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1
869화. 용기 수집
이튿날 이른 아침이 되어 이영소가 와서 문을 두드리자, 나무 걸쇠가 갈라지는 소리 사이로 방문이 열렸다. 그가 안을 쳐다보자 허칠안이 창가에 서서 차를 마시고 있고, 모남치는 탁상 옆에 앉아 흰 여우를 통제하며 돼지털 칫솔로 이를 닦아 주는 중이었다.
“으으으…….”
흰 여우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이따금 사지를 마구 휘둘렀다.
“움직이지 마. 양치질을 제대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입 냄새 나.”
모남치가 말했다.
“저 안 나거든요……. 으으…….”
흰 여우는 습관적으로 한 마디 반항했으나 이런 일에 습관이 된 듯 반항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딸처럼 키우는구나…….’
이영소는 속으로 한 마디 개탄하더니 말했다.
“서 선배님, 점원이 아래층에 아침 식사를 다 준비해놨습니다.”
그는 ‘서 선배님’이란 말을 예전처럼 그렇게 성의를 갖춰 부르지 않았다.
흰 여우는 기회를 틈타 모남치에게 벗어나더니 소리쳤다.
“배고파, 배고파!”
그녀는 말을 하면서 거품을 토해냈다.
* * *
일행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묘재방은 이미 탁자에 앉아 자신에게 할당된 아침밥을 먹는 중이었다.
사람마다 흰죽 한 그릇, 고기 만두 세 개, 찐빵 두 개, 장아찌 한 접시였다.
성의현은 부유하지 않고 물자가 부족하였다.
주변에는 또 부두가 없어 무역 거래가 발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객잔은 설령 돈이 있어도 더 좋은 음식을 내놓을 수 없었다.
모두가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묘재방이 물었다.
“선배님, 저희 이제 어디로 가나요?”
“강주의 용기 숙주를 찾고 나면 검주로 간다.”
허칠안이 말했다.
‘검주…….’
이영소는 안색이 변하여 얼른 고개를 숙이고 죽을 먹었다.
“손님, 묵으실 건가요, 아니면 쉬면서 요기하실 건가요?”
심부름꾼의 친절한 목소리가 그들의 주의를 끌었다. 묘재방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더니 눈이 약간 빛났다.
심부름꾼이 말을 건 이는 자색이 아주 뛰어나고 간편한 흰색 복장에 쇠가죽 신발을 신은 몸매가 아주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아름다웠다. 강인한 눈빛에는 미인의 냉담함이 배어 있었다.
“묵을 것이오!”
그 여인이 말했다.
이영소는 심부름꾼이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더니 놀리기 시작했다.
“자네 대단히 많은 기녀들과 잠자리한 적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고작 이 정도로?”
묘재방은 아쉬워하며 시선을 거두고 반박하였다.
“기녀와 강호 여협이 동일할 수 있습니까? 말하자면 제가 최고로 훌륭했던 그 한 달 동안 여러 명의 여협이 저를 꼬신 적이 있다고요. 그저 제가 잔인하게 그녀들을 거절했을 뿐입니다.”
그의 최고로 훌륭했던 한 달은 용기가 몸에 붙어 있던 때를 가리켰다.
이영소가 의아해했다.
“왜지?”
묘재방은 탄식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잘 모르시겠죠. 강호에서 여인은 영원히 골칫거리입니다. 예쁜 여인일수록 더 성가시지요. 그녀들의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예쁜 여협은 언제나 분쟁을 일으키지요. 만일 여색을 밝히는 고수를 마주치는 경우, 그자가 당신과 잠자리하고 싶은데 당신은 거절할 능력이 전혀 없는 거지요.
모든 무사가 본 대인처럼 용기 있고 의리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명색이 동료인 선배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 대신에 나서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를 대신해 나서지 않는다면 또 너무 굴욕적이고요. 그러니 차라리 홀로 다니는 겁니다.”
이영소와 허칠안은 ‘가르침을 받았다’라는 표정이었다.
