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7
865화. 정보전의 제일(第一) 법보
구미천호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반문하였다. 성숙하고 부드러운 여인의 목소리에 약간의 차가움이 묻어났다.
“불문이 왜 중원 영토를 노리는 걸까? 자네가 만약 이 일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레 불문이 왜 만요국을 멸했는지 깨달을 수 있을걸세.”
‘내가 알면 네게 묻겠니?’
허칠안이 말했다.
“마마께서 명시해주시지요.”
구미천호는 입을 삐죽이더니 애교스럽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 정보의 가치는 설사 자네를 팔아도 부족하네. 꿈 깨게, 못난 남정네여.”
그녀는 마치 애교부리는 듯 어투가 부드러웠다.
‘과부가 밤에 소란을 피우는 거냐!’
허칠안은 답을 얻지 못하자 화를 내며 속으로 비아냥거리더니 돌아서서 물었다.
“마마께서는 중원 형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알기로는 허평봉이 이미 불문과 손을 잡고 중원을 잠식했다는데요.”
만요국과 불문은 철천지원수였다. 그러니 불문과 손을 잡은 허평봉 역시 당연히 만요국의 적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도울 것이야.”
구미천호는 조금도 꺼리지 않고 태도를 표명했다.
“묻고자 하는 게 또 뭔가?”
‘너희 호족은 몇 살에 성인이 되니…….’
허칠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백희는 받침대로 도로 날아갔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꼬리가 차례대로 줄어들더니 눈의 청광이 수그러들었다.
짧은 다리 네 개가 받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구미천호는 떠났다.
“마마께서 가셨어요?”
흰 여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가장자리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고도를 눈으로 헤아린 뒤 신중하게 뛰어내렸다.
흰 여우는 넘어졌다.
백희는 재빠르게 바닥을 굴렀다. 그녀가 짧은 다리를 내디뎌 모남치의 발 옆으로 뛰어갔다. 흰 여우는 고개를 젖힌 채 그녀를 절박하게 바라보았다.
모남치는 몸을 굽혀 흰 여우를 품에 안았다. 백희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께서 가셨어요? 거래는 성사됐나요?”
“그녀는 이 거래에 아주 만족했다. 그리고 네 재치를 엄청 칭찬했어.”
허칠안이 말했다.
백희는 마치 유치원에서 칭찬 스티커를 받은 꼬마 친구처럼 갑자기 득의양양해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고 교만했지만, 또 억지로 잘난 척을 참았다.
허칠안은 차근차근 잘 타일렀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내 말을 들어야 해. 알겠니? 나한테 무슨 나쁜 마음이 있을 수 있겠어? 전부 너희 호족을 위해 생각하는 거라고.”
백희는 “응” 하고 소리 내었다.
그녀는 허칠안과의 관계가 친밀해진 듯했다.
“마마께서는 또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흰 여우는 새까맣고 또렷한 눈으로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마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대답을 듣고자 했다.
모남치는 입을 삐죽이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너희 마마께서 너를 그에게 민며느리로 하사하려 했단다.”
“민며느리가 뭐예요?”
백희는 알아듣지 못했다.
“네가 아직 어릴 때 그가 너를 키우도록 책임지는 거야. 네가 앞으로 다 크면 그를 위해 일을 하고, 잠자리 시중도 들어야 해. 음, 그를 모시고 잠자리 한 뒤에 그에게 여우 새끼를 낳아주는 거야.”
모남치는 ‘민며느리’의 뜻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백희는 이렇게 통속적이고 알기 쉬운 설명을 듣자 이해했다. 그녀는 그다지 기쁘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허칠안을 위아래로 훑었다.
‘망할, 미움 받겠군…….’
허칠안은 여우 새끼의 표정을 못 본 척했다.
새끼는 역시나 본 은라의 매력을 깨달을 수 없었다.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이영소가 앞장서서 돌아왔다. 그는 비검을 밟은 채 마당에 착륙했다.
“상황이 어떠한가?”
허칠안이 물었다.
“확실히 중태라 완치될 가망이 없더군요. 본래는 그저 감기였습니다. 좀 일찍 약을 먹었다면 병세가 빨리 호전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 노인이 묘신에게 절하는 걸 택한 겁니다…….”
