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4
872화. 정보 (1)
열흘 뒤, 허칠안의 족적은 돌고 돌다가 다시 이 강주성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미 강주를 죄 훑었지만 여전히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의 숙주를 찾지 못했다.
“만약 강주의 용기 숙주가 협객이라면 지금 이미 다른 곳을 떠돌러 갔겠지. 묘재방처럼 말이야.”
허칠안은 암말을 끌고 묘재방, 이영소와 성 밖에 세워진 식량 지원 천막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의 빈민, 유랑민들이 낡은 그릇, 죽통을 들고 죽을 베풀어주길 기다렸다.
성 방어군은 난폭하게 질서를 유지했다. 그들은 밀치락달치락 하는 빈민에게 걸핏하면 훈계하고 주먹을 날리거나 발로 찼다.
그들은 방식이 거칠기는 하지만 확실히 정세를 안정시켰다.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빈곤한 자들은 여전히 얼굴에 무감각과 고통이 잔류하고 있었으나 그들이 식량 지원 천막을 바라보는 눈빛은 밝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흥제의 이번 백성 구휼 조치는 그를 바라보는 허칠안의 시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대봉이 지금까지 걸어오는 동안, 각지 관아는 겉으로는 동의했지만 뒤로는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느 정도 부패한 황조는 황제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경성의 주군이 다루기는 더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행하기 어려운 명령은 줄곧 각 황조, 시대마다 가장 골치 아픈 일이었다.
회경의 말에 따르면, 영흥제가 허신년의 건의를 받아들여 경성의 어사를 모조리 파견하여 각 주의 감독을 책임지게 했다. 그런 뒤 그는 선 처리 후 보고하는 순무의 권한을 주었다.
모든 순무 곁에는 또 감독을 책임지는 백의 술사를 한 명 배치하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백의 술사는 거만하고 돈 많기로 유명하여 공동으로 횡령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저품 술사는 약했다. 하여 순무가 횡령하고 사람을 죽여 멸구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조정은 규칙을 하나 더 세웠다.
그리고 조정은 각지 관아로 하여금, 서로 인접한 군현끼리 서로 감독하고 서로 고발하도록 독려하였다.
일단 조사하고 확인되면, 고발자는 한 계급 승진했다. 고발당한 자는 사건의 경중에 따라 파면되거나 참형에 처했다.
관원이 이재민을 구휼할 식량과 사료를 횡령하는 걸 방지하는 정책은 아직 더 많았다. 예컨대 식량 지원 천막 안에 ‘젓가락이 떠오르면 사람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등등이었다.
노련한 왕 재상이 난민을 가장하여 구제 식량을 받는 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해서 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이런 것들은 횡령을 아주 뿌리 뽑지는 못해도, 큰 효과를 보였다.
이영소는 식량 지원 천막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중원 각지의 재해 상황과 비교하자면 조정이 하는 이런 일들은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어쨌거나 백성들이 희망을 보게 했군.”
묘재방은 그와 말다툼하는 대신, 모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일행은 성에 들어왔고, 하룻밤 묵을 계획이었다. 다음 역은 검주였다.
* * *
밤이 되자 허칠안은 원형 탁자 옆의 촛불을 책상으로 옮겨왔다. 그는 객잔에 비치된 선지를 넓게 펼치고 붓을 들어 적었다.
“상, 형, 예, 검, 초.”
모남치는 흰 여우를 안은 채 걸어와 머리를 내밀고 보았다.
“여기가 전부 어디에 있는 거지?”
“매일 《대봉지리지》를 펼쳐보는 거 아니었나요?”
허칠안이 반문했다.
“다 보고 잊어버렸지. 누가 아직도 기억하겠어.”
모남치는 입을 삐죽였다.
‘공부 쓰레기…….’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 여인이 만약 그의 그 시대에 살았다면 대략 두 가지 출로가 있을 터였다.
하나, 그녀는 일반인을 초월하는 미모로 졸부 우두머리한테 시집가서 부잣집 사모님 노릇을 할 수 있었다.
둘, 그녀는 연예계에 들어가 아무리 해도 인기를 얻지 못하는 삼류 영화의 여왕이 될 수 있었다.
