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3
871화. 전쟁의 내막
혼천신경이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는 나를 이용해 암컷의 목욕을 엿보지 않았지. 그래서 자네는 수컷이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 그런 수컷들도 있지. 내가 이렇게 다정하니 자네는 다행으로 여겨야 하고.”
‘아니, 회경과 임안이 목욕하는 그림은 나만 볼 수 있는 거야. 설령 네가 성별이 없는 기령이라고 해도 안 돼…….’
허칠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과 더 얘기하기 귀찮소. 내 요구는 간단하오. 앞으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오. 더는 제멋대로 굴면 안 되오. 계속 이럴 거면 다시 용기로 자양할 생각은 접으시오.”
“알겠다…….”
혼천신경은 타협했다.
“나는 강주성을 내려다볼 것이오. 나의 용기 수집을 그르치지 마시오.”
허칠안은 최근에 혼천신경의 새로운 용법을 개발했다. 그는 혼천신경을 매개로 도시의 상황을 관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서 파편과 용기 사이의 연결을 통해 수많은 인파 속에 숨어 있는 용기 숙주를 찾아냈다.
다만 그는 혼천신경으로 착오 없이 또렷하게 용기 숙주를 보아야만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저 강주성을 보기만 한다고 해서 바로 용기 숙주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허칠안은 혼천신경으로 성북을 관측하여 거리마다 둘러보았다.
그 자신은 성남에 있었지만, 여기서도 근처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용기 숙주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좋았다. 그는 아침 나절 동안 용기 숙주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자식은 호떡을 파는 노점상이었다. 노점상은 용기를 얻은 뒤로 장사가 번창하여 근처 상인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허칠안은 그한테서 호떡 두 개를 샀으며 내친김에 용기도 거두어들였다.
* * *
허원상은 외출했다가 우주로 돌아와 뜰 안의 희현 일행을 향해 말했다.
“창룡칠숙이 그 용기 숙주를 잡았어요. 그리고 상주 쪽의 밀정이 소식을 전해왔는데 동해용궁의 두 궁주가 용기 숙주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 * *
객잔 안, 묘재방은 만족스러우면서도 고통스러운 탄식을 내뱉었다.
허칠안을 따른 이래로, 명목상 주인이자 실질적인 사부는 그가 육신을 단련하는 약초를 수집하는 걸 도와주었다.
또한 그는 기를 모으는 독특한 법문을 가르치기도 했다.
묘재방은 매일 약욕탕에 몸을 담그고 몸을 그을리고 산이 침식하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기를 모았다. 그는 마침내 문턱을 넘어 6품 동피철골로 승직하였다.
그는 목욕통에서 일어나 자신을 살폈다. 고동색 피부 표면에 옅은 신광이 반짝였다.
힘과 오감이 적잖이 발전했으며 기기 역시 훨씬 왕성해졌다. 하지만 가장 무사를 놀랍고 기쁘게 한 건 칼과 창이 들어가지 않는 이 신체와 정신이었다.
강호에는 라는 말이 있었다.
관직으로 무사의 품계를 비유했을 때, 6품은 한 현에서 제멋대로 군림할 수 있어서 관아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
5품은 한 부(府)에서 위세를 떨칠 수 있었다.
4품은 제후들처럼 한 방면에서 영웅을 자처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표현은 그저 강호에서 영웅을 자처한다는 것에 국한될 뿐, 조정에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묘재방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훌륭한 절세신창(絶世神槍)이었다.
그는 놀란 나머지 기뻐하며 말했다.
“훌륭한 자식. 과연 내가 예상한 대로군. 앞으로 긴 창으로 종횡무진하면 낭자들이 처참하게 아우성치지 않을 수 없겠군……. 저기요, 이 형, 부럽죠? 분명히 부럽겠지요. 무사만이 무사를 상대할 수 있으니까요.”
이영소는 그를 흘겨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수 바늘이 아무리 단단해도 자수 바늘 아닌가? 아, 자네는 사람을 찌르면 좀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군.”
묘재방이 크게 화를 내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대결해보죠?”
이영소는 다리를 꼬고 비웃었다.
“내 물건은 미인만 볼 수 있네. 자네는 아니잖나. 자수 바늘처럼 놀지는 않는다고.”
이때 허칠안이 방문을 열고 그들을 훑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
“정리하게. 강주성을 떠날 것이야.”
