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4
862화. 묘신의 진면모 (1)
허칠안은 돌아서서 사찰에 들어가더니 품에서 관은(官銀) 한 덩어리를 꺼내 중년 남자에게 건네고 말했다.
“병이 있으면 의원을 찾아가야 하오.”
그는 중년 사내의 주소를 확실하게 물은 뒤, 다시 고개를 돌려 이영소에게 분부하였다.
“잠시 뒤에 자네가 가서 상황을 좀 보게.”
그는 중년 남자의 아내가 완치될 가망 없는 병에 걸려 평범한 의원은 치료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 남자는 비틀거리다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감사합니다, 대인. 감사합니다, 대인.”
이때 묘재방이 무당 아들 옆에 있던 돈주머니를 들고 장 씨에게 내던지더니 말했다.
“이 일은 잊으시오. 이로 인해 당신 아내를 괄시하거나 얕잡아보면 안 되오.”
장 씨는 무당 모자의 시체를 보더니 사정없이 침을 뱉었다. 그는 말없이 세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더니 아내를 감싸 안고 떠났다.
묘재방은 고개를 돌려 시체를 향해 침을 뱉었다. 그는 이런 일 정도는 습관이 되었다는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본 대인은 여러 해 동안 강호를 거닐며 이런 악당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였소.”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네!”
허칠안이 말했다.
이는 각지에 관한 조정의 관할과 통치가 이미 매우 약해졌다는 의미였다. 혼란은 질서가 점점 흔들릴 때 빈번하게 발생하곤 했다.
당연히 새롭게 질서를 세우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을 터였다. 그때 가면, 왕조가 바뀔 수도 있었다. 혹 왕조가 유지되더라도 엄청난 상처를 입은 채 남은 목숨을 겨우 부지해 나가야 했다.
허칠안은 밖을 훑어보더니 향객이 이미 모두 나간 걸 확인하였다. 그가 즉시 사찰 문을 닫고 분부하였다.
“이영소, 영혼을 소환하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묘재방은 갑자기 가슴을 감싸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질식한 것처럼 갈색빛을 띠었다. 묘재방은 두 눈이 뒤집히더니 생명의 기운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연신경 전봉의 무사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에 직면했다니?!
묘재방은 어떠한 징조도 없이 억지로 생기를 박탈당하더니 기운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는 짧은 사이에 이미 죽음에 임박했다.
“어찌 된 일이지?”
식견이 넓은 이영소조차 눈앞의 이 광경에는 충격을 받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몸을 웅크린 채 살폈다.
허칠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주살술’ 세 글자였다.
그의 경험과 기억에 근거했을 때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았다. 그중에 무신교의 ‘몽무지술(夢巫之術)’과 ‘주살술’ 그리고 도문의 ‘구혼술(勾魂術)’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몽무와 구혼 모두 전제 조건이 있었으니, 바로 목표가 반드시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묘재방은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주살술밖에 없었다.
‘문제는 주살술은 몸의 혈육을 매개로 해야 하고, 또 매개로 할 물건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묘재방은 줄곧 우리와 함께 있었으니 딱히 뭘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오장육부가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원신 일부를 잃었어요.”
이영소는 안색이 약간 변해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수납 향낭에서 단약을 꺼내 묘재방에게 먹였다.
“원신 일부가 부족하다고?!”
허칠안은 확인하듯 캐물었다.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칠안의 말뜻을 이해하곤 나지막이 말했다.
“주살술이 아닙니다.”
주살술이라면 ‘원신 일부가 부족’한 것과 같은 상황이 나타날 리가 없었다. 만약 묘재방이 주살술에 걸렸다면, 원신과 육신이 같이 쇠약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사망에 이를 터였다.
이영소가 덧붙였다.
“그의 천혼(天魂)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억지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이상한 건 제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겁니다.”
‘4품 원영 앞에서 원신을 뽑아가면서 발각되지 않을 수 있다니, 주살술보다 더 괴상한데…….’
