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78
876화. 천 리 밖
도난 금강이 손바닥을 펼치자 서신 봉투가 저절로 손바닥에 날아와 떨어졌다. 그는 뜯어서 서신을 본 뒤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게 더 있는가?”
밀정은 즉시 금속 상자를 꺼내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이건 궁주께서 두 분께 전하라는 것입니다.”
도난은 받아서 열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우리는 이미 안다.”
밀정은 이 말을 듣자 허리를 굽히고 합장한 뒤 사찰에서 물러났다.
마당 밖의 정심과 정연은 떠나는 밀정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찰 안으로 들어왔다.
도난 금강이 두 사람을 훑더니 말했다.
“가나수 보살께서 명령하셨다. 우리더러 즉각 움직여 검주로 가서 무림맹을 없애라고 하셨다.”
‘무림맹?’
명색이 서역 불문 제자인 정신과 정연은 대봉 강호 조직이 정말 생소했다.
도난 금강은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서 금속 상자를 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이 정심과 정연의 눈을 비추었다. 그들은 너무 눈이 부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동시에 드높은 기세가 사람의 마음을 전율하게 하는 힘을 사찰 공간에 가득 채웠다.
주위의 공기가 뜨겁게 변했다. 마치 화산 폭발을 직면한 듯 폐부가 화끈 달아올랐다.
탁!
도난 금강은 적시에 금속 상자를 닫았다. 표면에 새겨진 진법이 자극 효과를 발취하여 무시무시한 이 힘을 차단하였다.
“이건 가나수 보살의 정혈 한 방울로, 나 혹은 도난 사제가 단시간 내에 금강법상을 시전할 수 있다.”
추한 용모의 수라금강도범이 설명하였다.
‘가나수 보살의 정혈이라…….’
정심과 정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숨을 죽였다.
도난이 말했다.
“그 궁주가 우리더러 우주로 북상하여 회현 등과 회합하라고 하는구나.”
* * *
‘알고 보니 검주에 이런 역사도 있었군. 나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영소는 문득 깨닫고선 탕후루를 한 입 깨물었다. 그는 허칠안에게 탄복하는 감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는 좌 국사, 우 왕비에 경성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홍안지기들도 있는 인간 쓰레기였다.
하지만 그는 수련 경지든 식견이든 동년배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영소가 천종 성자로서 교만한 건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에게는 그럴 자격도 있었다.
강호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그는 자신이 구주 젊은 세대의 난사람이라 자부했다. 가장 정상에 있는 그 소수의 사람이라고 말이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허칠안이 나타났다.
모든 청년 준걸이 빛을 잃을 정도로 억눌렸다.
설령 이름을 날린 지 이미 오래인 전 세대 강자들이라고 해도 라고 개탄할 만했다.
“그렇군요…….”
묘재방은 흥미진진하게 들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설화자가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를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는 글을 알긴 했지만,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 기껏해야 막 글을 배운 정도였다.
대부분의 문화 지식은 설화자 선생으로부터 얻었다. 그해 산해관전역을 지금도 주루나 찻집에서 귀찮을 정도로 되풀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묘재방은 설화자 선생한테 야사(*野史: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 정사(*正史: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기록한 역사)를 많이 들었기에 설화자 선생의 입에는 모든 역사가 있는 줄 알았다.
“자네는 방금 서겸이 한 말이 얼마나 비밀스럽고 얼마나 중요하며 얼마나 가치 있는 소리인지 아는가?”
이영소는 비웃더니 습관적으로 입씨름하며 언쟁을 부추겼다.
“또 아셨나 봐요.”
묘재방 역시 습관적으로 입씨름하더니 말했다.
“말해보시죠?”
이영소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이 비밀들이 꼭 유용한 건 아니지만, 등급이 아주 높은 건 틀림없네. 어느 정도 지위를 갖추지 않은 사람은 접할 수 없는 내막이지. 이는 자네가 세상의 본질을 똑똑히 보고 자신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네. 허, 지금의 자네는 입만 열면 ‘염병’, ‘본 나리’, ‘여인과 잔다’ 등등 저속한 말을 내뱉으니 말이야.”
