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6
874화. 첩자 (1)
왕유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입속의 혀를 은밀하게 휘저었다…….
“네 그 가짜 이를 내가 꺼냈다. 안에 독이 숨겨져 있더군. 내가 개로 실험을 했는데 삽시간에 목숨을 잃었다. 쯧쯧, 이 독은 일반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닌데.”
대사옥은 여전히 빙그레 웃음지었다.
“네 진짜 이름이 뭐지?”
왕유는 고개를 숙인 채 변명했다.
“소인은 그저 궁금해서 주씨에게 물은 겁니다. 사옥 대인께서 오해하셨습니다.”
대사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세 번 묻지 않는다. 비록 내가 사람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껏 잔혹한 수법으로 목적 달성하는 걸 거부한 적이 없지. 음, 평범한 형벌보다 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걸 더 좋아해.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해야만 재미있거든. 예를 들자면 천인기 같은 형구도 남자를 상대하는 데 쓰일 수 있잖나.”
“그의 바지를 벗겨라.”
부하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온몸이 나른한 왕유를 들어 형구 위에 엎드리게 한 뒤 밧줄로 그를 단단히 묶었다.
여기서 언급할 만한 정보는 ‘천인기’의 모양이 화포의 포관과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왕유는 이를 악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자신이 어떠한 치욕을 마주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하지만 이어진 대사옥의 행동으로 인해, 부하 둘을 포함한 세 사람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대사옥은 화로 안에 불을 때는 집게를 들고 가볍게 불더니 새빨간 인두를 그의 얼굴에 비추었다. 입꼬리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왕유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부하 둘은 문득 둔부 근육을 세게 조였다.
* * *
깊은 밤,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이 불었다.
대사옥은 검은 외투를 걸친 채 수행원 둘을 데리고 어둠 속 맹주부로 들어섰다.
조청양이 이미 통보를 받은 채 당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얇은 남색 장포 차림이었다. 우람한 체구는 마치 높은 산처럼 중후하고 듬직했으며 또 함축적이었다.
반듯한 네모난 무표정의 얼굴에는 근엄함이 배어 있었다.
“맹주!”
대사옥이 공수하며 예를 갖췄다.
조청양은 손을 들어 그에게 앉으라는 의사를 내비쳤고, 하인에게 따뜻한 차를 내오게 했다.
대사옥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셔 위를 따뜻하게 한 뒤, 천천히 말했다.
“제대로 조사했습니다. 왕유는 천기궁 조직에 예속된 첩자입니다. 7년 전, 동맹에 배정되었지요. 그의 진술에 따르면, 전임 첩자가 뜻밖의 사고로 죽어 그가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임 첩자가 누구인지, 언제 죽었는지 그는 전혀 모릅니다.”
조청양은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반은 침음하고 반은 사고하며 말했다.
“천기궁? 사천감과 관련 있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는 명색이 검주 무림맹의 일원이었기에, 3품 술사를 천기사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천기궁은 나를 상대할 리가 없는데 자네들 사람을 잘못 잡은 건가?”
조청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 달여 전, 아내가 귀성하러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급습을 당했다. 무림맹에 첩자가 정보를 누설한 게 틀림없었다.
조청양은 줄곧 암암리에 조사하며 첩자를 색출해내고자 했다.
대사옥은 약간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다른 일을 하나 더 심문했는데…….”
대사옥은 잠시 어휘를 고르더니 말했다.
“왕유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용기라고 불리는 물건을 찾고 있습니다. 이 물건은 사람 몸에 붙어 있는데 그걸 얻으면 복연이 두터워져 각종 이상을 드러냅니다. 예컨대 자질이 평범한 어떤 이가 갑자기 생각이 트이고 천부적 자질이 뛰어난 상태가 된다는 거지요. 밑바닥에 있는 어느 강호 무사가 갑자기 수련 경지가 크게 오르고 기연이 연달아 겹치는 겁니다.”