허칠안은 생각을 거두고 모남치를 곁으로 잡아당기면서 몸을 굽혀 묘재방의 상황을 관찰하였다.
그는 이미 쇠약해져 언제든지 황천길로 갈 듯했다.
“무슨 수법이 원신 일부를 강제로 뽑아내어 육신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허칠안은 아주 빠른 속도로 물었다.
“원신 일부를 억지로 박리 하는 수법은 아주 흔합니다. 저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제 눈을 속일 수 있다는 건 상대가 초범경이거나 특수한 방법을 지녔다는 건데……. 육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이론적으로 말했을 때 천혼이 부족하면 사람은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지혼이 부족하면 바보가 되고, 인혼(人魂)이 부족하면 바로 사망합니다.”
이영소 역시 빠른 속도로 대답하더니 뒤이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제기랄, 단약이 효과가 없습니다. 그는 기껏해야 일각이면 죽을 겁니다.”
‘천혼이 부족하면 식물인간이 되고, 지혼이 부족하면 바보가 되고, 인혼이 부족하면 바로 환생한다고…….’
허칠안이 속으로 헤아렸다.
“다시 말해서 묘재방의 육신 상태는 천혼 결핍과는 관계가 없겠군.”
이영소는 생각하더니 천종 성자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결론을 냈다.
“아마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해야 할 겁니다.”
허칠안은 머리가 아주 빠르게 돌았다.
“천혼을 매개로? 주살술과 비슷한 수법인가? 다만 전자는 몸의 혈육에 의지하고 후자는 천혼에 의지한다라. 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네.”
이영소는 어떤 생각이 잠긴 듯했다. 허칠안은 손바닥을 뻗어 묘재방의 머리 위를 가볍게 쳤다.
어떠한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순간 묘재방의 오장육부가 쇠약해지기를 멈추었다. 그가 복용한 단약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장기에 영양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성환두!
허칠안은 천고라는 훌륭한 능력을 이용해 묘재방을 ‘숨긴 채’ 천혼과 본체 간의 연결을 끊었다.
‘역시나 효과가 있군…….’
허칠안은 숨을 내쉬었다.
“됐다!”
이영소는 매우 기뻐했다. 이제 배후에 있는 자가 더는 천혼을 통해 묘재방을 음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몇 마디 말을 나누었을 뿐이지만 대부분의 술사가 속수무책으로 여기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두 사람의 학식이 해박하고 식견이 넓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허칠안이 충분히 풍부한 수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칠절고의 효력은 실로 너무 강했다. 이는 비록 3품 초범경까지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파괴력만 시전할 수 있는 무사 체계와 비교했을 때는 종종 더 유용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이어졌다. 이영소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우리를 상대하는 겁니까?”
허칠안이 반문하였다.
“자네 이미 짐작한 거 아닌가? 현재 우리와 분명히 충돌하는 자가 눈앞에 다가왔네.”
두 사람은 함께 무너진 묘신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허칠안이 말했다.
“방금 묘재방이 그것의 조각상을 베어 쓰러트렸지.”
이영소가 씁 소리를 냈다.
“그럴 리가요. 작은 현성에 있는 조그마한 사당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게 있을 수 있습니까? 말하자면 이 묘신은 도대체 뭡니까? 저는 지금까지도 영혼의 파동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허칠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저 우리 중에 운이 나쁜 사람이 생겼다는 점만 아네.”
작은 현성에서 이렇게 까다로운 물건을 맞닥뜨릴 수 있다니. 마치 아이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교룡을 낚은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피부가 너무 까맣다는 점 외에는 정말로 더 합리적인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허칠안은 ‘서 선배’의 컨셉이 없어지니 말을 할 때 훨씬 더 편했다.
“먼저 나가서 영혼에게 묻고 이 묘신이 어떤 물건인지 좀 보자고.”
그들이 노출되었고, 적은 어둠 속에 있으니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은 그 정체를 파악해야만 했다.