‘어찌 본인은 교양이 없으면서 제기랄 한 마디로 세상을 두루 거닌단 말인가…….’
허칠안은 속으로 총정리를 하였다.
묘재방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무사는 본디 저속하지 않습니까.”
이영소는 순간 말문이 막혀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뒤늦게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지금 다르네. 서겸의 수행원이 될 수 있었던 게 자네 인생의 전환점이지. 만약 계속 저속하게 굴었다면 결국에는 고상한 자리에 오르기 어려울 걸세.”
묘재방은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침음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우선 교양을 중시해야 하네. 입만 열면 저속한 말을 내뱉어서는 안 돼. 예컨대 ‘당신은 인간 쓰레기야’를 ‘너는 이영소니?’라고 바꿔야겠지.”
‘뜻밖에도 인간 쓰레기가 나를 인간 쓰레기라고 조롱하다니…….’
이영소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서 선배님 정말 겸손하십니다.”
허칠안은 성자에게 삿대질하더니 묘재방을 보며 말했다.
“보게. 이 역시 그 예시지. 그를 본받게.”
흰 여우는 인족 수컷 셋의 만담을 듣더니, 얼굴을 젖히고 모남치를 쳐다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저도 배워야 해요?”
모남치가 입을 삐죽였다.
“너는 배웠다간 못 쓰게 될 거야. 그들을 상대하지 말렴.”
허칠안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려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모남치는 맑고 촉촉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자네 검주를 이렇게 잘 알고 있다니, 전에 검주를 거닐었던 적이 있는가?”
허칠안은 줄곧 마음에 두었던 문제를 질문했다.
이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주는 천종에서 많이 멀지 않은 편입니다. 저와 사매가 산에서 내려온 뒤 두 번째 정거장이 바로 검주였습니다.”
‘천종이 검주에서 멀지 않군…….’
허칠안은 묵묵히 기억했고,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애인이 있는가?”
이영소는 피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는 도리어 허칠안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영소는 지금껏 자신이 쓰레기 같은 남자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난잡하게 꼬인 남녀 관계를 크게 꺼리지도 않았다. 그가 이렇게 깊이 감추는 태도는 보기 드물었다.
‘정상적인 정분이라면 분명히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다. 그다지 말하기 쉽지 않은 사랑인가 보군……. 그렇다면 문제는 아마 여인에게 있겠지? 유부녀인가?’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나를 뭐 하러 보는데?!”
모남치는 화를 참지 못하여 버들눈썹을 곤두세웠다.
허칠안은 애인이라는 화제가 나오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이는 그가 그녀를 ‘애인’이라는 위치에 두었다는 걸 명확히 밝힌 것이었다.
교만하고 고상한 화신이 자신이 애인이라는 걸 인정할 리가 없었다.
묘재방은 ‘헤’하고 소리 내더니 말했다.
“듣자 하니 검주의 만화루에는 미녀가 매우 많다던데. 하나같이 아름답다죠. 이 형, 이 형이 정말 풍류를 알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놓치지 않을 겁니다.”
허칠안이 천천히 말했다.
“그건 그렇지. 검주 만화루에는 확실히 미녀가 매우 많네. 젊고 재기발랄한 소녀, 곱고 아름다운 미인, 그리고 변함없이 우아한 성숙한 부인……. 더욱이 그 만화루주 소월노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네. 그 몸매, 그 용모, 그 기질, 그 정취…….”
허칠안은 문득 모남치의 어두운 안색을 힐끗 보더니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모두 남치의 솜털 한 가닥에도 미치지 못하지.”
이 말은 아첨하는 것도 아니었다. 설령 국사처럼 절색이라고 해도 화신 앞에서는 여전히 좀 모자랐다.
이목구비와 기질의 차이가 아니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허칠안은 이런 느낌을 화신 특유의 ‘매력’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소월노의 종합적인 평점이 최고 중의 최고라는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었다.
“만화루에 미녀가 구름같이 많다라…….”
묘재방은 동경하는 표정이었다.
이영소는 말없이 침묵하며 말을 타고 다그닥다그닥 멀어져 갔다.
묘재방은 얼른 쫓아가 아첨하며 기분을 맞췄다.