천종 어장남이든 경성 어장남이든 이런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묘재방은 갑자기 옹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형, 자칭 여인을 수없이 만나셨다고 하셨는데 그중에 고품 무사가 적지 않았겠죠. 6품 이상이 있었나요?”
이영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묘재방은 헤헤 거리며 말했다.
“소생은 아주 궁금합니다. 6품 무사 동피철골, 이 형의 자수 바늘로 그 사람의 육신을 파괴할 수 있나요?”
‘이런 시선은 아주 독특한데…….’
허칠안 역시 6품 이상의 무사와 잠자리한 적이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이영소를 쳐다보았다.
“저속하군!”
이영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허칠안과 묘재방은 ‘헤헤’ 웃었다.
묘재방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깨달았습니다. 물고기 비늘 역시 무기로 상처 내기 어렵지만, 자수 바늘은 틈 사이로 찌르고 들어갈 수 있지요.”
그는 말을 마친 뒤 갑자기 탁자에 엎드려 인사불성이 되었다.
이영소는 손바닥에 그의 영혼을 받쳐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며 말했다.
“묘 형, 생각이 참 많으시네요.”
이때 황색 털 똥강아지가 심부름꾼이 없는 틈을 타 뛰어 들어왔다.
이영소는 손가락을 튕겨 영혼을 똥강아지 몸에 밀어 넣었다.
“어디서 온 똥강아지야. 가라, 가!”
심부름꾼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황색 털 똥강아지를 내쫓았다. 그는 심지어 좀 때리기까지 했다.
이영소 얼굴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는 고기만두를 하나 내던졌다.
“가엾은 놈. 자, 대인이 네게 주마.”
“멍멍멍…….”
황색 털 똥강아지는 고기만두를 내팽개치더니 객잔 밖에서 시끄럽게 짖었다.
“그가 자네를 욕하네!”
허칠안이 말했다.
“뭐라고 욕하던가요?”
이영소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낳은 아들은 친구가 없고, 어머니는 기녀고, 잠자리했던 여인 모두 새 애인이 생겼는데 자네한테 아이도 많이 낳아주어 자네가 집으로 돌아와 아빠라고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욕하고 있네.”
허칠안이 말했다.
이영소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아시죠?”
“나는 짐승의 언어도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지.”
허칠안이 웃음을 머금으며 말하더니 뒤이어 한 마디 또 덧붙였다.
“아, 그가 방금은 자네 엉덩이가 아주 대단하다고도 말했네!”
이영소는 크게 화를 내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일어났다.
“이 몸이 오늘 저놈의 가죽을 벗겨 개고기를 먹겠다…….”
그는 갑자기 누군가 등 뒤를 찔렀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이어 원신과 법력이 모조리 봉인되었다.
성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선, 선배님, 뭐 하신 거예요?”
허칠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공평해야지. 가서 한판 붙게.”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의 행인과 객잔 안에 묵는 손님이 걸음을 멈추고서는 머리를 내민 채, 서로 물어뜯으며 격렬하게 싸우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를 구경하였다.
사람들은 큰 소리로 갈채를 보내며 때로는 인간을 격려하거나 때로는 개에게 박수를 쳤다.
허칠안과 모남치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침 식사를 마쳤다.
* * *
우주의 어느 작은 도시, 이른 아침 옅은 안개 속, 기루.
희현은 매춘객과 낭자들의 겁에 질린 시선을 받으며 청동 솥을 꺼낸 다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남자를 솥 안으로 거두었다.
그는 부서진 계단과 갈라진 땅을 훑더니 은자 한 덩이를 내던지고 돌아서서 떠났다.
* * *
기루 밖 거리, 작은 노점 옆에 외팔인 백호, 허원상 남매, 어여쁜 류홍면, 화려한 장포를 걸친 걸환단향이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아침밥을 먹었다.
희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앉아 노점 주인에게 뜨거운 콩국 한 그릇을 내오라고 했다. 그는 꼴꼴꼴 절반을 마신 뒤 만족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열세 번째 용기 숙주.”
류홍면이 입을 삐죽였다.
