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5
873화. 정보 (2)
‘위 공이 납란천록을 죽였고, 나는 위 공의 후계자지…….’
허칠안은 다시 미간을 문질렀다.
“알겠습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뱉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 사형, 저희 재미있는 얘기 좀 할까요?”
손현기는 잠깐 생각하더니 붓을 들고 먹을 묻히더니 적었다.
“양 사제가 경성을 떠났네. 감정 스승님께서 그에게 임무를 맡기셨어.”
“이게 무슨 재미있는 일인가요?”
‘나는 그가 또 감정한테 제압당한 줄 알았네.’
“사정은 이렇네. 양 사제가 스승님께서 어디 가신 틈을 타 제천대전에서 사천감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선포했네…….”
필치가 가볍게 지면을 흘러갔다. 허칠안은 이 글자를 보며 속으로 ‘훌륭한 놈!’을 연발했다.
일단 그가 성공하고, 문무백관과 황제가 직접 이를 직접 목격하게 한다면, 설령 감정이라고 해도 뻔뻔하게 번복하기 어려울 터였다.
다른 백의 술사가 이렇게 했다면, 조정의 모든 문무백관은 믿지 않을 터였다. 다들 사천감에 이 정신병 제자를 도로 데리고 가라고 통지했으리라.
하지만 양천환은 감정의 삼제자이자 버젓한 4품 고수였다. 그는 어느 정도 사천감을 대표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여유로웠다. 약삭빠른 인간의 수법을 가진 허세왕은 한평생 얼굴을 내밀 날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세상 사람의 이목을 가리며 발각되지 않기 위해 양 사제가 맛있는 음식으로 채미를 유혹하고, 감정 스승님을 감시하였네. 하지만 감정 스승님께서는 진작에 예상하시고 천기반을 송 사제에게 건넸지. 양 사제가 관성루를 떠나기만 하면 바로 제압당하는 거지. 이 일에 송 사제가 어떤 누구보다도 아주 적극적이었네. 오 사매 역시 여기서 큰 공을 세웠네. 그녀는 항상 얌전하잖나. 그녀는 스승님의 말이라면 다 들으니까.”
허칠안은 그 말을 듣더니 멍해졌다.
‘이게 무슨 사천감 버전 무간도(*無間道: 홍콩 스파이 영화)인가……. 감정도 제법 경험이 생겼군. 제자로 제자를 견제하는 수를 쓰다니.’
“감정이 양 사형에게 준 임무가 뭡니까?”
“모르겠네. 나는 그저 양 사형이 채미 사매를 함께 데리고 갔다는 것만 아네. 그녀 역시 귀양보내진 거야.”
“…….”
‘저채미 이 바보, 머리가 안 되면 이런 목이 날아가는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야지.’
“내 정보는 다 주었네.”
손현기가 말했다.
허칠안은 잠깐 생각하더니 혼천신경 일과 자신과 구미천호의 거래에 관해 얘기했다.
“손 사형은 어떻게 보십니까?”
손현기는 한참 침음하더니 적었다.
“그녀는 아마 신수의 나머지 몸 중 일부를 장악했을걸세.”
봉마정은 불문 비법으로만 풀 수 있었다. 그러니 구미천호가 감히 이런 약속을 했다는 건 그녀가 신수의 나머지 몸 중 일부를 장악했다는 의미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 괜찮습니다.”
손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밑에서 솟아오른 청광이 몸을 감싸자 그는 떠났다.
모남치는 이 모습을 보더니 침상 옆에 딱딱하게 앉아 왕비의 몸가짐을 한 채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불쾌하게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항상 한밤중에 오는데 짜증 나지 않나? 남녀가 유별하다는 이치를 모르나?”
그녀는 지난번에 허칠안이 이불 속에서 자신을 눌렀을 때 손현기도 왔던 걸 기억했다.
“손 사형은 오기 전에 통지합니다. 지난번에는 저희가 그를 알지 못해서 준비하지 못한 거예요. 게다가 강호에 있는데 그렇게 많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객실은 그저 임시로 묵는 곳입니다.”