왜 인기를 얻지 못하냐고? 화신전세는 고생을 참고 견디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허칠안도 그녀에게 딱히 요구사항이 없었다. 그녀는 지나치게 교만한 걸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선량했다. 모남치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뒷다리를 걸지 않고 현명하게 굴곤 했다.
한 여인이 당신과 함께 강호를 방랑하길 원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허칠안이 보기에는 이것이 이미 가장 얻기 힘든 자질이었다.
“남은 여섯 개 용기가 이 몇 군데에 있습니다.”
허칠안은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분석해주었다.
“하지만 저희는 무신교, 불문 그리고 잠룡성 이 세력들이 미리 가로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요.”
모남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한 표정은 마치 열심히 수업을 듣는 착한 학생 같았다.
“만약 그들이 아홉 개의 용기 중 하나를 얻었다면, 바로 본거지로 돌아갈 겁니다. 이게 가장 성가신 상황이지요.”
그녀는 긴장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건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임계점은 중요한 용기 두 개를 손해 보고 자질구레한 용기를 모아 메우는 겁니다.”
모남치가 갑자기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럼 그들한테 어떻게 뺏을 수가 있어?”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급하지 않아요. 저는 국운의 절반을 지고 있으니 제가 용기를 마주칠 확률이 그들보다 큽니다. 제가 마주치지 않았으니 그들도 당연히 마주칠 수 없지요. 기껏해야 한두 개 맞닥뜨리겠지요. 저는 검주에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의 숙주가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바로 이때, 그는 진동을 감지하고 전음 소라를 꺼냈다.
“있는가…….”
그쪽에서 손현기의 목소리가 울렸다. 허칠안은 바로 앞다투어 대답했다.
“강주성 래복(來福) 객잔에 있습니다. 동쪽으로 세 번째 건물, 세 번째 방입니다.”
그쪽은 오랜 시간 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허칠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한 시진 기다렸다. 마침내 침상 옆에 청광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더니 보통 키에 백의를 입은 평범한 이목구비의 젊은 남자가 되었다.
“손 사형, 무슨 일 있습니까?”
그는 말하면서 공손하게 종이와 붓을 건넸다.
누구든 손을 쓸 수 있다면, 절대 손 사형이 말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손현기는 운명이라고 단념한 듯 붓을 쥐고 썼다.
“용기 정보 취합!”
잠시 멈칫하더니 또 적었다.
“내가 이상한 일을 발견했네.”
“이상한 일이요?”
허칠안은 깜짝 놀라 반문하였다. 그는 손현기가 입술을 움직이는 걸 보자 얼른 종이와 붓을 밀었다.
“손 사형, 애써 다 말로 하려 하지는 마시지요.”
손현기는 생각하더니 상대의 의사를 타진해보았다.
“만…… 약…… 내가…….”
5분이 지났고, 허칠안은 하품을 하더니 종이와 붓을 가리켰다.
손현기는 탄식하더니 다시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붓을 들어 적었다.
“내가 자질구레한 용기 스무 개를 수집했고, 이묘진과 초원진 그리고 항원이 총 용기 여섯 개를 수집했네. 자네는 얼마나 수집했는가?”
“열네 개요!”
허칠안은 바로 말했다. 그는 요 며칠 용돈을 받은 아이처럼 매일 셌기에 동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딱 서른 개군.”
손현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붓을 들고 휘갈겼다.
“그렇다면 지서 파편이 없는 불문, 무신교 그리고 잠룡성은 우리보다 더 많이 수집하기란 불가능하군. 맞는가?”
“당연하지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여 확신에 찬 대답을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용기 숙주를 찾지 못하고 있네. 요 며칠 내가 쉬지 않고 포대를 몰아 각지를 끊임없이 뒤지고 있으나 용기 숙주를 찾는 게 더는 쉽지 않네.”
손현기는 다 쓰고 묵묵히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상대가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길 바라는 듯했다.
“용기 숙주가 거의 다 모였을까요?”
허칠안은 머릿속에 스친 첫 번째 생각을 말했다.
손현기는 고개를 젓더니 귀신에 씌인 듯 계속 글을 썼다.
