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5
863화. 묘신의 진면모 (2)
탑령 노승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것이 일찌감치 민간에 떨어졌군. 허 시주님은 역시 대기운이 있는 사람답네. 뜻밖에도 이 물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니.”
‘그래서이게 도대체 뭔데?’
그가 막 물으려 던 찰나였다. 탑령 노승이 거울을 털자 네 개의 영혼이 나왔다. 사람 셋과 여우 한 마리였다.
묘재방, 모남치 그리고 흰 여우가 비몽사몽 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었다.
유일하게 이영소만이 쌩쌩했다. 그는 원신 영역에서 도문의 특수함을 충분히 드러 내는 동시에, 의아해하는 기색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어째서 탑으로 들어온 거죠?”
“자네 이 거울에 천혼이 묶였네.”
허칠안이 구리거울을 가리켰다.
“이거울이요? 방금 절에서 저희를 습격한게 이 거울입니까?”
이영소는 혀를 쯧쯧 차며 기묘함을 칭찬했다.
“이게 뭡니까? 법기?”
“법보네. 허나 불완전한 듯해.”
허 칠안은 말하면서 노승을 쳐 다보았다.
탑령 노승은 다소 감개무량한 기색을 보였다.
“이는 혼천신경(運天神鏡)이라고 불리는 법보네. 만요국주인 구미천호의 화장 거울이지. 구주를 밝게 비추어 그 요족 국주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도 세상사를 알 수 있게 하지.
거울이 비춘 사람은 원신이 거울에 빨려 들어가 육신의 자유를 빼앗기네. 생사, 행동 모두 조종을 당하지. 듣건대
구미천호만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더군. 갑자탕요가 일어났을 때 광현 보살에 의해 두 동강이 난 뒤에 행방을 감추었지. 한데, 오늘이곳에 나타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네. 어쩌면 허 시주와 요족 사이에 인과가 있는 까닭일지도.”
‘육신이 자유롭지 않다라. 바로 이 물건이 그 이귀 아내의 시체를 조종했다고?’
허칠안은 즉시 의문을 제기했다.
“그건 아마 한 달 전에 나타났을 겁니다. 왜 묘신이라는 이름으로 백성들이 향불을 바치게 핍박했을까요?”
탑령 노승이 설명하였다.
“법보는 향불의 원력(慰方)을 흡수할 수 있네. 이는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빈승은 삼화사에서 수백 년을 수행하였고, 마찬가지로 매일 향불의 영향을 받아 아주 안락했네. 다만 빈승은 상태가 온전하여 향불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었네. 하지만 그건 불완전했으니 보양하는 향불이 필요했겠지.”
‘향불이 법보를 온양할 수 있다. 그래서 진국검이 줄곧 상백의 영진산하 사당에 모셔져 있었고, 유성 조각칼과 아성유관도 아성전에 모셔져 있던 거군?’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별 쓸모없는 잡지 식이 늘어 난 듯한 기분이었다.
“이 망할 법보가 과거 500년 동안 줄곧 야신(野神)을 사칭한 겁니까?”
허칠안은 의문을 품었다.
탑령 노승은 마치 그것과 소통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구리거울을 보았다. 그는 몇 초 뒤,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것이 말하길 예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더군. 깨어난 뒤에는 한 노부인이 주웠고. 그런 뒤 노부인에게 향불을 달라고 했는데……응? 도둑 중놈?”
노승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실소했다.
“불완전한 까닭에 정신이 혼란스럽군.”
‘정신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불완전한 법보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선배님께서 잠시 이 물건을 관리해주십시오.”
그는 말을 마친 뒤 세 사람과 여우 한 마리의 영혼을 데리고 부도보탑을 떠났다.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간 뒤, 그들은 연달아 깨어 났다. 허칠안은 간단하게 일의 경과를 알렸다. 묘재방은 자초지종을 듣더니 아연실색했다. 그는 산정요괴 (山精妖怪), 사도를 수행하는 무뢰한 등등 다 가설을 세워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원인은 거울이었다.
