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2
870화. 각 측
허원상이 말을 이었다.
“상황이 이런데 저희가 구태여 일대일로 싸울 필요가 있나요? 불문이 용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비록 도정 나한이 포로로 잡혔지만, 아직 두 금강이 중원에서 용기 수집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3품 둘입니다.
무신교 역시 분명히 용기를 수집하고 있을 겁니다. 저희 세 측이 손을 잡아 전선을 통일하는 겁니다. 허칠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동시에 우리를 격파하기란 불가능하죠. 이렇게 그가 용기를 수집하는 진도를 방해하면 아버지와 숙부를 위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좋은 방법이군.”
걸환단향이 제때 끼어들었다.
“제가 남강에 가서 함께 대봉을 뒤집는 걸 도와달라고 고족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고족의 실력을 얕잡아보면 안 돼요. 초범경 전투력이라고 할 만한 강자가 여럿 있습니다. 그들이 만약 나서길 원한다면 대봉은 반드시 망할 겁니다.”
류홍면이 웃으며 말했다.
“고족은 대봉과 원한이 있지요. 만약 거사 단계에 이르면 맹우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그들이 고수를 보내 허칠안을 상대하길 기대한다는 건…….”
요염한 미인은 “허” 하고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잊지 마시죠. 그의 고술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만약 당신들 고족과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면, 저는 절대 믿지 않습니다.”
걸환단향은 반박할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희현이 말했다.
“이 일은 가능합니다. 고족에 관해서라면 당분간 연락할 필요 없을 겁니다. 두 금강의 연락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무신교는…….”
허원괴가 말했다.
“천기궁에게 맡기시지요.”
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 회의를 끝마치고 사람들을 내보내면서 말했다.
“원상, 너는 잠시 남거라.”
허원상이 문을 닫고 탁자 옆에 앉아 그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너는 허칠안 이 자를 어떻게 보니?”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강하지요.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합니다.”
허원상은 정곡을 찌르는 대답을 했다.
“그래. 아주 강하지…….”
희현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옹주에서 전투를 벌이기 전에 잠룡성의 그 형제자매들을 포함한 나는 허칠안이 지금의 성취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전부 기운 덕이라고 생각했다. 이 역시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전부 옳은 건 아니야. 옹주 이후, 나는 비로소 그의 무시무시함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같은 4품이라도 나는 그의 ‘의(意)’로 인해 전율했지. 그리고 이건 기운과 무관한 일이다.”
허원상은 저도 모르게 그날 옹주성 밖에서 그가 단칼에 선사의 진영을 베었던 광경이 떠올랐다.
그 단칼은 사납고 예리했다. 또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광기가 배어 있었다.
“나는 네가 고모의 영향을 받아 그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품고 있고, 국사는 무정하게 혈육을 살해하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걸 안다. 하지만 원괴는 국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지. 그는 허칠안을 뛰어넘어 그가 경성의 그 큰형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걸 국사께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지. 하지만 원괴가 허칠안에게 얼마나 큰 원한을 품고 있는지 말하자면…….”
허원상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제게 사정을 봐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희현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는 네가 약속해줬으면 한다.”
“말씀하세요.”
“지금은 때가 아니야. 때가 되면 네게 알려줄 거다.”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허원상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별말 하지 않고 말없이 방을 나섰다.
* * *
경성, 황성 남대사전(南大祀殿).
대봉은 일 년에 두 번 제사를 지냈다. 각각 연초 춘제와 연말 제조(祭祖)였다.
제조(祭祖)는 선조 위패를 모신 상백에서, 제천(祭天)은 황성 남쪽 대사전에서 지냈다.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제2제, 제3제 심지어는 더 많이 지내기도 했다.
예컨대 영흥제가 제위에 올랐을 때도 제조와 제천을 거행했다. 또 예를 들자면 국전(國戰)이 열리면 황제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하늘과 조상에 제사를 지내야 했다.
겨울에 들어선 뒤, 한재가 대봉을 휩쓸자 영흥제는 줄곧 하늘에 제사를 올려 복을 기리고자 했다. 지금 마침 기부를 호소하는 틈을 타 제천대전을 거행하기로 했다.
