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80
878화. 승부 겨루기
동방완용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천천히 눈앞의 사람들을 훑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선 납란천록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 8인은 좀 괴상하구나. 기운이 마치 한 사람 같고, 초범이면서도 초범이 아닌 듯해.”
동방완용은 조금 더 관찰한 끝에 납란천록이 말하는 ‘8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다들 똑같은 검은 옷차림이라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예쁜 쌍둥이네…….’
류홍면은 자매를 자세히 살피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미모를 높이 평가했다. 만화루가 미인이 구름처럼 많은 문파라지만, 그 안에서도 용모만큼은 남부럽지 않다고 여겼다.
물론 지금 류홍면도 굉장히 놀랐다는 건 아니었다. 쌍둥이가 함께 서 있으니 한 사람은 부드러운 분위기에, 한 사람은 도도해서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모양새였다.
당 내의 사람들도 류홍면의 반응과 비슷했다. 다들 이 쌍둥이 자매를 보고 흠칫 놀란 듯한 분위기였다. 무정한 소년 허원괴도, 남강 고족의 걸환단향과 요족 백호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동방완용이 희현을 보며 매혹적인 웃음을 그렸다.
“귀하께서는?”
희현이 공수하며 말했다.
“소생 희현, 잠룡성 성주의 아들입니다.”
동방완용은 이미 스승인 납란천록에게 잠룡성이 어떠한 곳인지 들었기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곧이어 동방완용이 동해용궁 신도들을 이끌고 마당에 들어왔다. 그녀는 신도들은 뜰에 줄지어 세우고, 동생 동방완청과 당으로 들었다.
“두 분 금강을 뵙습니다.”
자매 둘은 공손하게 예를 갖췄다.
그리고 동방완용은 또 빙그레 웃으며 정심과 정연을 향해서도 인사했다.
“두 분 역시 또 뵙습니다.”
각 측의 인사가 끝나고, 희현이 화제를 이어받았다.
“대략적인 상황은 천기궁 밀정이 이미 밀서에 분명히 서술하였지요. 두 궁주께서는 묻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동방완청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고, 언니 동방완용이 말했다.
“왜 무림맹에 용기 2개가 나타난 거죠?”
아홉 개 용기 중 2개가 동시에 무림맹에 나타났다. 이건 아주 이상한 현상이었다.
정심은 양손을 합장하고 추측하였다.
“어쩌면 용기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특성일지도요.”
동방완용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음이 분명했다.
이때, 허원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서로 끌어당기는 용기의 특성이 아닙니다. 용기는 기운의 일종으로 자아의식이 있지요. 이런 의식은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의식이 아니라 천지 법칙에 더 가깝습니다.
기운은 민심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용기는 본능적으로 명망이 높은 사람을 찾거나 섬김받는 물건에 기숙합니다. 검주 무림맹은 평가가 아주 좋기에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림맹 옛 맹주라는 배경이 있지요. 여러분은 만약 외부 세력의 간섭이 없다면, 중원 대란에서 가장 중원을 쟁탈하길 바라는 세력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의심할 여지도 없는 무림맹이었다.
연이어 동방완청이 말했다.
“아니에요, 전 용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간사한 자를 많이 만났어요.”
허원상은 잠시 생각한 후에 답했다.
“우선 인성은 복잡합니다. 설령 너덜너덜한 노름꾼이라도 제왕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또 자고로 스스로 왕이라 일컫는 자 중에 충직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용기가 주인을 선택합니다. 개인의 품성에 따라 결정된다면 고금을 막론하고 개국 황제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지요.”
동방완청은 더는 말을 얹지 않았지만, 이번엔 류홍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날 용기가 뿔뿔이 흩어졌을 때, 왜 허칠안 몸에 기숙하는 걸 택하지 않았을까? 명망을 놓고 보면 허칠안은 무림맹의 누구보다 강한데.”
허원상이 담담하게 류홍면에게 대답했다.
