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85
883화. 산 공격 (2)
외팔의 백호는 소월노를 자세히 살핀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면사를 썼지만 확실히 보기 드문 인족 미인이군. 아주 흡족해.”
류홍면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아, 내가 저 미인을 사로잡아 네 노비로 줄 테니 마음껏 데리고 놀아. 에휴, 희현 소주와 결환단향은 여색을 좋아하지 않고, 허원괴는 애정을 모르니 너만 이득이네.”
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내가 은혜를 빚진 셈이군.”
명색이 백수의 왕으로, 그에게 여인은 그저 욕구를 분출하는 도구일 뿐, 군침을 흘린다거나 말 그대로 색욕에 미친 눈빛도 보이기도 귀찮은 존재였다.
류홍면은 이에 불만을 느꼈다. 지금 그녀에겐 같이 맞장구치며 소월노를 공격할 색마가 필요한 것이지 저런 심드렁한 반응은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조청양은 침착한 눈빛으로 자리에 있는 4품 다섯을 훑었다. 딱히 중시한다거나 경시하지도 않는 기색을 보이던 그는 류홍면 앞에 잠시 시선을 멈췄다.
‘류홍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무림맹 고위층 모두가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해 만화루주의 자리 문제로 적지 않은 풍파가 일어났었다.
본래 문파 제자가 방주, 루주 자리를 다투어 빼앗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사이가 틀어져 원수가 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만화루 윗세대 루주의 다툼은 아주 재미있었다.
류홍면과 소월노 모두 전임 루주의 제자로 루주의 자리를 놓고 승부를 겨룬 중요 인물이었다.
검주 제일의 미인으로 칭송받는 소월노, 그녀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류홍면 역시 소월노에 절대 뒤지지 않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훗날 류홍면은 경쟁자 대열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연유는 바로 그녀의 방탕함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만화루는 여인이 조직한 문파로 루주 개인의 도덕성을 매우 중시하는 곳인데 어찌 방탕한 자가 문파를 장악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류홍면은 그에 굴복하지 않고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류홍면은 만화루를 배신했다. 그때부터는 그녀의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감감무소식이던 그녀가 오늘 검주에 적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쯧!”
흥이 깨진 철의문주 우석은 조청양 곁으로 묵묵히 물러났다.
서서히 쌍방은 대치 상태에 접어들었다.
* * *
비주 위.
희현은 아래쪽의 첩첩한 산봉우리를 내려다보며 아래턱을 어루만졌다.
“미끼가 충분하지 않군요. 그들만으로는 허칠안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뱃머리의 동방완용이 의견을 표했다.
“근본적으로 그는 여기의 일을 아예 모를 가능성도 있어요.”
희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감히 장담하건대, 그는 반드시 올 겁니다. 무림맹을 멸하자는 건 국사의 뜻입니다. 이는 국사와 감정의 도박에 연관됐음을 뜻하지요. 감정은 절대 무림맹이 없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봉이 지금 쓸 수 있는 무사는 허칠안뿐입니다. 그가 오지 않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기껏해야 손현기 한 사람 더 꼽을 수 있겠군요.”
그를 보며 경청하던 동방완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희현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양군이 대치하는 것처럼 서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허칠안은 국사를 꺼리니 임계점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비장의 패를 확실히 파악하기 전에는 성급하게 나서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지요, 허칠안 외에 감정이 수단을 얼마나 더 갖고 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동방완용은 아름답게 웃었다. 참으로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미소였다.
그녀는 곧 옆으로 고개를 돌려 희현 뒤의 창룡칠숙을 보며 말했다.
“그럼 임계점을 건드려서 그가 나오도록 압박하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희현이 돌아서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창룡, 번거로우시겠지만 무림맹 고수들을 만나러 가시지요.”
창룡은 바로 뱃전 옆으로 걸어가 훌쩍 뛰어내렸다. 연달아 뒤에 있는 두봉인 7명도 다 함께 뛰어내렸다.
