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86
884화. 모든 고수를 퇴각시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반보 물러났다.
부정문은 이를 악물고 오른발을 힘껏 굴러 억지로 힘을 부렸다. 이에 권의가 폭발하였다.
백호는 상대의 권법을 당해내기 어려워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그때 갑자기 부정문은 옆쪽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머릿속에선 위기에 대한 무사의 본능이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부정문은 바로 과감하게 뒤로 한발 물러나 백호에게 퍼붓는 맹공격을 포기하고 옆쪽에 주먹을 내리쳤다.
동시에 그는 자신을 습격한 적을 보았다. 풀숲에 잠복한 저광수리였다.
“응?”
부정문은 어리둥절했다. 짐승이라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방금 무사의 본능은 틀림없이 피에 굶주린 살의를 감지했다. 분명히 습격자가 자신과 같은 경지의 고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고작 저광수리가 자신을 습격할 용기가 있었다고?
이는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었다.
그 시각, 백호는 이 틈에 가볍게 토납하며 가슴의 통증을 잠재웠다.
“심고사?”
백학관 관주는 걸환단향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걸환단향이 날카롭게 울부짖자, 무형의 음파가 확산되며 산을 스쳐 갔다.
몇 초 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떠들썩하면서 어지러운 소리를 들었다.
샥샥-!
무수한 관목 수풀에서 이는 소리, 어마어마한 규모의 새 떼가 날개를 퍼덕이며 내는 울림, 원숭이가 울부짖는 소리, 벌레의 포효 소리…….
하늘에서 들새 수십 마리가 떼를 이뤄 빙빙 돌며 울부짖었고, 때로는 무림맹 쪽으로 급강하해 공격하는 척하다가 도중에 다시 선회해 높이 날아갔다.
그 새 떼의 계속된 거짓 공격으로 무림맹 사람들도 계속 위기에 대한 무사의 직감을 느꼈다.
관목 숲속에서는 독사와 독충들이 한 마리씩 뚫고 나왔고, 숲에서는 원숭이, 표범, 멧돼지, 벌레 등 산짐승들이 뛰쳐나와 사나운 눈으로 무림맹 사람들을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그 모든 동물이 무림맹 사람들을 에워싸고 포위만 했을 뿐,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계속 적의만 표출했다.
결국 무림맹 무사들은 거듭되는 적의를 거둬들였다. 이 순간 연신경이 연마해낸 위기에 대한 경고가 도리어 짐이 되고 있었다.
“사실 무사를 상대하는 법은 저한테는 너무 간단합니다. 여러분은 위기를 예지하는 본능이 사라지면 같은 품계 고수와 어떻게 싸울 겁니까?”
걸환단향이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류홍면이 치맛자락을 펄럭였다. 연이어 사방에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저, 그해 사저가 바깥 사내를 꼬드겨 유언비어를 퍼트려 제 명성을 더럽혔지요. 아주 큰 은혜라 이 사매는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오늘 은혜를 갚아도 좋을까요?”
그녀는 바로 허리춤의 연검(軟劍)을 뽑아 수십 장(丈) 거리를 가로질러 소월노를 공격했다.
소월노는 당황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소매에선 물 흐르듯 영롱한 소검이 미끄러져 나왔다.
땅! 땅!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한 곳에서 또 한 번 격투가 이어졌다.
“소 루주, 제가 돕겠습니다!”
철의문의 우석이 성큼성큼 질주했다. 땅에 가벼운 지진이 일어남과 동시에 석이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우석은 자신을 돌덩이 삼아 류홍면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기울어진 땅에서 금빛이 한 줄기 발사되며 우석을 덮쳤다.
정연 무승이었다.
이내 육신 방어가 특출난 두 무사가 뒹굴며 나무를 한 그루씩 쓰러트렸다.
신행종주는 소리 소문 없이 걸환단향에게 다가갔다. 신행종주는 손에 쥔 비수를 앞으로 내밀었고, 삽시간에 살기가 폭발했다.