“그건 그 자체로 뿔뿔이 흩어진 것이니까. 용기는 중원 기운이 응결하여 형성된 거야. 흩어진 뒤에는 당연히 중원으로 돌아가지.”
동방완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대답이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이후 동방완용은 그 도도한 소녀를 자세히 살피며 물었다.
“술사인가요?”
허원상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동방완용은 다시 잠룡성 사람들을 훑고선 물었다.
“일이 성사된 뒤에 용기는 어떻게 분배하지요?”
희현이 대답했다.
“각자 하나씩 가지시죠.”
동방완용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반박이 없다는 건 승인과도 같다는 소리였다. 그녀의 반응을 보고 희현이 다시 운을 뗐다.
“두 궁주께서는 무림맹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동방완용이 답했다.
“마침 희 공자께 설명을 부탁드리려던 참입니다.”
동해용궁은 대봉 관내에 있지 않았다. 자매에게 무림맹은 전혀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중원 조직이라, 조금 들은 것 외에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이번엔 류홍면이 해설자 역할을 맡아 무림맹의 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동방자매는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곧 희현이 말했다.
“무림맹은 세력이 크니 신중히 의논해야 합니다. 이 역시 제가 두 궁주님께 면담을 요청한 이유지요. 먼저 저희가 추론해보자면, 우선은 조청양입니다. 조청양은 반은 초범으로 창룡칠숙이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주 강호에 중, 고층 무사의 수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조청양과 손을 잡으면, 비길 수 있을까요?”
말을 끝낸 그가 창룡칠숙을 쳐다보았다.
이내 창룡의 모자 안에서 탁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승산은 크네.”
그들 사이의 전투력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만약 창룡칠숙이 제값을 하는 3품 무사라면, 설령 조청양이 검주의 모든 4품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창룡칠숙을 흔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쪽도 관습이나 관례에 어긋나는 길을 걷기에 3품 무사의 전투력만 있을 뿐, 상응하는 방어 능력이나 혈육을 재생하는 능력은 없었다.
무엇보다 무림맹에 보조하는 협공 진법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즉, 상황이 어떨지는 제대로 싸워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였다.
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은 견융산 아래의 군진입니다. 2만 군은 4품을 죽이긴 충분합니다. 산해관전역에서 상당수 4품 무사들이 역진(力竭)에 죽었지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백호가 입을 뗐다.
“전장을 견융산으로 택하면 된다. 효과적으로 기병의 우세를 저지할 수 있지. 게다가 산속에서 전투를 벌이면 이쪽은 지세를 빌려 낙석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일반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화가 될 거야.”
덧붙여 걸환단향이 말했다.
“저는 독충을 조종해 쑥대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병사와 일반 구성원들을 독살하는 거지요. 하지만 저희 4품 몇몇만으론 수법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검주에서 600년간 최고의 경지에 있던 강호 세력을 어찌 고작 4품 몇 명만으로 상대할 수 있겠는가.
희현이 옅게 웃었다.
“주력은 당연히 우리가 아닙니다. 무림맹의 옛 맹주는 여러 해 홀로 정진했습니다. 제가 믿을 만한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 그의 상태는 매우 나쁘다더군요. 이미 염려할 가치가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방비해야 하는 건 다른 사람입니다. 단 한 명, 저희를 전율케 만드는 그 상대요.”
순간 두 금강을 제외하고 모두의 표정이 각기 다르게 변했다.
희현 대오의 사람들은 두려움이 주였고, 정심과 정연은 안색이 어두워졌으며 동방 자매의 얼굴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그가 그들의 사내를 빼앗은 사람이었다!
호색한!
희현은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았다. 딱히 자신이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에 그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허칠안은 본래 초범경이나 더는 전봉이 아닙니다. 그자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옹주성 밖에서 본 실력을 보면 아마 조청양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도정 나한이 사로잡힌 뒤에 그의 봉마정은 아마 더 제거됐을 겁니다. 보수적으로 추측하자면 3품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수련 경지는 염려할 가치가 없습니다. 금강 한 명이 나서도 그자를 제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마 그가 끌어들일 인물이 아주 골치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낙옥형, 천종입니다.”