두봉인들은 물구나무 자세로 급강하했고, 속도에 옷이 세차게 나부꼈다.
* * *
아래쪽에서 조청양도 고개를 들어 검은 점 8개가 급강하하는 걸 눈여겨보았다.
‘8명? 또 4품 여덟이라……. 세 세력이 4품 강자를 이렇게 많이 소집해서 무림맹을 공격한다고?’
그는 약간 의아해졌다. 어떤 체계의 4품이라도 전부 역경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인물로 진정한 통치 계층이었다.
그러나 지금 순서는 누가 봐도 전채 요리 같은 것이었다.
4품 무사가 이토록 초반에 등장하다니, 이 전투는 3품 초범경과 연관된 게 틀림없었다.
‘한 번에 4품 열넷을 보내 선두에 세우면 잠복하고 있는 허칠안에게 전부 소멸될까 두렵지도 않은 건가?’
조청양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그는 초범 고수가 이 8인 속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계하라!”
바로 이때, 급강하해서 오던 8인이 중간에 자세를 바꿨다. 그들은 서서히 하나의 선이 되었다.
다음 순간 기기가 갑자기 팽창해 가상의 용 형체로 변했다.
용이 이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동시에 하늘에서 무시무시한 기기가 내려와 산처럼 기울어졌다.
“3품?”
조청양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순식간에 옷자락이 공처럼 부풀어 올랐고, 기류가 주먹으로 모여들어 타오를 듯 뜨거운 기운을 뿜어냈다.
곧장 하늘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이윽고 소월노의 소매에서 소검이 날아가 기기를 감싸고, 조청양의 주먹 힘을 따라 창룡칠숙을 맞이했다.
다른 4품 패거리 우두머리는 주먹으로 공격하거나, 검 끝으로 찌르고, 연속해서 기기 화살 비를 튕겨냈다. 모두가 다 함께 하늘의 적을 맞고 있었다.
쿵!
양측의 기기가 충돌해 산꼭대기에서 묵직한 천둥 같은 굉음이 일었다. 기기의 기운은 폭풍처럼 변해 산에 있는 수목 전체를 뒤흔들었다.
누군가 이 광경을 먼발치에서 봤다면 그야말로 장관이라 여겼을 터였다.
이제 용 형체가 약간 정체되며 약화됐지만, 아직도 뿔뿔이 흩어지지는 않았다. 이를 보고 조청양이 큰 소리로 포효했다.
“물러가라!”
사람들이 뿔뿔이 도망쳤다.
그 덕분에 창룡칠숙이 자유롭게 강림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윽고 가상의 용 형체가 떨어지면서 산 전체가 흔들렸다.
창룡칠숙은 허리춤에서 장도를 꺼낸 뒤 돌아서서 먼 곳에 있는 돌문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두봉 안, 창룡의 탁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역시나 노인네 상태가 별로군. 무림맹에 얽매여 있는 너희 이 필부들, 내가 가서 노인네를 베겠다.”
어흥!
순간 견융이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견융은 성인 사내 머리보다도 큰 발톱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그 바람에 창룡의 칼끝이 위로 뒤집혔다. 연이어, 이를 시리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불똥이 폭발하고 견융의 발톱이 칼끝에 깎여 부러졌다.
쿵!
사람과 짐승이 맞붙는 그 찰나를 틈타, 조청양이 움직였다. 그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뒤에서 요괴처럼 나타나 광기 어린 권의를 폭발시켰다.
하지만 바로 그때, 조청양은 갑자기 목표물의 기운이 치솟더니 순식간에 4품을 돌파하여 범인이 접촉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걸 느꼈다.
무사의 직감이 미친 듯한 경고를 울렸다.
조청양은 과감하게 주먹을 거두고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거의 동시에 그 검은 옷차림의 사람이 장도를 내리쳤다.
도기는 본래 조청양이 있던 위치에 떨어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균열을 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자 역시 3품인가?’
