지더니 온몸이 굵고 단단한 사내가 나왔다. 그는 아직 흥이 다하지 않은 얼굴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쳐다보았다.
“어머니, 제가 이미 묘신을 대신해 아이를 점지해 주었으니 돈을 거두시면 됩니다. 젊은 부인이 아주 만족했습니다.”
사내는 해죽이 웃으며 말했다.
노부인은 그 젊은 부부를 쳐다보더니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장(張) 부인, 장 씨, 만족하는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은 얼굴의 홍조가 가시더니 점점 안색이 창백해졌다. 젊은이는 눈에 치욕과 분노가 스쳤으나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돈주머니를 떼어내 건넸다.
사내는 손을 뻗어 받아 어림짐작하더니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그가 입을 벌렸다.
“아직 나흘 남았소. 제시간에 오는 거 잊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묘신이 화를 낼 것이오.”
이 젊은 부부의 눈에는 동시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왜 관아에 고발하지 않소?”
장 씨의 귓가에 탄식 소리가 울렸다.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자 풍채가 좋은 그 준수한 남자였다.
그는 다시 목소리에 물들어 마음속에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났다. 젊은이는 약간은 겁에 질린 어조로 말했다.
“관아에 고발한 사람이 죽었소. 묘신에게 무례한 자도 죽었고. 우리가 묘신을 잘 모시기만 하면, 묘신은 우리를 비호할 것이오…….”
이영소는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했다.
“그쪽은 묘신에게 무례하게 군 자가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곳에 와 향을 피우려 하오?”
이 젊은 부부는 현지인답게 묘신에게 거역할 수 없다는 걸 익히 알았기에 다른 선택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장 씨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저희가 오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 그가 제 아내를 마음에 두고 직접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저희더러 성황묘에 자식을 빌러 가라고, 그러지 않으면 묘신이 벌을 내릴 거라고 말이죠.”
이영소는 깨달았다. 이는 권세 있는 집안 자제가 남을 업신여기는 것과 같았다. 하나는 권세에 의지하고, 하나는 묘신에 의지한다는 데 그 차이가 있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말없이 침묵했다.
“어머니, 이건 어디서 온 멍청이에요?”
사내는 그 말을 평온하게 들으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들을 좀 하찮게 여겼다.
무당은 어두운 얼굴로 허칠안, 묘재방을 삿대질했다.
“이놈들은 함께 온 타지인이다.”
뒤이어 그녀는 허허 냉소를 지으며 젊은 부부를 쳐다보았다.
“장 씨, 장 부인. 묘신에게 무례하게 굴다니. 묘신이 전부 다 지켜보고 있다.”
그 젊은 부인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흐느끼며 말했다.
“묘신,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해주십시오.”
무당은 젊은 부부가 충분히 알아듣게 말한 뒤, 콧방귀를 뀌고 허칠안 일행을 쳐다보며 선전포고했다.
“너희가 묘신에게 무례하게 굴어 묘신을 노하게 했으니 이미 죽음의 문턱까지 갔구나. 묘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싶으면, 은자 300냥을 바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이 몸도 너희를 구할 수 없다.”
그녀의 아들이 호응하며 손뼉을 치자, 사찰 밖의 사내 셋이 바로 걸어 들어와 허칠안 일행을 포위했다.
주변의 향객들은 손가락질하며 귓속말로 수군댔다.
“이 타지인들 담이 정말 크네.”
“그러게. 어서 은자를 바치라고. 그러지 않으면 모두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거야.”
장 씨는 이 순간 이미 정신을 차렸기에 더는 이영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선 깜짝 놀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묘신, 용서해주십시오. 묘신, 용서해주십시오…….”
무당의 아들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호랑이 눈을 부릅뜬 채 허칠안 일행을 협박하였다.
“얼른 은자를 바치거라.”
옆에 있는 향객이 얼른 설득했다.
“젊은이, 얼른 묘신에게 잘못을 인정하세요.”
“구태여 죽음을 자초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게. 얼른 은자를 바치세요. 장 씨를 말려들게 하지 말고요.”
그 중년 사내도 입을 벌렸다. 그는 따라서 설득하고 싶은 듯했으나 곧 눈에 울분이 스치더니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은자? 염라대왕을 찾아가 달라고 하시지.”
묘재방은 욕을 하더니 두 걸음 성큼성큼 걸어가 주먹을 쥔 채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퍽!
그는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으로 무당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무당 아들은 머리가 수박처럼 터지면서, 살점과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바닥, 담벼락 그리고 뒤의 묘신 조각상에도 튀었다.
사찰 내에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향객들은 우왕좌왕 밖으로 도망쳤다.
성황묘를 지키던 사내 셋은 향객들을 따라 함께 마당 안으로 도망쳤다.
“아들아!”
무당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머리 없는 시체 앞에 쓰러져 애달픈 목소리로 통곡했다.
묘재방은 허칠안이 선물한 수납 법기에서 장도를 꺼내 한바탕 마구 부쉈다. 향안(香案)을 발로 차 뒤집고, 향로를 걷어차고 마지막으로 단칼에 묘신 조각상을 두 동강으로 베었다.
“너희…….”
무당은 독기를 품고 네 사람을 노려보며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묘신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죽을 것이야!”
“죽여라!”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 묘신에 관해 아직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잠시 뒤에 그는 이영소에게 영혼을 불러내게 해 직접 무당의 영혼을 심문할 테니까.
묘재방은 즉시 칼을 휘둘러 무당의 머리를 벤 다음, 발로 그녀의 머리를 차서 터뜨렸다.
‘아우가 있으니 다르군. 내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어…….’
허칠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제자리에 멍하니 있는 장가 부부와 중년 남자를 보더니 속으로 탄식하였다.
‘무, 무당이 죽었다…….’
젊은 부부는 넋을 잃은 채 우두커니 있었다. 그들은 가슴이 격렬하게 떨렸으며,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만족감인지 두려움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중년 남자도 멍해졌다.
마찬가지로 마당 안에는 눈이 휘둥그레진 향객들도 있었다.
허칠안은 이 자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발을 들어 사찰을 걸어 나와 마당 안에서 엿보는 향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본관은 경선에서 온 포두요. 이분들은 내 동료고. 누군가 경성에 와서 성의현에서 어떤 이가 사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백성에게 해를 끼친다고 고발하였소.
본관은 특별히 암암리에 며칠간 조사하였고 이미 진상을 밝혀냈소. 그 무당은 몇 가지 요술을 배워 암중에 사람을 해치고 묘신을 구실로 삼아 백성들을 위협한 것이오. 지금 그는 이미 처형당했으니 여러분은 이곳에 와 더는 재물을 바칠 필요가 없소.”
향객들은 이 젊은이가 관아 사람이라는 걸 듣자마자 마음이 훨씬 안정되었다.
하늘은 넓고 땅은 광활해도 조정이 가장 컸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조정이 나서면 그들은 더욱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묘신은 확실히 영험합니다.”
어느 향객이 말했다.
만약 그저 협박만이었다면, 그들이 달가운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게 하도록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광화가 연지 가게 사장은 무당이 살해한 것이오. 이 일은 본관이 이미 제대로 조사하였소.”
허칠안이 말했다.
향객들은 그제야 마음이 개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