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68
866화. 구주를 철저히 비추다
“뭐라고 칭하지?”
허칠안은 우호적인 의념을 전달했다.
“만요국주 만세!”
혼천신경의 기령 역시 의념을 전달했다.
“우리 인사하자고. 나는 호방하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대봉 은라 허칠안이오.”
허칠안은 소통을 시도했다.
“불문, 빌어먹을. 중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자!”
혼천신경의 기령이 답했다.
‘……이거 완전히 소통할 수가 없잖아!’
허칠안은 까다롭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내가 네 아비다.”
청동 거울이 갑자기 흔들렸다. 속눈썹 없는 그 눈은 다소 그윽해지더니 더 민첩해지고 생기가 생겼다. 청동 거울은 마치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는 듯했다.
동시에 그것은 위엄이 충만한 의념을 허칠안의 머릿속에 전했다.
“비천한 인간 놈, 네가 본 신을 모독하는 것이냐?”
‘정신을 차렸나?’
허칠안은 놀라우면서도 기뻐 의념으로 대답했다.
“나는 만요국의 맹우요.”
“아주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구나!”
혼천신경 기령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만요국은 이미 멸망한 지 오래다.”
“예전에 국주께서 딸을 하나 남기셨는데 그녀가 지금 만요국 잔당 세력의 우두머리요…….”
허칠안은 인내심을 갖고 자신과 만요국의 인과와 인연을 이야기했다.
“비천한 인간 놈, 나를 속일 생각하지 마라. 네 이 불문의 앞잡이, 제 명이 죽어서는 안 되지.”
기령에게는 이 수법이 먹히지 않았다.
구미천호가 강림할 때, 기령은 탑령에 의해 봉인되어 옛 주인의 딸이 나타난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고. 부도보탑이 개자식이지…….’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어찌 됐든 그쪽이 내 수중에 떨어졌으니 우리 협력해도 무방하오. 그쪽이 나를 위해 쓰이면 내가 그쪽을 온양하겠소.”
아주 기개가 있어 보이는 혼천신경 기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 신은 불문과 공존할 수 없다. 본 신이 설령 사라져 여기서 방치되고 유기되고 봉인된다고 해도 네 향불은 한 입도 먹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강경하네. 너를 사내대장부로서 존경할게…….’
허칠안은 정신병 기령과 타협하는 걸 택했다.
다시 백희더러 만요국 공주를 소환하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행동은 대빵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로 보일 수 있었다.
“됐소. 나도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소. 한 달 뒤, 나는 그쪽을 만요국 공주에게 넘길 것이니 그동안 우선은 용기 안에서 온양하시오.”
허칠안이 말했다.
“용기는 무슨 개소리야. 본 신은 네 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령은 당당하게 말했다.
‘너를 상대하기 귀찮다…….’
허칠안은 지서 파편을 꺼내 혼천신경을 향해 내던졌다.
혼천신경이 지서 파편에 닿았을 때였다. 옥석경의 거울 면에 잔잔한 물결이 넘실대더니 혼천신경을 삼켰다.
허칠안은 원신으로 혼천신경을 ‘운반’하여 살아 숨 쉬는 듯한 금룡 안에 투입했다.
“본 신은 네 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불문 앞잡이여!”
혼천신경은 분노로 욕을 하며 용기에 투입되었다. 다음 순간 비명 소리가 뚝 그쳤다.
따뜻하고 드높은 힘이 그걸 감싸더니, 의식을 촉촉하게 하여 마치 만요국주의 품에 드러누운 듯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오.”
혼천신경은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죽인다, 개운해 죽겠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개운하지?”
이런 영양 공급은 향불의 수 배에 달했다. 심지어는 불완전한 의식으로 인한 혼란과 고통을 치유했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도 불완전한 의식을 고쳐 그해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겠지…….’
혼천신경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혼천신경은 즉시 격동하기 시작했다.
태평도는 법보가 들어와 자신과 용기를 다투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억울’한 의념을 전달하였다. 태평도는 주인이 그걸 내쫓을 수 있길 바랐다.