허원괴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희 아버지께서 밀서에 말씀하셨지요. 낙옥형은 아마 나서지 않을 거라고요. 천종의 두 양신이라면, 행방이 묘연하여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내 류홍면이 동방 자매를 보며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얼굴을 했다.
“두 언니는 어떤 비장의 패가 있나요?”
그 순간, 동방완용의 머리 위에 흰 머리, 흰 수염의 노인의 형상이 피어올랐다.
노인은 당 내의 사람들을 차분하게 굽어보며 온화하게 말했다.
“만약 천종 양신이 현신하면 내가 상대하겠네.”
‘납란천록…….’
정심, 정연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 뒤에 있는 금강 둘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낯빛도 따라서 어두워졌다.
“납란 우사?”
희현이 살짝 떠본 말에,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현은 숨을 한번 내뱉었다.
“그럼 후배는 마음 놓겠습니다. 사실 천종의 두 양신이 계속 허칠안과 동행하기란 불가능하지요. 지난번에 나선 건 아마 우연의 일치일 겁니다.”
그가 제대로 맞혔다.
이후 희현은 또렷한 사고의 흐름으로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허칠안이 지금 검주에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 검주 무림맹에 용기 두 개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그저 예방하는 것뿐입니다. 조그마한 흠도 없는 계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속전속결이 제일이지요. 미처 손쓸 틈 없이 맹렬한 기세로 견융산에 돌진해 무림맹을 없앱시다. 뒤이어 종속된 문파까지 송두리째 뽑아버리고요.”
* * *
무림맹.
조청양은 요 며칠 내내 마음 졸이며 안절부절못했다.
지난번 선조를 뵙고 결과가 없자 그는 바로 다음 날 경성으로 사람을 보내 사천감에 용기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용기는 진귀한 보물임이 분명했고, 보통 사람의 인식을 뛰어넘는 신통한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왕유가 이미 분명하게 진술했었다. 그가 포로로 잡히기 전, 이미 정보를 널리 퍼뜨렸었다고.
그렇다면 필시 사천감 사람이 조만간 심문하러 와 용기를 구걸할 터였다.
조청양이 아무리 거만하고, 무림맹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사천감에게 싸움을 걸 저력은 없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좀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흥정할 여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용기를 가지면 자식들 목숨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하는 것들이랄까.
동시에 조청양은 사절을 시켜 허칠안에게 밀서를 보냈다. 허칠안이 중간에서 중재할 수 있길 바란다는 전갈이었다.
* * *
사천감으로 돌아온 손현기는 스승 감정을 만나러 팔괘대에 가지 않고 바로 송경을 찾아갔다.
연금술사 미치광이는 마침 사제들을 데리고 연구 중이었다. 현재 그는 얇고 부드러운 재질이나 방어력이 강한 금속을 열심히 제련하고 있었다.
이는 병사들의 행군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을 때도 더 평온하게 잘 수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는 말의 갑옷을 만들어 기병들의 기동성을 뛰어나게 성장시키고 중장기병에도 대항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송경은 실패했다.
송경이 이 실험으로 얻은 건 더 짙어진 자주색 눈두덩이뿐이었다.
순간 송경이 들고 있던 그릇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치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뒤에는 이사형이 있었다.
송경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금속 덩어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손 사형, 돌아오셨네요. 어제 자칭 무림맹이라 하는 강호인이 사천감에 왔었습니다. 무림맹에 용기 숙주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형께서 줄곧 용기를 수집하고 있다는 게 떠올라 전음으로 통지했던 겁니다.”
그의 어조는 차분했다. 용기 숙주를 말하는데 마치 길가의 어중이떠중이를 얘기하는 듯 덤덤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