이영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아내는 며칠 동안 부수(*符水: 부적 물)를 마셨습니다. 병세가 점점 더 심각해져 기껏해야 이틀 정도 살 수 있습니다. 다행히 몸이 쇠약하나 오장육부는 다치지 않아 제가 그녀에게 추위를 쫓는 환 한 알과 기력을 보강하는 환을 주었습니다. 병세를 억제한 셈이지요. 이후에 잘 몸조리해서 보신하면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허칠안이 전에 관은 한 덩어리를 주었으니, 그 부부가 계속 생활을 영위하기에 어려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영소는 말을 이어갔다.
“방금 현성을 한 바퀴 돌아 한 가지 일을 알아보았습니다. 성의현의 현 태야(太爷)가 죽을 베푼다는 명목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속이고 죽였습니다. 그들의 머리로 유랑민을 사칭하여 조정에 공을 바랐고, 유랑민이 거리낌 없이 잔학한 짓을 저지른다는 이유로 이재민을 구휼할 돈과 식량을 구걸하였답니다. 그리하여 성의현에는 거지를 거의 볼 수 없고, 성 밖 마을에서 살아갈 수 없는 백성들도 감히 성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유랑민은 호적이 없는 백성으로 죄를 저질렀거나 세금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사방을 유랑하는 자들이었다.
이 자들은 파종할 경작지가 없기에 통상적으로 편법을 써서 나쁜 짓하기를 택했다. 예컨대 도적질이나, 인신매매 등이었다.
막노동을 택하는 이들도 있었다.
태평성대에 유랑민은 적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대기근이 닥치면 백성들은 살아갈 수가 없어 유랑민이 되곤 했다. 지금 대봉의 유랑민은 아주 심각하게 기승을 부리는 중이었다. 부유한 지역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빈곤 지대에서는 유랑민이 아주 무시무시하게 소동을 벌였다.
이 역시 영흥제가 부득이하게 기부를 추진한 이유였다. 지금은 정말로 형세가 너무 엉망진창이었다.
어렵사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결과적으로 백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한재’를 맞닥뜨렸다. 게다가 선황이 남긴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까지…….
허칠안은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알겠네.”
그는 성자를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 나를 완곡하게 비웃는 게지. 한 사람을 구하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지. 사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네.”
이영소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고 헤헤거리며 말했다.
“일깨워드리는 겁니다, 일깨워드리는…….”
성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탄식하였다.
“대봉 형세가 이미 아주 엉망이고, 게다가 나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만약 제때 개선되지 않고 재난 상황을 계속해서 방임한다면 각지의 봉기는 조만간의 일입니다.”
‘역사에서는 이런 현상을 농민 봉기라고 하지…….’
허칠안은 더 깊이 생각했다. 만약 재난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허평봉이 백성들에게 호소한다면 아마 많은 강호 세력이 호응할 것이다.
다들 부패한 조정을 전복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여길 것이다. 마치 그해 대주 말기에 군웅이 함께 일어섰듯이 말이다.
이때 묘재방이 마당 밖에서 걸어왔다. 그는 손에 대오리 광주리를 들고 있었다. 후각이 예민한 세 사람과 여우 한 마리는 이미 코를 자극하는 피비린내를 맡았다.
쾅!
묘재방이 정원을 지나쳐 광주리를 모두의 앞에 두었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웃으며 말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임무를 순조롭게 완수했습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내밀어 보니 광주리 안에 든 것은 전부 사람 머리였다. 하나 같이 두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있었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일곱?”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시 마당에 있는 졸개는 네 명뿐이었다.
묘재방은 ‘아’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제가 현 태야(太爷)와 현승(縣丞) 그리고 현위(縣尉)도 죽였습니다.”
사찰 안이 조용해졌다. 이영소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말했다.
“현 태야(太爷)와 현승을 죽여서 뭐 하는가?”
“이건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묘재방은 ‘나는 경력직 강호인’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고 숨을 내쉬었다.
“관아는 이 모자가 거리낌 없이 백성을 괴롭히고 양갓집 규수를 간음했는데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배후에 분명히 뒷배가 있다는 걸 의미하지요. 이 앞잡이 몇몇을 심문했고 역시나 그들은 현령, 현승과 의기투합했더군요. 제가 다시 알아보니 참 나, 현위 역시 흑심을 품고 나쁜 짓을 일삼았더군요. 그래서 현 관아에 난입하여 그들을 철저하게 소탕했습니다.”