제천이 끝나고 조정에서 예산을 집행하여 이재민을 구휼하면, 백성들의 상황은 호전될 터였다. 그러니 황제가 복을 기리면 탁월하고 효과적인 성과를 얻지 않겠는가?
정오, 허신년은 말을 타고 황성 남쪽의 대사전 밖에 이르렀다.
이때는 제천대전을 치르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백관들이 잇따라 왔다.
“허 대인!”
허신년이 말을 하급 관리에게 넘기자 문관 무리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들은 본래 허신년을 사나운 눈초리로 냉대해야 했지만, 오늘은 유달리 친절했다.
허신년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읍하며 예를 갖췄다.
“허 대인, 본관에게 좋은 벗이 있는데 근래에 제자를 거두어 학업을 전수할 계획이오. 허 대인 어린 여동생의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다는 걸 듣고선 제자를 거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본관에게 대신 물어달라고 부탁하더군. 허 대인, 본관의 체면을 봐서…….”
“허 대인!”
다른 문관이 말을 끊었다.
“본관이 스승 노릇 하는 걸 좋아하여 역시나 제자를 거두고 싶은데 여동생이 백 년에 나올까 말까 한 지식인 종자라더군. 본관이 그녀를 가르치고 싶네만.”
“허 대인…….”
“허 대인…….”
와서 수작을 거는 자들은 전부 직위가 평범한 관원들이었으며, 진정한 우두머리들은 당연히 자중하였다. 다만 다들 아주 관심이 많은 듯 하나같이 이쪽을 관망했다.
허신년은 연신 읍하여 얼버무리더니 포위망을 헤집고 나왔다.
이게 전부 무슨 일이란 말인가…….
* * *
양천환은 사천감 방 안에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꿈쩍도 하지 않았으나 그의 마음은 오히려 초조했다.
마침내 발소리가 고요한 복도에서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치마의 왕눈이 여동생이 문밖에 나타나 작은 공기 투과 창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은방울처럼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 사형, 제가 팔괘대에 가서 봤는데 감정 스승님의 원신이 몸에서 벗어났어요.”
양천환은 호흡이 갑자기 가빠졌지만 마음속의 흥분을 아주 잘 억누르고 캐물었다.
“스승님을 불렀니?”
“불렀지요. 감정 스승님이 저를 상대하지 않으셨어요. 정신이 어디를 떠도는지 모르겠어요.”
저채미가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양천환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저채미는 손을 뻗어 품에 넣더니 종이 한 장을 꺼내 창문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럼 거래 성사입니다. 반드시 사흘 내에 위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셔야 해요.”
종이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메뉴판’이었다. 저채미는 허칠안의 답장을 통해 서신에 언급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열거했다.
그녀는 본래 장차 4품으로 승직할 때 목록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강호를 한 바퀴 떠돌 계획이었다.
양천환이 그녀를 찾아올 때까지는 그랬다.
저채미는 기지를 발휘해 즉시 거래를 제안했다. 그녀는 보상으로 양천환이 사흘 내에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다 모아 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상부상조였다.
기쁨에 겨운 저채미의 달걀형 얼굴에 매력적인 웃음이 드러났다. 뒤이어 그녀는 약간 걱정되는지 말했다.
“양 사형, 또 무슨 괴상한 일을 벌이려는 거예요? 감정 스승님이 한시름 놓게 할 수는 없어요?”
양천환이 반격했다.
“너는 먹을 걸 위해서 자신의 스승도 감시하는 자식인데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하지?”
대화를 마친 사형과 사매는 이 화제로 더는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 그들은 눈치껏 서로 양보하였다.
양천환은 당연히 대전에서 크게 소란을 피울 작정이라고 저채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대전을 망치는 게 아니라 이 기회를 빌려 단번에 천하에 이름을 날리려 했다.
그는 사천감의 모든 재산을 기부할 작정이었다.