허칠안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한 마디 위로했다.
그는 손현기가 가져온 정보를 음미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 * *
주위 백 리 견융산은 무림맹이 토대를 쌓은 산이었다. 나무가 무성한 정원이 맹주부(盟主府)의 핵심이었다.
마치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대치하는 산봉우리, 푸르른 산단(山丹),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운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다웠다.
외팔 주씨는 무림맹의 백부장이었다. 이치대로 말하자면, 설령 고수가 구름처럼 많은 무림맹이라고 해도 백부장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외팔 주씨는 실권이 없었다.
무림맹은 줄곧 옛 맹주가 남긴 군대 편제를 이용해 왔으며, 600년 동안 지금껏 바꾼 적이 없었다.
그 백부장 관직은 오른팔과 맞바꾼 자리였다. 주씨는 본래 시위였는데 대략 한 달 전에 대오를 따라 귀성하러 친정으로 돌아가는 조청양의 아내와 아들딸을 호송하는 길에 원수를 만나 공격당했다.
주씨의 오른팔은 바로 그때 없어졌다. 그는 조청양의 아들딸을 위해 칼을 막았다.
그 이후, 주씨는 일개 시위에서 백부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백부장의 대우는 받았으나 실권은 없었다.
연정경 무사가 오른팔이 잃었으니, 그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전투력이 되었다.
팔이 잘린 주씨는 술 주전자를 들고 찬바람을 맞으며 어느 뜰의 문을 열었다.
뜰 문이 열리자, 두꺼운 솜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
“형님, 드디어 오셨군요. 개고기가 한창 맛있습니다. 얼른, 안으로 드세요.”
중년 남자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양팔이 유난히 길었다. 그는 왕유(王遊)라고 하는데 보초를 서는 궁수였다.
두 사람은 방에 들어와서는, 탁자에 앉아 독한 술과 개고기를 먹고 뜨거운 국물을 마셨다. 추운 겨울철에 온몸이 시원해졌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팔 하나로 백부장이 되셨으니 평생 생활에 부족함이 없으시겠어요. 저처럼 그 돈을 전부 여인의 뱃가죽에 쓰지 않으시고요.”
왕유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쉴 새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주씨는 술을 마시면서 하하하 크게 웃었다.
“남자가 평생 살아가는 게 여인의 부드러운 배 위에서 자기 위함 아닌가.”
두 사람은 술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무엇이든 얘기를 나누었다. 3차까지 술을 마신 뒤 왕유는 잡담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형님, 지난번에 조 맹주의 그 아들딸이 적에게 따귀를 한 대 맞고도 죽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진짜예요, 거짓이에요?”
주씨는 술 트림을 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자네를 속여서 뭐 하는가. 내가 당시에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었기에 두 아이를 보호하다가 손이 잘린 것이야. 꺽~ 내가 그 두 아이가 따귀 맞는 걸 직접 보았네. 당시에 기분이 아주 언짢았지. 어떻게 됐는지 맞혀보게. 반각이 채 되지 않아 그들이 다시 깨어났네.”
왕유는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 잘못 보신 게 분명합니다.”
주씨는 불만스럽게 탁자를 툭 치더니 화를 냈다.
“믿지 않는 건가, 아니면 나한테 두 번 묻는 건가?”
왕유는 즉시 공수하고 사죄했다.
주씨는 이내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매우 흡족해하며 떠났다.
왕유의 눈에서 취기가 싹 사라졌다. 그는 침상 옆으로 걸어가 침상 밑에서 상자를 하나 끌어내 안에 있는 문방사우를 꺼내 탁자 위에 펼치고 글을 썼다.
“무림맹 조청양의 자녀가 용기 숙주로 의심됩니다.”
왕유는 알아낸 정보를 밀서에 쓴 다음, 자신의 총정리를 말미에 한 마디 덧붙였다.