‘효율이 아주 좋은데…….’
이영소와 허칠안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후자는 미간을 주무르더니 말했다.
“됐네. 사람 머리는 여기에 두고 더는 신경 쓸 필요 없네. 현 관아의 벼슬아치에게 경고를 준 셈 치자고.”
그는 말을 마친 뒤 지서 파편을 꺼내 회경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일: 본 공주, 알겠네.]허칠안은 그제야 안심했다. 묘재방이 현 관아의 고위층을 일망타진했으니 반드시 인심이 흉흉해질 터였다. 그는 조속히 이 일을 회경에게 보고하여 그녀가 조정에 통지하게 했다.
제때 새로운 현령이 오면 조정은 혼란한 대세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일행은 성의현으로 돌아와 객잔에 묵었다. 허칠안은 방 안에서 부도보탑을 소환해 탑령에게 혼천신경의 봉인을 제거해달라고 했다.
“이 물건은 구주를 철저하게 비출 수 있지. 기능이 좋아. 그야말로 정보전의 제일(第一)법보야.”
허칠안은 손에 있는 혼천신경을 반복해서 훑으며 칭찬하였다.
모남치는 물항아리 옆에 엎드려 물항아리 속의 물보라를 휘저으며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구색 연뿌리가 곧 여물 거야.”
허칠안은 반쪽짜리 ‘혼천신경’을 손에 쥔 채 물항아리 옆으로 걸어가 눈여겨보았다. 얕은 진흙 속, 구색 연뿌리가 성인 팔뚝만 한 길이로 성장하였다.
“이거 이미 여문 거 아니에요?”
허칠안이 말했다.
“아직 아니야. 열흘 더 지나면 충분하지.”
모남치가 믿을 만하게 말했다.
그녀는 다소 거만하게 아래턱을 치켜들더니 말했다.
“이런 최상품 영보(靈寶)는 세상에 하나뿐이야. 둘은 없어. 만약 내가 키우지 않는다면, 흥흥!”
그녀는 마치 그의 칭찬과 아첨을 기다리는 듯 맑은 눈동자로 허칠안을 주시했다.
“정말 훌륭해요!”
허칠안은 아래턱을 쥐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탁!
모남치는 그의 손을 치더니, 부끄러우면서도 분해 호되게 꾸짖었다.
“집적거리지 마.”
그녀의 오만한 성격으로는 이런 희롱을 용인할 수 없었다.
‘열흘 후면 여문다고. 무림맹에 갈 때가 됐군…….’
허칠안은 침상 옆으로 걸어가 동남쪽 방향을 멀리 바라보았다.
검주는 강주의 동남쪽이었다.
애당초 무림맹 선조가 독거 수행하는 동안 힘을 나눠 그가 허평봉을 상대하도록 도운 일은, 아주 큰 위험을 무릅쓴 행동이었다.
허칠안은 그가 2품 경지에 충격을 가하다가 곤경에 처해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졌다는 점만 알았다.
이런 배경에서 그가 2품 강자를 상대하러 나서면 늙은 필부가 열심히 유지하는 균형을 깨트릴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그런 균형은 이미 깨졌을 가능성이 있어. 그는 지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무림맹이 경성에 서신을 전해 나한테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너무 심각한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무림맹처럼 큰 세력과 맹주 같은 3품 전봉 무사는 반드시 진영에 끌어들여야 해.
참, 검주에 만화루가 있지. 전부 자색이 출중한 미인들이니 성자의 색마 본성으로는 분명히 정인이 있을 거야. 하하, 그때 가면 볼거리가 생기겠군. 나는 선동할 수도 있다. 이영소가 싫증을 잘 낸다고 말하면, 무림맹 각 패거리와 만화루의 관계로…….”
허칠안은 갑자기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
그는 거울을 든 채 책상 옆으로 걸어가 원신을 ‘촉수’로 만들어 혼천신경 안으로 뻗었다.
다시금 속눈썹 없는 외눈박이가 거울면에 부각되더니 허칠안을 차갑게 주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