그들은 아직 묘신의 내막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영소는 즉시 묘재방을 업고 사찰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돌아서던 순간 갑자기 굳었다. 다음 순간 그는 완벽하게 묘재방의 전철을 밟았다.
쿵!
두 사람은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다른 한편 모남치와 흰 여우도 동시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영소와 흰 여우는 생명의 기운이 빠르게 잠식되었다. 모남치만이 무탈하였으나 깨어나지는 못했다.
허칠안은 그녀가 넘어지기 전에 얼른 품에 안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조각상이 무너진 곳을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받치고 있던 반쪽 석경이 어느새 둥둥 떠올랐다. ‘철컥’하는 소리 사이로 표면의 돌 껍질이 갈라졌다.
이건 반쪽짜리 청동경이었다. 가장자리는 덩굴 형태의 꽃무늬가 감싸고 있었다. 매끄러운 거울 면에는 감정을 담지 않고 차갑게 사찰 내의 모든 이를 주시하는 속눈썹 없는 눈이 비쳤다.
그건 중간에서 갈라져 있었다. 잘린 부분은 평평한 게 마치 날카로운 칼에 베인 듯했다.
허칠안의 무사 직감이 바로 경고하면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방출했다.
동시에 허칠안은 마침내 소위 묘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는 바로 불완전한 법보였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자아를 지닌 다른 종류의 생명체로 볼 수 있었다.
‘법보가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절을 받고, 향불을 흡수해 왔다니…….’
허칠안은 내막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거울 속의 그 눈은 허칠안을 차갑게 내려다보다가 문득 그윽한 녹색 빛을 뿜어냈다.
이 그윽한 빛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이 바로 영혼에 작용했다.
순간, 허칠안은 거대한 힘이 원신을 잡아당기며 영혼을 체내에서 찢어내려 한다고 생각했다.
“흥!”
그의 원신은 가장 먼저 봉마정을 뽑아낸 품질 좋고 값비싼 3품 원신이었다. 초품경 강자의 원신은 설령 무사라고 해도 법보가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칠안은 원신을 견고하게 하여 끌어당김에 대항했다. 동시에 그는 지서 파편에서 부도보탑을 꺼냈다.
허칠안은 완전한 법보로 불완전한 법보에 대항하고자 했다.
부도보탑이 나타나자마자 위엄 있는 무수한 기운이 강림하여 모든 공간을 가득 채웠다.
부도보탑 제2층, 제압!
이는 최강자를 전문적으로 제압하는 데 쓰였다. 예컨대 본래 2품 우사인 납란천록처럼.
구리거울은 천천히 부도보탑으로 주의를 돌렸다.
“가라!”
허칠안은 구리거울을 멀리 가리켰다. 부도보탑은 이 불완전한 법보를 제압하러 갔다.
구리거울은 몸을 뒤집어 거울 면으로 상공에 있는 부도보탑을 조준하였다. 그 속눈썹 없는 눈이 눈부신 그윽한 빛을 발사했다.
슉슉!
그윽한 녹색 빛이 부도보탑에 부딪혀 현란하게 폭발하였다. 마치 용접공이 만들어낸 불꽃 같았다.
부도보탑은 조금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그윽한 녹색 빛이 차차 사그라들더니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부도보탑이 착지하였다. 구리거울을 제압했다.
허칠안은 부도보탑을 살필 틈도 없이 황급히 백희와 이영소에게 다가가 ‘이성환두’의 능력으로 그들을 숨겼다. 그럼으로써 그는 육신이 쇠약해져 그들이 죽음에 이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그는 이 모든 걸 한 뒤 안심하고 부도보탑에 진입하여 곧장 3층으로 올랐다.
탑령 노승은 부들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손으로 구리거울 반쪽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허칠안을 향해 미소 지었다.
“대사!”
허칠안은 양손을 합장하여 예를 갖추더니 바로 말했다.
“대사께서는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탑령 노승은 반문하였다.
“자네 어디서 난 건가?”
허칠안은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한 차례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