“조청양의 자녀는 나이가 아직 어려 깊숙이 자리 잡은 대저택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 외부인과의 접촉은 드물고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학습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생각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용기가 몸에 붙어 있어도 아마 괴이함이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소직이 용기를 엿볼 수 없으니 대인께서 조속히 확인할 방법을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다 쓰고 나서 묵적을 불어서 말렸다. 그런 다음 휘파람을 불었다.
이내 뒤뜰 숲에서 검은 들새가 한 마리 날아와 활짝 열린 창가에 내려앉더니, 검은 눈으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왕유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대통을 꺼내 들새 발에 묶고 그것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들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멀리 날아갔다.
왕유는 멀어져가는 들새를 바라보다가 숨을 내쉬었다.
이런 새는 아주 흔한 들새였다. 그건 서신을 전하는 흰 비둘기만큼 눈에 띄지는 않았다. 무림맹 휘하에서 비둘기를 날려 서신을 보내는 건 스스로의 지능을 모욕하며 목숨을 책임지지 않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들새를 이용하면 대부분의 위험을 아주 교묘하게 피할 수 있다.
어쨌거나 견융산 주위 백 리는 초목이 푸르게 우거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들새였다.
물론 여전히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쏜 활에 맞아서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그러니 중요한 정보가 아니면 새를 날려 전서를 보내지 않을 터였다.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이런 새는 고족 심고사의 훈련을 받았기에 사절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왕유는 창문을 닫고 화로에 숯불을 한 줌 더했다. 그는 두꺼운 양 가죽옷을 두른 채 술기운을 빌려 침상에 옆으로 누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깊이 잠든 상태로 귓바퀴를 움직이더니 벌떡 일어나 손을 뻗어 베개 밑의 단도를 더듬었다.
쿵!
그가 단도를 쥐는 동시에 누군가 둔기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그는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 * *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얼마나 지났을까. 왕유는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한 기운이 얼굴에 끼얹어지자 신음하며 깨어났다.
망연하던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아 가슴 속의 혼란스러움을 억누르고 냉정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왕유가 몸의 상태를 감지해보니 오랏줄에 묶여 있었다. 그는 마치 어떤 마취약을 맞은 듯 온몸이 노곤했다.
여기는 밀폐된 방이었다. 돌벽 위에는 쇠사슬, 낭아봉, 족쇄와 수갑 등의 형구가 걸려 있었다.
구석에는 고문용 의자, 발을 자르는 칼, 박피대 등 대형 형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왕유는 여성 범인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형구들도 보았다. 예를 들자면 목여(*木驢: 간음한 여인을 벌하는 데 사용하는 형구), 천인기(千人騎) 등등이었다.
밀실의 화로 왼쪽 큰 의자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왼쪽 뺨에는 흉측하고 추한 칼자국이 있었다. 말상에 녹두 같은 눈, 이목구비 역시 칼자국만큼 추했다.
왕유는 그를 알았다. 그는 형벌을 관장하는 무림맹 대사옥(大司獄)이었다.
“네 진짜 이름이 무엇이지?”
대사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왕유는 정신이 아득하고 겁에 질린 기색을 보이며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소인 왕유, 남봉강(南峰崗)의 궁수입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으니 대사옥께서 명시해주시지요.”
“아니, 아니, 아니!”
대사옥은 연신 손사래를 치며 진실하게 설명했다.
“절대 자신을 함부로 낮추면 안 되지. 너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네가 저지른 건 보잘것없는 죽을죄지.”
안색이 크게 변한 왕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소인은 지극히 충성스럽습니다. 무림맹을 위해 여러 해 동안 충성을 다했는데 어찌 죽을죄란 말입니까. 대사옥께서는 억울한 누명을 씌우시면 안 됩니다.”
대사옥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소주와 아가씨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 원수에게 따귀를 맞고도 죽지 않은 이런 괴이한 일을 조청양이 마음에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하느냐? 조사하지 않을 거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무방하다. 그날 호위대의 인원이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비밀을 엄수하는데 어째 주씨는 함구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