알록달록한 색채의 옷이 갑자기 드높이 솟구치며 오색 벽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눈속임일 뿐이었다. 비수는 옷자락을 손쉽게 뚫었지만 걸환단향은 이미 기회를 틈타 벗어난 상태였다.
비수가 뿜은 기운은 수십 장(丈)을 뚫고 땅에 흙덩이와 자갈을 튀겼다.
다른 한편, 창룡칠숙은 지체하지 않고 천천히 돌문으로 다가갔다.
“으르렁!”
견융은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창룡칠숙을 향해 포효했다.
견융의 입에선 침이 비 오듯 쏟아졌다.
사람 같은 견융의 얼굴엔 인간적인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 견융은 가까워지는 창룡칠숙을 마주하자 주눅이 들었는지 점점 후퇴하면서 포효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려 했다.
“견융, 뒤로 물러나라.”
조청양은 저 기이한 짐승이 발광하며 목숨을 잃기 전, 전장에서 쫓아냈다.
기이한 짐승의 거대한 체형이 주는 힘은 타고난 강점이지만, 이 순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체형이 크다는 건 피하기 어렵다는 것과 같았다. 초범경의 강적을 마주한다면 단 두세 칼에 머리를 베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 방면으로는 오히려 몸놀림에 능한 무사가 더 유리했다.
“맹주, 산짐승이 너무 많습니다. 적의가 너무 많아 저희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철검을 든 묵각 각주 양최설이 초조함을 드러냈다.
이에 조청양이 나지막이 말했다.
“새 떼와 짐승 무리를 맡아 깨끗이 처리하시고, 그는 내게 넘기게…….”
“조심하십시오!”
조청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최설이 소리쳤다.
하지만 딱히 경고가 필요 없었다. 조청양은 이미 한발 앞서 몸을 옆으로 돌린 후, 자리에서 높이 뛰어올라 창룡의 공격을 피했다.
도광은 결국 공중에 떨어져 산을 베었다.
우르르……. 쾅! 쾅!
절벽이 갈라지고 돌덩이가 굴러떨어졌다.
쿵! 쿵! 쿵…….
칼을 피한 조청양은 창룡칠숙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
슉!
그 조청양을 정면에서 맞은 건 치열한 도광이었다.
하지만 조청양은 도광을 피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맞이하기까지 했다. 이 칼이 겨누는 게 그의 뒤에 있는 돌문이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조청양이 기기를 두 주먹에 응집하자 권의가 폭발했다. 이후 그는 두 주먹으로 도광을 막았다.
그 순간, 동시에 도광이 조청양을 뒤로 밀었다.
펑!
조청양은 돌문에 등을 세게 부딪쳤고, 자갈이 함께 우르르 굴러떨어졌다.
“맹주!”
소월노 등은 엉겁결에 상대와 거리를 벌리고, 초조하게 상황을 살폈다.
“콜록콜록……!”
조청양은 격하게 기침을 토했다. 그의 두 주먹과 가슴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무림맹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작 단칼에 반보 3품인 조청양이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맞다니.
창룡은 조청양을 자세히 살피며, 그 탁한 목소리에 질투를 드러냈다.
“좋군. 3품까지 반보밖에 남지 않았는데 생명력과 근성은 이미 4품 반열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구나. 네게 몇 년 더 시간을 주면 진정한 3품으로 승직할까. 조청양, 네 죽음은 억울하지 않구나.”
이윽고 두봉이 갑자기 흥분하더니 손에 쥔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뒤에 있던 동료 7명도 따라서 같은 동작을 취했다.
공기를 비트는 기기가 8인을 함께 연결해 모든 힘을 창룡에게 모았다.
이에 창룡이 쥔 칼이 매우 뜨겁게 변했다. 심지어 드높은 기기를 받아들일 수도 없어 융해되는 경계에 놓인 듯했다.
창룡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미 오랫동안 힘을 비축한 도기를 발산했다.
이 칼을 내리친 뒤, 창룡은 정신을 집중해 주변을 경계했다. 그는 처음부터 조청양이 절대 이기지 못할 걸 알았다. 그리고 조청양의 뒤는 무림맹 노인네가 독거 수행하는 곳이었다.