대사옥은 여기까지 말한 뒤 조청양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조청양이 말없이 잠자코 있는 걸 확인하곤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 소주와 아가씨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유가 아마도 용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이미 새를 날려 상급자에게 서신을 보냈으니 그가 확인할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길 바라야지요. 왕유는 등급이 너무 낮아서 천기궁의 내막, 배경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조청양은 마치 정보를 소화하듯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한참 뒤 물었다.
“용기?”
대사옥이 말했다.
“저도 곤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왕유도 용기가 도대체 뭔지 몰라요. 천기궁은 아마 널리 그물을 던지는 방식을 채택하여 이 용기를 찾고 있을 겁니다. 다만 용기가 만들어내는 현상만 밝혔을 뿐, 그것의 본질을 진술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청양은 손가락으로 찻상을 두드리며 느릿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 보니 그 천기궁에는 용기를 관측하는 수단이 있군. 하지만 나는 순아(淳兒)와 설아(雪兒)한테서 소위 용기를 발견하지 못했네. 음, 망기술은 술사의 수법인데 천기궁은 역시나 사천감과 관련 있군. 이 일로 내 의혹이 풀렸어.”
애석하게도 선조는 경성 전투를 겪은 뒤, 상태가 아주 엉망이 되어 깊은 잠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었다면 두 아이에게 일이 생긴 그날, 그가 선조한테서 답을 찾았을지도 몰랐다.
조청양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물었다.
“왕유가 아직 살아있는가?”
대사옥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살아있지요. 모든 첩자는 아주 가치가 있으니까요.”
조청양은 “응” 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만약 사천감 사람이라면, 당분간 목숨은 살려두게. 사람을 경성에 보내 사천감에게 답을 구해보고.”
그는 생각하더니 또 손을 들어 말했다.
“아니, 당분간 널리 퍼뜨리지 말고 내 말을 듣게.”
그는 우선 선조에게 의견을 구하며 용기에 관해 알아보려 했다.
이 일은 아들딸과 관련 있으니 그는 반드시 신중해야 했다.
대사옥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공수하며 말했다.
“저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 * *
조청양은 대당을 나와 안뜰로 위치를 옮겨 딸과 아들을 보러 갔다.
그들은 쌍둥이였으며, 올해 7살이었으니 이제 막 함께 자리하지 않을 나이가 된 참이었다.
조청양은 왕년에 무도에 깊이 빠졌다. 그는 맹주가 된 후에는 또 무림맹 사무를 보살피느라 바빠, 서른 살이 되어서야 장가를 들고 자식을 낳았다.
그렇다고 조청양이 늘그막에 자식을 낳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고령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쌍둥이를 향한 애정이 남달랐다.
조순은 허리에 목검을 걸고 숯불이 활활 타오르는 안뜰의 따뜻한 대청 안에서 놀고 있었다.
유모는 뒤를 쫓아다니며 그에게 화로를 주의하라고 끊임없이 일깨웠다.
조설은 조용히 모친의 품에 기대어 그녀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조순은 조청양이 들어오는 걸 보자 즉시 소란을 멈췄다. 조설 역시 모친 품에서 바르게 앉아 작은 몸을 꼿꼿하게 폈다.
남매 둘은 엄한 부친을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조청양은 장포를 벗고 맞이하는 유모에게 건넨 뒤 손짓하였다.
“순아, 이리 와.”
조순은 그의 앞에 꼿꼿하게 서서 외쳤다.
“아버지!”
조청양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네 검술을 시험하지 않았구나.”
조청양이 그의 허리춤에 있는 목검을 보더니 말했다.
“아버지에게 실력을 발휘해보거라. 이따 설아 너도.”
“네!”
조순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소 흥분한 얼굴이었다.
그가 즉시 목검을 꺼내 그럴듯하게 검을 부리니 뜻밖에도 꽤 기세가 좋았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순아가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생각이 트였어요. 상공, 참 닮지 않았나요?”
조청양은 젊었을 때 자질이 우둔하다고 비웃음당했다. 전임 맹주조차도 사람을 볼 줄 모른다고 남몰래 멸시당했더랬다.
그는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머리를 파묻고 꾸준히 단련하였다. 조청양은 매일 주먹을 팔천 번 휘두르며 여러 해를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무림맹 청장년파에서 제일 고수가 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즉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 * *
조청양은 웃음기 하나 없이, 한 마디도 내뱉지 않으며 장포를 걸친 채 안뜰을 떠났다.