‘안심해. 너는 내 친아들이고 쟤는 주워온 거야…….’
허칠안은 이렇게 위로했다.
“용기를 아주 좋아하는 듯 보이는데 그럼 이제는 협력할 수 있게 된 건가?”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혼천신경은 죽은 척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굴복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용기 안에서 목욕하고 싶었다.
허칠안은 ‘허’ 하고 소리 내더니 원신으로 그걸 꺼냈다.
“얼른 돌아가게 해줘, 얼른 돌아가게 해줘.”
혼천신경은 순간 급해졌다.
허칠안은 무표정으로 거울 면에 드러난 눈과 눈을 마주쳤다.
“알, 알겠어…….”
혼천신경은 십여 초 동안 굳어 있다가 마침내 굴복하였다.
“내가 너를 위해 사용되어도 돼.”
‘허세 법칙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해. 노벨이 왕 모 씨에게 상 하나 빚졌어…….’
허칠안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해봅시다.”
그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지금 나는 그쪽의 능력을 좀 보고 싶소만.”
그는 구주를 철저하게 비추었다!
혼천신경이 말했다.
“내 능력은 네가 이미 봤잖아. 소리 소문 없이 목표 원신을 흡수하고 원신을 통해 육신을 조종하여 목표물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지. 위대한 국주가 그해 나한테 의지하여 많은 요괴를 정벌하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저 천혼을 흡수하여 육신을 천천히 사망하게 할 수밖에 없어.
음, 만약 목표물이 보통 백성이거나 수련 경지가 아주 부족하면 나도 상대를 조종할 수 있다. 반드시 얼굴을 마주해야 천혼을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네가 만 리 밖에 있어도 조종을 강행할 수 있지.”
‘만 리 밖에서 조종한다라. 이건 그야말로 만 리 밖에서 남의 정조를 뺏는 것처럼 변태스러운데…….’
허칠안은 의아함을 감추기 어려웠고 약간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혼천신경이 덧붙여 말했다.
“거리가 멀수록 장악력이 약해지지. 만 리 밖에서는 통상적으로 영지(靈智)가 없는 백성만 통제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불완전하여 이 능력을 시전할 수 없지만. 단점은 내가 통제하는 꼭두각시의 상태를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수련 경지가 높거나 원신 영역에 정통한 고수는 한눈에 알아보겠지.”
거리가 너무 멀면,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
“내 두 번째 능력은 거리에 상관없이 구주를 철저하게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특수한 곳은 엿볼 수 없다. 예컨대 불문 성산 아란타 같은 곳.”
혼천신경이 탄식했다.
“이미 나는 불완전한 몸이라 구주를 철저하게 비출 수 없다. 하지만 생각건대, 주변 이천 리는 문제없다.”
“어떻게 그쪽을 사용하오? 피를 떨어뜨려 주인을 인정하오?”
허칠안이 물었다.
혼천신경이 비웃었다.
“나를 그런 저급한 법기와 한데 논하지 마라. 내가 너를 인정하고 너에게 협조하기를 원한다면, 너는 나를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원치 않는다면, 네가 피를 떨어뜨린다고 해도 아무런 쓸모가 없지.”
허칠안은 “아” 하고 소리 냈다. 그는 갑자기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법보인데 왜 지서 파편은 자아가 없는지 생각했다.
‘주변 이천 리밖에 되지 않으니 운주 상황은 볼 수 없겠군. 음, 내가 먼저 시도해봐야겠어.’
허칠안이 바로 말했다.
“대봉 경성은 비출 수 있소?”
혼천신경이 주저했다.
“대봉 경성에는 1품 무사 하나, 1품 술사 하나가 있기에 내가 비출 수 없다.”
“상관없소. 그 무사는 이미 몇백 년 전에 죽었고, 1품 술사라면 아마 그쪽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오.”
허칠안은 거울 면을 툭툭 쳐 얼른 행동하라는 의사를 표했다.
혼천신경은 기운을 얻은 자가 장생할 수 없다는 비밀을 알지 못했다. 허칠안이 고심하고 있을 때, 청동 거울 면에 변화가 나타났다. 거친 청동 재질이 유리 거울처럼 맑고 투명해졌다.