“이 형, 정말 만화루에 애인이 있는 거예요? 형님, 저는 아직 아내를 맞이하지도 못했으니 좀 소개해주시죠. 앞으로 이 형이 제 친형이에요. 아니, 친아버지…….”
허칠안이 서로 쫓고 쫓기며 멀리 달려가는 익살꾼 둘을 쳐다보고 있는데 귓가에 모남치의 괴상야릇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마음이 그 소월노 곁으로 날아간 건가?”
“그러게요, 그러게. 저는 이미 천 리 밖에서 그녀의 정조를 빼앗았네요.”
허칠안은 이 말로 인해 가는 길 내내 부서진 돌로 머리를 맞아야 했다.
* * *
우주.
희현 등은 용기 숙주를 찾으러 외출했다가 돌아왔다가, 임시로 묵는 거처에 청하지 않은 손님 아홉이 늘어난 걸 보았다.
그들은 전부 검은 장포 차림이었다. 그중에 여덟 명은 몸이 약간 비대해 보였으며, 검은 장포 아래 갑옷과 투구를 숨긴 듯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정상적인 체형이었다.
창룡칠숙 그리고 천기궁 밀정이었다.
희현은 뜰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이미 당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감지했다. 그는 조금도 의외가 아니라는 듯 인사하였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희현은 류홍면, 허원상 등을 이끌고 다른 쪽에 앉아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돌발 상황이 아니라면, 창룡칠숙과 우주의 밀정이 함께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 밀정은 손에 든 밀서를 털며 내던졌다.
희현이 손을 뻗어 받았고, 의아한 표정으로 펼쳐 읽었다.
다 본 뒤 그의 표정은 숙연했다.
“일곱째 형님?”
허원괴가 한 마디 물었다.
희현은 서신을 상대방에게 주었다.
허원괴는 다 보더니 믿기 어렵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께서 저희가 무림맹을 없애길 바란다고요? 무림맹 안에 구룡(九龍) 숙주가 있다고요……?”
곁에 있던 허원상이 재빨리 밀서를 뺏었다. 그가 황급히 정신을 집중하여 읽은 뒤엔 류홍면, 백호, 걸환단향이 차례로 돌려 읽었다.
내용을 다 본 자들의 표정에 이상한 기색이 비쳤다. 이는 강호에 들어와 용기를 모은 이래, 천기궁 궁주가 처음으로 하달한 명령이었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방울 소리 같은 웃음이 번졌다. 처음엔 통쾌하기 그지없는 웃음이었으나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처량하게 들렸다.
그렇게 모든 이가 포복절도하며 눈물을 흘리는 류홍면을 쳐다보았다.
희현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참 뒤 여인이 차분하게 감정을 되찾자, 희현이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홍면은 만화루 제자니 홍면이 무림맹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겠군요.”
“전 제자지요.”
류홍면이 말을 바로잡았다. 연이어 복숭아꽃처럼 아리따운 그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잠시간의 공백 후, 류홍면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보며 입을 열었다.
“검주가 강호에서 무도의 성지로 칭송받는 건 무림맹의 존재 때문입니다. 개국 초부터 무림맹은 검주의 거대한 조직이었습니다. 600년간 무림맹은 검주 강호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검주에 있는 파벌이 성장하고 번창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검주 강호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파벌은 전부 무림맹의 부하입니다. 무림맹의 예속 세력 중 9개 문파가 가장 강대한데 각각 신권방, 만화루, 묵각, 천기문, 신행종(神行宗), 철의당(鐵衣堂), 우산(禹山), 백학관(白鶴觀), 검주상회(劍州商會)입니다.
이 세력들의 선조는 무림맹에서 나갔거나 무림맹의 지지하에 문파를 세운 겁니다. 몇백 년간 무림맹과 형제자매 사이지요. 작은 파벌에 관해서는 군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파벌에 4품 고수가 있습니까?”
허원괴가 나지막이 물었다.
류홍면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한 명씩은.”
장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창룡칠숙은 둘째 치고, 만약 그들만이라면 무림맹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휘하의 모든 파벌만으로도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예속된 파벌엔 분명 다른 고수가 더 있을 터였다. 초범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번갈아 공격하는 게 효과적으로 4품을 죽일 수 있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