“이영소, 영혼을 소환하게!”
허칠안이 분부했다.
이영소는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이내 사찰 안에 음산한 바람이 크게 일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보조 재료로 진을 칠 필요가 없었다.
두 영혼이 응집되면서 각각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인과 신체가 건장한 사내가 되었다. 둘 다 눈이 멍했으며 말씨가 어눌했다.
무당 모자였다.
허칠안이 물었다.
“당신은 거울을 어떻게 손에 넣었지?”
무당은 멍한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안 옛 저택의 마른 우물.”
새로 죽은 망령은 생각이 없기에 묻는 대로 대답했다. 반 글자도 더 말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띄엄띄엄 한바탕 질문하고 나서야 사건의 개요를 알았다.
대략 한 달 전, 작황이 좋지 않아 재해 상황이 빈 번하게 발생하자 무당 아들은 모친을 부양하길 원치 않아 그녀를 마른 우물에 밀어 넣었다.
무당은 우물에서 구리거울을 주웠다.
그녀는 이때부터 구리거울의 압박으로 이 성황묘를 수리하였다. 당시의 무당 역시 이로써 부유한 생활을 누리기 시작하자 더는 배를 굶주릴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묘신이 정신병자라고 생각했다. 묘신은 어떤 때는 향불을 바치라고 하고, 어떤 때는 중놈을 죽이 러 가라고 하고, 또 어떤 때는 국주는 영구하다고 외쳤다.
다행히도 그녀를 부리는 묘신은 아주 말을 잘 들었다. 대체로 그녀의 제안대로 일을 처리하며 죽이라는 자를 죽였다.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이귀의 아내는 무당이 살해했다는 정보였다. 무당과 이귀의 아내는 안면이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이귀의 아내가 성황묘의 ‘나무귀신’을 땔감으로 태웠다는 걸 안 뒤에 한 가지 계책을 세웠다.
그리하여 그 소동이 벌어졌다.
그녀는 이귀에게서 처음 금을
획득했으며 이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그런 뒤 혼천신경의 힘을 빌려 현 내의 백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지난한 달동안, 그녀의 아들 역시 묘신의 위풍을 받아 아이를 점지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다운 미모의 양갓집 여인을 여러 명 협박하여 간음하였다.
“백번 죽어 마땅하군!”
묘재방은 콧방귀를 뀌었다.
“진작 알았다면 이 짐승 같은 모자가 그렇게 깔끔하게 죽도록 놔두지 않았을텐데.”
“묘재방, 나중에 자네 사람을 찾아가 좀 알아보게. 마당을 지키는 그 몇몇 사내도 전부 죽이자고.”
허칠안은 일사불란하게 안배했다.
그는 수양하는 솜씨가 전보다 훨씬 깊어졌기에 마음속에 기쁨과 분노를 감출 수 있었다.
악인을 등에 업고 못된 짓을 일삼는 그 사내들은 이미 그의 사형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예전처럼 초조해하지 않았다. 서두르지도 끌지도 않지만,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에게서는 점점 더 위연의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지금 딱 하나 모호한 문제는 구리거울이 왜 중원을 유랑하는지 다. 물론 조급하게 답을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제대로 할 필요 없는 것처럼 말이야…… 처리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왜 구리거울이 떠도는지도 알게 되겠지.’
허칠안은 소매를 휘둘러 무당 모자의 영혼을 깨끗이 사라지게 했다.
그는 혼천신경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리했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이 불완전한 법보를 곁에 남기고 부리면서
‘공을세움으로써 속죄’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법보가 하나 더 늘면 수단이 하나 더 느는 법이었다.
수단이 많을수록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커졌다.
하지만 허칠안은 이 법보가 그해 구미천호의 ‘화장 거울’이라면 이익을 더 극대화시 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고귀한 공주 전하가 모친의 유물에 관심을 가질까?
‘내가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르지……?
허칠안은 백희를 쳐다보면서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귀염둥이, 너 너희 공주한테 연락할 수 있니?”