이제는 허칠안이나 손현기가 반드시 나타날 차례였다.
하지만 창룡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허칠안과 손현기는 아직도 나서지 않았고, 조청양은 죽음도 불사하고 양팔을 가슴 앞에 깍지 낀 채 혈육의 몸으로 초범경의 칼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맹주, 피하십시오!”
“조 맹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십시오…….”
여기저기 놀라 외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소월노는 곧장 검을 휘둘러 류홍면을 물리치고 돌문으로 달려들었다.
대종은 흉악한 얼굴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거의 도기와 속도를 겨루려는 사람처럼 너무도 빠르고 거침없었다.
양최설, 부정문, 교옹 등의 4품 고수도 잇따라 돌문 방향을 향해 나섰다.
쿵!
도기가 조청양의 몸에서 터졌다.
그 기파는 하마터면 사람들의 고막을 찢을 뻔한 정도였다.
퍽! 퍽! 퍽…….
연이어 절벽이 계속해서 파열되고 충격파가 소월노를 날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정문까지 물리치고 아예 무림맹의 모든 고수를 퇴각시켰다.
“우악스러운 자식!”
충격파가 일으킨 광풍 사이로, 우뚝 선 창룡의 옷자락이 흔들렸다.
3품에 이르지 않은 자가 무리한 결말은 안 봐도 뻔히 예견할 수 있었다.
걸환단향, 백호, 류홍면 등은 기쁜 내색을 억누른 채 돌문 쪽만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 * *
어풍주.
정신을 집중해 관전하던 희현이 귓바퀴가 움직이자 뒤쪽을 바라보았다.
동방완용, 허원괴가 동시에 행동을 취했고, 허원상은 아무런 반응 없이 고개를 숙이고 관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그제야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금, 은실이 수 놓인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사내가 비검을 밟고 어풍주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 용모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결이 좋고 뽀얀 피부는 꼭 난세의 귀공자를 보는 듯했다. 세상 어느 여인이라도 이처럼 아름다운 사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영소?’
허원상은 용모가 출중한 이 천종 성자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의 자태를 감상할 여유는 없어서, 경계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희현과 허원괴도 마찬가지였다.
‘이영소가 왔는데 허칠안이 멀리 있겠어?’
이때, 동방완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허씨는 오지 않았어요.”
세 사람은 동시에 무거운 짐을 벗어버렸다.
희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짧게 중얼거렸다.
‘허칠안한테 겁을 먹었군.’
그리고 동방완용은 곧장 이영소에게로 걸어가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
“뭐하러 왔지?”
이영소는 비검에서 뛰어내린 후 복숭아꽃처럼 아리따운 그녀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의 감정이 동하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늘 그리워하는 낭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하……. 그래,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늘 말없이 떠나 그대를 버린 사람이지.”
동방완용의 얼굴은 서리로 뒤덮인 듯 냉기만 감돌았다.
“이영소, 더는 이런 감언이설을 할 필요 없다. 내가 널 마음에 두고 있어야 그런 말들도 바라는 것이지. 하지만 네가 허칠안을 택해 떠났다. 그렇게 나와 동생을 버렸으니 우리 자매는 너와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다. 정, 원한, 은혜, 증오 모두 다 단호하게 끊겼으니 더는 날 찾아올 필요 없다.”
이영소의 눈동자가 약간 떨렸다. 그 암울한 눈 속엔 복잡함, 비통함, 상실의 빛이 모두 담겨 있었다. 꼭 사랑이 전부인 세계에서 버림받은 듯한 가여운 낙오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용 누님, 미안합니다…….”
동방완용은 더없이 차가운 눈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영소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누님이 한 말은 정말 가슴을 칼로 비틀어 찌르는 듯 아픕니다. 바로 이 순간, 내가 중요한 걸 잃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걸 말입니다.”
동방완용은 정색한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속히 떠나라, 여기서 일 방해하지 말고. 계속 남아 내가 옛정을 생각지도 않는다고 탓할 생각 말고.”
말하는 동시에 그녀는 허리춤에 건 비수를 뽑았다.