“빈곤한 백성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데 우리가 어찌 부잣집에서 음식이 썩어나는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렇게 하는 건 절대 잘난 체하기 위함이 아니다. 고통을 받는 백성들을 위해 무언가 하려는 것이다.”
양천환은 속으로 정당한 논리를 대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의 몸 밑에서 청광이 반짝이더니 그를 삼켜버렸다.
저채미는 깡충깡충 뛰며 떠났다.
* * *
복도 다른 편 방안, 종리는 슬그머니 전음 소라를 꺼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송 사형, 양 사형이 역시나 사악한 심보를 죽이지 않았어요. 지난번처럼 사천감의 재산을 기부하려고 합니다. 그가 채미 사매에게 감정 스승님을 감시해달라고도 했어요.”
소라 속에서 송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 스승님의 예상이 맞았군. 알겠네……. 지금 바로 천기반을 꺼내 그를 제압해야겠어. 이 어리석은 자식, 그가 사천감의 재산을 기부하면 내가 무엇으로 연금술 실험을 한단 말인가? 채미 사매도 그를 도와 못된 짓을 했구먼. 보아하니 그녀도 억누를 수밖에 없겠어.
감정 스승님께서 약속하셨네. 양천환을 주시하기만 하면 인체 연금 실험을 한 번 하도록 허락해주신다고 말일세. 지금 채미 사매도 용의자가 되었으니 실험 하나 더 허락해달라고 해야겠어.”
송경이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종 사매, 감정 스승님께서 자네에게 뭘 약속하셨나?”
종리는 전혀 해롭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언가 약속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그저 최근에 좀 지루해서 저와 함께할 사람을 찾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이에요.”
* * *
허칠안은 손에 반쪽짜리 구리거울을 들고 강주성 주변을 탐색하면서 한편으로는 분부를 내렸다.
“강주를 내려다보겠소.”
혼천신경의 거울 면에 화면이 두드러졌다.
어느 객잔 방 안, 묘재방이 홀랑 벗고 약욕탕에 몸을 담그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몸의 피부는 마치 잘 익은 새우 같았다.
허칠안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걸 뭐 하러 내게 보여주시오?”
혼천신경의 기령이 대답했다.
“이게 바로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 아니냐.”
허칠안의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내가 몇 번을 얘기했소. 나는 남자가 목욕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혼천신경이 말했다.
“흠, 알겠다. 바로 바꿔주지.”
화면이 변하더니 거울에 낯선 남자가 목욕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묘재방보다 훨씬 준수한 모습이었다.
‘독해 능력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허칠안은 잔잔한 침묵으로 자신의 태도를 드러냈다.
“알겠어. 수컷과 암컷이 교배하면서 목욕하는 걸 보고 싶은 게지.”
혼천신경은 그가 말하지 않는 걸 보자 또 제멋대로 화면을 바꾸었다.
이번에 화면에 나타난 건 젊은 남녀 한 쌍이었다. 그들은 널찍한 목욕통 안에 몸을 담근 채 후끈후끈한 열기 속에 발가벗은 몸을 바짝 붙이고 물보라를 튀기며 격하게 운동을 했다.
‘후…….’
허칠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생각에 우리 대화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화면이 깨지면서 혼천신경의 눈알이 두드러졌다. 그는 허칠안을 자세히 살폈다.
“가능하지.”
“이렇게 진지하고 신중할 필요 없소. 원한다면 방금 그 화면을 계속 틀어놔도 좋소. 음, 내 생각에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더 수월할 것 같소만.”
혼천신경이 라이브 방송을 재개하자 허칠안이 천천히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참았는데 그쪽은 왜 매번 제멋대로 구는 것이오?”
“자네는 다른 사람의 사적인 비밀을 엿보고 싶지 않은가?”
혼천신경이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나의 가장 큰 능력이 바로 자네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의 가장 사적인 일을 엿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로써 신과 같은 자신감과 우월감을 얻는 셈이다.”
‘그해 구미천호가 너를 이용해서 이런 일을 했다고? 두 남자가 목욕하는 장면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허칠안은 벼락을 맞은 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