“ 잉?”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한 채 검은 단추 같은 눈으로 허칠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몇 초 뒤, 그녀는 즐거워하며 말했다.
“제 아명이 귀염둥이인 줄 어찌 알았어요? 언니들이 저를 다 그렇게 불렀거든요.”
‘이게 핵심이 아니잖아!’
허칠안은 속으로 따끔하게 꾸짖더니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어?”
흰 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고개를 가로젓더니 또렷한 눈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마마의 행적은 비밀이에요. 허락 없이는 제가 자발적으로 그녀에게 연락해서는 안 돼요.”
‘마마? 공주? 그들이 말하는 게 누구야……?
이영소는 옆에서 듣던 중 어리둥절했다.
그는 혼천신경이 만요국주의 유물이라는 건 알지만, 백희가구미천호의 족인이라는 건 몰랐다. 허칠안의 계획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허칠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이영소와 묘재방을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바보처럼 멍하니 뭐 하는가? 자네들에게 안배한 임무는 흘려듣는 건가? 얼른 가서 일하라고. 나는 폐물은 키우지 않네.”
묘재방은 칼을 들고 엉덩이를 흔들며 갔다.
무당 모자는 백 번 죽어 마땅했다. 그리고 그 부하들 역시 악인을 등에 업고 못된 짓을 일삼으며 백성들을 괴롭혔다.
만약 그들이 과거에 했던 나쁜 일들을 도주함으로써 말끔히 청산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너무 아름답기만 한 생각이었다.
이때 이영소의 임무는 그 중년 남자의 아내가 치료할 수 없어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문병을 가는 일이었다.
‘서겸, 아니, 허칠안이자식,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로는 저런 식이네…… 가끔 나는 그 서 선배님이 그립다. 적어도 그는 허칠안처럼 욕을 달고 다니지는 않았어. 교양이 하나도 없다.
‘서겸, 아니, 허칠안이자식,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로는 저런 식이네…… 가끔 나는 그 서 선배님이 그립다. 적어도 그는 허칠안처럼 욕을 달고 다니지는 않았어. 교양이 하나도 없다.
정말이지 저속한 무사야. 서겸은 비교적
선배의 도량이 있고…… ’
이영소는 허칠안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겸을 그리워했다.
허칠안은 사찰 문을 닫고 흰 여우를 모남치 품에서 안아 높이 들었다. 그는 온화한햇빛 같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구미천호에게 연락하는 걸 도와주렴. 내가 네게 맛있는 걸 사줄게. 맛있는 거 아주 많이.”
백희는 무임승차의 유혹에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부드럽고 앳된 목소리로 진지한 말을 내뱉었다.
“안돼요. 규칙은 규칙이에요.”
‘허영음이라면, 지금쯤 온 가족을 팔았을 텐데. 역시나 인류의 새끼와 여우의 새끼는 함께 논할수 없지……:
허칠안은 또 말했다.
“너 혼천신경 아니?”
흰 여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몰라요.”
흰 여우는 요족에서는 신세대에 속했으므로, 500년 전의 일은 그녀한테 너무 요원했다. 그녀는 그저 입으로 전해진 대략의 경과만 알았을 뿐이었다. 몇백 년
전에 사라진 어떤 법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허칠안은 혼천신경의 일을 얘기했다.
“그래서 네가 반드시 그녀에게 연락해야 해. 이게 가장 중요해.”
허칠안은 어른 티를 내며 이는 진지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아이는 이런 태도를 보면 대부분은 주저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 생각대로 처리할 습관과의식이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수는 허영음한테는 분명히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진지하게
당신이 하는 말을 다 듣고서는 상대하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백희는 연약하고, 잘 울며, 기질이 약했다. 또한 그녀는 성격이 고귀하여 애늙은이가 셈을 차리는 것처럼 굴곤 했다.
“알, 알겠어요……
흰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한 채 한참을 생각하더니 부드럽게 대답했다.
허 은라가 그렇게 이 일을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그해 국주의 유물이라면, 백희가 보기에는 확실히 큰일인 듯했다.
마마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문제라면. 자신이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