“애석하게도 전부 자질구레한 용기군요.”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지요. 자질구레한 용기가 어느 정도 모이면 다른 용기에 대한 흡인력이 향상될 겁니다. 원상 동생의 도움에 감사해야겠어. 망기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를 수 있었겠어?”
허원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라버니가 감사해야 할 사람은 천기궁 밀정이에요. 그들이 전력으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용기를 수집할 수 없었을 거예요.”
희현이 마침 말을 하려는데 허리춤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말하는 허원상이 보였다.
“최신 정보, 우주에 용기 숙주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 중 하나랍니다. 우주의 밀정이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용기한테 길을 좇고 화를 피하는 능력이 있어 기밀이 누설될까 봐 두려워한다더군요.”
희현이 눈을 반짝였다.
“우주, 이곳에서 멀지 않군.”
희현은 잠시 침음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질구레한 용기를 수집한다. 대숙주는 창룡칠숙이 가서 제압하는 걸로. 허허, 우리가 지금 허칠안의 행방을 판단할 수 없으니 우주에서 그를 마주치면 정세가 좋지 않겠군. 마치 우리가 옹주에서 그를 마주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창룡칠숙이라면 믿을 만한 3품 전력이니 분명히 우리보다 더 수월하게 상대할 것이다. 설령 허칠안의 상대가 아닐지라도 벗어나는 건 전혀 문제 없지.”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류홍면과 걸환단향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한 기색이 한결 누그러졌다.
* * *
희현 일행은 아침밥을 먹은 뒤 임시 거처로 돌아왔다. 빈민가에 버려진 뜰로 이렇게 빈 뜰은 작은 현성에 아주 많았다.
빈 뜰의 주인은 아마 빈곤과 기황으로 친척을 찾아갔을 것이다.
아니면 어느 비적의 침입과 약탈에 온 가족이 화를 면치 못하고 죽었을지도 몰랐다.
희현 등은 오는 내내 불황과 빈곤 그리고 눈보라 속의 백골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남루한 방 안, 희현은 탁자에 앉아 손에 든 상자를 유심히 보았다.
자단목(紫檀木) 상자를 열자 그 위에 새겨진 진법이 흩어졌다. 안에는 선홍색 미광이 반짝이는 구슬이 있었다.
비둘기알만큼 컸다.
그건 초범 무사의 혈기와 정화가 농축된 물건이었다.
몇 초간 응시하는 희현의 눈빛이 다소 풀어지더니 이에 따라 생각이 멀리 흩어졌다.
쿵쿵!
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희현의 눈동자가 수축되었다. 흐트러진 상태에서 영광을 회복하더니 탁, 상자를 닫고 품에 거둔 뒤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렴.”
허원상이 문을 밀고 남루한 방 안과 거의 없다시피 한 장식품을 훑었다.
“일곱째 오라버니.”
그녀 뒤로 걸환단향, 백호, 류홍면 그리고 허원괴가 따라왔다.
희현이 그들을 훑더니 웃으며 말했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니?”
허원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곱째 오라버니와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옹주 전투 이후, 초엽 도사는 죽고 류홍면 일행은 전부 허칠안에게 겁을 먹었고, 가장 허칠안을 인정하기 싫어했던 원괴조차도 저력이 사라졌어요.”
류홍면이 ‘아이고’ 하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저 일개 아녀자고, 허칠안은 또 지독하고 포악하니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니.”
거만한 허원괴는 입을 삐죽였으나 누이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그 큰형 앞에서는 그저 무력할 뿐이었다.
희현이 잠시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그래서?”
팔이 잘린 백호가 “헤” 하고 소리 냈다.
“그동안 생각해봤는데 사실 용기를 수집하는 게 필수는 아니지. 우리가 용기를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허칠안의 용기 획득을 방해하는 게 중요하네. 용기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아야 대봉이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성주와 국사의 거사가 비로소 성공할 수 있지.”
희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경우, 상대의 상황이 충분히 나쁘기만 하면 목적은 달성되는 셈이었다.
용기가 그들의 승률을 키울 수는 있지만, 용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