‘가소로운 두 놈들…….’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돌아서서 떠났다.
그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허칠안은 한 주(州)의 주성(主城)인 강주성에 자질구레한 용기 숙주만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 * *
상주, 형주, 예주 세 주는 염국과 인접해 있었다. 근접성 원칙에 따라 납란천록은 우선 3주의 용기 숙주를 ‘약탈’하였다.
그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옳았다. 그들은 일정 기간에 거친 수집으로 상주에서 용기 숙주 여덟 명을, 그리고 예주에서 용기 숙주 둘을 모았다.
동방완용은 성에서 가장 높은 주루인 천자호(天字號)의 별실에서 가슴이 깊게 파인 복숭아 빛깔의 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희고 보드라운 가슴을 드러낸 채 부드러운 평상에 기대어 앉아 차를 마셨다.
방문이 열리자 언니와 용모가 일치하지만 도도한 기질의 동방완청이 문턱을 넘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언니가 건넨 차를 받으며 말했다.
“밀정을 한 명 잡았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자발적으로 나를 찾아왔지.”
동방완용은 정교한 눈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의아해했다.
“대봉 조정의 밀정?”
동방완청이 고개를 저었다.
“자칭 천기궁 사람이라던데.”
‘천기궁이라…….’
동방완용이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이 이름은 매우 낯설었다.
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노쇠하면서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더러 들어오라고 해라.”
동방완용은 스승의 명령을 전달하면서 머릿속으로 물었다.
“스승님, 천기궁을 아십니까?”
몇 초 뒤에야 납란천록이 대답했다.
“2품 술사가 세운 정보 조직이다. 그들은 중원 각지, 나아가 구주에 널리 퍼져 있지. 그해 산해관전역 때, 이 조직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위연이 그해 아주 애를 먹었지.”
동방완용은 점점 이해가 되지 않았다.
“2품 술사가 대봉과 대립했다고요?”
그녀의 기억 속에 술사는 사천감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천감은 대봉 조정에 예속되는 존재였다.
납란천록이 탄식하였다.
“그해 산해관전역은 본질적으로 구주 대륙 각 세력의 갈등이 날로 격화되어 생긴 충돌이네. 하지만 두 사람이 그 속에서 유세하며 선동하지 않았다면, 산해관전역은 십여 년 뒤로 늦춰져 발발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천고부의 우두머리 천고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이 바로 이 2품 술사네.”
‘2품 술사와 천고부 사람이 손을 잡고 산해관전역을 밀어붙였다고?’
동방완용은 전쟁의 내막을 처음 듣기에 신기하면서도 막연했다.
“그 2품 술사는 왜 그렇게 했지요?”
납란천록이 천천히 말했다.
“당연히 감정의 자리를 빼앗고 1품으로 승직하기 위함이지.”
‘감정의 자리를 빼앗는다라…….’
동방완용이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
“어쩐지 밀정을 만나려 하시다니. 그 2품 술사는 끌어들일 수 있는 맹우군요.”
납란천록이 콧방귀를 뀌었다.
“당분간 맹우일 뿐이네. 그는 아주 무시무시한 역할을 맡고 있어. 내가 부도보탑에 20년 동안 억눌렸다가 다시 세상에 나오니 그가 이미 대봉을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었더군. 산해관전역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불문 외에 바로 그와 천고 노인이네. 대봉이 이기긴 했지만, 국운의 절반을 빼앗겼잖나. 고작 이것뿐이라면, 이 지경까지 떨어지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자는 20년 동안 모의하여 앞뒤로 진북왕과 위연을 제거해버렸네. 진북왕은 그렇다 치고, 위연이 죽자 모든 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납란천록은 갑자기 침묵하였다. 동방완용은 이에 따라 방문을 바라보았다.
끼익. 방문이 다시 열렸다. 동방완청은 두봉을 걸치고 모자를 쓴 신비로운 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두 궁주를 뵙습니다. 소생은 천기궁 밀정 ‘풍(風)’으로 예주 관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자 안에서 일부러 쉰 목소리를 내는 남성의 말이 들려왔다.
“제가 소개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천기궁은…….”
동방완용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바로 본론을 얘기하지.”
‘풍’ 밀정은 2초 침묵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대궁주께서는 이미 저희를 알고 계시나 봅니다.”
그는 손을 뻗어 품에 넣더니 서신 한 통을 꺼내 들었다.