유리 거울 면에 광대한 경성이 비쳤다.
허칠안은 경성을 수차례 내려다본 적 있었기에, 아래쪽이 경성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누군가 나를 정탐하고 있는 듯한데…….”
혼천신경이 의념을 전했다.
‘감정이겠지…….’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할 필요 없소. 그는 그저 노인네니까.”
‘감정이 듣지 못하길 바라야지.’
그는 속으로 묵묵히 한 마디 덧붙였다.
혼천신경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이제 내 강대함을 알았겠지.”
경성은 이곳에서 이천 리를 넘지 않았다.
“경성으로 위치를 측정해서…… 북쪽으로 일흔 장 이동하고, 다시 열 장 이동하면…… 됐소, 됐소. 집을 관통할 수 있소?”
거울은 소통하면서 소음궁 안, 임안 침실 내부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녀는 소음궁에 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위치를 고정할 수 있소? 음,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그쪽한테 더는 길을 안내할 필요 없이 바로 이곳을 볼 수 있소?”
“자네 마치 내 능력을 의심하는 듯하군.”
혼천신경은 불쾌함을 표하고 뒤이어 말했다.
“목욕통의 위치를 확정해줬으면 하는가? 나는 몇몇 수컷들이 암컷이 목욕하러 나오는 걸 보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지.”
‘아, 그래. 저녁에 다시 보러 오려고…….’
허칠안은 나지막이 빈정거렸다.
“쓸데없는 소리. 나는 그쪽이 아는 수컷과는 다르오.”
혼천신경이 의아해했다.
“그럼 수컷이 목욕하는 걸 보는 걸 좋아하나?”
‘만담하니?!’
허칠안은 다시 혼천신경에게 허부 위치를 확정하라고 하였다. 이번에 혼천신경은 남의 마음을 잘 헤아려 바로 목욕통에 위치를 굳혔다.
‘숙부와 숙모 방 아니야……?’
허칠안은 하마터면 얼어붙을 뻔했다. 그는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여기는 목욕통 위치를 특정할 필요 없소. 그쪽 정말 착실한 법보 맞소?”
“너 역시나 수컷을 좋아하는군!”
혼천신경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허칠안은 정신병 환자에게 설명하기 귀찮아 위치를 허부 내청으로 굳혔다.
“엇, 영음, 이제 나가려고? 서당에 가니?”
화면 속, 허영음이 포대로 만든 ‘책가방’을 메고 머리를 묶은 채 허신년에게 억지로 끌려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숙모는 옆에서 무슨 말을 하며 간곡하게 타일렀다.
혼천신경은 음성 기능이 없어 화면만 볼 수 있었다.
“숙모는 여전히 영음의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구나. 정말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이다. 여러 차례 절망을 겪고, 수백 번 체면이 깎였음에도 숙모는 딸을 용으로 만들려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았어.”
허칠안은 한 마디로 조롱하였다. 그는 허부를 살피고 나서, 거울에게 영보관 위치를 특정하라고 했다.
화면이 바뀌자 기품 있는 도관이 나타나더니 바로 한적한 소원이 보였다. 마당 안에서는 우의를 입고 머리에는 연화관을 쓴 절세미인이 연못 상공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좌선했다.
갑자기 그녀가 눈을 뜨더니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다음 순간, 화면이 산산이 조각났다. 혼천신경이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눈이 멀었어, 눈이 멀었어……! 그 여인은 육지신선이잖아!”
‘국사가 도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군. 혼천신경조차 그녀를 1품 육지신선으로 보다니…….’
허칠안은 기쁘면서도 걱정됐다.
일단 그녀의 수련 경지가 한 단계 더 발전해 육지신선이 코앞이라는 점은 기뻤다.
하지만 이 상어를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은 걱정스러웠다. 그의 수련 경지가 회복된다고 해도 3품 무사가 어찌 1품을 다루겠는가?
그의 어장 안의 물고기는 영원히 빛을 보는 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