그는 저택을 나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뒷산으로 갔다.
그는 넘치는 의혹을 선조에게 묻고 싶었다.
용기는 무슨 물건이며 그것이 왜 두 아이에게 있는지 따위였다. 이외에도 소위 용기에 관한 사천감의 태도 등등을 묻고 싶었다.
그는 이내 절벽 앞에 도착했다. 조청양은 굳게 닫힌 돌문 앞에 이르렀다.
“선조, 청양이 여쭐 일이 있습니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그가 연거푸 세 차례 외쳤으나 돌문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선조께서 아직 깊이 잠들어 계시나? 언제 깨어나실 수 있을까? 그날 경성 전투로 그의 상태가 더 엉망이 되었지. 하지만 허칠안이 약조한 구색 연뿌리는 아직도 이르지 않았고…….’
마음이 무거운 조청양이 다시 외치려던 참이었다.
절벽 위, 갑자기 핏빛 등롱 두 개가 반짝이더니 냉랭하게 이쪽을 향했다.
조청양은 선조를 수호하는 견융이, 그에게 방해하지 말고 떠나라고 하는 걸 깨달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예를 갖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 *
묘재방은 강주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차가운 탕후루를 입에 문 채 말했다.
“변방의 난민이 다른 곳보다 훨씬 적다는 걸 발견했어요.”
이영소 역시 차가운 탕후루를 입에 문 채 말했다.
“이곳이 검주와 근접하여 난민이 전부 검주로 도망쳤기 때문이네.”
묘재방은 의혹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검주가 부유한가요?”
“날씨가 좋은 곳이니 당연히 부유하지. 검주에는 무림맹이 있고, 무림맹은 검주의 진정한 주인이라 불리네. 설령 검주 삼사(三司)라고 해도 약간은 꺼리지.”
이영소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검주 강호는 질서가 투철하네. 필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 무림맹이 격한 수단으로 제거하지. 폭도가 모인 운주와는 정반대네. 동시에 관아와 무림맹은 서로 견제하여 누구도 감히 제멋대로 굴지 못하지.”
“저는 검주가 무도의 성지라는 것만 들었습니다.”
묘재방은 그다지 믿지 않으며 반박했다.
“이 형이 말한 대로라면 조정도 관여하지 않나요? 강호 세력이 이렇게 강대해지게 내버려 두다니요.”
“내가 듣기로 검주 무림맹에 초범경의 선조가 한 분 있다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네.”
이영소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개소리죠.”
묘재방이 입을 삐죽였다.
두 사람은 논쟁을 벌이면서 화제에서 점점 벗어났다. 점차 대화는 ‘난민’, ‘부유’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내용으로 흘러갔다.
“자네, 못 믿겠으면 서겸에게 물어봐도 되네.”
이영소가 콧방귀를 뀌었다.
허칠안의 신분과 지위라면 틀림없이 이 비밀들을 어느 정도 알 터였다.
묘재방은 즉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탕후루를 먹는 모남치와 탕후루를 핥는 백희 그리고 말을 타고 오는 허칠안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확실히 늙다리가 한 명 있긴 하지. 게다가 나라와 나이가 같은 늙다리야.”
허칠안이 헤아려 보았다.
“허나 조정이 무림맹의 존재를 용인할 수 있는 건 초범경 무사를 꺼려서만은 아니네. 대봉이 한창이었던 시기에는 초범은 차치하고, 초범 둘도 충분치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럼 왜요?”
묘재방은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 흥미가 가득했다.
이영소는 귀를 기울여 경청하였다. 그는 허칠안이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일을 꽤 많이 안다는 걸 알았다. 허칠안이 신분을 아직 노출하지 않았을 때, 이영소는 자주 그에게서 고대 비밀을 들었다.
바로 그는 이러한 이유로 서겸의 신분을 철석같이 믿었다. 또한 이영소는 같은 이유로 세부 사항과 허점을 소홀히 하였기에 그의 신분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