“아홉 개가 가장 큰 숫자네. 아홉 개의 중요한 용기와 아흔아홉 개의 자질구레한 용기지.”
‘그렇구나…….’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 손현기, 이묘진, 항원 쪽에서 서른 개의 자질구레한 용기를 수집했다. 불문, 무신교 그리고 잠룡성이 그들보다 더 많기란 불가능했다.
이는 어둠 속의 기운이 결정한 것으로, 나머지 세력은 몸에 기운을 짊어진 자인 그보다 더 많이 수집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용기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허칠안은 생각이 번뜩였고 이에 따라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저희가 모르는 세력이 암암리에 용기를 수집하고 있는 겁니까?!”
“자네 역시 이렇게 생각하나보군.”
손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구주 대륙의 세력과 서역의 불문, 중원의 대봉 조정, 동북의 무신교 및 잠룡성의 그 황족 혈통이 스쳤다.
이들은 이미 등판한 세력이었다.
등판하지 않은 세력은 북경의 요족 및 오랑캐, 남강의 고족, 만요국 잔당이었다.
그중 북경의 요족 및 오랑캐는 먼저 배제해야 했다. 그들은 상반기에 전란을 겪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나라를 재건하고 사회를 재정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설령 용기를 얻는다고 해도 중원을 통치할 병력이 없었다.
“고족은 가능성이 있다. 그해 천고 노인이 기운을 빼앗은 이유가 바로 기운으로 유가 성인의 봉인을 보수하기 위함이다. 용기 역시 기운의 일종이니까.
만요국의 마지막 목표는 틀림없이 나라를 다시 세우고 삶의 터전을 되찾는 것이다. 하지만 불문은 넘을 수 없는 문턱이다. 내가 만약 구미호라면, 합종연횡(*合縱連橫: 동맹 정책의 일종)으로 맹우를 끌어들여 우선 불문을 없앨 것이다. 이런 결정적인 시기에 용기를 빼앗는 건 의미가 없다. 도리어 잠룡성 반란군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반란군은 불문의 맹우다.”
허칠안은 속으로 분석하더니 말했다.
“고족?”
손현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숙여 글을 썼다.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세밀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하네. 용기를 장악하고 용기를 찾을 수 있는 작은 세력이나 개인에게 관심을 둬야 하네.”
허칠안이 말했다.
“감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손현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계속해서 써 내려갔다.
“지금 적의 정보에 대해 얘기하지. 믿을만한 소식에 따르면, 우주에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의 숙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네. 하지만 얼마 전에 어느 신비로운 무리가 빼앗아 갔네. 목격자의 진술에 근거해 나는 창룡칠숙이라고 판단했네. 음, 그들은 번화가에서 아주 난폭하게 행동했다더군.”
‘아홉 개 용기 중 하나라…….’
허칠안은 문득 의자 쪽으로 등을 기대더니 미간을 문질렀다.
비록 그는 모남치한테 임계점이 두 개의 용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막상 일이 눈앞에 닥치자 터무니없이 초조해졌다.
“더 있나요?”
허칠안이 소리 없이 숨을 내뱉은 뒤 물었다.
“동해용궁의 두 자매가 무신교를 도와 용기를 수집하는 중이네. 이치대로라면, 형주, 상주, 예주 3주에 아홉 개 용기 중 하나의 숙주가 있을 것이네.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
손현기가 종이에 이 말을 다 쓰기도 전에, 허칠안이 절박하게 캐물었다.
“사형께서는 왜 그녀들을 죽이지 않았나요?”
손현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두가 나지 않았네!”
“응?”
허칠안은 간단한 비음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쌍둥이 중 한 명은 몸속에 납란천록의 원신이 기숙하고 있네. 주술사는 도문처럼 원신을 기반으로 하지. 설사 육신이 없다고 해도 전투력이 그렇게 약해지지는 않지. 나는 그녀들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마주쳤네. 쌍둥이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납란천록이 나를 눈치챘지……. 내가 빨리 뛰어 다행이야. 전송 진법이 정말 유용하더군.”
허칠안은 고개를 들어 손 사형의 얼굴에 드러난 두려움과 기쁨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