동방완용이 손짓하자 서신 봉투가 저절로 손에 떨어졌다. 그녀는 서신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십여 초 뒤, 그녀는 서신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적의 적이 바로 벗이지요.”
‘풍’ 밀정이 읍하며 말했다.
“대궁주께서는 총명하시군요. 소주께서는 허칠안을 마주칠 경우,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기회를 기다리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허, 용기 사이에는 서로 끌어들이는 특성이 있으니, 저희가 수집한 용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각 측은 조만간 마주칠 겁니다. 그때 되면 다시 대사를 공모하시지요.”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다음으로 두 궁주께 공유 드릴 정보가 있습니다.”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 중, 허칠안이 이미 세 개를 얻었습니다. 각각 뇌주, 장주의 상주 그리고 청주 협객 묘재방에게 있었지요. 옹주에는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인 숙주가 없습니다. 지금 이미 우주에 하나 있다는 걸 알았고, 운주에는 없습니다. 대봉 13개 주에서 강주, 동북의 상주·형주·예주 3주, 검주, 초주 그리고 경성 관내만 남았습니다. 남은 다섯 개 용기는 이 6개 주에 나뉘어 있습니다.”
대봉의 공식 행정 구획에 경성도 하나의 주였다.
“상주에는 없네!”
동방완용이 고개를 저었다.
‘풍’ 밀정이 말했다.
“그렇다면 형주·예주 두 주에 반드시 한 개가 있을 겁니다. 심지어 두 개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만약 사천감의 손현기가 미리 중간에서 탈취하지 않았다면요.”
“알겠네.”
동방완용이 말했다.
‘풍’ 밀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이어 말했다.
“두 궁주께서 동북 3주를 다 도시면, 남은 건 바로 강주, 검주 그리고 초주입니다. 저희와 허칠안은 아마 이 3주 중 한 곳에서 충돌이 생길 거고요. 무신교의 영혜사가 근처에 있나요?”
그는 초범경의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이 차원의 전투에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을 완곡하게 꺼냈다.
동방완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네.”
* * *
우주에 있던 허원상은 팔을 펼쳐 전서구가 자신의 팔뚝에 내려앉게 했다. 그녀는 전서구의 발톱에 묶인 가느다란 대나무 통 안에서 작은 쪽지를 뽑았다.
그녀가 쪽지를 펼쳐서 진지하게 읽으니, 빼어난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허원상은 돌아서서 말했다.
“창룡칠숙이 우주의 그 용기 숙주를 사로잡았답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으며 몇 번이나 그가 도망치게 할 뻔했지만 말이에요. 계략도 있었고, 게다가 돕고 있는 천기궁 밀정에 창룡칠숙의 강대함이 더해졌으니 놀랐어도 위험한 일은 면한 거지요.”
바로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 중 하나였다.
류홍면 등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고, 희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두 금강에게 연락할 차례가 됐군.”
* * *
운주에 인접한 청주.
정심과 정연은 수천 리를 걸어 마침내 청주 국경의 어느 군현에서 도난, 도범 두 금강과 황폐한 낡은 사찰에서 회합하였다.
금강들은 두봉을 입고 모자를 써 어두운 금빛 피부를 감추었다.
“사부! 사숙!”
“사숙 두 분!”
정심과 정연은 합장하며 예를 갖췄다.
정심은 사로잡힌 이후의 일을 두 금강에게 상세하게 알렸다.
“허칠안이 약속한 대로 저희를 풀어줬습니다.”
이 지경까지 이르니 설령 선사인 그라도 더는 그자를 불자라고 칭할 수 없었다.
그는 다소 불만스러웠다.
“3년…….”
도범 금강이 탄식하였다.
“다행히 수라왕의 아들이 이미 제자리로 돌아갔다.”
설령 불문이라고 해도 2품 나한을 잃을 수는 없었다.
정심과 정연은 뜻밖의 일에 매우 기뻐했다.
후자가 물었다.
“사부, 사숙. 두 분께서는 이곳에서 뭐 하십니까?”
도난 금강이 천천히 말했다.
“가나수 보살의 화신이 운주 잠룡성에 계시네. 조만간 명령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 둘은 이곳에서 사절을 기다리고 있어.”
정심이 의아해했다.
“왜 들어가지 않으시고요?”
도범 금강이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이 운주를 주시하고 있네.”
정심과 정연은 깜짝 놀라 서로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