조청양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는 돌아서 선두에 있는 그 검은 옷차림의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 순간 또 견융과 맞수를 둔 것을 알아차렸다.
원래라면 견융의 날카로운 발톱을 쉽게 베고도 남았을 칼끝이 거대한 짐승의 몸에 불똥만 내고 그쳤다.
‘실력이 약해졌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조청양이 크게 소리를 높였다.
“저들은 진정한 3품이 아니오! 협력 진법을 빌려 초범경의 폭발력에 도달한 것이오. 여러분, 함께 올라가서 저들 사이의 연결을 찢읍시다.”
이 8인의 힘은 하나로 융합될 수 있었다. 그 사이 어느 한 명이 이리저리 전전하면 모두가 3품이 될 수 있지만, 모두가 동시에 3품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인해전술로 동시에 8인을 공격해야만, 효과적으로 상대를 저지할 수 있었다.
* * *
멀리 떨어진 뒷산의 밀림 안.
허칠안은 나무 아래 가부좌를 틀고 손에 반쪽짜리 청동경을 들고 있었다.
거울 안엔 격렬한 전투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흠, 정연의 눈은 독 때문에 멀었던 거 아니었나? 어떻게 다시 회복한 거지? 그는 혈육을 재생하는 능력이 없으니 아마 단약을 빌렸거나 혹은 특수한 수단으로…….
견융산 곳곳에 적이 잠복해 있는 게 아니고, 군진 쪽도 습격을 받지 않았다. 허평봉은 정말 희현 그들만 보내 무림맹을 공격하는 건가?
……소월노와 류홍면은 원한이 있는 것 같은데? 저렇게 뛰어난 미인이 어떻게 늙은 호랑이의 이득을 거저 봤겠어. 참, 이영소의 애인이 바로 소월노는 아니겠지? 쯧쯧, 만약 진짜라면 그 성자의 홍안지기 중에 드디어 내 어장 속 물고기들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네. 아, 이영소 쪽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 * *
‘저들 사이의 연결을 찢어라……. 맹주께선 인해전술을 쓸 계획이신가?’
자리에 있는 4품 무사는 풍부한 경험으로 조청양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3품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내는 적을 마주했고, 이 상황에 인해전술을 채용한다는 건 그들 중 어느 한 사람은 죽을 거라는 걸 의미했다.
“대종(戴宗), 자네가 선두에 서게!”
조청양이 나지막이 말했다.
순간 두피가 저릿해진 신행종주는 얼른 대답과 동시에 대열에서 나왔다.
원체 몸놀림이 민첩한 그는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바람결에 실려 춤을 추는 낙엽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정심이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뉘우치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 법!”
가엾이 여기는 소리가 널리 퍼지면서 계율의 힘도 생겼다.
결국 신행종주의 민첩한 몸놀림이 갑자기 정체 상태에 빠졌다. 그는 적 앞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듯 뒤돌아갔고, 뜻밖에도 적에게 등을 내주었다.
다만, 같은 경지인 상황에 계율의 통제는 아주 짧았다. 돌아서는 찰나에 그는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순간, 동방완청이 연처럼 나긋나긋하게 신행종주의 머리 위로 날아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가볍게 눌렀다.
선인무정(仙人撫頂)!
위급한 순간, 천기문의 한갈이 부드러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 신행종주의 허리를 감싸며 끌어당겼다.
펑!
손바닥 힘이 땅을 치며 뒤흔들렸다.
우르릉, 쾅! 쾅!
바닥엔 직경 1장(丈)에 달하는 둥근 구덩이가 움푹 파였다.
막 위기를 모면했지만, 대종은 미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시간도 없었다. 갑자기 몰아치는 광풍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내 외팔의 백호가 바람 속 유령처럼 신행종주 앞에 나타났다.
그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쿵…….
적의 실력을 가늠한 부정문이 앞다투어 나와 백호에게 단단히 한 방 먹여 기선을 제압했다.
쿵!
숲속에 강풍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